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리주의

功利主義

〔라〕utilitarismus · 〔영〕utilitaria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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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리주의의 제창자인 벤담(왼쪽)과 존 스튜어트 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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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리주의의 제창자인 벤담(왼쪽)과 존 스튜어트 밀.

모든 도덕적 문제를 단일한 공리의 원칙으로 해결하고, 개인과 사회의 도덕성에 보편적 성격을 부여하면서 행동을 규정하는 기준을 제공하는 사회 규범적 도덕 이론의 하나. 이러한 공리주의의 의미는 이미 그리스 철학에서부터 나타나고 있으나, 그것이 윤리학적으로나 사회운동의 개념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영국에서였다. 뿐만 아니라 공리주의는 현대의 자본주의와 자유 민주주의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도덕 이론으로, 주로 영국의 경험론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것은 단순한 개념상의 공리주의나 예술에서 말하는 공리주의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공리주의는 공리(公利)주의로 번역하기도 한다.
〔특징과 요소〕 공리주의의 첫번째 특징은 공적 도덕과 사적 도덕의 구분 없이 모든 도덕적 문제를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단일한 공리의 원칙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데 있다. 곧 인간의 모든 행위와 사회의 모든 관행을 단일한 이론으로써 평가하려는 노력으로, 이 점에서 공리주의는 칸트의 의무론(義務論)과 유사하다. 둘째, 여기에서는 개인의 평등성과 존엄성을 인정하면서도 개인의 도덕성은 그것이 전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달려 있다는 보편적 성격을 부여한다. 그러므로 각 개인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동기와 타인을 도우려는 일반적 자비심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체의 이익과 공리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도덕적 행위가 가능하다고 본다. 이 점에서 공리주의는 이기주의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셋째, 공리주의는 도덕 평가를 공리 계산에 의해 결정할 수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직관의 역할을 극소화하고 도덕의 경험 과학화를 추진한다. 여기에서 다양한 도덕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애매 모호하고 신비스러운 직관에 의해서가 아니라 명확한 공리 계산에 의해서 제시되지만, 모든 경우에 있어서 공리 계산이 명확하거나 가능한지는 그 자체로서 논란의 여지가 많다. 넷째, 공리주의는 모든 가치를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환원주의적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인간의 주관적 가치가 가치의 유일한 척도이고, 따라서 다른 모든 것은 도덕적 가치만 지니는데, 이것도 행복을 증진시키는 데에 기여하는 정도에 따라서 그 가치를 지닌다고 한다.
센(Amartya Sen)에 따르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공리주의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공통 요소를 지닌다. 첫째, 공리주의는 결과주의적 요소를 가진다. 여기에서 결과주의는 개인 행위와 사회 정책의 도덕성이 그 자체의 본질적 내재적 가치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져오는 결과에 따라서 결정된다. 전통적 도덕관과 칸트의 의무론에 따르면, 행위나 규칙 자체에 본질적 가치가 내재한다. 예를 들면, '거짓말하지 말라' , '약속을 지켜라' , '살인하지 말라' 등과 같은 규칙은 절대적으로 준수되어야 한다. 반면에 결과주의는 모든 행동이 그 결과에 따라서 평가되며, 그 결과가 선한 행동은 장려되어야 하고, 그 결과가 악한 행동은 금지되어야 한다. 따라서 특수한 경우에는 거짓말하는 것이 오히려 옳은 행동일 수가 있기 때문에 공리주의는 규칙에 대한 절대적 복종이 아니라, 경험적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다.
둘째, 공리주의는 복지주의(welfarism)적 성격을 갖는다. 행위나 법칙의 다양한 결과 중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각 개인의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자원과 재화 자체가 독립적 가치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부터 도출되는 인간의 쾌락, 효용 또는 행복의 정도가 중요한 것이며, 개인이 욕구하지 않는 객관적 대상은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니지 못한
다. 즉 인간의 주관적 행복, 쾌락을 제외한 다른 모든 것은 오직 도구적 가치만을 지니고, 인간에게 유용성을 부여하지 못하는 것, 인간이 욕구하지 않는 것 등은 아무런 가치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리주의에서는 극대화의 대상이 결국 인간의 행복과 쾌락으로 귀결되고 있다.
