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초자연적인 존재가 등장하며 여러 가지 기원(起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승에 근거한 이야기. 외적으로는 어떤 신앙 · 제도 · 자연 현상 등을 설명하기 위한 사건들을 이야기하며, 특히 종교 의식 및 신앙과 관련되어 있다.
〔어 원〕 신화란 의미의 그리스어 '뮈떤 초자연적인 존재가 등장하며 여러 가지 기원(起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승에 근거한 이야기. 외적으로는 어떤 신앙 · 제도 · 자연 현상 등을 설명하기위한 사건들을 이야기하며, 특히 종교 의식 및 신앙과 관련되어 있다.
〔어 원〕 신화란 의미의 그리스어 '뮈토스' (μῦθος)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넘어서는 신과 초월적 존재에 관한 이야기로, 합리성과 논리성에 토대를 두는 로고스' (λόγος)와 대조를 이룬다. '뮈토스' 는 '전설' 또는 '성인전' (聖人傳)이라는 뜻의 라틴어 '레젠다' (legenda)와 동일시되기도 한다. 또 '레젠다' 와 신화란 의미의 라틴어 '미토스'' (mythos)와 신화학(神話學)이라는 의미의 '미톨로지아' (mythologia)가 모두 신화를 의미하는 단어들이어서 혼용되는 경우가 많다.
〔내용과 구조〕 신화는 '옛날이야기' (fairy tale)와 내용상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신화에는 옛날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초자연적' (supernatural) 존재와 사건, 그리고 기이한 괴물 등이 자주 등장하지만, 신화는 옛날이야기와는 다른 문학적인 수사법을 사용하고 있다. 옛날이야기는 인간의 체험 영역 안에서 전개된다. 비록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나 사건이 비현실적인 소재를 담고 있다고 할지라도 옛날이야기는 "옛날 옛적에(once upon a time) ···" 라는 표현 방식을 동원하여 인간을 체험의 영역 안으로 끌어들인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영웅이나 전설적인 존재는 분명히 평범한 인간의 존재 양식을 넘어서지만, 이 초월적 존재는 역사적 시간대에 연결되어 체험 가능한 존재가 된다. 반면에 신화는 인간의 체험 영역을 벗어난 시간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므로, 신화에는 "태초에(in the beginning) ···" 혹은 "하늘과 땅이 창조되기 전에(before heaven and earth were created) ···" 라는 표현 방식이 등장한다.
신화는 서사시(敘事詩)와 마찬가지로 한 사회에서 교육적 · 규범적 기능을 하며, 교훈적 측면 이외에도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는 오락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그래서 서사시에 내포되어 있는 신화적인 내용은 신성한 사건으로서가 아니라 단순한 세속적인 이야기로 받아들여진다. 상서로움을 이야기하는 신화는 이러한 점에서 서사시와 차별성을 갖는다. 그러나 서사시가 신화의 이해에 일차적인 자료를 제공해 주는 경우가 많은데, 고대 신화 이해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준 호메로스(Home-ros, ?~?)의 대서사시 《일리아드와 오디세이》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탈리아의 종교학자 페타초니(R. Pettazzoni)는 서사시의 구조를 분석함으로써 신화가 겪을 수 있는 세속화 과정을 밝혀 냈다.
