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 바루흐 드 Spinoza, Bauchde(1632~ 1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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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루흐 드 스피노자.

바루흐 드 스피노자.


네덜란드의 유대인 철학자. 근대 합리주의의 대표자.
1632년 11월 24일 종교 박해를 피해 포르투갈에서 네덜란드로 이주한 암스테르담의 유대 상인 가정에서 태어나, 유대인 학교에 들어가 구약성서와 탈무드 교육뿐만 아니라 근대 철학 등을 공부하였다. 그러나 점차 성서의 내용과 유대교 신앙과 교리에 회의를 품게 되었고, 이 때문에 유대교 회당(symagogue)에서 경고를 받았다. 그리고 1656년에는 정통 유대교 신앙을 저버렸다는 이유로 유대교로부터 파문당하였으며, 그 후 그의 사상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에게 몇 차례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하였다.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배우고 다방면으로 교양을 쌓은 그는, 수학 · 자연 과학 스콜라 철학 외에도 데카르트(R. Descartes, 1596~1650)의 철학을 연구했는데, 특히 그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1669년에 헤이그(Hague)로 이사하여 주로 광학 기구용 렌즈를 연마하며 생계를 유지하였다. 그의 연마 기술은 상당히 훌륭했다고 한다. 그는 한때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철학 교수로 초청되었으나, 자신의 종교관이 문제시될 것과 교수 생활로 인해 자신의 연구가 방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를 거절하였다. 스피노자는 철학을 연구하고, 오직 몇몇 친구들과만 친분 관계를 유지하며 철학을 논하고 학문적인 토론을 하면서 살았다. 그가 과학과 철학을 주제로 동료들과 나눈 편지들은 그의 철학 사상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1677년 2월 21일 헤이그에서 폐결핵으로 사망하였다.
(주요 저서] 스피노자가 최초로 저술한 단행본은 데카르트의 철학에 관하여 논한 《데카르트 철학의 여러 원리》(Renati Descartes Principiorum Philosphiae, 1663)이고, 스피노자 사상의 발전 과정을 알 수 있는 글은 1862년에 발견되어 출판이 된 초기 논문 <신 · 인간 · 인간의 행복에 관한 단편>(Korte Verhandelung van God, de Mensch, en Deszelfs Welstand, 1660~1665)이다. 이 논문을 통하여 그의 철학과 스콜라 철학 및 르네상스 시대의 철학과의 관련성을 엿볼 수 있다. 이 밖에도 그의 종교 철학과 법률 및 국가의 근본 문제들을 다룬 《신학 · 정치론》(Tractatus Theologico-Poliicus, 1670) , 인식론을 다룬 《지성 개선론》(Tractatud de Intellectus Emendatione, 1677), 국가 철학을 개진한 《정치론》(Tractaus Politicus, 1677) 등이 있다. 스피노자의 대표적인 저서는 윤리학 체계서인 《기하학적 방법으로 증명된 윤리학》(Ethica ordine geometrico demonstrata,1677)인데,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하학적 형식으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다. 그가 죽은 뒤에 출판된 이 저서에서 스피노자는 자신의 윤리 체계를 유클리드 기하학에서 말하는 정의(定義, definition) · 공리(公理, axiom) · 공준(公準, postulate) · 정리(定理, theorem)의 형식으로 서술하였다.
[사 상] 스피노자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처럼 철학이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선의 인생에 대한 진지한 탐구라고 생각하였다. 그는 명예, 재물, 관능적 쾌락같이 언젠가 사라져 버릴 것 대신에 영원하고 무한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그는 《기하학적 방법으로 증명된 윤리학》에서 이러한 인간관을 소개하면서 거대한 형·이상학을 전개하였는데 그의 형이상학은 가장 근원적인 실체(實體, substantia)의 개념에서 시작하고 있다.
실체와 양태 : 스피노자에 의하면, 실체란 스스로 존재하며 그 자신에 의해서 이해되는 것 즉 그 개념의 형성을 위해 다른 존재의 개념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신(神)밖에 없다. 그가 말하는 신은 '무한' 하고 '필연적' 이며 스스로는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제약하는 존재이다. 한편 존재하고 있는 모든 것은 스스로 존재하거나 다른 어떤 것에 의해 존재한다. '스스로 있는것' 즉 실체를 제외한다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은 후자에 속한다. 그것이 곧 양태(樣態, modus)이다. 양태란 실체가 변한 모습(affectio)이요, 자기 이외의 타자(他者)에 의해 존재하고, 이 타자를 통해서 이해되는 것이다. 그것은 타자에 의해 제약을 받으므로 유한한 존재이다.