셋째, 공리주의는 각 개인의 행복과 쾌락을 통합하여 사회 효용 함수(social utility function)를 창출하는 총합산방식(sum-ranking)을 택한다. 여기에서 각 개인의 효용은 평등하게 취급되고, 모든 개인의 효용은 누락됨이 없이 모두 계산에 포함된다(one man, one vote). 이러한 공리주의적 계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수적 효용 함수를 도출해 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될 필요가 있다. 우선 단일한 측정 기준, 모든 개인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면서도 중요한 보편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다만 그 기준은 반드시 경험적일 필요는 없으며, 오히려 가치적일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 많은 양의 정보가 필요하다. 한 개인의 내부만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비교해서 측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적 배경〕 공리주의적 요소는 공리주의의 제창자로 알려진 벤담(Jeremy Bentham, 1748~1832) 이전의 사상사에서 이미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생명 가치에 대한 쾌락주의적 이론은 기원전 5세기 초 무렵의 아리스티푸스(Aristippus of Cyrene)의 윤리학, 그리고 이로부터 100년 후에 있은 에피쿠루스(Epicurus) 학파의 이론에서 발견된다. 또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1806~1873)은 금욕주의적 성격을 띤 스토아(Stoa) 학파도 쾌락을 증진시키려는 한 특수한 방도를 그 나름대로 추구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말하는 공리주의는 영국의 지성사에서 발전된 것이었다. 즉 이것은 17세기 도덕 철학자인 컴벌랜드 경(Bishop Richard Cumberland)에서 시작되어 한 세대 후에는 영국의 '도덕감' 이론가인 허치슨(Francis Hutcheson)에 의해서 더욱 명확해지게 되었다. 허치슨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을 창출하는 행동을 최선의 행동으로 분석하고, 최선의 결과를 계산하는 방식을 제공하기까지 하였다. 한편 흄(David Hume, 1711~1766)은 인간의 도덕 기원을 동정심과 자비심에서 발견하였지만, 현대의 공리주의와 같은 형태를 실제로 인정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18세기의 공리주의 선구자들로는, 프리슬리(Joseph Priestley)와 프랑스의 헬베시우스(Claude-Adrien Helvétius), 이탈리아의 법철학자인 베카리아(Cesare Beccaria) 등이 있다. 또한 정치학자인 고드윈(William Godwin), 터커(Abraham Tucker) , 팰리(William Paley) 등도 벤담에게 영향을 미쳤다.
벤담은 유명한 저서 《도덕과 입법의 원리 서문》에서 "자연은 인간을 쾌락과 고통이라는 두 군주의 지배 하에 두었다" 고 선언하였다. 근본적으로 인간은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회피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벤담은 쾌락을 기수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일곱 개의 기준을 척도로 제시하였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은 강도와 지속성이다. 또 그는 철저한 개인주의적 입장을 취해 우리가 공동체라고 부르는 집단의 공리는 결국 개인 공리의 집합에 불과하다고 하면서 영국 사회가 전통과 관습에 대해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에 반기를 들고, 사회 공리를 극대화시키지 않는 제도와 관습은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할레비(Élie Halévy)의 말을 빌리면, 공리주의는 기존의 제도를 개혁한다는 점에서 '철학적 급진주의' 라 할 수 있다.
벤담은 변호사로서 사법과 입법 제도의 개혁에도 관심을 가졌다. 그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로 대표되는 동태 복수법(同態復讐法, lex talionis)은 정의가 아니라 동물적 본능의 충족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리고 과거 감옥이라고 불리던 것을 교도소로 개칭하고, 죄수들을 단순히 처벌할 것이 아니라 교화함으로써 재범을 방지해야 한다고 하면서 처벌의 목적 자체가 범죄 예방에 있다는 주장을 폈다. 이와 같은 벤담의 사회 개혁 운동은 고전 경제학의 시조인 리카르도(David Ricardo), 대표 정치제를 주창한 제임스 밀(James Mill), 법 이론가인 오스틴(John Austin)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그의 후계자로는 누구보다도 존 스튜어트 밀을 들 수 있다.
존 스튜어트 밀은 부친 제임스 밀에게서 어려서부터 엄격한 고전 교육을 받았고, 직접적으로는 벤담에게서도 공리주의적 영향을 받았다. 그는 벤담의 공리주의를 수용하면서도,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더 낫다"는 말과 함께, 쾌락에는 양적 차이만 아니라 질적 차이도 있다고 하였다. 또 행복을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돈 · 명예 · 권력 등과 같은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는 복합 개념으로 상정하고,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의 원칙은 엄밀한 과학적 의미로서는 증명될 수 없지만, 그 광의의 증명은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즉 우리가 "바람직하다"(desirable)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유일한 증명은, 우리에 의해 그것이 "욕구된다"(desired)는 것 이외에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공리주의가 단순히 편의성만을 추구하지 않고, 정의(justice)의 개념을 일반적 편의성(general expediency)으로 해석함으로써 정의의 개념과 상반된 입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정당성을 엄밀하게 설명해 준다고 하였다. 따라서 벤담이 행위 공리주의를 주장했다면, 밀은 규칙 공리주의를 주장하였다고 볼 수 있다.
