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모습을 표현하는 비유 가운데 하나로,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일치를 이루어 그리스도의 몸을 형성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그리스도 안에 교회가, 교회 안에 그리스도가 내재되어 있음을 묘사한 것이다.
〔개념의 역사〕 그리스도와 결합되어 있는 교회를 가리키는 표현인 "그리스도의 몸" (Corpus Christi)은 바오로의 서간들과 교부들의 작품에서 나타나지만, 그 수식어인 '신비스런' (mysticum)은 전연 그렇지가 않다. 그리스도의 신비스런 몸을 뜻하는 '신비체' 란 용어는 12세기 초신학 작품들에서 '신전(神戰) 교회' (ecclesia militans)를 지칭하기 위해 처음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고, 공식 문헌에서 최초로 사용된 것은 교황 보니파시오 8세(1294~1303)의 교서 <우남 상탐>(Unam sanctam, 1302. 11. 18)에서였다. 그리고 이 신비체 교리는 바오로로부터 시작하여 교부들과 스콜라 신학자들에 의해 발전되었다.
성 아우구스티노(354-430)는 교회를 '온전한 그리스도' (totus Christus)라고 일컬었으며, 8세기의 신학자 리바노와 마우로는 최초로 "가톨릭 교회는 신비스럽게 하나의 몸이다" 라고 단언하였다. 또한 중세 초기의 신학은 교회를 그리스도의 '참 몸' (Verumorpus)이라고 하였고, 성체를 신비체라고 불렀다. 그러다가 투르의 베렌가리우스(Berengarius, 1000?~1088) 이단이 성체 안에 계시는 그리스도의 실제적 현존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그 의미가 변하였다. 즉 성체는 그리스도의 '참된' 또는 '실제적' 몸이라고 지칭된 반면에, 교회는 그리스도의 '신비스러운' 몸이라고 불렸다.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3)는 그리스도의 신비체 개념을 받아들여 교회는 그리스도와 더불어 "거의 하나의 신비로운 인격체" (quasi una mysticapersona)를 형성한다고 단언하였다. 이러한 문헌 이외에도 교황 레오 13세(1878~1903)의 <사티스 코니툼>(Satiscognitum, 1896)과 교황 비오 12세(1939~1958)의 <그리스도의 신비체>(Mystici Corporis, 1943. 6. 29)를 통하여 이 교리는 발전되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교회가 구원의 성사이고 그리스도의 성사라는 관점에서, 즉 성사의 개념으로 이 교리를 종합하였다. "성자는 당신의 성령을 주심으로 인하여 모든 백성들 중에서 불러모으신 당신 형제들을 당신의 몸으로 신비스럽게 구성하셨다. 우리는 다 그의 몸의 지체를 이룬다(로마 12, 5). 인간 육신의 지체는 많을지라도 그 모든 지체가 한 몸을 이루는 것과 같이 신자들도 그리스도 안에서 그러하다(1고린 12, 2)" (교회 7항).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교회가 친교의 신비임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신비체 교리는 성서에 바탕을 둔 전통 가르침이다. 바오로에 의하면 신앙인들은 "그리스도의 몸"(1고린 12, 27 : 12, 14) 또는 "그리스도 안에 (있는) 한몸" (로마 12, 4-5)이고, 그들의 몸은 "그리스도의 지체들"(1고린 6, 15-17)이며 "그리스도는 몸의 머리, 교회의 머리" (골로 1, 18)이다. 요한 복음서에 나오는 '포도나무의 비유' (15, 1-6)와 사도 행전(9, 4-5)에도 이 교리가 암시되어 있다.
