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심증
細心症
〔라〕scrupulositas · 〔영〕scrupulo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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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권
죄를 범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죄를 범한 것처럼, 또 경미한 죄를 범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중죄를 범한 것처럼 항상 두려움을 느끼며 번민하는 양심의 병리적 현상. 〔정 의〕 세심증은 죄에 대한 경계심이 지나치고 과도 하게 엄격한 반응을 보이는 현상이다. 이렇게 세심한 사 람들은 분명히 실천해도 좋은 행위에 대해서까지도 죄를 범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을 지니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사소한 행위에 대해 서도 중죄를 범했다고 생각하면서 심각한 죄의식에 사로잡혀 헤어나지 못한다.
이러한 세심한 양심은 섬세(纖細)한 양심이나 소심(小 心)한 양심과는 명백히 구별된다. 섬세한 양심은 그다지 중대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도 즉각 그 행위의 윤리적 성격에 섬세한 반응을 보이며, 선악(善惡)의 세밀한 음 영(陰影)까지 정확하게 식별하는 양심이다. 그리고 소심 한 양심은 작은 허물도 심각한 허물로 고려하면서 소죄 까지 피하기 위해서 애써 조심하는 양심이다. 섬세한 양 심이나 소심한 양심은 자신의 죄를 정확히 식별하고 겸 손하게 참회하며 하느님과의 신뢰 관계 안에서 양심의 평화를 잃지 않는다. 그러나 세심한 양심은 자신의 죄를 정확히 식별하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아무런 합리적 근 거도 없이 심각한 죄 의식을 느끼고 고해성사를 되풀이 하지만 거듭된 고해성사를 통해서도 결코 양심의 평화를 찾지 못한다.
〔분류와 원인〕 일반적 세심증 : 윤리 생활의 모든 영역 에서 나타나는 것을 '일반적 세심증' 이라고 한다. 자신 이 행한 그리고 행할 모든 행동을 통해서 중죄를 범하였 거나 범할 수 있다고 두려워하며, 어떠한 행동도 마음놓 고 하지 못한다. 이러한 일반적 세심증은 대개 엄격하고 편협한 윤리 교육을 통해서 윤리적 절대 순결, 즉 완전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데, 지나치게 엄격 한 율법주의적 윤리 교육은 인간의 본능적 욕구들을 단 죄하고 억제하도록 강요함으로써 자신을 충족시키려는 본능적 욕구와 이를 좌절시키려는 율법 사이에 강한 긴 장과 갈등을 끊임없이 유발시킨다. 그러므로 이러한 긴 장과 갈등은 율법이 제시하는 윤리적 가치들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수용하면서 자신의 본능적 욕구들을 자 발적으로 포기할 때 긍정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긴장과 갈등이 긍정적으로 해소되지 못할 때, 지 나치게 엄한 윤리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심각한 불안과 죄 의식을 느끼게 된다. 여기에 그릇된 신관(神觀) 곧 죄 인을 응징하는 무섭고 두려운 하느님 상(像)이 밀접히 연결됨으로써 불안과 죄 의식은 더욱 심화되며, 이러한 죄 의식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극단적인 시도를 함으로 써 그들은 더욱더 윤리적 절대 순결을 강박적으로 추구 하게 된다. 그리고 건전한 정신 상태라면 아무렇지도 않 을 사소한 행동까지도 중죄로 생각하기 때문에 심각한 죄 의식에 사로잡혀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처럼 일 반적 세심증은 결코 충족될 수 없는 윤리적 절대 순결의 강박적인 추구를 통해서 이루어진 죄 의식으로부터 벗어 나지 못하는 양심의 병리적 현상이다.