신화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기원' 에 관한 것이므로, 최근의 연구에서는 신화를 기원의 영역에 따라 정리 · 분류하는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신화들은 우주 기원 · 인류 기원 · 문화 기원의 세 가지 영역으로 구분되며, 각 기원 신화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주 기원 신화 : 첫째,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것처럼 신적인 존재가 단독으로 우주를 창조하는 신화이다. 마오리족의 신화에는 초자연적 존재인 "이호"가 등장하는데, 이호는 '높은' · '높이 있는' 이라는 의미의 최고신으로서 우주를 창조한다. 둘째, 신적인 존재가 인간이나 동물의 도움을 받거나, 아니면 홀로 바다 밑에서 흙덩이를 주워 올려 우주를 창조한다는 잠수(潛水) 신화이다. 인도 신화에서 초자연적 존재인 "비슈누"(Vishnu)는 원초적 물의 밑바닥으로 내려가 심연에서 대지를 끌어올려 우주를 창조한다. 셋째, 초자연적 존재의 힘을 빌리지 않고 어떤 종류의 물질이나 요소에 의해 자연 발생적으로 우주가 생성된다는 신화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물질은 물이다. 물은 만물의 모태로서, 모든 잠재성이 존속하고 있고 만물의 생성과 관계가 있으므로 물로부터 우주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 다른 물질로서 알을 들 수가 있는데, 알에서 우주가 만들어졌다는 난생(卵生) 신화는 유럽이나 남 · 북아메리카의 고문화 지대(古文化地帶)에 분포되어 있다. 넷째, 세계의 종말에 초자연적인 존재나 문화 영웅(culture hero), 또는 조상들이 함께 나타나 파괴된 우주를 재생시킨다는 식의 신화는 전세계의 고문화 지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류 기원 신화 : 첫째, 신적인 존재가 직접 인류를 창조하였다는 신화이다. 창세기에는 하느님인 야훼가 아담과 하와라는 원초적 인류를 창조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안다만 제도의 신화에는 최고 천신인 풀루가가 등장하여 세상을 창조하고, 토모라고 불리는 첫 인간을 만든다. 둘째, 초자연적 존재의 힘을 빌리지 않고 어떤 물질이나 요소에서 인류가 생겨났다는 신화이다. 이러한 종류의 신화에는 인류를 탄생시킨 대표적인 물질로서 물(원초적물, 생명의 물)이 등장한다. 자바 섬의 남해안에 사는 종족은 세가라 아나칸 즉 '아이들의 바다 에 관한 이야기를, 브라질의 인디언 카라자족은 '그들이 아직 물 속에 있었던' 신화 시대의 이야기를 통하여 인류의 기원을 인식하고 있다. 또 다른 물질로 "알"을 들 수가 있는데, 신라의 박혁거세에 관한 전설도 알의 기원 설화에 속한다. 아프리카의 누에르족과 산다웨족의 신화는 인간이 "생명의 나무" 로부터 생겨났다고 한다. 셋째, 초자연적인 존재의 시신이나 몸에서 인류가 태어났다는 신화로, 고대 인도나 중국 신화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가 있다. 게르만 신화에서도 거인 이미르의 몸에서 우주가 창조된다. 인류 기원 신화는 대체로 태초의 불사조 인간이 어떻게 해서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었는가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는데, 신이 내린 명령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인간의 죽음은 시작되었고(아프리카, 남태평양), 인구 증가에 따른 공동체의 붕괴를 막기 위하여 인간의 죽음이 불가피하게 되었다는(에스키모, 남아메리카) 식이다.
문화 기원 신화 : 이 신화는 인류 문화의 생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특히 '문화 영웅' 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문화 생성의 주요 원천으로서 태양 · 불 · 빛 · 계절 · 물 · 가축 곡식 등이 문화 기원 신화에 등장한다. 한국의 주몽 신화를 보면, 하백녀(河伯女)인 유화(柳花)는 금와(金蛙)의 왕자에게 쫓기는 주몽에게 신의 사자인 비둘기를 이용하여 보리 종자를 전하고 있다. 보리 종자의 발아로 농경 문화가 시작되고, 보리 종자를 건네 준 유화는 문화 생성의 영웅인 셈이다. 이란 신화에 따르면 아흐리만이 죽인 원초적 황소의 몸에서 곡물과 초목이 생겨나는데, 여기에서 인류 농경 문화의 단초를 이야기한다. 기원 신화는 태양이나 빛과 결부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일반적으로 문화 영웅이 신의 사절로서 공동체 생존에 필요한 불이나 빛을 훔쳐 오거나 가져오는 소재가 많다. 남태평양 피지 제도의 신화에 따르면, 인간들이 신과 평화롭게 살다가 어느 날 신의 사절인 비둘기를 살해하고, 신의 노여움을 산 인간들은 낙원에서 추방당한 뒤 오랜 세월을 방랑한 끝에 한 섬에 정착하게 된다. 