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의 의지가 인간들에게 전달되는 것. 한자를 풀이하면 '신에게 청(託)한다' 는 의미로, 인간이 신의 의지가 어떠한지 듣기를 청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신탁' 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오라쿨룸' (oraculum)은 '말하다' · '청하다' 라는 뜻의 동사 '오라레' (orare)에서 파생된 말로, 신이 자신의 의사를 말로 전달하는 것 또는 인간의 입장에서 신에게 어떻게 해주기를 청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 분〕 신탁이라는 개념을 말뜻 그대로 충실하게 이해하자면, '인간이 신의 의지를 알기 위해 혹은 특별한 지침을 얻기 위하여 신에게 청하는 것과 그에 따라 신이 응답해 주는 것' 을 뜻한다. 이러한 단어적 정의에서 드러나는 신탁 개념의 특징은 인간이 먼저 청한다는 점, 구어(口語)든 문어(文語)든 간에 인간의 언어 형태로 전달된다는 점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실제로 신탁이라는 개념에 대한 관용적 이해 역시 이러한 내용이었다. 또 이 특징들을 내세워 신의 의지가 인간에게 전달되는 것과 연관된 유사한 몇몇 개념들(계시, 예언, 점 등)과 신탁 개념을 구분 지으려 하기도 했지만, 사실 이러한 구분은 엄밀한 것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여러 문화권과 종교 전통에서 행해졌던 예들을 비교해 보면 신탁이나 예언과 점 등은 중복적인 의미와 내용을 지닌 개념들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어느 한 개념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지만, 그 같은 특징적 내용을 다른 개념의 이름으로 행했던 예들도 있다.
신탁과 계시 : 신탁은 신적인 무엇이 인간에게 드러내 보여진다는 점에서 계시(reveratio)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고대 종교에서는 영계(靈界)와 접촉할 능력을 지닌 사람을 통하여 계시가 이루어졌는데, 이때 계시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초자연적인 힘이었으며, 그 다음이 이 힘을 조종하고 이용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지식이었다. 신탁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계시의 개념을 담고 있다. 하지만 계시라는 개념은 신적인 것이 인간들에게 드러내 보여지는 것과 연관된 모든 것을 포괄하는 개념이고, 어느 정도 신의 입장에서 성립하는 개념이다. 반면에 신탁은 인간의 입장에서 의도적으로 신의 의지를 확인하는 형태를 의미하는 개념이다.
신탁과 예언 : 신탁은 예언(prophetatio) 개념과도 유사하다. 일반적으로 예언은 미래를 예견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그 본질적인 의미는 신의 뜻을 미리 말하는 것이다. 과거 · 현재 · 미래에 관한 신의 계시를 전달하는 것이 예언의 본질적인 의미이므로, 이런 점에서 예언은 계시나 신탁의 개념과 근본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러나 예언과 신탁을 구분해서 설명하는 입장도 있었다. 신탁이 인간의 청에 의해 신이 응답을 통해서 자신의 뜻을 전해 주는 것인 반면에, 예언은 인간의 청과 상관없이 전해지는 신의 계시라는 점이다. 아울러 예언은 종종 정치적 · 사회적 변화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고, 예언자라는 특정 중재자를 통하여 신의 의사가 전달된다는 점이 특징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이러한 예언과 예언자의 개념은 특히 고대 이스라엘의 개념을 주축으로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예언과 신탁의 구분은 엄밀한 것이 아니다. 고대 이스라엘 전통에서도 초기에는 묻고 답하는 식의 예언이 보편적이었으며, 인간의 청과 상관없이 신이 예언자라는 중재자를 통해 전달하는 형태의 예언은 기원전 8세기경 아모스나 이사야 등의 예언자들에게서 비로소 형성된 것이었다. 결국 신탁과 예언 개념은 엄격히 구분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실제로 현대 학계에서는 종종 이 두 개념을 서로 구분 없이 사용하기도 한다.