사도 바오로는 두 가지 관점에서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으로 소개하였다. 우선 그는 로마서와 고린토 1서에서 신앙인들은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몸을 이루는 지체들 이라고 하였다. "몸은 하나이지만 여러 지체를 가지고 있으며, 그 몸의 지체는 여럿이지만 모두 한 몸이듯이, 그리스도의 몸도 그렇습니다"(1고린 12, 12 : 로마 12, 4). 바오로는 여기서 다수나 다양성보다는 단일성이나 일치를 더욱 강조하였는데, 몸의 단일성은 그 존재의 구성적이고 근본적인 핵심이다. 교회의 구성원들은 다양성 안에서 일치를 이루면서 모두 그리스도의 유일한 몸의 지체를 형성한다. 이 서간들에서 제시하고 있는 그리스도의 몸' 표상은 교회가 인격체(신앙인)들의 막연한 집합이 아니라 동등한 품위를 지니지만 다양한 기능을 가진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유기체' 임을 가르치는 것이다. 또한 바오로는 골로사이서와 에페소서에서 그리스도와 교회를 각각 머리와 몸에, 그리스도를 몸인 교회의 주님으로 묘사하였다. 바오로가 위의 서간들에서 그리스도인들간의 일치를 강조하였다면, 이 서간들에서는 그리스도와 신앙인들 사이에 맺어지는 일치의 유대를 역설한 것이다. 바오로와 '몸' 의 개념은 육신을 영혼의 감옥으로 간주하는 그리스 철학의 개념이 아니라 몸을 통하여 인간이 활동하고 세상 및 다른 이들과 관련을 맺음으로써 몸을 인간의 가시화로 여기는 셈족의 개념이다.
바오로는 그리스도와 신앙인들 사이에 맺어지는 일치 관계와 성체에 관한 가르침에서 신비체 교리를 전개하였다. 세례로써 그리스도인이 된 사람은 신앙 안에서 그리스도와 합체되며(로마 6, 3-11), 성체성사는 그리스도와 신앙인을 더욱 깊은 일치로 이끈다. "우리가 떼는 빵은 그리스도의 몸과 맺는 친교가 아닙니까?(1고린 10, 16)또 그리스도를 성체와 관련 지어 이 일치를 천명하였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 머물고 나도 그 사람 안에 머뭅니다"(요한 6, 56). 세례 · 성체 · 신앙, 이 세 가지는 그리스도인을 죽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결합시키는 일치의 원리들이다. 세례를 받아 신앙인이 된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의 몸을 통해 그리스도안에서 유일한 유기체를 형성하므로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다. 그리스도와 신앙인들 간의 이 일치는 그들을 그리스도와 결합시키고 또 유일한 몸이 되게 함으로써 그리스도 안에 있는 유일한 존재로 변화시킬 정도로 강하고 친밀하다(1고린 10, 17).
요한 복음서의 포도나무 비유와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의 옆구리에서 나온 "피와 물" (요한 19, 34)도 신비체 교리를 시사하는 것이다. 피와 물에 대하여 교부들은, 마치 하느님이 잠든 아담의 옆구리에서 '갈비뼈' 를 취하여 그것으로 그의 짝인 하와를 지어 내셨듯이(창세 2, 21) 십자가 위에서 '죽음의 잠' 을 자고 있던 그리스도의 옆구리로부터 새 하와 곧 교회를 태어나게 하셨다고 해석하였
다. 아담의 갈비뼈가 아담과 하와가 한 몸' 임을 가리키는 상징이라면, 요한이 전한 그리스도의 "피와 물"은 그리스도와 '한 몸' 인 교회를 시사하는 상징이 된다. 교회는 죽고 현양되신 그리스도 자신에게서 태어난 것이므로 교회 구성원들은 "포도나무에 붙어 있는 가지"처럼 그리스도와 한 생명을 나눈다. "나는 포도나무요 여러분은 가지들입니다" (요한 15, 4-5). 신자들과 그리스도를 결합시키는 끈은 "성사들을 통하여 수난하시고 현양되신 그리스도와 신비롭고 실제적 방식으로 일치되는 신앙인들 안에 부어지는 예수의 생명자체" (교회 7항)이다. 이 일치가 놀라운 효과를 내는 이유는 신앙인들을 신비로이 그리스도에게 합치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앙인들은 "그리스도 안에" 있고, 어떤 방식으로 그리스도와 동화되고, 그분 안에 합체되고, 그분과 더불어 죽고 부활하여, 그분을 위하여 산다. 이 일치의 내적 원리는 죽고 현양되신 그리스도의 생명이다. 일치의 또 다른 원리는 "머리와 지체들 안에 현존하시어 몸 전체를 살리시고 통합하시며 움직이시는"(교회 7항) 성령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와 교회 사이에 신비로운 일치를 이루어 주는 것은 그리스도의 생명과 성령이다. 이 둘에 의하여 그리스도와 결합된 교회는 몸처럼 볼 수 있고, 나누어지지 않으며, 다양한 구조(교계 제도, 평신도들과 수도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구조)와 효과적인 성화의 방편들(성사들)을 갖추고 있다.
