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최대의 시인이자 정치가였던 단테(A. Dante,1265~1321)가 남긴 불후의 명작. 그가 일생 동안 사랑하였던 여인 베아트리체(Beatrice, 1266~1290)에 대한 추억을 영원화하려고 쓴 이 작품은, 죽음 이후의 세계를 편력하는 일종의 환상 여행기이다. 철저하게 가톨릭 교리에 입각하여 죄와 회개, 구원과 축복을 다루고 있는데, <지옥 편>(Inferno) · <연옥 편>(Purgatorio) · <천국 편>(Para-diso)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 작품에서 단테는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여 신화와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정신적 · 윤리적 진리를 규명하고 있고, 동시에 인간 자유 의지의 중요성과 하느님의 섭리가 지닌 오묘하고 신비스러운 위대함을 증언하려고 하였다. 따라서 《신곡》은 전반적으로 중후하고 진지한 성격을 띤 작품이다. 단테는 당시 라틴어로 저술하는 일반적인 경향과는 달리 이탈리아인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쓰기 위하여 여러 방언들을 연구하였는데, 《신곡》 역시 이탈리아의 피렌체 방언으로 집필함으로써 민족 문학을 확립하고자 하였다.
〔내용과 구조〕 전반적인 구조 : 《신곡》의 전반적인 구조는 인간이 소유한 감정의 깊이와 높이를 완전히 담은 조화 있는 건축과도 같다. <지옥 편>은 조각 같고, <연옥편>은 회화 같으며, <천국 편>은 음악 같기에 이 모두를 통합체로 볼 때 조화 있는 건축이라는 의미이다. 특히<천국 편>은 마치 방대한 신학의 해설과도 같다. 여기에는 하느님의 의지를 완전하게 터득하면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그의 사상으로 채워져 있다. 제1편에 해당되는<지옥 편>은 34곡(canto)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른 두 편보다 일반 독자들에게 인기가 많으나 세 편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상호간에 우열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옥 편> : 여기서 단테가 말하는 지옥은 어둠과 증오와 영원한 저주의 세계로서 죽을 때까지 악과 가까웠던 영혼들이 벌을 받는 곳이다. 지옥은 9개의 원(cerchio)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중 첫 번째가 림보(limbo)이다. 지옥에 속해 있으면서도 고통과 괴로움이 없는 이 림보에는 두 종류의 영혼들이 있는데, 하나는 그리스도의 세례를 받지 못한 채 죽은 어린이들의 영혼이고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 이전의 위대한 시인이나 철인으로서 선행을 많이 행한 자들의 영혼이다. 베르질리우스(P.Vergilius, 기원전70~19)도 이 림보에 있다. 이곳에 있는 영혼들은 하느님을 알고자 갈망하지만 이 갈망은 영원히 실현될 수 없다.
본연의 지옥은 제2원의 문턱에 있는 미노스가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제2원에는 애욕의 죄를 범한 영혼들이 쉬지 않고 불어 대는 지옥의 폭풍에 시달리고 있는데, 단테는 이곳에 있는 파올로와 프란체스카라는 가엾은 운명의 두 사람에 대해서 연민을 갖고 이야기하고 있다. 제3원에서는 탐욕가들이 괴물 케르베로스에게서 고통을 당하고, 낭비가와 인색한 자들은 제4원에 있으며, 제5원에는 경로한 자들이 스틱스 강의 흙탕물에 잠겨 벌을 받고 있다. 여기까지가 무절제한 영혼들이 받는 벌에 대한 이야기이다. 단테와 베르질리우스는 스틱스 강의 뱃사공 플레기아스의 인도를 받아 세 명의 푸리에가 지키고 있는 제6원에 이른다. 중세기의 커다란 성이 성벽에 둘러싸인 채 거대한 모습을 하고 있고, 여기에서 이교도들은 불에 그을린 관 속에 누워 있다. 제6원은 스틱스 강과 플레게톤 강 사이에 있는 완충 지대이다. 이곳은 아리스토 텔레스(기원전 384/383~322/321)의 윤리학에서 말하는 죄의 제1 부류와 제2 부류 사이에 있는 일종의 림보나 같은 곳이다.
