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 모세 오경의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책. 이스라엘의 기원 이야기를 마감하고 율법서에 담긴 신앙 내용을 종합 · 정리한 것이다.
〔명 칭〕 이 책을 그리스어로 번역한 사람은 신명기 17장 18절의 '미쉬네 핫토라 핫초트' (מִשְׁנֵ֨ה הַתֹּורָ֤ה, 이 법의 사본)라는 말을 '토 데우테로노미온 토우토' (τὀ Δευτερονόμιον τούτο)라고 표현하였다. 동일한 표현을 여호수아서 8장 32절(칠십인역은 9장 2절)에서도 볼 수 있는데, 여기에서는 "여호수아는 모세가 써 둔 모세의 법사본' 을 이스라엘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그 돌들에 새겼다" 라고 하였다. 이 그리스어 '토 데우테로노미온' 이'반복되는 법' 또는 '둘째 법' 을 의미하고, 이를 라틴어로 '데우테로노미움' (Deuteronomium)이라고 부른 데에서 '신명기' 라는 명칭이 유래하였다. 그러므로 고대 번역자는 "이것은 주님께서 이스라엘의 자손들과 호렙에서 맺으신 계약에 덧붙여, 모압 땅에서 그들과 맺으라고 모세에게 명령하신 계약의 말씀이다"라고 전하는 신명기 28장 69절(칠십인역은 29장 1절)을 문자 그대로 이해하면서,신명기를 시나이 계시 다음에 이루어진 것으로 이해한듯하다.
그러나 히브리 전통은 이 책을 통해 하느님께서 거룩한 산(신명 14, 12. 13. 36 ; 5, 22 등)에서 발설하신 그 '말씀들' 이 모세가 요르단 강 건너편, 곧 모압 땅(1, 1-5)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발설한 '말씀들' 을 통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그러므로 성서가 책으로 묶여 인쇄되기 이전 즉 16세기까지만 해도 성서의 첫 다섯권에는 제목을 붙이지 않았으며, 낱권을 지명할 경우에는 단순히 첫 글자들로 불렀다. 그래서 신명기는 '엘레핫드바림' (אֵלֶּה הַדְּבָרִים, 이것이 그 말씀들이다) 혹은 단순히 '핫드바림' (הַדְּבָרִים, 말씀들)이라고 불렸는데, 유대문헌들 중에는 '소페르 미쉬네 토라' (סֹפֵר משנה תּוֹרָה, 율법을 반복하는 책)라고 지칭한 경우도 있다.
〔내 용〕 이 책은 모세가 요르단 강 건너편 지역을 정복하고 나서 모압 광야에서 행한 세 개의 큰 담화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서 모세는 과거의 사건들을 요약하고 종교적인 의미를 설명하면서 가나안 땅을 정복한 뒤에 이스라엘 백성이 취해야 할 종교적 · 사회적인 삶에 대하여 말하였다. 모세는 이스라엘의 흥망 성쇠는 하느님의 법을 지키느냐 지키지 않느냐에 달려 있음을 크게 강조하였다. 그리고 모세의 뒤를 이어 약속된 땅을 정복하기까지 계속해서 이스라엘을 인도할 지도자 여호수아를 뽑고나서 모세가 죽는 것으로 이 책은 마무리되었다. 그러므로 핵심 부분을 차지하는 모세의 말은 그가 죽기 전에 하직 인사를 하며 남긴 유언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 부분은 모세의 담화가 있었던 시기와 장소를 표현하는 서론적인 구절(1, 1-5)이 있은 뒤에 1장 6절과 더불어 시작되고 있다. 모세는 시나이를 출발해서 요르단강 건너편 모압 땅에 이르기까지 겪었던 모든 사건들을 요약한다. 그러나 4장 1절과 더불어 담화의 내용이 바뀌고 있다. 모세는 "이제 내가 너희에게 실천하라고 가르쳐 주는 규정들과 법규들을 잘 들을 것"(4, 1)을 권하였다. "모세가 그들에게 선포한 법령들과 규정들과 법령들" (4, 45)을 제시하는 4장 44-49절에 다시 한번 소제목을 실은 뒤, 5장 1절에서 새로운 내용을 시작하고 있다.