밀 이후로는 시지윅(Henry Sidgwick)이 《윤리학 방법론》(1874)에서 공리주의를 이기주의와 일반 상식적 도덕론과 비교하면서 그 우월성을 논증하였다. 또 시지욱은 이기주의의 내적 모순을 지적하고, 일반 상식적 도덕론이 장기적으로 공리주의에 수렴되어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형 태〕 공리주의는 오랜 시간 발전해 가면서 다양한 형태를 띠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먼저 행위 공리주의와 규칙 공리주의의 구분을 들 수가 있다. 여기에서 행위 공리주의는 우리가 행하는 개별적 행동 하나하나가 공리의 원칙에 부합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말한다. 그러므로 한 개인의 행동이 사회 전체에 파급되는 영향은 대체로 미미하다는 경험적 가정을 인정하고 나면, 행위 공리주의는 전통적으로 도덕적이라고 알려져 있는 대부분의 규칙 위반하는 것을 허용하게 된다. 예를 들면, 선거일에 투표하는 것보다 야유회를 가는 것이 개인적으로 효용을 극대화시키고, 개인의 한 표가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도 않으며, 한 개인의 기권이 민주주의 체제의 파괴를 가져오지 않는다면, 기권하고 야유회를 가는 것이 전체의 효용을 극대화시킨다는 결론이 나온다. 따라서 행위 공리주의는 한 개인이 기권하는 것을 도덕적으로 용납하는데, 동일한 논리가 모든 개인에게 적용될 때, 행위 공리주의는 부도덕한 결과를 도덕적으로 정당화하는 입장에 서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행위 공리주의의 약점을 극복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 바로 규칙 공리주의다. 규칙 공리주의에서는 개인의 개별적 행동이 아닌 일반 규칙이 공리의 원칙에 충실하기만 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약속의 규칙 또는 제도가 도덕적인 이유는, 모두가 약속을 지키는 상태가 아무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 상태보다 사회 전체의 공리를 훨씬 증진시킨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불확실성 속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방지해 주는 역할을 하는 약속의 제도는 궁극적으로 모두에게 혜택을 준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힘들고, 따라서 '부차적 원칙' (secondary principle)으로서 '약속 준수'는 공리의 원칙에 부합하게 된다. 그러므로 규칙 공리주의에서는, 개인은 이 부차적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다고 주장한다.
공리주의의 또 다른 구분으로서는 쾌락적(hedonistic) 공리주의와 이상적(ideal) 공리주의가 있다. 벤담의 쾌락주의가 가지는 약점은 '과연 인간이 쾌락만을 극대화하려는 동물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부정적이라는 사실에 있다. 더 나아가 쾌락의 강도와 지속성은 상호 반대되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될 수 있다. 인간의 자아 실현의 상태가 반드시 쾌락이 극대화된 상태는 아니라는 사실은, 마약과 같은 강력한 쾌락은 반드시 금단 현상(withdrawl symptom)을 동반한다는 데서 잘 나타난다. 이에 대한 극복의 일환으로 무어(G.E. Moore)는 본질적 가치가 오로지 쾌락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석양의 감상' , '지식의 탐구' 등과 같은 경험에서도 나타난다고 하였다.
끝으로, 행복의 증진을 추구하는 적극적(positive) 공리주의와 고통의 감소를 극대화하는 소극적(negative) 공리주의로 구분할 수 있다. 행복의 적극적 추진이 많은 비용을 동반하면서도 그 성과가 미미하다는 데 착안하고, 공리주의의 일차적 목적을 인류의 고통 감소에서 찾는 것이 소극적 공리주의의 태도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포퍼(Karl Popper)가 《개방 사회와 그 적들》에서 주창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존 스튜어트·밀이 이미 《공리주의》에서 제창한 바 있다. 그러나 행복의 증진과 고통의 감소는 동일한 것을 의미한다는 벤담과 존 스튜어트 밀의 논의를 기초로 할 때, 소극적 공리주의의 입장은 별 새로운 것이 없는 것 같다. 단지, 행복을 증진시키는 행동이나 정책보다 고통을 감소하는 행동이나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 전체 공리의 증가에 더욱 기여한다는 주장으로 해석할 때 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응 용〕 공리주의는 인간 사회의 모든 영역에 적용될 수 있는 일반 도덕론이지만, 특히 사회 제도의 설계에 적합한 이론이다. 또 공리주의의 형사적 정의관은 전통적 응보주의와 정면으로 배치되지만, 현대의 사법 제도에도 상당히 반영되어 있다. 공리주의에 따르면, 어떤 행위의 범죄 구성 요건은 그 행위를 금지하는 데에 소요되는 순비용이 그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창출되는 순혜택보다 적어야 한다. 예를 들면, 과외를 금지하는 데에 소요되는 비용이 엄청나고, 과외를 금지함으로써 나타나는 혜택이 미미하다면 과외는 합법화되어야 하는 것이다.이와 마찬가지로 범죄에 합당한 처벌의 정도는 범죄로 인한 혜택이 상쇄될 만큼 큰(crime never pays) 범위 안에서 최소화되어야 하며, 그 처벌은 예방 효과(deterrence effect)를 가져야 할 만큼 커야 하면서도 처벌 자체는 고통을 수반하는 악이기 때문에 최소화되어야 한다.
