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징표

時代 - 徵表

[라]signa temporum · [영]signsofthe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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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항상 재생하는 생명력을 보유하기 위해 시대의 징표를 탐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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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항상 재생하는 생명력을 보유하기 위해 시대의 징표를 탐구해야 한다.

하느님 백성이 현재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을 직시하고 시대적 상황을 하느님의 말씀에 근거하여 한 해석. 이는 이 세상을 향하여 개방과 연대 의식을 갖고 다가서려는 교회의 인식과 태도의 변화와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서 일종의 신앙 행위이다. 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전후로 시대의 징표에 관심을 보이면서, 역사와 세상을 주시하고 복음의 진리에 비추어 올바르게 대처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이 시대의 징표의 기원은 예수가 자신이 메시아적 징표임을 알아보기를 촉구하였던 가르침에 두고 있으며, 그 목적은 각 시대적 사건과 상황을 신앙의 눈으로 통찰하여 그 내면에 담겨진 하느님의 현존과 뜻을 파악하는 데에 있다. 시대의 징표는 개념적으로 신앙과 세상의 관련성을 인식하면서도 하느님의 구원 역사와 인간의 역사를 혼동하지 않은 채, 인류 역사의 '오늘의 시간' 을 메시아적인 시간으로 보는 교회의 시각을 잘 반영하고 있다.
[성서적 기원] 시대의 징표라는 신학적 용어는 어원적으로 '시대' 와 '징표' 라는 두 단어의 합성어이다. 복음에 나타난 표현과는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의미는 성서의 내용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마태 16, 1-4 ; 루가12, 54-56). 예수의 반대자들이 예수의 권위를 입증할 만한 '하늘의 징표' 를 요구하자, 예수는 그들이 하늘의 징후를 알아보고 날씨 변화를 예고할 줄은 알면서 예수 자신에게서 메시아적 징표를 알아보지 못하는 그들의 완고함과 위선을 질책하였다. 예수는 그들이 요구하는 '하늘의 징표' 에서 '시대의 징표' 로 주제를 전환하면서 시대에서 일어나는 징표들의 의미를 깨우칠 것을 촉구하였다. 아울러 이에 대한 무관심은 곧 하느님께 대한 불충실함과 사악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예수 자신의 인격과 말씀 그리고 행적이 바로 다른 어떠한 징표보다도 명백한 메시아의 징표이며, 지금이 바로 메시아의 때임을 선언한 것이다(요한 2, 11). 이상의 내용을 살펴보면, 인간 삶의 현장인 세상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인식하기 위한 '시대의 징표' 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이 복음에 근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교회 문헌에 나타난 시대의 징표] 교황 문서 : 이 주제의 중요성이 재인식되어 신학적 주제로 부상한 것은 교황 요한 23세(1958~1963)에 의해서였다. 교황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소집령 <인간의 구원>(Humane Salutis, 1961. 12. 25)에서 시대의 징표 식별에 대한 예수의 가르침을 상기시키면서, 비록 인류의 전망을 암울하게 하는 요소들이 세상에 산재해 있지만 교회와 인류에게 희망을 제시하는 긍정적인 징표들을 발견하기를 당부하였다. 교황은 또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개막 연설에서도 불길한 사건들로 인해 고조된 세상의 종말 분위기와 교회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섭리는 현 역사의 순간에 끊임없이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고 희망을 지니고 난관을 헤쳐 가라는 복음적 낙관론을 제시하였다((Disorso di apertura del concilio>, 1962. 10. 11). 교황 요한 23세는 특히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 1963. 4. 11)의 부분마다에서 각기 다른 시대의 징표를 지적하면서 결론을 내렸는데, 참된 사회화 · 노동자 계층의 향상 · 식민지의 독립 · 여성들의 공적 활동 진출 등을 대표적인 시대의 징표로 들었다.