〔머리인 그리스도〕 그리스도와 신앙인은 한 몸을 이룰 정도로 긴밀히 일치되지만, 그리스도는 그 몸인 교회의 '머리' 이다.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를 교회의 머리로 제시함으로써 교회 내에서 그리스도가 차지하는 위치와 역할도 지적하였다. "그리스도는 당신의 몸인 교회의 머리이시다"(골로 1, 18). "하느님은 그리스도를 교회의 머리로 삼으셔서 모든 것을 지배하게 하셨습니다"(에페 1, 22-23 : 4, 15 ; 5, 23). 머리인 그리스도에 의해 조직된 그의 몸인 교회는 그로 말미암아 성장 · 발전하고 완성으로 나아간다. 교회와 그리스도는 한 몸을 이루지만 서로 구분되고, 그리스도는 머리로서 교회를 지배하고 통합시키고 완성한다.
몸인 교회 전체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면서 그리스도가 몸의 머리 곧 교회의 머리가 된 까닭은, 첫째로 죽은 이들 가운데서 최초로 살아나 맏이가 되어 만물 가운데 으뜸이기 때문이고(골로 1, 15-18), 둘째로는 몸인 교회를 자신의 영광 즉 신적 생명의 보화로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에페 1, 18-23).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네 가지 측면에서 그리스도가 몸인 교회의 머리임을 묘사하였다. 첫째 그리스도는 지체들을 자기 생명의 신비체에 결합시키고, 자신과 더불어 고난과 죽음을 겪고 다시 살아나도록 부름으로써 자신과 같아지게 한다. 둘째 직무와 은사들을 선사하고 그것들로 교회를 건설하며, 몸의 성장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셋째 그리스도가 자신의 영으로써 몸을 새롭게 하고 계속 일치시킨다. 넷째 몸을 자기 신부처럼 사랑하고 몸이 하느님의 충만에 이르도록 다양한 선물로 꾸민다(교회 7항) . 머리는 몸을 지배하고 몸은 전적으로 머리에 의존한다. 마찬가지로 그리스도는 자기 뜻에 따라 완성을 향하여 교회를 이끌고, 교회를 통하여 하느님 나라를 위한 자신의 사업을 완성해 나간다. 그리스도는 교회를 중심으로 온 우주를 지배하고 완성한다. 머리로서 그리스도는 교회에 모든 영양분을 공급하며(말씀과 성사), 교회를 통하여 보편적 구원 경륜을 펼치고 만물을 다스린다. 머리인 그리스도와 일치된 교회는 그리스도 덕분에 인간의구원과 만물의 완성에 몸의 자격으로 참여한다. 이로써 교회는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위한 그리스도의 도구로사명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리스도가 교회와 이루는 일치는 물리적인 합체가 아니다. 즉 신앙인 각자가 그리스도의 몸에 흡수되어 물리적으로 한 인격체를 이루는 것이 아니다. 또 이 일치는 법인체와 같은 윤리적인 일치도 아니다. 교회는 각 신앙인이 내적 관계 없이 영생이라는 공동 목표만을 추구하는 법인체와 같은 것이 아니라 그 일치는 '신비로운 것'이다. 그 일치는 인간의 감각을 초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만 실제적인 일치이므로 신비로운 것이다. 그리스도와 신앙인은 각기 구분된 인격체로서, 그리스도의 생명과 성령의 능력에 의해 한 영적 생명에 참여하는 데서이루어지는 신비로운 일치이다.
바오로의 신학에서 인간의 '몸' 은 단순히 정신으로부터 분리된 인간의 '살' 이 아니라 '볼 수 있고'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온전한 인간' 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그리스도와 그분의 성령으로부터 분리된 가시적 제도만은 아니고, 자신을 볼 수 있게하고 사람들과 스스로 관계를 맺으시는 그리스도 자신이다. 따라서 교회가 신비체라고 하는 교회가 세상 안에 계시는 그리스도 현존의 고유한 자리임을 뜻한다. 교회는그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하느님 아들의 강생이 지속하고 또 그 결과 사람들이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는 그런 자리이다. 그리스도 자신이 그 같은 뜻을 분명히 표명하였고, 생전에 인성과 결합되었듯이 신앙 공동체와 일치되기를 원하였다. 그분은 자신의 온전한 구원과 사랑을 전해 주기 위하여 교회를 필요로 하였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능을 받았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가서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세례를 베풀고 ··· 가르치시오. 나는 세상 종말까지 어느 날이나 항상 여러분과 함께있습니다"(마태 28, 18-20).