이때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을 불러모으고 시나이 사건, 특히 이스라엘 백성이 야훼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하였다. 그러나 여기에서 모세는 그가 당시에 받은 메시지를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달하면서(5, 29-6, 3) 권고를 계속하여, 곧 가나안 땅에 정착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과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위험들을 생각하면서 야훼 하느님께 충성을 다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순종할 것을 호소하였다(6, 4-11, 32). 12장부터는담화의 문체와 내용이 완전히 달라진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이 실천해야 할 하나하나의 규정과 법령을 낱낱이 설명하였다. 제사규정과 가나안 종교 의식을 따라서는 안된다는 것, 먹을 수 있는 짐승과 먹을 수 없는 짐승이 있다는 것, 십일조규정(12-14장)에 관해 지적하였다. 이어 빚을 탕감해 주어야 할 규정과 종에게 자유를 주어야 할 규정, 축제 규정 등 법적인 면(15, 1-16, 17)과 재판관 · 왕 · 사제 · 예언자들의 올바른 처신에 대해서도 말하였다(16, 18-18, 22). 19장부터는 여러 자료들이 산만하게 배열되어 있다는데, 살인자의 도피성, 전쟁에 관한 법, 맏아들의 상속권과 인간 사회에서 지켜야 할 도리 등이 일정한 논리 없이 서술되다가(19-25장) 계약 갱신에 관해 당부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26, 16-19). 그러나 이와 같은 일련의 규정들이 27장으로 인해 갑자기 중단된다. 왜냐하면 여기에서 모세는 저주받을 열두 가지 죄에 대해 언급하면서 에발 산에 제단을 쌓으라는 것과 그리짐 산과 에발산 사이에서 축복과 저주에 관한 예절을 하도록 지시하기 때문이다. 계약 갱신에 관한 26장 16-19절의 내용은계약과 관련해 받게 될 축복과 저주에 대해 언급한 28-30장에서 다시 계속되고 있다. 31장에는 모세가 그의 후계자로 여호수아를 임명하고 "이 법에 있는 말씀을 책에 끝까지 다 기록했다"고 언급되어 있다. 그러고 나면 모세의 마지막 노래(32장)와 모세가 각 지파에 빌어 주는 축복(33장)이 소개되고, 모세가 느보 산에서 죽는다는 소식을 전하는 것으로 신명기는 모두 끝난다(34장).
그 기본 골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I . 하느님의 행위(1, 1-4, 43)
서론 : 1, 1-46
카데스부터 시혼과 옥을 정복하기까지의 승리 : 2,1ㅡ3, 29
규정과 법규를 준수하라는 권고 : 4, 1-43
II . 하느님의 법(4, 44-26, 19)
서론 : 4, 44-49
십계명 : 5, 1ㅡ11, 32
이스라엘의 기본적인 법령 : 12, 1ㅡ26, 19
Ⅲ . 하느님과의 계약(27, 1ㅡ31, 30)
저주받을 죄 : 27, 1-26
축복과 저주 : 28, 1-69
순종 권면 : 29, 1-29
시나이 계약 갱신의 결론 : 30, 1-20
모세의 마지막 권면 : 31, 1-21
여호수아를 후계자로 임명 : 31, 22-30
IV . 부록(32, 1ㅡ34, 14)
모세의 노래 : 32, 1-47
결론 : 32, 48-52
모세의 축복 : 33, 1-29
모세의 죽음 : 34, 1-14
〔구조와 단일성, 편집 의도〕 현재의 신명기는 계약의 법전 혹은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과 맺으신 계약을 중심으로 쓰여진 단일 작품이다. 신명기의 구조는 오랜 역사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기에 언뜻 보기와는 달리 한 작품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신명기 안에는 두 개의 서론적인 담화(1, 1-4, 40과 4, 44-11, 32)와 몸체 부분을 이루는 법 규정들(12-26장) 그리고 여러 첨가문들, 가령 모세의 노래(32, 1-43)와 모세의 축복(33장)이 들어 있다. 또한 신명기 자체가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소제목들을 싣고 있다. "이것이 그 말씀들이다" (1,1), "이것이 율법이다" (4, 44), "이것이 규정들과 법규들이다" (12, 1), "이들이 계약의 말씀이다"(28, 69). 이 밖에도 중복되는 부분들(가령 27-28장의 축복과 저주)이 있다. 