교황 바오로 6세(1963~1978)는 회칙 <엑클레시암 수암>(Ecclesiam suam, 1964. 8. 6)에서 교회의 현대화와 관련하여, 현 시대의 변화와 상황에 무관심한 태도를 벗어나 교회가 항상 재생하는 생명력을 보유하기 위하여 시대의징표를 탐구해야 함을 역설하였다. 그리고 시대의 징표에 대한 민첩한 통찰력은 모든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것을 살펴보고 좋은 것을 지키시오"(1데살 5, 21)라는 사도 바오로의 정신을 공유할 때 가능하다고 가르쳤다. 이어 교황은 신앙인들에게 세상 풍조에 맞추어 살지 말고(로마 12, 2) 무엇이 하느님의 뜻에 맞는지를 분별하여 완전하고 선한 것을 알아볼 것을 강조하였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여러 문헌에도 시대의 징표라는 말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나타난다. 공의회는 교회와 세상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면서 세상의 변화와 역사적 사건에 그 어느 때보다도 깊은 관심을 보이며 연대 의식을 중요시하였다. 시대의 징표에 관한 의식은 <사목 헌장>(Gaudium et spes)에서 세상에 대한 교회의 사목적 입장과 신학적 방법을 대변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4항에서 시대의 징표를 탐구하고 분별하는 것은 우선적으로 진리를 증거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교회 본연의 임무이며, 이 시대의 징표 해석의 기준은 복음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각 세대의 사람들에게 적절한 방법으로 인생의 현재와 미래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해답을 주기 위해 시대의 징표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11항에서는 '시대의 징표' 라는 용어를 명시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시대의 징표 신학의 핵심적인 내용을 보여 주고 있다. 성령으로부터 인도된 "하느님의 백성은···현대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직면하고 있는 사건과 요구와 염원을 체험하면서 하느님의 현존과 그 계획의 참된 표지는 과연 무엇인지를 그 속에서 알아내려고 노력한다."
<일치 교령>(Unitatis Redintegratio) 4항에서는 종교 일치와 대화의 참여를 성령의 인도로 인한 시대적 요청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타종교와의 화해를 위한 노력이 시대의 징표에 상응하며 일치를 원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뜻에 부합한다고 하였다. 〈종교 자유 선언>(Dignitatis Huma-nae) 15항에서는 종교 자유의 보장을 현 시대의 좋은 징표로 보는 반면에, 종교 자유를 부정하는 사실에 대해 통탄하면서 종교 자유의 필요성을 각성시키고 있다. 또 <사제 교령>(Presbyteromm Ordinis) 9항에서는 시대의 징표를 성령의 은사와 관련시켜 언급하고 있다. 즉 신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여러 활동 분야에서 그들의 경험과 능력을, 특히 성령의 특별한 은사를 신앙의 눈으로 발견하고 교회에 선익이 되도록 활용하는 것이 시대적 특성을 인식하고 올바르게 대처하려는 자세라고 시사하였다.
이러한 교회의 가르침을 종합해 보면, 시대의 징표 신학은 현 시대를 신앙으로 통찰하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가 현대인들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이며, 현재에도 하느님은 교회와 역사 안에서 당신의 현존과 능력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드러내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초점을 두고 있다. 또한 이 신학은 현 역사 안에서 하느님 체험과 복음 메시지의 의미, 교회의 예언적 사명에 대한 연구로 압축된다.
[여러 신학 분야와의 관련성] 계시론과의 관계 : 시대의 징표는 계시론에서 다루는 징표의 신학이나 역사 신학과 관련이 있다. '징표' 는 그 자체를 넘어선 실재나 어떤 의미를 연상시키고 알도록 해준다. 또 '시대' 는 물리적인 양적 시간의 개념과는 달리 하느님이 구원을 목적으로 역사에 진입하여 활동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계시의 경륜(經綸)에서 징표는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게 하는 요소로서 계시 사실에 신빙성을 제공한다. 하느님의 섭리가 기묘하므로 인간 이성으로 완벽하게 이해될 수는 없지만, 기적 · 예언 · 사건 · 업적 · 증거 등의 징표로 하느님은 인간 역사 안에서 당신의 구원적 개입을 인간에게 알린다.