그 후 신은 대리자(문화 영웅)를 통해 인간들에게 용서의 표시로서 불을 선사한다. 하늘에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그리스의 프로메테우스 신화도 일종의 문화 기원을 주제로한 신화이다. 불의 기원을 성교(性交)와 결부시켜 설명하는 신화도 여러 지역에서 발견되는데, 이 신화에 따르면 불은 원래 몸 안에 갇혀 있었으나 성교에 의해서 지상으로 쏟아져 나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기원 신화의 특징 : 기원 신화는 내용에 따라 세 가지 영역으로 구분되지만, 어느 특정 신화가 하나의 영역으로만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즉 신화가 지닌 다면적이고 중층적인 특성이 고려되어야 한다. 어떤 신화는 우주 기원 신화인 동시에 인류 기원 내지 문화 기원을 나타내는 신화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카오스(chaos) 상태에 관한 우주 기원 신화가 카오스 상태에서의 문화 창조를 더불어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문화 기원 신화로도 볼 수 있다. 또 다른 경우에는 우주 기원 신화인 동시에 인류의 기원 내지 문화의 기원을 주제로 하는 신화일 수도 있다. 이처럼 복합적 특성을 지닌 대표적인 신화로는 보르네오 섬의 원주민인 응가주 다야크족의 신화를 들 수 있다. 이 신화에 따르면, 태초에 우주는 물뱀의 입 안에서 분리되지 않은 채로 존재하였는데 그 후 두 개의 산이 생겨나고 이것들이 부딪히면서 우주의 실재(구름 · 언덕 · 태양· 달 등)가 점차로 생겨났다고 한다. 이 두 개의 산은 지고신(至高神)으로 첫 번째 창조가 끝날 무렵 인간의 형태를 지니게 된다. 즉 두 지고신은 '신인 동형' (神人同形)으로 마하타라와 그의 아내 푸티르이다. 이 지고신들은 우주 창조의 작업을 마친 후 상계(上界)와 하계(下界)를 창조하고, 그 중간 세계와 거기에 거주할 인간은 창조의 세 번째 단계에서 나타난다. 창조의 세 번째 단계는 두 마리의 암수 무소새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이들은 지고 신과 동일하다. 마하타라가 중심에 생명 나무〔生命樹〕를 세우자 그것을 향해 두 마리의 무소새가 날아든다. 둘 사이에 맹렬한 싸움이 벌어지고, 그 결과 생명 나무의 옹이진 혹에서, 그리고 암컷 무소새의 주등이에서 떨어진 이끼에서 젊은 남녀가 생겨난다. 이들이 바로 다야크족의 조상이다. 이와 같이 다야크족의 신화에는 우주 기원 ·인류 기원 · 문화 기원이 포함되어 있다.
〔근대 신화 연구의 형태〕 신화는 인간 문화가 지닌 가장 오랜 유산 중 하나이다. 그러나 신화를 문화적 사실로서 기술하고 해석하려는 시도는 최근에서야 시작되었다. 플라톤(Platon, 기원전 428/427~348/347)은 "신에 대한 이야기는 신에 대한 진실일 수 없고 신에 대한 가치 있는 언급일 수도 없다"고 말함으로써 신화의 존재 의미를 거부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고전적인 독단론은 근대 이후'신화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혹은 '신화가 인간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를 인식론적으로 검토하는 작업이 이루어지면서 극복되었다. 근대 이후 본격화된 신화 연구를 관점에 따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선험주의적 관점 : 근대 이후 신화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연구는 카시러(E. Cassirer, 1874~1945)의 저서로 시작되었다. 그는 칸트(I. Kant, 1724~1804)의 철학을 통해 신화 문화의 토대를 설명하고자 하였는데, 칸트의 철학적 입장은 모든 인식과 경험이란 인간의 의식이 갖고 있는 선험적 기반이라고 지칭하는 특정 '범주' (Kategorie)와 '직관 형식' (Anschauungsfom)을 전제로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스미스(W.R. Smith, 1846~1945), 프레이저(J.G. Frazer, 1854~1941),뒤르켐(E. Durkheim, 1858~1917), 콘퍼드(F.M. Cornford, 1886~1960) 등은 칸트와는 다른 입장을 취하였다. 카시러는 위에 언급한 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칸트의 범주와 직관 형식을 빌려 재정리하고 해석하면서 공간과 시간, 양과 질, 그리고 양상과 인과율이 신화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분석하였다. 이로써 그는 신화적 경험에서 선험적 기반을 이루고 있는 사고 체계와 직관 체계를 재구성하게 되었다.
