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 神秘 〔그〕μυστήριον 〔라〕mysterium 〔영〕myst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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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로는 사도의 신분을 일컬어 '하느님의 신비를 맡은 관리인' 이라고 하였다.

바오로는 사도의 신분을 일컬어 '하느님의 신비를 맡은 관리인' 이라고 하였다.

인간의 이성이나 지력으로 이해하거나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
〔용 어〕 우리말에서 '비밀' (秘密, secret)과 '신비' 의 뜻은 엄밀히 구별된다. '비밀' 은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일을 뜻하며, 공개 또는 폭로할 경우에는 누구나 알게되는 것이다. 이에 반해서 '신비' 는 사람의 이성이나 지력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거나 설명할 수 없는 영묘(靈妙)하고 기이한 일을 뜻한다. 성서에서 신비는 주로 신적 비밀을 가리키는 데 사용되었다. 따라서 신비는 계시 · 상징 · 비유 등을 통해서 그 내용이 밝혀지더라도 여전히 인간의 이해력을 초월하는 부분이 남아 있다.
신구약 성서에는 우리말의 비밀과 신비의 의미에 해당하는 내용이 둘 다 나온다. 인간사와 관련된 비밀이라는 낱말의 의미는 특별히 혼동의 여지가 없으나(시편 44, 21; 잠언 20, 19), 신적인 비밀 즉 신비를 표현하는 데는 용어상의 혼란이 있다. 그러나 히브리어에는 비밀과 신비를 구별하는 용어가 없다. 잠언 11장 13절과 20장 19절 및 25장 9절은 인간의 비밀을 가리키고 아모스서 3장 7절은 앞으로의 역사에 관한 하느님의 비밀을 가리키지만, 히브리어로는 똑같이 '소드' (סוד)가 사용되었다. 이를 《공동 번역 성서》와 《구약성서 새 번역》에서는 '비밀' 이라고 번역하였다. 신적 비밀의 계시에 관한 사상은 주로 묵시 문학에 나오는데, '라즈' (רז)로 표현된 이 신적 비밀이라는 개념이 다니엘서에 9번(2, 18. 19. 27. 28. 29. 30. 47[2번] : 4, 9) 사용되었다. 이를 공동 번역 성서에서는 '비밀' 로, 구약성서 새 번역에서는 '신비' 로 번역하였다.
그리스어로 신적 비밀 즉 신비를 가리키는 용어는 신약성서에서 정착되었다. 이는 '뮈스테리온' (μυστήριον)이라는 용어로, 신약성서에서 28번 사용되었다. 《200주년 기념 신약성서》에서는 고린토 전서 2장 7절과 요한 묵시록 17장 5절 외에는 이것을 모두 '신비' 로 번역하였다. 반면에 《공동 번역 성서》에서는 '숨은 진리' (로마11, 25), '심오한 진리' (로마 16, 25 ; 1고린 4, 1 ; 15, 51; 에페 5, 32 ; 6, 19 ; 골로 1, 26. 27 ; 4, 43. 44 ; 1디모 3,9), '심오한 계획' (에페 3, 3. 4. 9), '심오한 뜻' (에페 1,9), '신비로운 계획' (묵시 10, 7), '신비' (1고린 13, 2), '진리' (1디모 3, 9), '비밀' (묵시 1, 20) 등 여러 가지로 번역하였다.
신약성서에서 사용된 '뮈스테리온' 은 아마도 《칠십인역 성서》에서 차용된 듯하다. 칠십인역 성서에서는 다니엘서 2장과 4장에 나오는 '라즈' 를 모두 '뮈스테리온' 으로 번역하였다. 칠십인역 성서의 지혜서 2장 22절과 6장 22절에서는 이 낱말이 신적 비밀을 가리키는 데 사용되었으나, 집회서 2장 22절, 17장 21절, 27장 16절과 토비트서 12장 7절 및 11절에서는 사람의 비밀을 가리킨다. '뮈스테리온' 은 본래 그리스에서 신비 종교의 비밀 의식(儀式)을 표현하는 데 사용되던 용어였고, 지혜 서 14장 15절과 23절에 나오는 '뮈스테리아' (μυστήρια)는 그러한 종교적 의식을 가리킨다. 따라서 칠십인역 성서에서는 '뮈스테리온' 이 신적 비밀로서의 신비를 표현하는 전문 용어로 정착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신구약 중간 시대 및 신약 시대에 성행한 묵시 문학은 이스라엘의 미래 운명 또는 하느님의 구원 경륜 등에 관한 계시에 관심을 집중하였다. 하지만 신약성서는 칠십인역 성서로부터 '뮈스테리온' 을 차용하여 묵시 문학적 사상과 관련된 종말론적 신적 계시의 내용을 지시하는 전문 용어로 정착시켰다.