이렇게 문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신명기는 여러 자료들이 한데 묶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신명기 자체 안에서 여러 다른 층을 구분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학자들은 '원래의 신명기' 형태나 신명기를 이루고 있는 층들을 구분해 내기 위해 여러 가지 가설을 세웠다. 두 개의 설교 형태(1-4장과 27장, 5-11장과 28-30장)가 원래의 법 규정(12-26장)의 테두리를 만들었다는 주장도 있으나, "신명기계 역사가" 가설(M. Noth)에 따르면 1-3(4)장은 여호수아 · 판관기 · 사무엘 · 열왕기를 포함하는 신명기계 역사가의 작품에 대한 서론이고, 5-11장만이 신명기 법의 진정한 서론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대부분의 학자들은 4장 44절부터 28장 68절까지가 원래의 신명기를 형성하는 부분이라는 데 대해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
문학적인 차이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명기의 마지막 형태는 명확한 의도를 지니고 있다. 저자는 옛 법조문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새롭게 받아들이며 새로운 법 형태를 제시하였고, 당대의 상황과 필요성을 감안하면서 모세의 법을 제시하고 해석하려 하였다. 그러므로 역사적이고 법적인 요소들은 이 같은 의도에 따라 이용되었다. 저자는 우상 숭배로 인한 위험과 뼈아픈 체험을 깊이 인식하면서 자기 백성이 자신의 역사와 법조문들과 그 사명을 망각하고 있다는 분명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저자와 저술 연대〕 단일 왕정의 가능성을 전제한 점(17, 14-15), 농경 사회가 아니라 상업 사회를 반영한 점(15, 1 이하와 23, 11 비교), 솔로몬의 지혜와는 거리가 먼 지혜의 영향과 예언자들의 체험에 대한 언급과 예언들(18, 18 이하) 등은 모세가 이 신명기를 썼다고 말할 수없게 하는 점들이다. 그러므로 드 베테(W.ML. de Wette, 1780~1849)의 획기적인 이론과 더불어 신명기를 비평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 책이 언제 누구에 의해 편집되었는가 하는 문제를 끊임없이 연구하였다. 드 베테가 제시한 학설을 크게 수정하면서도 그들은 많은 가설들을 세웠다. 열왕기 하권 22장에 따르면 성전에서 주님의 '법전' 을 찾았다고 한다(22, 8). 여기에서 '법전' 이라는 표현은 신명기의 결론 부분들(30, 10 ; 31, 26)과 신명기를 가리키는 성서 본문들(여호 1, 8 ; 8, 31-35 ; 느헤 8, 1-3)에서만 볼 수 있는 표현이다. 특히 열왕기 하권 23장에서 보도하는 요시야의 종교 개혁 때 있었던 일들은 신명기에서 요구하는 사항들과 매우 밀접히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두 성서 사이의 연관성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므로 여러 학자들의 이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자들은 신명기가 기원전 7세기에 요시야(2열왕 22장 이하)의 개혁과 어떤식으로든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에 동의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개혁 운동이 신명기에 남아 있다는 사실 외에도 아직 모든 학자들이 동의하지 못하는 세부 사항들도 있는데, 가령 이 개혁 운동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보이는 영향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에 대해 의견이 일치되지 않는다는 것 등이다. 특히 많은 학자들이 신명기 자료 가운데 상당 부분은 기원전 7세기 이전의 것들이지만, 이보다 훨씬 더 나중에 와서 신명기에 대한 재편집 작업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신명기 계약이 '에사르 하돈' (Esarhaddon)의 계약 체결문과 크게 유사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신명기가 기원전 7세기 정도에 형성되었다고 보면 무난할 것이다.