시대의 징표 개념은 역사를 새로운 미래에 대해 폐쇄된 채 최종 목적과 원리 없이 순환 · 반복하는 시간으로보는 역사관과는 달리, 역사를 시작과 마침이 있는 일직선적 운동이며 하느님의 계획 안에서 진행하는 사건의 연속으로 보는 데에 기초를 두고 있다. 성서에 나타난 구원의 역사는 외형상 인간 역사와 다를 바 없이 정치적 ·사회적 · 문화적 · 종교적 사건들로 얽혀진 시간과 공간안에 개입하는 하느님의 역사이다. 따라서 역사의 변천이 모두 우연적이고 무의미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하느님이 당신의 구원 의지를 명백히 드러내기 위하여 역사 안으로 들어온다는 것은 역사의 사건들이 하느님의 의향을 전달하는 징표가 될 수 있다는 뜻과 상통한다. 하느님은 모든 시기에 언제라도 개입할 수 있으며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주권을 지닌 분임을 말해 주는 성서의 계시는, 하느님의 예측할 수 없는 개입 가능성을 모든 세대에게 구원의 메시지로 전하고 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자기 고향을 떠난 아브라함의 여정,이집트로부터의 해방, 가나안 입성, 유배와 귀환 등의 역사적 사건이 단순히 한 부족의 이동이나 한 민족의 정치적 해방 또는 속박의 차원을 넘어 하느님의 구원 사건으로 이해될 수 있었다. 시대의 징표 인식은 이러한 성서의 계시 역사에 입각하여 현 세계에서 일어나는 시대의 사건과 현상을 조명하면서 그 안에 하느님의 손길과 뜻이 새겨진 계시적 의미를 발견하려는 신앙의 감각을 지닐 때에 비로소 가능하다.
그리스도론과의 관계 : 시대의 징표는 예수가 역사의 중심이며 주인이라는 사실을 실천적으로 받아들이는 신앙과 연관이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사람이 됨으로써 시간 안에 들어왔기 때문에, 이 시간은 이제 예수 그리스도의 시간으로서 하느님의 뜻에 대한 추구와 실행으로 채워지면서 은총이 충만한 시간이 되었다. 이제 신약의 시간은 창조된 만물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통합될 때를 기다리는 시간이다. 비록 인류 역사가 죄로 인해 고통과 죽음의 그늘에 둘러싸여 있지만, 구원의 약속으로 인해 역사는 하느님에 의해 계획되고 예수 그리스도에게로 정향되어 있다. 그러므로 예수 그리스도는 "인류 역사의 열쇠와 중심이며 목적"이므로 모든 시대의 의미를 구원 역사의 전체성 안에서 비추어 준다. 우주와 역사를 새롭게 하고 통합할 예수 그리스도는 역사를 사랑의 계획에 따라 종말로 인도한다. 역사에 대한 이러한 예수 그리스도의 통치와 주권은 역사와 문명의 중심인 현 시대에 여러 방식과 경로를 통하여 드러난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와 함께 계신 주님" 으로서 기묘한 섭리로 시간의 흐름을 이끄는 성령을 통하여 정의와 평화, 인간의 존엄성을 염원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고 진리에 입각한 인간 정신의 쇄신, 사회 변혁과 같은 징조안에 작용하고 있다. 왜냐하면 인간 자신과 인간 사회의 참된 진보는 하느님 은총의 작용 범위와 무관한 영역이 아니며, 복음의 씨앗이 뿌리내리는 데 필요한 준비이고 하느님 나라의 건설을 위한 토양을 간접적으로 마련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참된 행복의 정신으로 실행하는 현세적 일과 인간과 세상의 변화는 결국 모든 것을 자신 안에 통합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완성을 지향하며 묵시적으로 이를 말하고 있다.
종말론과의 관계 : 시대의 징표는 종말론적인 차원에서 세상의 변화를 바라보고,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 때 실현될 완성의 시점을 향해 진행하는 역사의 방향을 알며, 깨어 있는 신앙으로 하느님 약속의 성취를 기다리도록 독려한다. 구원의 역사 안에서 성장하고 있는 하느님 나라는 외형상 겨자씨나 누룩처럼 눈에 잘 띄지 않아(마르4, 26-29 ; 마태 13, 31-32) 경험적 · 직접적 방법으로 감지될 성격의 것이 아니고, 징표적 메시지를 주는 것들을 숙고함으로써 그 현존을 알게 된다(로마 1, 20). 종말론적인 지평에서 세상사를 바라보는 사람은 세상의 부조리 · 악의 세력 · 어두운 면 앞에서 희망을 잃지 않으며, 허무주의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현세주의적 행복에 젖어 새로운 변화에 대한 징표를 거부하지도 않는다. 그리스도인들은 인간 역사 안에서 하느님 나라를 거스르는 저항과 방해 요소들을 보지만, 동시에 역사가 하느님의 계획에 의하여 단계적으로 최종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안다. 하느님 나라는 학문적 분석으로 파악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여기에는 역사와 세상을 종말론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줄 아는 영적 지혜가 요청된다. 이는 역사적 실재의 내용에 상응하여 상징화된 여러 징표를 판독하고 각 시대를 해석하기 위해 요한 묵시록이 요구하는 지혜와 상통한다(묵시 13, 18).
