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목요일 주님의 만찬 미사에서 영성체 후 기도를 한 다음 성체를 옮겨 모시고 조배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감실. 전에는 '무덤 제대' 라고 하였다.
파스카 삼일의 첫날인 성목요일에 성체를 수난 감실로 옮기는 관습은 중세기부터 시작되었다. 본래 초대 교회에서는 예수가 수난하고 죽은 후 부활하기 전 무덤에 묻혔던 기간 동안 애도하며 단식과 기도를 하였으며, 3세기 초에 이레네오(130~20)나 로마의 히폴리토(?~235)는 예수의 수난과 죽음 후에 무덤에 묻혔던 성금요일과 성 토요일에 단식을 하라고 명하였다. 또 4세기경에 예루살렘 성지를 순례하면서 예루살렘의 사순 시기 전례를 소개한 《에테리아 여행기》(Peregrinatio Aetheriae)나 692년의 트룰라눔(Trullanum) 교회 회의에서도 부활 전야 전 밤중까지 애통한 마음으로 단식과 기도를 하라고 요구하였다. 예수의 죽음과 무덤에 묻히심에 대한 애도의 뜻으로 단식과 기도를 하는 신심의 잔재는 근래까지 계속되었는데, 즉 사순 시기 동안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 단식과 금육을 하도록 한 규정(구 교회법 1252조)이 바로 그것이다. 10세기경 열심한 신자들은 예수의 무덤을 만들었다. 그래서 여러 수도원에서는 상징적으로 예수의 무덤을 만들고 그 무덤 안에 고상이 달린 십자가를 안치하였으며, 그 후 십자가뿐만 아니라 예수의 형상이나 시신의 모형을 만들어 천이나 여러 가지 장식으로 꾸며서 무덤에 안치하기도 하였다. 이미 유아 세례가 일반화되고 성인 세례가 퇴화됨으로써 부활 성야 미사가 성토요일로 앞당겨지고, 수난하고 무덤에 묻히고 부활한 본래의 파스카 삼일도 성목요일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변화되면서 성목요일 주님의 만찬 미사 후 성체를 무덤에 안치하는 관습도 서서히 발전되었지만, 15세기 전까지는 예외적이었다. 영국에서는 예수의 형상을 조각하여 그 앞가슴에 성체를 넣어 안치하기도 하였다. 성체를 무덤에 안치하는 데 대하여 많은 반대도 있었지만, 16세기에는 무덤 제대 위의 성광에 성체를 현시하는 것까지도 애도의 뜻을 보전하는 조건하에 허용되었다. 그러나 1570년에 교황 비오 5세
(1566~1572)가 통일시킨 《로마 미사 경본》(Missale Romamum)에서는 애도의 날인 성목요일과 성금요일에 성체를 현시하는 것에 반대하여 비전례적인 것으로 여겼다. 그후 1896년에 예부성성은 율령을 통하여 성목요일과 성 금요일에 성체를 제대에 모시는 것을 허용하면서, 이를 주님의 무덤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하였다. 주님의 성체를 모시는 제대에는 주님의 죽음과 무덤을 상징하는 장식들로 꾸며지기도 하였으며, 후에는 성체를 성작에 모시고 그 성작을 무덤을 상징하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하였다. 1955년에 성주간 쇄신이 이루어졌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는 성작에 성체를 모시지 않고 성금요일 주님 수난 예식 중에 참여하는 신자들의 영성체를 위하여 성합에 성체를 모시는 것이 현재의 규범이 되었다.
현재는 주님의 만찬 미사에서 영성체 후 기도를 마친 다음, 사제가 제단 아래로 내려와 꿇어 성체께 분향하고 어깨보(humerale)로 성합을 덮어 들고 십자가를 선두로 행렬하여 미리 준비된 수난 감실에 옮겨 모신다. 성체를 옮기는 동안 <판제 린과>(Pange lingua)나 다른 성체 노래를 부르며, 수난 감실에 이르러 성체를 모신 후 분향하는 동안에는 <탄툼 에르고>(Tantum ergo)를 노래한다. 그 후 신자들은 밤 동안 성체께 조배를 하고 밤중이 지나면 장엄한 예식 없이 계속 조배한다. 이와 같이 무덤 제대 혹은 수난 감실은 주님의 수난과 죽음과 무덤에 묻힘을 애도하며 단식과 기도로 지새우던 관습에서 중세에 십자가와 성체를 안치하는 예식으로 발전하여 현재에 이른 것 이다. 주님의 무덤에서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단식과 기도를 하던 옛 관습과 오늘날 성체를 모시고 애도의 정으로 조배한다는 뜻에서 '수난 감실' 이라는 명칭은 의미가 있다. (⇦ 무덤 제대 ; → 파스카 삼일)
※ 참고문헌 K. Young, The Drama of the Medieval Church, vol. 2, Oxford, 1933/ J.A. Jungmann, Die Andacht der vierzig Stunden und das Heilige Grab, 《LI》 2, 1952, pp. 184~198/ N.C. Brooks, The Sepulchre of Christ in Art and Liturgy, Urbana, 1921/《성주간》,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86. 〔崔允煥〕
수난 감실
受難龕室
〔라〕locus(sacellum) repositionis Sanctissimi Sacramenti · 〔영〕reposi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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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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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체를 미리 준비된 수난 감실에 옮겨 모시는 성목요일 예절(왼쪽)과 수난 감실의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