〔문학 유형〕 신명기는 모세가 하느님의 백성을 이끌고 40년 동안 사막을 헤매다가 가나안 땅에 정착하려고 하던 때에 행한 일련의 '담화들' 로 구성되어 있다. 그때 모세의 나이는 120세(31, 2)로 죽음이 임박한 때였다(31,14. 16). 바로 이때 모세는 느보 산 봉우리에 올라가서(32, 48 ; 34, 1) 곧 차지하게 될 약속된 땅을 멀리서 바라보고 죽었다(34, 5).
신명기는 모세가 자신의 마지막 뜻을 글로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유서(testament)이다. 사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이 살아가면서 반드시 지켜야 할 규정과 충고를 남긴 것 외에도 후임에 관한 규정들을 남기면서 이를 여호수아에게 맡겼다(31, 1-8. 14-15 ; 34,9). 다른 모든 유서에서 볼 수 있듯이 모세는 자신이 남기는 법규들이 글로 쓰여지기를 원하였다(31, 9). 모세가 죽기 직전에 작성한 '유서' 문학 유형은 성서의 다른 곳은 물론 이집트와 고대 근동 문학, 특히 지혜 문학 안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사실 신명기 전체가 이스라엘의 미래 왕들을 위한 일종의 교본으로 제시되기도 한다(17,14-23). 유서 문학 유형에 속하는 것들로는 여호수아(여호 23-24장), 사무엘(1사무 12장), 다윗(2사무 23, 1-7 ; 1열왕 2, 1-11), 토비아(토비 4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와 같은 문학 유형은 신약성서에서도 볼 수 있는데, 특히 예수가 최후 만찬 때에 한 말(요한 14-17장)과 사도 바오로가 에페소의 원로들에게 한 마지막 인사말(사도 20, 17-18)에서도 볼 수 있다.
〔신 학〕 신명기는 구약성서 안에서도 전형적인 신학서이다. 신명기는 유일한 하느님에 대한 이스라엘의 신앙과 이 하느님께서 당신이 선택한 백성과 맺으신 유일한 계약 관계를 훌륭하게 발전시키고 있다. 신명기 전체에이와 같은 신학 사상이 스며 있다.'계약' 이란 일반적으로 동일하지 않은 두 당사자 사이의 관계이다. 더욱 강한 편이 약한 편에 계약을 체결해 주는 것이다. 계약을 통해 이스라엘로 하여금 당신의 동반자가 되게 해주신 하느님께서 그 백성과 관련을 맺으신 것은 순전히 그분의 은총 때문이었다. 계약이 법적인 관계를 전제로 한다면, 이는 친교 관계를 결정적으로 보증해 줌을 뜻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은총을 부여해 주신다는 것을 법적으로 표현하고 또 보증하는 것이 계약이다. 하느님 자신이 계약을 선포하시고(4, 13) 호렙에서 이 계약을 맺으셨으며(5,2-3 ; 9, 9) 현 세대에게는 이 계약을 새롭게 제시하신다.