이러한 종말-묵시록적인 시각은 역사를 결정론적으로 바라보지 않으며, 또한 하느님 나라와 인간 역사, 선과 악의 긴장 관계를 마니교적 이원론으로 설명하지도 않는다. 예수의 승천부터 재림 사이의 마지막 때는 이미 도래한 하느님의 나라가 중단과 후퇴 없이 성장하는 시간이며(마태 13, 38-39), 역사의 종점은 하느님의 완전한 주권으로 장식되리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종말 약속을 역사해석의 원리로 삼는다. 이 종말-묵시록적인 해석은 상징과 징표를 통해 모든 역사의 순간 안에 하느님 나라가 가라지처럼 감추어진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관조하면서, 인간 역사에 상존하는 선과 악의 상반된 징표는 이미 예견된 것임을 알리고 있다. 따라서 신앙인은 종말론적인 입장에서 시대의 징표를 읽으면서 하느님 나라를 거스르는 완강한 저항에 부딪히더라도 희망을 잃지 말고, 지금 선에 충실하고 하느님과 인간을 위한 봉사를 수행해야 함을 안다. 왜냐하면 종말의 완성에 대한 기대가 현세에서 인류 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노력과 의욕을 약화시키지 않으며, 인류의 진보를 위한 기여 특히 애덕의 활동이 인간을 완성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근본적 요인으로서 하느님 나라의 성장에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성령론과의 관계 : 교회가 하느님의 계시와 세상 사이의 중재자로서 자신의 예언적 사명을 세상과의 긴밀한 관계 안에서 조명하며 실행하는 데 있어서 시대의 징표를 읽는 것은 필수적이다. 하느님의 말씀을 위탁받은 교회는 구원의 진리를 온전히 보존하고 전달하기 위해 우선 현실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고, 인류의 선익을 위한 성령의 자극과 인도를 민첩히 깨닫고 맡겨야 하며, 동시에 교회 밖에서도 온 누리를 충만히 채우는 성령의 활동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역동적이고 변화 무쌍한 세계 위에서 펼쳐지는 인간의 활동, 발전과 그 역반응, 흥망 성쇠와 같은 변천 가운데 인간 스스로 던지는 자신의 삶과 역사의 의미에 관한 의문에 교회는 신앙의 빛으로 답을 찾아 주어야 한다(사목4~10항). 역사의 구체적인 상황을 진지하게 숙고하면서 그 안에 담겨진 하느님의 뜻을 찾는 것은 계시 진리를 모든 시대에 알아듣도록 하고 실현시키는 교회의 사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는 각 시대에 상응한 하느님의 뜻을 찾아 선포하는 교회의 예언적 사명에 속한다. 신약성서가 증언하는 예언직은 신앙 공동체의 성장과 성화에 필수적인 성령의 카리스마였다(에페 2, 20 : 3, 5) 이는현재의 교회에도 선사되어, 복음의 진리와 하느님의 신비를 더 깊이 있게 통찰하게 하며 현 실상과 변화를 계시 진리에 비추어 진단하고 해석하도록 도와 준다. 그리고 시대의 징표를 읽는다는 것은 현재에만 해당되지 않으며, 성령의 비추임에 힘입어 사건과 징표에 내포된 하느님 섭리를 알아내어 교회와 인류에게 다가올 미래를 예언적으로 투시하여야 한다(요한 16, 13). 이로써 교회는 예언적인 지성과 식별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시대의 징표를 읽는 예언적 사명은 한 예언자 개인의 차원보다는 공동체적인 예언직을 의미한다. 이 예언적 임무는 교회로 하여금 세상의 흐름에 무관심할 수 없게 만든다. 특히 세속적 문화를 포함한 현대의 급속한 변천은 이제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질문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답을 교회에 요구하기 때문에, 계시 진리의 본질이 손상됨 없이 동 시대의 정황과 관련 지어 복음을 재해석하 여야 한다. 성령은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를 모든 시대에 깊이 이해시킬 뿐만 아니라 마음속에 스며들어 생활화되도록 활동하여 당신의 얼로써 세상의 모습을 변화시킨다. 이를 위해 성령은 교회 안에서 성인 · 증거자 · 예언자의 삶을 통하여 복음의 빛을 발산하도록 카리스마를 선사하고, 거짓 진리와 악에 대항할 힘을 부여하며, 하느님 나라의 건설에 유익한 것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성령의 활동은 다양한 은사로 표출되어 하느님 백성의 삶의 방식과 태도를 인도하고 복음의 진리가 각 시대의 상황과 요구에 따라 적절히 실천되도록 한다. 인간의 여러 형태의 활동과 염원 가운데 무엇이 하느님으로부터 나오는 정신이며 선물인지를 분간하는 것도 시대의 징표를 읽는 예언적 사명이다(1데살 5, 19-20).