보상적 세심증 : 윤리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세심증이 나타나는 일반적 세심증과는 달리 사악한 생각이나 성적 인 정결 등과 같은 윤리 생활의 특정한 영역에만 나타날 경우, 이를 '보상적(補償的) 세심증' 이라고 한다. 대개 아주 사소하고 중요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는 세심하게 마음을 쓰면서도 중대한 윤리 문제들은 간과해 버린다.예컨대 성적인 정결에는 지나치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 면서도 형제애(兄弟愛)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이러한 보상적 세심은 특정한 율법만을 지나치게 세심히 준수함으로써 윤리 도덕의 근본 문제, 예컨대 애덕이나 정의 같은 중대한 윤리 문제에 대한 태만을 보상하고 자 신의 미온적 신심을 은폐하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치 유] 세심증은 영혼의 병적인 현상 즉 신경성 불안 (神經性不安)이다. 세심증에는 일종의 망상(妄想)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으며, 이성적으로는 중죄가 아님을 분 명히 알면서도 정서적으로는 심각한 죄 의식에 사로잡혀 헤어나지 못한다. 정신 분석학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세 심증은 유아기에 형성된 비정상적인 죄 의식에 무의식적 으로 종속됨으로써 유발되는 현상이며, 특히 억압에서 유래한 은폐된 공포심과도 관계가 깊다. 이러한 윤리 적 · 종교적 차원의 심리적 장애인 세심증을 치유하기 위 해서는 사제의 적절한 영적 지도와 정신과 의사의 전문 적인 치료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사제는 세심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을 우선 환 자로 보아야 하며, 그의 어려움을 깊이 이해하고 동정함 으로써 상호 깊은 신뢰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이러한 신 뢰 관계 안에서 사제는 세심한 사람에게 확고한 생활 규 범을 제시해 주어야 하며, 그 규범의 절대적 타당성에 대 한 확신을 갖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유아기에 형성 된 그릇된 죄 의식을 극복하고 진정한 윤리적 성숙을 실 현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도 강경하게 그러면서도 자상하 고 친절하게 지도하여야 한다. 사제는 세심증 환자들이 자신의 지도에 철저히 순종할 것을 요구해야 하는데, 이 러한 순종의 요구는 세심증 환자가 가지고 있는 비정상 적인 죄 의식으로부터 벗어나도록 지도하기 위한 필수적 인 조건이다. 그러나 전적인 맹목적 순종의 요구는 그의 진정한 윤리적 성숙을 위해 아무런 도움을 제공할 수 없 기 때문에 자발적인 판단력을 아울러 개발할 수 있도록 지도하여야 한다.
세심증 환자들은 율법에 반대되는 강렬한 본능적 충동 에 대한 죄 의식을 무의식적으로 은폐하기 위해서 윤리 적 절대 순결을 추구한다. 이러한 세심증 환자의 가장 심 각한 문제는 있는 그대로의 죄스러운 자신을 수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하느님은 이러한 자신을 철저히 응징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현실과 괴리된 믿음이요 자신 안 에 고립된 폐쇄성이다. 사제는 세심증 환자가 직면하고 있는 이러한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심증 환자가 사제와의 깊은 인간적인 만남을 통해서 있는 그 대로의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이 용서와 사랑을 받고 있 음을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세심증 환자는 하느님을 상징하는 사제와의 인간적인 만남을 통해서 자신을 그토 록 괴롭혔던 그릇된 신관, 곧 죄인을 응징하는 무서운 하 느님 상을 버리고 사랑인 하느님 상을 정립함으로써 자 신이 죄인임을 겸허하게 인정하면서도 또한 하느님의 자 비로운 용서와 사랑에 항상 개방되어 있음을 깨닫고 절 망적인 죄 의식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심증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 세심증 환자로 하여금 자신의 진정한 죄가 무엇인지 를 깨닫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스스로의 노력만으 로 윤리적 절대 순결의 자아 도취적 이상을 성취하려는 시도, 자기 중심적 폐쇄성 안에서 하느님의 자비로운 용 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이 곧 죄임을 깨닫도록 하는 것이 다. 따라서 세심증을 치유하기 위한 영적 지도의 목표는, 법률을 완전 무결하게 준수함으로써 자신의 구원을 스스로 성취하겠다는 율법주의로부터 벗어나 사랑인 하느님 께로부터 무상으로 받는 구원을 겸허한 마음으로 수용하며, 이러한 하느님의 은총에 응답하기 위해서 진정한 회개가 끊임없이 요청된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하는 것이다. (⇦ 소심증)
※ 참고문헌 Karl H. Peschke, Christian Ethics, Dublin, 1986(7 창훈 역, 《그리스도교 윤리학》, 분도출판사, 1990)/ G. Rossi, Scrupolo, Dizionario Enciclopedico di Teologia Morale, Firenze, 1985, pp. 956~961.〔劉永道〕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