카시러는 칸트가 생각했던 범주와 직관 형식을 이용하여 태고의 신화적 인간들은 이것을 단지 인식하지 못했을 뿐임을 밝혀 내었다. 그는 또 신화적 사고는 착오 · 미신 · 환상 등 "비과학적인" 것이어서 선험주의적인 접근 방법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는 선험주의적인 연구 결과를 진화론에 접목시켜 설명하려고 하였지만, 이 두 가지 접근 방법은 과학사적으로 서로 다른 인식론적 토대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 시도는 성과를 거둘 수 없었다. 그러나 신화적 사고가 인간 경험의 선험적 요소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카시러의 연구 결과는 신화 연구의 역사에서 획기적이고 학술적인 가치가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구조주의적 관점 : 프랑스의 구조주의는 신화적 사고체계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구조주의의 선구자라고 말할 수 있는 레비 스트로스(C. Lévi-Strauss, 1908~1991)는 신화를 해독될 수 있는 암호로 규정하고, 언어학에서 신화소(mythem)의 개념을 도입하여 신화의 "암호" 를 분석하였다. 그는 신화의 내용을 간단한 문장으로 요약한 뒤 내용상의 공통점을 찾아 분류하였는데, 오이디푸스 신화를 네 가지의 신화소로 분석한 그의 작업은 이 방법의 대표적인 예이다. 레비 스트로스의 신화 분석은 그가 추구하는 인간 사고의 심층 구조를 밝히려는 목적과 연결되어 신화 속에 나타나는 인간의 자유로운 사고 방식이 작용하는 논리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의 논리적인 해석 방식은 인간이 안고 있는 존재론적인 질문을 어떻게 해결해 가는지 보여 주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의문은 인간이 출현하게 된 사건이며, 어떻게 동물과 인간은 분리될 수 있었고, 인간이 사는 사회와 자연, 여성과 남성은 어떻게 다르며, 그리고 사회 조직의 시작인 결혼은 '근친 금혼' (incest taboo)에서 맺어지는데 최초의 가족에도 이러한 금기 조항이 해당되었는가 하는 수수께끼들이다. 그는 신화에서 이러한 의문들이 거리낌없이 모두 노출되고 재조정되어 사회의 기반이 설득력 있게 설명되고 있다고 보았다.
세계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발견되는 초기 신화는 인간과 동물 사이, 신과 인간 사이에 구분이 없는 혼란의 시기와 관련이 있다. 그 근원적인 혼란의 상태는 특정 질서로서 대체되는데, 동물 · 신 · 인간 관계의 다양한 특징이 채택된다. 이러한 다양한 특징은 신화를 지닌 민족들의 자체적 기준에 의하여 선택되며, 이것은 신화의 내부적 기준에 의해 설명된다. 레비 스트로스에 따르면 신화는 모든 현상을 동시에 설명하려고 하며, 이러한 설명 방식은 공간적 · 시간적, 자연적 · 문화적, 정적 · 동적, 우주론적 · 분류적 차원에서 수행된다고 한다. 여기서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중재할 수 있는 보편적인 논리가 존재하며, 그러한 논리는 바로 '이원적 대립' (binary opposition)의 체계를 통하여 분석될 수 있다.