공리주의의 분배 정의관은 기본적으로 자유 시장 경제와 과세를 통한 재분배를 지지하는 데 있다. 즉, 공리주의에서는 '개인의 복지는 그 자신이 가장 잘 안다' 는 개인 주권주의(individual sovereignty)에 기초하여 자유 경쟁과 자유 교환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소비하는 시장 경제를 주장하고 있다. 다만 개인의 합리성이 충분히 발휘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정부의 간섭을 허용함으로써 세금이 재분배를 위해 활용되는 것을 인정하고, 복지 국가로의 전환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또 소득의 재분배는 개인의 근로 의욕을 과도하게 위축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용되며, 한계 효용 법칙의 정당성을 인정할 때, 공리주의는 평등한 분배에 대하여서도 원칙적으로 긍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공리주의는 민주주의적 의사 결정 방식에 대해서도 개인 주권주의에 입각하여 원칙적으로 찬성하고, 다수의 복지 향상은 다수의 의견에 기초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 안에서 영국 경험론적 전통에 의거하여, 진리의 발견은 선험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토론을 통하여 이루어진다고 하였으며, 이것이 공리의 원칙에 의해 인준된다고 주장하였다. 진보하는 존재(progressive being)로서의 인간관이 밀의 공리주의에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비판과 대응〕 오랜 세월을 거쳐 정립되어 온 공리주의는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었고, 그중 상당 부분은 자체적으로 수용되었다. 이들 비판은 크게 개인의 인식 능력에 기초한 것과 도덕적 처방에 관한 것으로 나뉜다. 그중 첫번째 비판은 공리 계산이 어렵다는 데 있다. 미래의 결과를 개인이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인식 능력의 한계로 인해 불가능할지 모르고, 더 나아가, 설령 미래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를 개인간의 비교 가능한 기수적 효용으로 환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결과에 대한 철두 철미한 계산은 불가능하겠지만, 인식 능력 한계 내에서의 예측은 가능하다. 또 효용 측정이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계산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발을 삔 경우와 암에 걸린 경우 중에서 후자의 고통이 더 심할 것이라는 예측은 일상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므로 공리주의뿐만 아니라 모든 분배 정의론도 역시 개인간의 비교를 필수적으로 요청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결과주의적 도덕 이론이 효용의 측정 가능성을 전제로 함을 알 수 있다.
둘째, 공리주의는 일반적인 도덕 직관과 배치된다는 비판이 있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배치되는 공리주의적 처방은 대개 잘못된 경험적 가정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경험적 가정의 오류가 공리주의 원칙의 부당성을 증명할 수는 없으며, 만일 경험적 가정이 맞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도덕 직관과 상반되는 결론이 공리주의로부터 나온다면, 우리의 직관에 잘못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도덕 직관 자체가 편향된 시각에서 양성되었을 확률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 공리주의는 개인의 존엄성을 무시한다는 비판이 있다. 전체 공리의 합이 극대화되기만 한다면, 개인의 권리가 무시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한다는 비판이다. 롤즈(John Rawls)와 노직(Robert Nozick)이 제기한 이러한 비판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 것이 사실이지만, 개인의 효용에서부터 출발하여 사회 공리를 추출하는 공리주의가 오히려 개인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상당히 역설적이다. 오히려 이러한 비판과 달리 다른 일부에서는 공리주의가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주의적이라고 비판하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개인의 존엄성을 마구 무시하면서 사회 공리 전체가 극대화되는 긴급한 상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개인의 존엄성과 자아 실현이 적극적으로 실현되는 곳에서는 전체 공리가 극대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넷째, 공리주의는 우연적이고 경험적인 상황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도덕적 판단을 내린다는 비판이 있다. 공리주의가 경험적 상황에 의존하여 도덕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상황 윤리와는 달리 공리의 원칙에 입각하여 내리는 도덕 판단을 완전히 자의적인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상황적 요소를 전혀 무시하는 칸트적 의무론이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고 할 수 있다.