[성격과 범위] 시대의 징표의 성질과 범위를 명백히 밝히기란 사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이지만, 앞에서 언급한 교회 문헌들과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들을 중심 으로 몇 가지 공통적인 면들을 다음과 같이 연역할 수 있다.
보편성 : 역사의 모든 사건과 현상이 시대의 징표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역사의 여러 단계의 분기점이나 현대 세계의 중요한 특징, 역사의 흐름 등을 나타내는 것이 시대의 징표로 여겨질 수 있다. 따라서 시대의 징표는 개인적인 관심을 넘어서 보편적인 차원에서 인간 정신에 파고들거나 교회와 인류의 장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시대의 주요한 성격들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인류가 체험하는 현 시대의 지배적인 사상 또는 구체적인 큰 사건이 모두 포함된다.
시대의 징표는 현 세상을 알고 이해하는 데에 직결된 요소를 내포하며, 이 세대가 던지는 현재와 미래의 삶의 의미와 그 상호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연관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사목 헌장> 4항은 시대의 징표로 주목해야 할 현 세계의 현저한 성격들을 지적하였다. 이 시대는 과거와 달리 인간 삶의 한 부분이 아니라 인간 자체를 뒤흔드는 전반적이며 깊고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이 변화는 인간의 지성과 창조적 활동으로부터 파생되어 인간의 염원과 사고와 행동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결과적으로 사회 · 문화의 변화뿐만 아니라 종교 생활에까지 파급되는데, 이 요인과 결과적인 현상을포괄하여 시대의 징표라고 볼 수 있다.
대조성 : 현 시대의 변화 가운데 발전과 제어력의 상실, 부의 증대와 빈곤의 절규, 연대 의식과 계속되는 분쟁, 물질 선호와 정신의 빈곤 등 대조적인 현상이 동시에 전개되고 있다. 이 상반된 현상 가운데 인류는 희망과 고뇌에 동시에 차 있으며, 이 두 가지는 긍정적 또는 부정적 징표로서 모두 시대의 징표적 성격을 띠고 있다. 구원 역사의 지평에서 인간의 선택과 행동을 최종적으로 하느님 구원의 초대에 대한 수용 또는 거부라는 양자 택일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듯이, 시대의 징표를 세상과 교회의 역사 가운데에서 하느님으로부터 우러나온 징표와 하느님을 거스르는 저항에서 파생된 징표로 구분할 수 있다. 역사 전반에 걸친 변동, 상황과 사 건과 더불어 하느님의 구원 계획과 관련된 시간들도 시대의 징표의 주요 대상이 된다. 교회의 역사 안에서 계시 진리를 사람들에게 전달하여 하느님나라의 건설에 더 호의적인 은총의 시기가 있었던 반면에, 시대와 지역에 따라서 하느님 나라에 저항하였던 시간도 있었다. 현재에도 은총을 받아들이는 '구원의 시간 과 죄로 인한 '상실의 시간' 은 병존한다. 이 점은 선과 악의 이원론적 대결 관점이 아닌 하느님의 구원 경륜지평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종말의 완성에 이르기까지 하느님의 구원 계획은 외적으로 빛과 어두움 속에서 교차되어 인간의 시야 앞에 나타나게 마련이다.