제7원에서는 폭력을 행사해 죄를 지은 영혼들이 미노타우로스에 의해 감시를 받으며 벌을 받고 있다. 이 원은 폭력을 세 가지 형태로 구분 짓고 있다. 즉 이웃에 대한 폭력, 자신에 대한 폭력, 그리고 하느님에 대한 폭력이다. 사기와 기만을 범한 영혼들은 지옥의 가장 낮은 곳에서 두 부류로 나누어져 벌을 받고 있다. 즉 제8원에는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 자를 사기한 죄인들이 있고, 제9원에는 자신을 신뢰하는 자를 사기한 배반자들이 들어 있다. 제8원은 커다란 노천 극장 같은 형상을 하고 있는데 10개의 굴 속에 유혹자 · 아첨꾼 · 고성(沽聖) 죄인 · 점성술가와 마술가들 · 탐관오리들 · 사기꾼 · 화폐 위조자 · 위선자들 · 도둑들 · 사기꾼 집정관들 · 모략가들 ·불화와 분열의 씨를 뿌리는 자들 · 연금술사들이 지은 죄에 상응한 벌을 받고 있다. 제9원에 있는 배반자들은 코키토스의 얼음 속에 파묻혀 있다. 이 코키토스는 친족을 배반한 영혼들 · 조국과 자기 당파를 배반한 자들 · 손님을 배반한 자들 · 배은망덕한 영혼들 등 네 개의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땅 한복판(지구의 중심)에는 지옥의 마왕인 루치페르(Lucifer)가 있고, 그는 세 개의 입을 갖고 있는데, 이 입들에는 유다 · 브루투스(M.J. Brutus, 기원전85~42) · 카시우스(C. Cassius, +42)가 들어 있다. 루치페르는 입이 세 개이니 얼굴도 세 개인 셈인데, 이것들은 각각 증오 · 무력 · 무지를 상징한다. 그런데 이를 좀더 깊이 음미해 보면, 증오는 사랑에 대치되고 무력은 권능에 대치되며 무지는 지혜에 대치된다. 그리고 사랑과 권능과 지혜는 삼위 일체가 파생하는 것들이다. 단테는 이들을 마지막으로 본 다음 연옥의 해변에 이른다.
<연옥 편> : 연옥은 정죄와 희망의 왕국이다. 정죄산(定罪山)을 지키고 있는 영혼은 카토(M.P. Cato, 기원전93~46)로, 그는 체사르(C.J. Caesar, 기원전 102~44)에게 항복하지 않고 공화국의 자유가 종말에 이르는 것을 지켜보며 자결함으로써 치욕을 모면하였던 인물이었으며, 중세에 이르도록 자유의 규범으로 여겨졌었다. 그래서 그는 비록 신앙을 갖고 있지 않았으나 자살로 스토아 학파의 윤리에 대한 의무를 수행하였다고 해서 림보나 자살자들의 고통스런 숲에 있지 않고 여기에 와 있었던 것이다. 이 정죄산도 연옥 입구〔前煉獄〕 · 연옥 · 지상 낙원등 세 부문으로 구분된다. 연옥 입구에는 악 속에서 살다가 죽을 무렵에 회개한 뒤 구원받은 영혼들이 있다. 단테는 이것이야말로 커다란 모순 같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이 지역은 두 개의 비탈로 구분되어 있다. 첫째 비탈에서는 파문당하였다가 죽기 전에 뉘우친 자들이 연옥에 들어가기에 앞서 파문 시기의 30배에 해당되는 기간 동안 회개하여야 한다. 그리고 둘째 비탈에있는 회개에 태만하였던 영혼들은 자신의 인생 기간만큼 이곳에 있어야한다. 단테는 여기에서 이러한 상황을 보고 난 뒤 정화천(淨化川, 엠피레오)에서 내려온 성녀 루치아(?~314)에 의해 연옥 문턱으로 날아서 오른다. 그 문을 지키고 있던 천사는 단테의 이마에다 7개의 P자(이탈리아어로 죄를 의미하는 peccato의 머리글자)를 칼끝으로 새겨 준다. 이 7개의 P자는 연옥의 7권(圈)에서 정죄해야 하는 주요한 죄를 표상한다. 즉 오만 · 시기 · 분노 · 태만 · 인색과 낭비 · 탐식 · 애욕 등의 죄들은 벼랑을 차례로 지나면서 하나하나 씻어진다. 그리고 이 모든 죄를 씻고 나면 영혼들은 구원을 받게 되고 이어 지상 낙원으로 오를 수 있도록 예정된다. 그런데 연옥에서 정죄받고 있는 죄들은 지옥에서 벌을 받고 있는 것들과 비슷한 것들이다. 하지만 지옥의 죄들은 뉘우치지 못한 자들의 것이고, 연옥의 죄들은 죽기 이전에 회개한 자들의 죄이다. 그러므로 지옥의 죄들은 정죄될 수 없으며 영원히 벌받을 자들의 죄들이고, 연옥의 죄는 구원을 받은 영혼들이 천국에 올라가기에 앞서 연옥에서 정죄받는 것이다.