다섯째, 공리주의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을 요구한다는 비판이 있다. 모든 판단을 내리는 데 있어서 공리 계산을 해야 한다면,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는 공리주의적 판단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존 스튜어트 밀의 대답처럼 이 비판은 그리스도인이 매사에서 하느님의 말씀대로 살기 위해 행동할 때마다 성경을 읽고 나서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과 같이 황당 무계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공리주의가 개인이 개별 행동을 할 때마다 전체 공리의 합을 극대화하는 동기를 가질 것을 요구한다는 비판도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므로 밀은 대부분의 경우 개인이 이기적 욕구에 기초한 행동을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단지 어떤 행동의 결과가 공리의 원칙에 부합될 때만 그 행동이 옳다는 판단을 내려야한다고 주장하였다.
〔연구 동향과 전망〕 공리주의에 대한 최근의 연구 중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게임 이론이나 합리적 선택론과 관련된 것들이다. 하사니(John Harsanyi)는 사회 계약론자인 롤즈의 원초적 입장에서 공리주의가 합리적으로 도출된다는 사실을 증명하였다. 또 그는 주관적 확률론에 기초한 베이지안 결정 이론을 원용하면서, 합리적 개인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평균 공리를 극대화하는 원칙에 만장 일치로 찬성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므로 행위 공리주의의 단점은 행위자 이외의 개인들이 전략적 결정을 하지 못한다고 가정하는 데 있다고 하였으며, 이와 달리 규칙 공리주의는 모든 행위자들이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게임 이론적 상황에 처해 있다고 가정한다는 점에서 우월하다고 하였다. 결국 그 이론의 의미는 게임이론, 합리적 선택론, 공리주의를 하나의 이론으로 통
일시켰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한편 공리주의자들은, 이 공리주의를 격렬하게 비판했던 롤즈가 초기에 쓴 논문들 중 규칙 공리주의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에 입각하여 부단히 롤즈의 이론을 포용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하딘(Russell Hardin)은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개인의 합리성이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규칙과 권리의 정당성에 대한 공리주의적 해석을 내린다. 곧 '양도할 수 없는 권리' 는 의무의 개념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욱 타당하고, 그러한 의무를 개인에게 부과하는 것은 개인의 이익을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려는 데 있다는 것이다. 또 공리주의자들도 규칙의 절대적 준수를 옹호할 수 있으며, 그것은 행위자들이 전략적 게임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인식할 때에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 참고문헌  J. Austin, The Province of Jurisprudence Determined and The Uses of the Study of Jurisprudence, London : Noondat Press, 1954/ K.E.M. Baier, The Moral Point of View, New York, 1958/ J. Bentham, An Introduction to the Principles of Morals and Legislation, New York : Hafner, 1948/ E. Halevy, The Growth of Philosohic Radicalism, London Faber, 1952/ J.C. Harsanyi, Essays on Ethics, Social Behavior, and Scientific Explanation, Dordrecht : Reidel, 1976/ D. Hume · S. Bigge (eds), A Treatise ofHuman Nature, Oxford : Clarendon, 1958/ D. Lyons, Forms and Limits of Utilitarianism, Oxford : Oxford University Press, 1965/ J.S. Mill, On Liberty, Indianapolis : Bobbs-Merill, 1963/ ⸺, Utilitarianism, Indianapolis : Bobbs-Meril, 19571 G.E. Moore, Principia ethica, Cambridge :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54/ J.F. Narveson, Morality and Utility, Baltimore : John Hopkins Press, 1967/J. Priestley, Essay on the First Principles of Goverment, and on the Nature of Political, Civil, and Religious Liberty(2nd), London, 1771/ J. Rawls, Two Concepts of Rules, Philosophical Review 64, 1955/ A.K. Sen, Utilitarianism and Welfarism, Joumal of Philosophy 76, 1979/ A. Sen . B. Williams (eds), Utilitarianism and Beyond, Cambridge :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2/ M.G. Singer, Generalization in Ethics, New York, 1961/ S.E. Toulmin, An Examination ofthe Place of Reason in Ethics,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60/ ⸺, The Place ofReason in Ethics, Cambridge, 1951. 〔金亨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