레비 스트로스에게 신화란 현실을 논리적으로 배열하는 하나의 수단이었다. 카시러적 신화 해석과 구조주의적 신화 해석의 공통점은 신화가 비합리적이고 환상이나 민담의 세계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기존의 생각을 거부한다는 데 있다. 따라서 신화에서 합리성, 예컨대 세상을 정돈하고 인식하며 경험하는 방법을 찾고자 하였다. 양자간에 차이가 있다면, 카시러가 신화적 대상을 형성하는 조건들을 찾아내려고 한 반면에, 레비 스트로스는 신화적 대상을 이미 주어진 것으로 간주하고 이것이 갖고 있는 논리적 형식이나 관계를 찾으려 하였다. 또 하나의 차이가 있다면, 후자는 전자와 비교해서 신화와 학문의 형식적 동일성을 보다 더 강조함으로써 신화의 '명예 회복' 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구조주의적인 신화 연구를 문학 작품의 분석에 이용한 학자도 있었는데, 프라이(N. Frye, 1912~1991)는 자신의 논문 <원형 비판 : 신화의 이론>에서 신화를 통해 문학작품의 구조를 설명했다. 그에 의하면 미술의 기본 구조는 기하학인 반면, 문학 작품의 원형적 구조는 신화라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문예 작품은 잠재된 '모형' (pattern)인 신화적 구조를 형성한다. 인지 발달이 상대적으로 낮은 선사 시대 원시인에 의해 창조된 신화는 문학이 발전되는 과정 속에서 점차 인간적인 것으로 '치환' (置換, displacement)되어 간다. 발전 축의 양극단에는 신화와 '사실주의' (realism)가 있으며, 그 중간 단계로 '로망스' (romance)가 존재한다. 낭만주의 혹은 사실주의라고 불리는 문학 사조를 신화적 측면에서 고찰해 보면, 초월적이며 주술적인 신화의 이야기가 얼마나 인간적인 것으로 치환되었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프라이는 문학 작품에 투영된 신화를 세 종류의 '심상 모형' (imagery pattern) ,즉 묵시적 심상(apocalyptic imagery), 악마적 심상(demonicimagery), 유추적 심상(analogic imagery)으로 구분하였다. 묵시적 심상은 성서의 묵시록처럼 신의 세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묵시적 세계는 인간이 이상으로 생각하는 세계로 사회적 정의와 개인적 양심에 일치한다.
묵시적 심상은 궁극적으로 천국을 표상하는 것으로, 이 점에서 악마적 심상과 상극의 위치에 있다. 악마적 심상은 고통과 희생, 파괴와 황폐, 혼동과 악령으로 가득 찬 현실 세계를 표상한다. 단테(A. Dante, 1265~1321)의 《신곡)(La Divina Commedia)에 나타나는 지옥과도 같은 것이다. 악마적 심상에 있어서 신계는 악령의 세계로, 인간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저주하며 벌을 준다. 그 예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비극의 제신들이 있다.
묵시적 심상과 악마적 심상은 구체적인 신화와 직접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문학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신화적이고 종교적인 것이다. 이에 비해 유추적 심상은 인간적인 것으로 치환된 문학적 심상이다. 묵시적 심상과 악마적 심상은 구체적인 신화 그 자체에서 파생된 것이지만, 유추적 심상은 신의 세계를 상상하는 인간의 마음 또는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것이다. 종교와 시가 인간에게 주는 영향을 비교해 보면, 전자가 직접적으로 얻어지는 데 비해 시는 파생적이다. 시에 있어서 심상은 비록 그것이 신화에서 차용되었다 하더라도 실제적으로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시가 허구라는 전제하에서 작용되는 이유는, 문학이 종교 혹은 신화가 아닌 이상 시인은 인간적 이성 또는 경험에 의하여 새롭게 유추된 심상 형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초자연적 · 주술적인 힘이 인간적인 이성으로 대치되어 가면서 신화는 로망스와 사실주의로 변모되어 가고, 여기서 유추적 심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전환 과정은 레비 스트로스가 상정한 이원적 대립의 운용 논리와 맥을 같이한다. 레비 스트로스는 저서 《슬픈 열대》에서 자연 상태로부터 문명의 전환 과정 속으로 던져진 남아메리카 인디언들의 현실 세계를 '슬픈 눈 으로 추적하였다.