〔성사로서의 교회〕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시간 안에서 또 지상의 모든 영역에 그리스도를 확장하고 모든 세대의 사람들에게 그리스도를 전한다. 교회를 통해 그리스도는 세상 안에 현존하고 활동하면서 계속 살아 계신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 및 사건을 현실화하고 지속시키는 기본 도구이다. 교회는 살아 있는"그리스도의 성사"(전례 5항, 26항 ; 교회 8항, 9항) 즉 그리스도를 볼 수 있게 하고, 구체적인 시간 · 공간 안에 현존하게 한다. 그렇지만 그리스도는 그 몸인 교회의 머리이므로 교회를 도구처럼 이용하고, 교회는 그리스도에게 전적으로 종속되어 있다.
신비체라는 표현은 성사의 두 기본 요소, 곧 가시적인 실재와 불가시적 또는 영적인 실재를 드러낸다. '몸' 이라는 용어는 볼 수 있고 파악할 수 있고 외적 감각에 의해 인식될 수 있는 어떤 실재를 드러내고자 한다. 이 용어에 붙는 '신비로운' 이라는 수식어는 가시성을 배제하지 않으나 인간 공동체에서 감각적인 경험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신앙에 의해서만 파악되는 신적 실재가 감추어져 있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참 하느님이고 참 사람이신 그리스도의 성사적 구조가 인간적이며 동시에 신적인 교회에도 그대로 반복된다(교회 8항) 교회는 그리스도와의 친교인 까닭에 그리스도의 몸이다. 교회는 그리스도를 믿고,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의 성체로 살고, 신앙과 세례 및 성체로 그리스도의 몸 자체가 되는 하느님의 백성이다. 교회가 근본적으로 그리스도의 공동체이므로 그리스도를 역사 안에서 현실화시키는 성사 역시 은총의 표지이고 구원의 도구이다. "원천적 성사이신 그리스도께서 동시에 인간이시고 하느님이시었듯이, 비슷한 방식으로-교회에는 본체적 결합은 없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는 아니다-보편적 구원의 성사인 교회도 인간적이자 동시에 신적이다. 여기서 신적 요소는 언제나 인간적 요소 안에서 체현되며 그것을 투명하게 한다. 인간적 요소는 신적 요소를 섬기는 처지에 있으며 역사적인 것이 되게 해준다" (L. Boff).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지 그리스도 자신은 아니다.
그리스도는 "인류의 빛이지만 교회는 빛 자체가 아니다. 그리스도 홀로 태양처럼 빛 자체이고, 교회는 달처럼 빛을 받아 비추는 반영일 뿐이다. 교회는 그리스도가 아니고, 예수가 이 세상에 오신 유일한 목적인 하느님 나라도 아니다. 교회는 표지나 상징이지 실재가 아니며, 실재는 바로 그리스도이고 하느님 나라이다. 교회는 그 실재의 표징이다. 그리스도 덕분에, 그리스도 때문에 교회는 유효한 표징 곧 성사가 되었다. 그리스도와 교회는 둘이 면서 한 몸을 이룬다.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교회는 실재인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자신 안에서 그리스도를 만나게 해준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신비체이므로 그리스도의 성사이고, 나아가 하느님과 인간의 일치 그리고 인간 상호간의 일치를 표시하고 실현시키는 구원의 성사이다(교회 9항 ; 전례 26항). (→ 교회 ; 그리스도의 몸 ; 예언직)
※ 참고문헌 정하권, 《교회론》 , 신학 총서 19, 분도출판사, 1981, pp. 10~28/ Hans Küng, 이홍근 역, 《교회란 무엇인가》, 분도출판사 1978, pp. 145~158/ A. Dulles, Models of the Church, New York, 1974,pp. 43~70. 〔崔榮喆〕
신비체 神秘體 〔라〕Corpus Christi mysticum 〔영〕mystical Body of Christ
글자 크기
8권

1 / 2
신비체란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일치를 이루어 그리스도의 몸을 형성한다는 의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