오늘날의 시대의 징표 : 먼저 하느님의 현존과 활동을 드러내는 긍정적인 징표를 여러 방향에서 생각할 수 있다. 인류를 죄악에서 해방시킨 그리스도의 사건이 모든 긍정적 징표 가운데 원형적 사건이라면 인간의 자유와 품위의 증진과 정의로운 사회 정착을 위한 일련의 노력과 결실은 그 외의 긍정적 징표들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부정적인 징표는 인간이 하느님에게서 이탈하려는 징표로서, 인간으로 하여금 인류 역사 가운데 진행되고 있는 구원의 역사를 보지 못하도록 한다. 우리 시대의 어두운 징표로는 하느님을 배제한 문화적 퇴화와 가치의 변질, 불의한 사회 구조, 죄 의식의 상실, 이혼과 낙태의 급증, 폭력과 죽음의 문화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금세기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 냉전 시대와 그 가운데에서 자행된 엄청한 대량 학살 및 그 후에도 끊임없이 지속되는 전쟁과 대립으로 얼룩진 시대로 사람들의 가슴속에 기억될 것이다. 더욱이 태아 살해와 안락사의 합법화로 인하여 20세기는 인간 생명을 경시하는 '죽음의 문화' 와 이에 맞서서 전쟁을 억제하고, 인간의 생명을 옹호하는 '생명의 문화' 의 대결 시대로 간주할 수 있다.
한편 징표를 교회 내부와 외부라는 두 영역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 교회 영역 밖에 있는 외부 징표로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 가운데 특히 인간 생명에 봉사하는 분야, 환경 보존 의식, 평화와 정의의 정착 노력, 국제 사회의 화해와 연대 의지 등을 들 수 있다. 또 교회 내부 징표로는 성령의 은사를 수용하고 그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 평신도의 지위 향상, 그리스도인들의 일치 노력, 타종교 · 타문화와의 대화를 들 수 있다.
[식별과 해석] 구원 역사의 지평 : 현실적으로 대조적인 시대의 징표들은 물과 기름처럼 항상 뚜렷이 분리되어 있지 않고 오히려 서로 뒤섞여 있다. 이러한 이중성을 세상의 정신 발전을 향한 '정-반-합' 이라고 보는 헤겔식 변증법적 이론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시대 징표의 이중성은 구원 역사의 연장선에서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인간의 자유로운 '응답과 거부' 라는 도식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하느님 나라와 지상의 나라가 인간역사 안에서 상충하면서도 함께 진행되어 간다고 보는역사 신학적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그리하여 역사안에 개입한 하느님의 활동과 이와 관련된 하느님 백성의 역사적 · 정치적 · 사회적 · 종교적 체험 전반을 포괄하는 현 실재를 종말의 완성을 향해 가는 구원 역사의 수평선에 올려 놓고 그 의미를 찾는 것이 시대의 징표에 관한 해석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신앙과 하느님 말씀 : 시대의 징표를 통찰하여 현재와 미래의 삶의 의미를 밝혀 주기 위해서는 복음을 해석의 원리로 삼아야 한다. '복음의 빛' 에 견주어 시대의 징표를 조명함으로써 시대적 여러 변형이 인간적 가치, 정신적 발전과 조화를 이루는 것인지 아닌지를 분간할 수 있다(사목 4항). 그리스도인들은 성령이 교회와 인간의 내부에 현존하여 마음을 비추며 진리로 인도한다는 것을 오직 신앙을 통해서만 감지할 수 있다. 신앙은 계시 진리를 고백할 뿐만 아니라 인식하는 방식이며, 하느님의 메시지와 활동에 개방된 자세로 경청하며 주시하는 윤리적 유연성이기도 하다. 신앙은 하느님의 현존을 알리는 징표들을 감지하는 초자연적 감각과 시야를 제공하여 만사를 하느님의 섭리와 연관 지어 바라보게 해준다(요한 9,39 : 12, 37). 그러므로 신앙의 빛과 하느님의 말씀은 시대의 징표를 통해 하느님을 발견하는 데에 중심이 된다(평신도 4항) .