〔구약성서〕 칠십인역 성서에서 '신비' 라는 용어가 신적 비밀을 표현하는 데 사용된 곳은 다니엘서 9군데와 지혜서 2군데뿐이다. 하느님이 꿈 또는 환상을 통해서장차 일어날 일들을 인간에게 알려 주는데, 그러한 정보의 내용을 '뮈스테리온' 이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이 낱말이 단수형과 복수형으로 구별되어 사용되었다는 점이다. 다니엘서에서는 느부갓네살 왕에게 제공된 그 특정한 계시의 내용을 지칭할 경우에 '이 비밀' · 그 비밀' 이라는 의미로 단수형을 사용하였지만(2, 18. 19. 27. 30과 47절의 첫째 것), 하느님이 장차 일으킬일들의 내용을 모두 지칭할 경우에는 복수형이 사용되었다(2, 28과 47절의 둘째 것 : 4, 9[6]은 어법적으로 단수형으로써 복수의 의미를 나타냄).
〔신약성서〕 복음서에서 '신비' 라는 용어가 사용된 곳은 공관 복음서의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에 대한 해석과 관련된 문맥뿐이다(마태 13, 10-15 : 마르 4, 10-12 ; 루가8, 9-10). 제자들이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었을 때 예수는 "여러분에게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마르코)-하느님 나라의 신비들(루가)-하늘 나라의 신비들(마태오)를 알아듣게 해주셨다" 고 대답하였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첫째로 '이 비유' · '모든 비유들의 신비' 라 하지 않고 '하느님 나라' · '하늘 나라의 신비' 라고 한 사실과, 둘째로 마르코 복음에서는 '신비'라는 낱말이 단수형으로 사용된 데 반해서 마태오 복음과 루가 복음에서는 복수형으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이다. 예수의 모든 활동과 가르침의 핵심은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선포하는 데 있었다. 따라서 어떤 비유의 의미를 올바로 안다는 것은 비단 그 하나의 비유에 담긴 내용을 아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그것을 통해서 드러난 하느님 나라의 실상을 깨닫는 것을 뜻한다. 귀신을 쫓아내는 예수의 기적 행위 속에 하느님 나라가 실현되고 있는 현실을 믿음의 눈으로 볼 수 있듯이, 비유로 말하는 예수의 가르침을 통해서 하느님 나라가 이미 작용하고 있음을 믿음의 눈으로 볼 수 있다. 그것이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깨닫는 것이다. 하느님 나라의 신비란 곧 예수의 활동과 가르침을 통해서 드러난 하느님의 인류 구원 계획이다. '신비' 의 단수형과 복수형 중에서 어느 쪽이 전승사적으로 더 근원에 속하느냐 하는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 바오로 서간에서도 단수형(로마 16, 26)과 복수형(1고린 4, 1)이 혼용되고 있지만 로마서 구절이 후대의 전승에 속하며 후기 바오로 서간에서 단수형만 사용된 점을 고려할 때, 복수형이 더 오랜 전승에 속한다고 볼수 있다.