지상 낙원은 지상의 완전한 행복을 상징한다. 인간이 하느님의 의지에 복종하며 교회와 군주국의 보편적인 권력들을 조화시킬 줄 안다면 이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화천에 올라가기 전에 그들은 지상의 죄를 망각하게 하는 레테 강에 몸을 씻고, 선행의 기억을 새롭게 하는 에우노에 강물을 맛보며 정화되어야 한다. 이제 마지막에 이르러 단테는 베르질리우스와 스타시우스(P.P. Statius, 45~96)의 안내를 벗어나 베아트리체의 안내를받는다. 베아트리체는 단테에게 나타나 그를 천국으로 안내한다.
<천국 편> : 천국은 빛과 춤과 노래와 완전한 환희와 덕이 있는 왕국이다. 여기 있는 영혼들의 본거지는 정화천이지만, 단테가 도착하자 그에게 축복의 여러 계층을 알려 주기 위하여 각각 그들에게 적합한 지역으로 내려가 그를 맞는다. 천국에 있는 지복자들은 똑같은 축복을 받고 있다. 그들의 의지는 곧 하느님의 의지이고, 또 그러기에 그들은 하느님이 마련해 놓은 질서를 만끽하기 때문이다. 아홉 개의 하늘들이 지구를 주축으로 하여 돌고 있는데, 이 하늘들에는 천사들이 좌정하고 있다. 가장 느리게 돌고 있는 하늘인 월천(月天)에는 하느님 앞에서 행한 서원을 지키지 못한 영혼들이 반사된 영상처럼 나타나 있다. 그들은 불완전한 영혼들(spiriti difettivi)이다.
활동적인 영혼들(spiriti attivi)은 불완전한 영혼들처럼 하나의 하늘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제2 하늘에서 제6 하늘에까지 널리 퍼져 있다. 제2 · 제3 하늘에는 절제, 제4 하늘에는 지혜, 제5 하늘에는 힘, 제6 하늘에는 정의를뜻하는 천사들이 있다. 명상적인 영혼들(spiriti contempla-tivi)은 제7 하늘에 있다. 제 2하늘인 수성천에는 자신의 명성을 남기기 위해서 선을 행하였던 영혼들이 있는데, 그들은 환희에 겨워 노래하고 춤추는 빛살들처럼 자그마한 형체를 띠고 나타난다. 영혼들이 찬란한 빛을 발하는 것은 제3 하늘 이후부터이다. 천국의 영혼들은 정화천에 이르러서야 인간의 모습을 다시금 취하게 되고 그 전에는 빛 속에 가려 있다. 제3 하늘인 금성천에는 하느님께 향하게 될 인간적인 사랑을 강렬히 느꼈던 영혼들이 축복을 받고 있다. 그들은 조금 빠른 속력으로 움직이면서 노래를 부르는 빛들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들은 또 하느님을 인식하면 할수록 더 더욱 사랑의 열기에 싸이고 신비로운 환희를 맛
보게 된다. 제4 하늘인 태양천에는 지혜로운 영혼들이 단테와 베아트리체 주위에 두 겹을 이루어 노래하고 춤을 춘다. 그 뒤에 이어지는 화성 · 목성 · 토성의 하늘들에 있는 영혼들은 상징적인 형상을 띠고 있다. 화성에는 신앙을 위해 싸운 영혼들이 거대한 십자가를 이루고 있는데, 그 안에 그리스도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한다. 목성에는 의로운 영혼들이 노래를 부르며 정의와 제국의 상징인 독수리를 이루고 있으며, 토성에는 명상적인 영혼들이 황금 계단을 조용히 오르고 내린다. 이 계단은 끝이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다.