속성과 인과론 : 양태와 실체 사이에는 속성(屬性, attributum)이 있다. 속성이란 실체의 본성을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인간의 지성에 의해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실체는 무한한 속성을 지니며, 각각의 속성들은 실체의 영원하고 무한한 본질을 나타낸다. 그런데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속성은 사유(思惟)와 연장(延長)뿐이다. 이것은 두 가지 유형의 존재인 정신과 물체라는 양태의 성질에 해당된다. 물체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은 물체 세계에 원인을 두고 있고, 그 원인의 원인을 찾아 올라가다 보면 모든 사건들은 그 배후에 끝없는 인과(因果)의 계열을 두고 있다. 이렇게 무수한 물체적 양태를 지닌 이 세계는 연장이라는 무한한 속성을 통해서 신이라는 하나의 절대적인 실체를 근거에 두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신의 모든 유한한 작용 또한 사유라는 무한한 속성을 통해서 모든 것을 다 포괄하고 있는 신의 실체 안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사유나 연장은 하나의 실체의 두 속성이므로 두 계열의 인과성은 사실 단일한 인과성의 두 측면일 뿐이다. 이런 주장으로 데카르트의 이원론(二元論)은 스피노자에 의해 부정되었다.
일원론 및 범신론 : 데카르트는 물체 혹은 육체와 정신을 각각 독립된 실체로 보았으나, 스피노자는 물질계와 정신계가 동일한 실체의 두 가지 양태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사유하는 실체와 연장을 가진 실체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속성을 통해 이해된 동일한 실체"일 뿐이다. 이제 모든 것은 신 안에 있고, 신은 모든 것 안에 있다.특정한 개개의 사물은 신의 속성이 변화한 모습이거나 그러한 방식을 통해 신의 속성이 표현되는 하나의 양태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양태들이 신에 의해 산출된 사물로 보여지는 한, 이 양태들의 총체는 소산적 자연(所産的 自然, natura naturata)이고, 모든 것의 제일 원인인 신은 능산적 자연(能産的 自然, natura naturans)다. 다시 말해 전자가 피동적이요 일정한 순간에 존재하는자연 · 우주의 그때그때의 모습들이라면, 후자는 능동적이고 창조적인 자연으로서 인과 연쇄의 최초의 유일한 원인인 신이다. "능산적 자연의 법칙에는 절대로 변동이 없고, 소산적 자연에는 끊임없는 변화가 있다." 이와 같이 신이 능산적 자연이요 자연의 법칙 그 자체라면 신은 인격이나 의지를 지닌 존재일 수가 없고, 따라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행위하는 존재도 아니다.
인식과 신에 대한 사랑 : 스피노자에 의하면, 인간에게서 진정한 인식이란 대자연의 필연적인 인과의 연관 관계를 꿰뚫어 보는 것이다. 물론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에 사태의 연관을 모두 꿰뚫어 볼 수는 없으며, 늘 부분적이고 불충분한 지식밖에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스스로의 삶의 완전한 주인공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을 극복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만약 누군가가 진실로 이성적이 되어 사태의 연관에 대한 적합한 관념을 획득하고, 그래서 스스로 자기 행위의 원인이 될 수만 있다면, 그는 정신을 흐트러뜨리는 주위의 자극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자기의 본래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사리를 헤아리는 지성인에게 있어서 자연이 주는 모든 영향은 수동이 아니라 능동이 된다. 이제 그것은 불안의 원인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마음을 열어 세계와 조화를 이루게 해준다. 그러므로 최고의 선은 곧 최고의 인식이며, 그것은 모든 것의 궁극원인인 실체에 대한 인식이다. 즉 신 안의 모든 사물 관계에 대한 인식이다.
인간이 가진 지성의 힘은 인간이 '신에 대한 지적인 사랑' (amor dei intellectualis)을 품을 때 절정에 달한다. 신에 대한 지적인 사랑이란, 신 안에서 실체 즉 자연이 스스로를 사랑하고 긍정하는 그런 사랑이다. 신에 대한 지적인 사랑 안에서 인간은 인색함과 비열함, 마음의 동요와 질투, 육체적 욕망 등의 정념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인간은 마음의 안정과 평온함, 이웃에 대한 사랑, 우주와의 참된 조화를 달성할 수 있다.
신에 대한 사랑은 가치 있는 삶의 본질을 나타내는 네 가지, 즉 능동 · 힘 · 덕 · 자유를 위한 관건이다. 스피노자는 무엇이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가, 무엇이 최고의 선인지를 드러내 보여 주는 것을 자신의 철학 목적으로 삼았다. 즉 그것은 인간 정신이 전체적인 자연과 합일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모든 것을 이성적으로 관조하는 데서 오는 고요한 행복이야말로 유한한 존재인 인간에게 가능한 유일하고도 최선의 것이다. 1- 합리주의)
※ 참고문헌  Bibliotheca Spinozana, vol. 5, Amsterdam, 1912~1929/B. Spinoza, Ethica(강영계 역, 《에티카》, 서광사, 1990)/ J. Hirschberger, Geschichte der Philosophie II Freiburg · Basel · Wien, 1981(강성위 역, 《서양 철학사》 下, 이문출판사, 1987). [朴贊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