계약 조건에 들어감으로써 이스라엘은 거룩한 백성이 되었고(7, 6 ; 28, 9 ; 참조 : 출애 19, 5-6 : 레위 19, 2) 하느님의 백성으로 승격되었다(27, 9 ; 29, 12). 그러므로 이스라엘이 하느님과 맺은 관계는 자연적인 관계나 신화적인 관계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자유롭게 선택하시어 당신 자신을 계시해 주심으로써 이루어진 관계이다. 또 하느님은 구체적인 역사 안에서 성조들을 불러 주시고 이집트에서 해방시켜 주심으로써 이 관계를 맺어 주셨다. 역사적으로 있었던 과거의 사건들이나 현재의 사건들을과거 사건들과 끊임없이 연결시키는 것은 이들이 계약조건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 본질적인 요소들이기 때문이다(4, 37 ; 5, 6 ; 7, 7 이하 ; 26, 5 이하). 달리 표현하면, 하느님은 역사 안에서 계속해서 당신 백성의 하느님이시고 또 하느님이시기를 원하신다는 말이다(26, 17 : 29, 12). 이스라엘은 야훼 하느님의 백성이고, 야훼께서는 이스라엘의 하느님이시다.그러므로 신명기 신학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유일신 사상이다. '야훼' 만이 유일하신 하느님이며 그분께만 신앙을 바쳐야 한다는 신명기 신학(4, 35. 39 ; 7, 9 ; 10, 14 ; 32, 39)이 이론적인 면에서는 이사야 예언자에 의해결정적인 형태를 취하지만, 실제로 이 신앙은 모세와 엘리야와 아모스 등의 신앙과 일치한다. 이 하느님은 성조들의 하느님이며, 당신 자신을 계시해 주신 그 백성을 인도하고 보호하는 하느님이시다. 이스라엘 백성은 오직 야훼 하느님께만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께서는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라고말하는 6장 4절의 말씀을 유일신 사상을 확인하는 말로 이해할 수 있다. 이 하느님은 자연과 생명을 보살펴 주시며 때맞춰 비를 내려 주심으로써 잘살게 해주시는 분이시고(11, 10-15), 모든 생명체에게 복을 내려 주시는 분이시다(28, 4). 그분은 나라들과 이스라엘의 운명을 좌우하시는 분이시며, 그들에게 땅을 주시고 다시 빼앗을 수있는 분이시다(1-3장 ; 4, 38 ; 6, 10 이하). 그러므로 신명기 작가는 다른 신들이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걱정하지 않는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그 신들이 아무런 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고려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훼 하느님만이 모든 권위와 능력과 모든 피조물의 원천이시며, 우주는 그분께만 속할 뿐이다.
하느님이 이스라엘과 맺어 주신 계약은 법적인 측면 외에도 개인적인 밀접한 관계를 표현하는 것이다. 이 관계는 하느님을 사랑하라는 초대를 통하여 구체적으로 드러난다(6, 4). 하느님께서 먼저 당신 백성을 사랑하셨기에 백성은 이 하느님의 사랑을 배워(7, 8) 사랑과 충실성으로 응답하며 모든 것을 바쳐 하느님을 사랑하여야 한다. 말로만이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서 이 사랑이 드러나야 한다. "내가 오늘 너에게 명하는 주 네 하느님의 계명을 듣고,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며 그분의 길을 따라 걷고, 그분의 계명들과 규정들과 법규들을 지키면, 네가 살고 번성할 것이다. 또 주 너의 하느님께서는 네가 차지하러 들어가는 땅에서 너에게 복을 내리실 것이다" (30, 16).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삶' 은 '영원한 생명' 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약속된 땅에서의 구체적인 삶을 가리킨다. 계약에 충실하는 삶이 구원과 안녕을 약속하듯이, 계약을 지키지 않으면, 곧 하느님을 멀리하고 그분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개인과 공동체는 부패하게 된다 (28장). 이것이 신명기가 전해 주는 핵심 신학이며, 이 가르침이 역사 안에서 실현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요약하고 있다(30장).