제8 하늘인 항성천에서 단테는 그리스도의 사도들로부터 신학적인 질문을 받는다. 즉 신앙, 소망, 사랑 등에 관해 시험을 치르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승리가 승천하는 것을 본다. 원동천인 제9 하늘에서 단테는 아득히 멀리 자리잡고 있는 점 하나를 보게 되는데 그 점은 곧 하느님을 상징한다. 바로 이 점에서 하늘과 모든 자연이 달려 있으며, 그 주위에는 하늘을 움직이는 천사들의 아홉 합창대가 하느님의 의지에 따라 돌고 있다. 단테는 활동적인 삶과 명상적인 삶의 모든 것을 두루 살펴보았으므로 최고의 하늘이라고 할 정화천에 이르게 된다. 이곳은 모든 지복자들의 진정한 보금자리이다. 여기서 시인은 하얀 장미꽃을 이루고 있는 지복자들을 보며 삼위 일체의 신비를 깨닫고 '태양과 다른 모든 별들을 움직이는 사랑' 인 하느님을 관상하게 된다. 그리하여 가장 완전한 평화를 발견하는 것이다.
우의적 상징성 : "우리네 인생 길 반 고비에/ 올바른 길을 잃고서/ 어두운 숲 속에 처해 있었다" 라는 시작 문장을 비롯하여 《신곡》 전반에서 단테는 우의(寓意, allego-ria)의 방법을 이용하여 글자 이면의 속뜻을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였다. 더욱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시어들과 인물들, 그리고 모든 에피소드와 사건들은 상징성을 띠고 있는데, 이 상징성은 때로는 단순하지만 때로는 복합성을 지니고 있다. 예컨대 앞에 인용한 처음 문장에서 반 고비' 란 70세로 본 인생의 중간 35세를 의미하고, '올바른 길 은 선한 길 즉 참된 신앙 생활을 상징하며, '어두운 숲 은 윤리적으로 타락한 사회를 뜻한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문장을 구성하는 이러한 상징성들은 이 밖에도 여러 가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평 가〕 《신곡》은 하느님의 가르침을 문학적인 수법으로 부드럽게 전해 주는 가톨릭 문학의 최고봉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허황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작품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세계가 환상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전적으로 역사적 사실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점은 다른 어느 문학 작품과 비견할 수 없는 가치를 선보인다. 또한 이 불후의 명작은 악을 이겨내기 위한 선의 투쟁에서 인간이 하느님의 섭리와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보여 줄 수 있는 능력, 나아가서는 인간 그 자체를 우주적으로 또 포괄성 있게 표현하였다. 따라서 이 작품은 단순히 시(詩)라기보다는 역사와 전설 그리고 이상적인 전망과 실제적인 삶을 웅장하게 조명한 서사시에 해당한다. (→ 가톨릭 문학, 이탈리아의 ; 단테, 알리기에리)
※ 참고문헌 Dante Alighieri, La Divina Commedia, vol. 3, Nuova ed., a cura di Sapegno, La Nuova Italia, Firenze, 11th ed., 1995/ Adler & Cain, Imaginative Literature I , Encyclopaedia Britannica Inc., 1961/ M. Barbi, Life of Dante, trans. by P. Ruggiers, Univ. of California Press, Berkeley, 1954/ T.C. Chubb, Dante and His World, Brown & Co., Boston, 1966/ B. Croce, La Poesia di Dante, Laterza, Bari, 1966/ F. Fergusson, Dante, Mac-Millan, New York, 1966/ F. Freccero, Dante, Prentice Hall, Englewood, 1965/ N. Sapegno, Storia Letteraria del Tresento, Ricciardi, Napoli, 1963/ A. Dante, 한형곤 역, 《神曲》, 삼성출판사, 1978/ 홈즈, 한성철 역, 《단테》, 문경 출판사, 1987/ 한형곤, 《이탈리아 문학의 이해》, 거암, 1984/ 한형곤 외, 《문예 사조사》, 새 문사, 1986. 〔韓炯坤〕
《신곡》 神曲 〔이〕La Divina Com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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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권

단테는 철저하게 가톨릭 교리에 입각한 불후의 명작 《신곡》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