<세계 정의에 관하여>
世界正義 - 閼 -
〔라〕De Iustitia in Mundo (Convenientes ex Univer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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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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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의에 관하여> 에서는 정의를 위한 활동 없이 복음을 선포한다는 것은 허위라고 지적하였다.
세계 주교 대의원 회의에 참석한 주교들이 제2차 정기 총회(1971. 9. 30~11. 6)를 끝내면서 제시하였던 문헌. 당 시 교황청 국무성 장관 비요(J. Villot) 추기경이 교황 바오로 6세(1963~1978)의 재가를 받아 1971년 11월 30일 에 발표한 이 문헌은, 그 주제가 전세계의 정의 실천에 관한 문제여서 '세계 정의에 관하여' 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발표 배경〕 이 문헌이 발표된 그 해 5월 14일에는 <노동 헌장>(Rerum Novarum) 반포 80주년을 기념하여 교황 바오로 6세의 교서 <80주년>(Octogesima Adveniens) 이 발표되었는데, 같은 해에 발표된 <80주년>과 <세계 정의에 관하여>는 내용 면에서 깊은 관계가 있다. 또 시 기적으로 1971년은 <민족들의 발전>(Populorum Progressio)이 반포된 1967년과 가깝고, 라틴 아메리카 주교 회 의(CELAM) 제2차 총회 문서인 <메데인 문헌>(Medellin Conclusiones)이 발표된 1968년과도 가깝다. 또한 이 문헌들은 발표 시기뿐만 아니라 문제 의식이 나 신학적인 면에서도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문헌 상호간의 이러한 친밀한 관계는 주로 다음과 같은 영향 을 받았기 때문이다. 첫째, 주교 대의원 회의에 모인 주 교들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시작된 쇄신 정신에 고 무되어 있었으며, 교회와 세계의 관계 문제에 있어서 더 욱 과감한 조치를 취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 둘째, 라틴 아메리카의 주교들은 <메데인 문헌>의 지침을 이행하려 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고, 이들과 이들을 지원하였던 전문가 집단이 주교 대의원 회의에서 커다란 자극을 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 있었다. 셋째, 진보적인 사회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었고, 교회 내에서도 이러한 외부 적 자극들을 수용하려는 움직임들이 활발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조건들이 맞물리면서 과거보다 진일보한 내용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세계 정의에 관하여>의 실질적인 내용은 교황청 정의 평화위원회(Pontificia Consilium de Iustitia et Pace)에서 근무 한 적이 있거나 그들과 협력하던 주요 인사 몇 명이 주로 다듬었는데, 이 문헌 작성에 있어서 사회 정의 문제에 대 한 새로운 접근과 깊이 있는 투신을 한 핵심 부서였던 이 위원회는 1967년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설립되었다. 〔구조와 특징〕 구조 : <세계 정의에 관하여>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제1부는 '정의와 국제 사회' 를 주 제로 불의한 시대 상황을 진단하였고, 제2부 '복음의 가 르침과 교회의 사명' 은 교회의 입장에서 관찰 또는 분석 된 사실을 신학적으로 성찰하는 원리를 담고 있으며, 제 3부 '정의의 실천' 에서는 교회의 실천 방향과 방안을 제 시하고 있다. 그리고 제4부 '희망의 한마디' 는 권고로 교회와 신자와 인류에게 호소하는 내용이다. 제4부는 의 례적인 결구에 해당하므로, 이 문헌의 커다란 골격은 전 통적으로 사회 회칙들이 따랐던 방법인 '관찰→성찰→ 실천' 의 과정을 충실히 따랐다고 할 수 있다.
내용과 특징 : 이 문헌은 <메데인 문헌>을 연상시키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특질"을 다분히 지니고 있다. 엄 밀히 살펴보면 문헌의 전체적인 구도도 <메데인 문헌>이 채택한 접근 방법에서 영향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하느 님이 오늘의 세계에 대해 말씀하시고 사람들로 하여금 응답하도록 부르는 고유한 방식인 '시대의 표징' 을 식별 하기 위하여 현실로부터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 에도 문헌이 지닌 특징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문헌의 서문에서는 사회 정의를 위하여 개혁 활 동을 하는 것이 복음 선포의 본질적인 요소라고 주장하 였다(6항). 이 문헌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는 이 말 의 본 의미는 교회가 사회 정의 활동을 하지 않으면 복음 을 제대로 선포하지 않는 것이고, 정의를 위한 활동 없이 복음을 제대로 선포한다는 것은 환상이며 허위라는 것이 다. 둘째, 교회가 정의를 위하여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는 내용이 매우 진지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는 주교 · 신 부 · 평신도가 사회 정의를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는 내용이 <사목 헌장>(Gaudium et Spees)보다 더 많이 나 오는 데서 잘 드러난다. 셋째, 교회가 사회 정의를 위하 여 노력하려면 교회 안의 상황을 먼저 반성하라고 언급 하고 있다. "교회가 정의를 증거해야 한다면, 교회는 먼 저 사람들 앞에서 감히 정의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은 누 구나 다른 사람 눈에서 정의로운 사람으로 여겨져야 한 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교회 안에 서의 행동 규범, 교회 재산, 그 생활 양식 등을 검토해 보아야 하겠다" (38항) .