교회의 가르침 : 역사의 흐름 속에서 전개되는 유동적이며 다양한 사상과 현실들 앞에서 교회는 거짓된 진리와 자유로 위장된 허위와 기만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일시적인 이념과 유행이 아닌, 신앙과 교회 가르침의 조명으로 신중하게 현 실재들을 해석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시대의 징표 안에서 하느님의 섭리를 발견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인간 실존과 현실을 복음적 가치에 비추어 인간의 존엄성과 초월적 완성에 일치하는지 아니면 어긋나는지를 판단하는 윤리 신학적인 성찰인 것이다.
성령의 비추임에 힘입어 교도권은 계시의 진리를 보존하고 전달할 뿐만 아니라 시대와 상황에 상응하는 적절한 현실화에 봉사한다. 계시 진리가 날로 교의적으로 더 깊이 이해되고, 아울러 새로운 시대적 · 문화적 여건에 침투되는 구체화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교회의 삶과 가르침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제들을 교도권의 도덕적 성찰을 통하여 오류와 혼동으로부터 올바로 분별하는 권위있는 해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진보와 개발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것들이 인간의 선과 구원의 진리에 합치하는지에 대해 윤리적인 판단을 내리는 교회의 분별은 시대의 징표에 대한 해석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판별의 주체] 하느님 백성의 신앙 감각은 성령의 활동의 도움을 받아 사람들에게 오류를 지적하며 진리를 밝혀 준다. 이러한 하느님 백성의 예언직은 신앙의 초자연적인 감각에서 우러나온 것으로서, 계시에 관한 신앙의 명제를 믿는 것 외에 인간의 삶과 역사의 변천 속에서 일어나는 실재에 관하여 신앙과 윤리에 입각하여 그 의미를 해석하고 받아들일 판단을 내린다. 시간과 공간의 구체적 상황에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새로운 형태의 증거, 복음 진리의 표현과 실현, 그리고 하느님의 계획과 그 나라를 드러내는 징후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점검하는 것은 하느님 백성이 지닌 신앙의 한 기능이다.
<사목 헌장> 4항에는 시대의 징표를 파악하고 해석해야 할 주체는 신앙 공동체 전체라고 명확하게 언급되어있다. "교회는 항상 시대의 징표를 탐구하고 복음의 빛으로 이를 해석할 의무를 지닌다." 시대의 징표를 읽을 의무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지니지만, 의무의 정도와 책임은 구성원의 봉사직에 따라 차이가 있다. <사목 헌장>은 이 의무가 특히 사목자와 신학자에게 있다고 하였다(44항).
[시대의 징표와 신앙인) 유대인들이 예수의 메시아적인 징표를 알아보지 못한 것처럼, 현 시대의 징표는 신앙의 눈을 통한 여과 없이 스스로 구원의 징표로 변화하지 않는다. 동일한 징표를 두고 신앙의 여부에 따라 전혀 다른 반응을 나타낼 수 있는데, 예수 그리스도가 모든 인류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해방을 알리는 구원의 징표이자 동시에 반대받는 표적이라는 사실이 이 점을 잘 말해 준다(루가 2. 34).
신앙은 지적 · 인식적 측면 외에 역사 지평에서 하느님과의 인격적인 만남과 체험을 포함하고 있다. 신앙인은 구원의 역사를 자신 안에 끌어들이며, 현 교회와 인류의 역사 안에 현존하는 하느님을 믿고 '지금 그리고 여기서' 응답과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역사를 외면한 채 단순히 복음에서만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려는 식의 '복음의 낭독' 에 그치거나, 복음을 도외시한 채 역사를 해석해서도 안된다. 역사를 계시와 관련 지어 그 안에 담겨 있는 하느님의 계획과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시대의 징표 정신이다. 더 나아가 시대의 징표는 교회가 인간 역사 안에서 구원의 역사가 하느님의 섭리로 엮어지고 있다는 확실성을 동 시대인들에게 제시할 수 있도록 빛의 징표가 되기를 촉구한다(마태 5, 13-16). 왜냐하면 진리의 빛을 따르는 이들을 통하여 하느님의 현존과 모습이 생생하게 사람들에게 드러나고, 그들 가운데에서 하느님이 친히 말씀하시고 당신 나라의 징표를 보여 주시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시대의 징표 정신은 신앙인에게 '시대' 에 대한 예리한 지성과 통찰로 현 시대의 가치 · 위기 · 요청을 분명히 인식할 것과 '징표' 에 관해 열린 마음을 지니고 유연한 자세로 하느님의 섭리에 협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역사 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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