프라이에게 있어서 신화는 매우 포괄적인 것이어서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일체를-가령 종교까지도-의미하였다. 현대 사회의 모든 가치는 그 원형이 신화에 있다고 여겨진다. 신화적 '원형' (archetype)에서 전통과 가치 규범이 형성되었으므로, 인간의 모든 행위와 사고와 감정에는 무의식 중에 신화의 잔영이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기능주의적인 관점 : 기능주의적인 관점은 신화가 사회의 유지와 안정에 기여하는 바를 분석하는 것이다. 인류학자 리치(E. Leach, 1910~1989)는 "현재의 사회적 행위를 정당화시키려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과거의 사건들에 관한 성스러운 이야기"로 신화를 정의하였다. 다시 말해 신화가 원시인들의 의례와 가치 속에 살아 그들의 신앙과 행동을 규제하는 역할을 하였다고 생각한 것이다. 리치는 자신의 저서 《성서의 구조 인류학》에서 그리스도교 교리는 당시의 사회적 맥락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주장하였는데, 그의 주장에 따르면 성서와 그리스도인의 관계는 신화와 원시인의 관계와 같다. 신화가 원시 사회에서 인간 행동의 규범과 가치관을 형성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성서는 그리스도인의 의례와 가치 속에 살아 그들의 신앙과 행동을 규제한다. 원시인들이 자기들의 신화를 믿듯이 그리스도인은 천지 창조와 인간의 타락을 믿으며,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제물이 됨으로써 인간이죄 사함을 받는다는 것을 믿는다.
트로브리안 군도의 신화를 연구한 인류학자 말리노프스키(B. Malinowski, 1884~1942)는 종교적 현상 안에서 좀 더 강한 공리적 측면을 강조하였다. 트로브리안 군도의 기원 신화는 토지 소유 및 마을 조직과 관련되어 있다. '하위 씨족' (subclan)의 조상들은 지하 세계에서 구멍을 통하여 지상으로 올라왔는데, 현재 마을은 그 구멍 근처에 세워졌으며 그 주변 토지는 그 하위 씨족에 속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신화는 계속 반복해서 이야기되며 주민 생활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토지에 대한 하위 씨족의 권리가 정당화되며, 씨족 성원들간에 자신들의 독자적 · 사회적 · 의례적 위치를 재확인하게 된다. 트로브리안인들이 갖고 있는 또 다른 기원 신화는 네 씨족의 출현 이야기로, '오부쿨라' (Obukula)라는 구멍에서 올라온 네 개 씨족들이 음식 금기 때문에 씨족들간에 서열이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이 신화는 씨족들간의 등급과 서열을 주장하는 근거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신화는 친족 유대와 지역적 결속감 특히 전통을 강화하는 데 기능적으로 작용하며, 원래의 사실에 보다 초자연적인 성격을 부여함으로써 그가치를 확장시킨다고 할 수 있다.