넷째, 구조적 불의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져 있다. 이 문헌은 구조적 개혁과 개인의 회심을 대립시키거나 두 가지를 단순히 병행시키지도 않았다. 그 대신 개인의 회 심이 어떻게 구조적 불의에 의해서 좌우되는가를 지적하 였다. 이는 국제 경제 질서에 있어서 현재의 구조적 불의 와 과거의 제국주의를 연결시키는 데서도 잘 드러나 있 는데, 교황 바오로 6세가 <민족들의 발전>에서 식민주의 와 신식민주의에 대하여 취했던 입장보다 훨씬 강하다. 또 이 문헌에서는 <민족들의 발전>에서 사용된 '해방' 이 라는 용어를 적극적인 의미로 사용하였고, <80주년>보 다 더 발전된 의미로 사용하였는데, 발전' 을 통한 '해 방'의 성취를 중심적으로 언급한 것이 그 예이다. 남아 메리카에서 발전이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는 하였어 도, 제3 세계의 대다수 국가들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과 제로 부각되고 있었기 때문에 부득이 이 용어를 강조하 였던 것이다. 그러나 발전이라는 말이 갖는 신화와 환상 을 망각하지는 않았다.
다섯째, 현대 문제들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일련의 불 의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회 지도자 들을 포함하여 관심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기능과 새로 운 의무를 담당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필요한 행동은 "폭력에 짓밟히고 불의한 조직과 기구에 희생당하는 사 람들의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며····세상 한가운데서 가난 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는"(5항) 것이다. 이것은 무력한 자 · 억압받는 자 · 구 조적 불의의 희생자를 편드는 명확한 선택을 의미하는 것으로, 교황 바오로 6세가 <80주년>에서 경제로부터 정치로 전환할 필요성에 대해서 언급하였던 것보다 진일 보한 것이다. 그러나 이 문헌은 소리를 잃은 이들을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히지 않았고, 다음 단락에 서 이민자 · 피난민 · 신앙 때문에 박해받는 자들 · 인권 이 제한되는 사람들과 같은 여러 형태의 희생자들을 열 거하면서 불의의 예를 드는 데 그치고 있다. 따라서 행동 은 불의의 희생자들에게로 지향되어야 한다는 것이 무엇 을 의미하는지를 밝히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불의의 희생자들을 분류하는 방식에도 명확성이 결여되었다. 신학적인 특징 : 이 문헌에서는 아주 적은 부분만이 엄밀한 의미의 신학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렇지만 가 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이 문헌의 신학적 기여도로, 27~32항에서 가난과 정의를 연결하는 성서 신학적 시 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즉 하느님은 억눌린 자들의 해방 자이시며, 그리스도는 가난한 이를 위한 하느님 정의의 간섭을 내포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하느님과의 관계와 이웃과의 관계가 매우 밀접히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하였 다. 이로써 그리스도교는 본질적인 특성에서 '영성적' 이 고 내세적이기 때문에, 현세에서의 정의 문제는 이차적 이거나 주변적인 중요성만을 지닌다고 보는 이원론을 배격하고 있다. 〔평 가〕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문헌과 비교하면 <세계 정의에 관하여>는 내용과 사회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에 서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또 교회가 세계 정의의 유일한 책임자는 아니지만, 사랑과 정의의 필요성을 세계에 증 거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복음을 통해 강조함으로써 교 회의 대사회적인 사명을 일깨워 주었다. 그러나 교회의 과제로 남겨진 문제들을 해결하는 수단에 관해서는 여전 히 한계가 있음을 증명해 준 문헌이기도 하다. (→ <메데인 문헌> ; 사회 정의 ; <팔십 주년>)
※ 참고문헌 D. Dorr, 오경환 역, 《가난한 이를 위한 선택》, 분도출 판사, 1987/ 《교회와 사회》,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94/ J. Messner, 《사회 윤리의 기초》, 인간사랑, 1997/ K.H. Peschke, 김 창훈 역, 《그리 스도교 윤리학》 3, 분도출판사, 1992/ J. Gremillion ed., The Gospel of Justice and Peace : Catholic Social Teaching since Pope John, New York, Orbis, 1976/ P.S. Land, Catholic Social Teaching : As I have lived, loathed, and lovedi Illinois, Loyola Univ. Press, 1994. [朴文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