〔신명기와 지혜 문학〕 신명기에 나오는 내용과 개념 가운데에는 지혜 문학과 유사한 점이 많다. 예를 들면 구약성서 안에서는 신명기와 잠언에서만 볼 수 있는 '하느님께서 역겨워하신다' 는 표현은 수메르-아카디아 문학과 이집트의 왕 아멘호테프(Amenhotep)의 가르침에서도 볼 수 있다. 모세 오경의 첫 네 권에서는 볼 수 없는 율법에 관한 병행 구절들을 지혜 문학에서 볼 수 있다. 가령 하느님의 말씀은 '한마디도 보태거나 빼지 못한다' 고 명령하는 내용은 신명기(4, 2 ; 13, 1)와 잠언(30, 5-6)에서만 볼 수 있으며, 경계선을 옮기지 못한다는 명령(신명 19, 14 ;27, 17)과 가짜 저울과 가짜 되를 사용하지 말라는 명령(신명 25, 13-16)은 잠언(22, 28 ; 23, 10 ; 11, 1 ; 20, 10.23)과 이집트의 아멘호테프의 지혜(17, 15ㅡ19, 3)에서만 볼 수 있는 내용이다. 또 신명기와 잠언에서처럼 가짜 저울과 되를 사용하지 말라고 명령하는 이유도 동일하다. 성서에 따르면 "그것은 하느님께 혐오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며"(신명 25, 13-16 ; 잠언 11, 1 ; 20, 10. 23), 이집트의 아멘호테프 지혜에 따르면 "임금에게 혐오스러운 일" (18, 15-19, 3)이기 때문이다.
신명기(23, 22-26)에서 맹세에 대해 경고하고 있는데, 그 병행 구절을 코헬(5, 1-5)에서도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의 지혜(잠언 20, 13 ; 18, 7)와 비이스라엘의 지혜(BWL 104, 131-33)는 한결같이 성급한 맹세를 하지 못하게 경고하고 있다. 지혜 문학과 병행되는 구절을 신명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제 주인에게서 피신해 온 종을 주인에게 넘겨서는 안된다"는 신명기의 구절(23, 16)은 "주인에게 그의 종을 헐뜯어 말하지 말아라. 그 종이 저주하면 너는 하릴없이 당한다" 고 깨우치는 잠언(30, 10)에 상응한다.
신명기에서 지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구약성서의 여러 곳에서도 볼 수 있는 일이다. 계약을 준수하는 일은 지혜롭고 슬기로운 일이며, 규정과 법규를 지키는 이스라엘 백성은 '지혜 있고 슬기로운 백성' 으로 여겨진다. 이와 같은 동일화는 어떤 의미에서 지혜를 기원전 7세기에 이스라엘에서 생겨난 법과 동일시하는 것인데, 이때 법 문학을 작성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던 사람들은 서기관들과 현인들이었다(예레 8, 8 ; 시라 24, 23). 신명기(1, 9-18)에 따르면 백성들의 시비를 가리기 위해 모세는 "지혜롭고 슬기로우며 지식을 갖춘 사람"을 임명하였다. 출애굽기의 옛 전통(18, 13-27)에 따르면 임명된 재판관들은 여러 자질을 지니고 있어야 하고, 특히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참되게 살며 욕심이 없고 유능한 사람"이어야 했다. 지혜와 슬기와 지식은 지혜 문학에서 지도자와 판관이 지녀야 할 특징이었다(잠언 8, 15-16). 신명기 16장 19절을 출애굽기 23장 8절과 비교하면 재판관과 관리들이 동일한 태도를 지녀야 함을 알 수 있다.출애굽기에서는 "뇌물은 멀정한 눈을 가리워 올바른 사람들의 소송을 뒤엎는다"라 강조하였고, 신명기의 병행 구절에서는 재판관과 관리는 "뇌물을 받아도 안된다. 뇌물은 지혜로운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죄 없는 사람의 소송을 뒤엎어 버린다" 고 가르치고 있다.
신명기계 역사 서술에서도 동일한 개념을 보게 되는데, 백성을 다스릴 수 있도록 솔로몬은 지혜를 받았다(1열왕 3, 4-15). "하늘의 별처럼 많아진"(신명 1, 9-10) 백성을 다스리는 것을 힘겨워 한 모세처럼, 솔로몬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1열왕 3, 8-9) 백성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몰라 한다. 신명기 1장 9-18절의 저자처럼, 열왕기 상권 3장 4-15절의 신명기계 편집자도 완전한 재판을 위해 꼭 필요한 기본적인 것이 지혜라고 여겼다.