바오로는 사도의 신분을 일컬어 "그리스도의 일꾼으로, 하느님의 신비(복수형)를 맡은 관리인"(1고린 4, 1)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하느님의 신비는 그리스도교 선포의 내용인 복음과 동의어이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계시된 하느님의 구원 사건이다. 또 바오로가 고린토 교회에 선포한 "하느님의 신비"(1고린 2, 1)도 하느님의 구원 경륜을 뜻한다. 로마서 16장 25절에는 바오로가 전하는 복음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선포와 오랜 세월동안 감추어 두었던 비밀이 완전히 동격으로 병렬되어 있다. 바오로는 로마서 11장 25절에서 하느님이 이스라엘 백성을 잠시 배척하면서 이방인들을 부르는 데 숨겨진 하느님의 원대한 구원 경륜을 가리켜 "다음 신비"라고 하였고, 고린토 전서 15장 51절에서는 마지막 때에 살아 남은 사람들에게 일어날 몸의 변화를 가리켜 "한 가지 신비"라고 하였다. 고린토 전서 2장 7절에서 바오로는 자신이 고린토 교회에 전한 구원의 소식을 '하느님의 지혜' 라고 지칭하면서 '신비' · 비밀' 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이 지혜를 수식하였다. 이 지혜는 곧 하느님의 구원 경륜으로서 세례 전부터 마련되어 감추어져 있었던 것이다. 바오로는 방언으로 말하는 사람들의 발언의 내용을 가리켜 '신비들' 이라고 하였다(1고린 13, 2 ; 14, 2). 이 두 경우에 '신비' 는 하느님의 구원 경륜뿐만 아니라 하느님과 초월 세계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와 인간사에 관한 갖가지 정보를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것이다. '신비' 라는 용어는 후기 바오로 서간 특히 에페소서와 골로사이서에서 비로소 완전히 단수형으로 정착되었고, 복음 · 그리스도 사건 · 하느님의 구원경륜 등을 뜻하였다(에페 1, 9 ; 3, 3.4. 9; 6, 19 ; 골로 1, 26. 27 ; 4, 3. 4). 디모테오 전서 3장 9절에서는 그 용어가 그리스도교 믿음의 내용과 동일시되었으며, 3장 16절에서는 그리스도교 또는 그리스도교의 신앙 생활과 동일시되었다. 다만 예외적으로 에페소서 5장 32절에서는 그 말씀의 문자적 의미 배후에 숨어 있는 유비적 의미를 '신비' 라고 표현하였다. 데살로니카 후서 2장 7절에서는 "불법의 신비"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사탄의 불법이 은밀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나타내었다.
요한 묵시록에는 오직 10장과 20장에서만 '하느님의 신비' 가 '하느님의 구원 경륜' 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으며, 1장 20절과 17장 5절 및 7절에서는 '신비' 라는 용어가 '암호' 또는 '상징' 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교부들 가운데에서 이냐시오(Ignatius Antiochenus, 35?~110?)가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신비' 라고 일컬었으며(Ad Mag-nesios 9, 2) 마리아의 동정 · 출산 예수의 죽음을 '세 가지 신비' 라고 하였다(Ad Ephesios 19, 1).
〔의의와 영향〕 구약성서에는 세속적인 의미에서 인간의 비밀과 하느님의 구원 계획으로서의 신적 비밀을 구별하는 용어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칠십인역 성서의 다니엘서에서 비로소 미래의 역사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을 '신비' 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표현하였는데, 이것은 본래 그리스 세계의 신비 종교들에서 거행되는 외부인에게 은폐된 종교적 의식을 표현한 말이었다. 그리고 신약성서에서 이 용어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하느님의 구원 사건 또는 그것과 관련된 하느님의 구원 경륜을 지칭하는 전문 용어로 점점 정착되었다. 신약성서는 이 '신비' 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예수 그리스도라는 역사적인물의 활동을 통해서 나타난 구원 사건을 하느님의 종말적 구원 경륜과 일치시켰던 것이다. 그래서 외부적으로는 그리스도교의 구원 소식을 이방 세계 신비 종교들의 비역사적인 구원관에 대립시켰으며, 내부적으로는 그 노시스주의 및 이단들의 몰역사적인 구원관을 경고하였다. 즉 신비 종교에서 유래한 용어를 역사적인 하느님의 계시 사건에 적용함으로써 신비 종교 및 신비 사상의 폐해를 차단하였다.
하느님의 구원 경륜은 계시를 통하여 알려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결국 '공개된 비밀' 에 속한다. 그것을 '신비' 라는 용어로 표현하는 것은 하느님 구원 사건의 은폐성을 부각시키는 데 역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 편에서 그 구원 사건의 불가해성(不可解性) 또는 불가사의성(不可思議性)을 고백하는 데 역점을 두는 것이다. (→ 신비 신학 ; 신비주의)
※ 참고문헌  R.E. Brown, The Pre-Christian Semitic Conception of Mystery, 《CBQ》 20, pp. 417~443/ ㅡ, The Semitic Background of the Temm Mystery in the New Testament, Facet Books, Biblical Series 21, Phila-delphia, 1968. 〔金昌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