신탁과 점 : 신탁은 넓은 의미에서 점 또는 점술( 占術, divinatio)의 한 형태로 이해할 수 있다. 점의 토대가 되는 것은 인간에게 자주 영향을 주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인간의 삶에 개입한다는 믿음이다. 이 믿음에 기초하여 인간은 여러 가지 인간사에서 그 초자연적인 존재의 의사를 확인하여 그로부터 보장과 확인을 받기를 원하는데, 인간의 이러한 바람이 점술의 형태로 실현되는 것이다. 점의 관행에서 기본적인 것은 초자연적인 존재자가 관찰될 수 있는 어떤 흔적을 세상에 남긴다는 믿음이다. 새들의 비행, 희생 제의에 사용되는 동물에게 나타나는 어떤 흔적, 불에 굽힌 거북이나 소 뼈의 균열 등 초자연적인 흔적들로부터 신의 메시지를 확인한다. 또는 주사위나 동전 던지기, 제비뽑기, 특별한 뼈나 나무 막대기의 모양 맞추기 등을 통하여 신의 의사를 확인하기도 한다. 결국 신에게서 오는 메시지로 이해되는 상징이나 표징들을 해석하는 기술 또는 그 해석에 관한 이론들을 통칭하여 점혹은 점술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탁은 기본적으로 점의 여러 형태 중 하나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신탁과 점은 서로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두 개념을 구분하려는 시도도 있다. 신탁이나 점 둘 다 인간이 의도적으로 신의 의사를 확인하려는 것이라는 점은 일치하지만, 점과 비교할 때 신탁은 인간 언어의 형태로 신의 메시지가 전달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탁이 이루어지는 대상으로서의 신적 존재는 인격적 존재라는 점 역시 신탁의 특징이다. 또한 신탁은 특정한 신적 존재와 특정한 장소와 연관되어 이루어진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신탁과 점과의 구분 역시 엄밀한 것은 아니다.
〔의 미〕 신탁이라는 개념은 기본적으로 신의 의지가 인간에게 전달되는 여러 방법과 형태들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마찬가지로 신적인 것이 인간에게 전달되는 현상을 의미하는 개념인 계시 · 예언 · 점 등과 비교해 보면, 부분적으로는 구분되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으면서도 동시에 서로 중복되는 의미와 기능을 지니고 있다. 신적인 것이 인간에게 드러내 보여지는 것이라는 가장 기본적인의미에서 보면, 신탁 역시 계시 개념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범주를 축소하여 인간이 먼저 청하거나 의도적으로 신의 의지를 확인하려는 형태를 의미하는 개념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점의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이 아무런 문제없이 엄밀하게 통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신탁이라는 개념을 다른 유사 개념들과 확고하게 구분 지으려는 노력은 그리 큰 의미가 없다.
따라서 신탁 개념을 신의 명령, 분부 또는 대답을 의미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넓은 개념으로 정의한다면,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사항들을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신탁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신측에서 먼저 인간에게 무언가를 예고하거나 가르침을 내리고자 하는 경우와, 인간측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신에게 청하는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또 신탁이 이루어지는 양상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특정한 매개자 혹은 중재자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형태로, 중재자가 일종의 황홀경 내지 빙의(憑依) 상태에서 신의 의사를 전달한다는 것이 그 특징이다. 둘째, 보다 직접적으로 이루어지는 형태인데, 꿈이나 현시(顯示) 등을 통하여 신의 뜻이 직접 전달되는 것이다. 셋째는, 특정 사물이나 기구를 이용하거나 전조(前兆) 혹은 자연 현상 등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형태이다. 여기에는 그러한 상징이나 징표들을 통해 드러난 신의 뜻을 해석하는 일종의 전문가 역할이 강조된다.
신탁은 일반적으로 특정 장소에서 특정 시기에 특정한 의례 형태와 연관되어 행해지는 것이지만, 더 일반적으로는 수시로 필요에 따라 혹은 불현듯 이루어지는 예들도 있다. (→ 계시, 종교학에서의 ; 예언 ; 우림과 둠밈)
※ 참고문헌 W. Richard Comstock, The Study ofReligion and Primi-tive Religionsl David E. Aune, 《ER》 11, pp. 81~87/ H.J. Rose, Divination,《ERE》, New York, 1911/小口偉一 · 堀一郎, 《宗敎學辭典》, 東京大學出版會, 1989. 〔吳智燮〕
신탁 神託 〔라〕oraculum 〔영〕 ora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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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권

신의 의지가 인간에게 전달되는 것을 '신탁' 이라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