끝으로, 신명기 신학을 대표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내가 오늘 너에게 명하는 주 네 하느님의 계명을 듣고,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하며 그분의 길을 따라 걷고, 그분의 계명들과 규정들과 법규들을 지키면, 네가 살고 번성할 것이다. ··· 생명과 죽음, 복과 저주를 네 앞에 내놓았다. 너와 네 후손이 살기 위해서는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 (신명 30, 15-20)는 가르침이다. 이는 지혜 문학에서 지혜를 선택하는 것이 곧 생명의 길임을 반복해서 가르치는 것과 같다. 곧 유일하신 주 하느님만을 섬기고 그분의 계명을 성실하게 지키라는 신명기 신학이 지혜를 선택하면 살고, 어리석은 길을 선택하면 죽음을 면치 못한다는 것(잠언 1장 ; 3, 18 ; 4, 13 등)을 가르치는 지혜 문학에서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 모세 오경)
※ 참고문헌 G. Braulik, Studien Zur Theologie des Deuteronomiums, 《SBAB》2, Stuttgart, 1988/ ㅡ, Studien zum Buch Deuteronomium, 《SBAB》 24, Stuttgart, 1997/ J. Cairns, Word and Presence Deuteronomy, 《ITC》, Grand Rapids, 1992/ C. Clifford, Deuteronomy, 《OTM》 4, Wil-mington, 1982/ W.M.L. de Wette, Dissertatio critica exegetica qua Deute-ronomium a prioribus Pentateuchi libris diversum, alius ujusdam recenti-oris actoris opus esse monstratur, Halle, 1805/ S.R. Driver, Deuteronomy, 《ICC》, Edinburgh, 1901/ N. Lohfink, Das Hauptgebot, 《AnBib》 20, Rom, 1963/ ㅡ, Studien zum Deuteronomium und zur deuteronomistischen Literatur 1, 《SBAB》 8, Stuttgart, 1990/ ㅡ, Studien zum Deuterono-mium und zur deuteronomistischen Literatur II , 《SBAB》 12, Stuttgart, 1991/ 一, Theology ofthe Pentateuch, Minneapolis, 1994/ 一, Studienzum Deuteronomium und Zur deuteronomistischen Literatur Ⅲ, 《SBAB》 20, Stuttgart, 1995/ A.D.H. Mayes, Deuteronomy. Based on the Revised Stan-dard Version, 《NCBC》, London, 1981/ S.D. McBride, Jr., Deuteronomium, Deuteronomistisches Geschichtswerk, Deuteronomistische Schule, 《TRE》13, pp. 530~543/ P.D. Miller, Deuteronomy, Interpretation, Louisville, 1990/M. Noth, The Deuteronomistic History, 《JSOT. SS》 15, Sheffield, 1981/ G.von Rad, Deuteronomy : A Commentary, Philadelphia, 1966/ ㅡ, 《IDB》 R. Rendtorff, Das Alte Testament. Eine Einführung, Neukirchen-Vluyn, 3th ed., 1988/ J.-P. Sonnet, The Book within the Book, 《BIS》 14, Leiden, 1997/J.H. Tigay, Deuteronomy, 《JPS Torah Commentary》, 1996/ M. Weinfeld, Deuteronomy and the Deuteronomic School, Oxford, 1972/ ㅡ, Deutero-nomy 1~11, 《AB》 5, New York, 1991/ 一, 《ABD》 2, pp. 168~183/ C.Wright, Deuteronomy, 《NIBC》 4, Peabody, MA 1984/ W. Zimmerli, ZurStruktur der alttestamentlichen Weisheit, 《ZAW》 51, 1933, pp. 177~204. 〔朴永植〕
신명기 申命記 〔히〕אֱלָּה הֲדְּבָרִים 〔그〕Δευτερονόμιον 〔라〕Liber Deuteronomii 〔영〕Book of Deuteronomy
글자 크기
8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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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계명이 포함된 신명기 단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