종교학적인 관점 : 신화를 통해 신성한 존재를 설명하려는 종교학적인 시도는 신화 연구의 구심점을 이룬다. 종교학적인 신화 연구는 빌라모비츠 필렌도르프(U. vonWilamowitz-Moellendorff, 1848~1931), 오토(W.F. Otto), 그뢴베크(V.Grönbech), 베르난트(J.P. Vernant), 케레니이(K.Kerényi), 엘리아데(M. Eliade, 1907~1986) 등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들 이론의 공통점을 네 가지로 요약하면, 첫째 신화의 세계는 신적 현현(現顯)을 경험하는 곳이고, 둘째 신화는 인간의 삶을 일정한 사고 체계 및 경험 체계를 통하여 묘사한다. 셋째 이 체계는 오늘날 인간이 가지고 있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파악할 수 있으며, 넷째 이러한 이론적 작업을 통해 신화적 경험은 부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엘리아데에 따르면 신화는 '태초에' , 즉 원초적인 무시간적 순간 혹은 신성한 시간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이 신성한 시간은 비신성한 일상적 존재가 자리잡고 있는 지속적이고 불가역적인 시간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그에 따르면 신화는 신성한 것이며, 신성한 존재와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때문에 신화를 낭송하고 경청함으로써 인간은 세속적 조건과 '역사적 상황' 에서 벗어나 성(聖)의 세계와 접촉을 하게 된다. 신화를 이야기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세속적 시간은 적어도 상징적으로는 소멸된다. 이야기하는 사람, 듣는 사람 모두 신성한 신화적 시간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신화적 시간' 을 공유하기 위해서 굳이 '역사적 시간 속에 함께 있을 필요도, 공간적으로 공유할 필요도 없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오스트레일리아인이든 중국인, 인도인, 유럽의 농부이든 이들 각 개인에게 신화는 진실한 것이다. 신화를 이야기하고 듣는 것 만으로도 인간은 세속적 조건과 '역사적 상황' 을 초월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각자가 지닌 시간적인 한계와 편협한 자기 만족과 무지를 초월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나 자신의 특수한 상황 혹은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것을 진리의 잣대로 삼는 것은 개인의 한계이며 무지이다. 정치가는 정치 권력이 유일하고 진정한 현실이라고 믿고, 백만장자는 부(富)만이 현실이라고 확신하며, 학자는 연구와 책과 실험실을 통해 세계를 설명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전통 사회에서 사람들은 우주의 창조를 재현하는 일련의 의례를 통하여 주기적으로 과거를 소멸시키고 현재의 시간을 폐기함으로써, '참된' 시간을 재생시키려고 의식적이며 자발적인 노력을 하였다. 여기에서 신화는 인간을 인간 자신의 시간, 개인적이고 연대기적이며 '역사적인' 시간으로부터 끌어냈고, 대(大)시간 속에 다시 투입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대시간은 지속적으로 연계되지 않으며 측정 불가능한 역설적인 순간이다. 신화는 시간및 주변 세계로부터의 단절을 함축하고 있으며, 대시간 즉 신성한 시간으로의 열림을 실현한다. 그리고 전통 사회의 사람들은 신화를 이야기함으로써 그 속에 나오는 사건이 일어났던 신성한 시간을 재현하게 된다. '원시'종족에게는 아직 신화가 살아 있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과 실재를 완전히, 계속적으로 동일시하지는 않는다. 신화의 주기적인 낭송은 세속적 존재가 만든 환상의 높은 벽을 무너뜨린다. 신화는 대시간을 계속적으로 재현하고, 그럼으로써 청중들이 세속의 개인적 존재의 차원에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실재에 접근할 수 있도록 초인간적이고 초역사적인 차원으로 이들을 데려간다.
근 · 현대 신화 연구 역사 : 근대와 현대에서의 신화 연구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살펴보면 신화의 학문적인 자리 매김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있어 왔다. 카시러는 비록 수준은 낮지만 신화에서 진실을 확인하였고, 구조주의는 현대 사회의 합리성과 신화의 합리성은 동등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또 기능주의는 공동체 의식과 사회의 결속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신화의 기능을 공리주의적인 측면에서 설명하였고, 궁극적 실재를 탐구하는 종교학적 연구는 신화에 신적 진실이 내재하고 있음을 간파하였다.
신화적 사고 형식과 학문적 사고 형식의 동등한 가치를 밝혀 내려는 시도는 최근까지 신화 연구의 화두이다. 휘프너(K. Hübner)는 저서 《신화의 진실》(Die Wahrheit des Mythos)에서 신화적 사고와 학문적 사고를 비교하면서, '과학적인' 분석 방법이 신화 연구에도 사용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신화를 사고 체계로 파악하고 이것이 학문의 구조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신화는 경험과 이성의 틀에서 작용하는 '합리성' (Rationalitiät)을 갖고있으며, 따라서 신화에서 학문으로의 전환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휘프너는 합리성 문제를 다루면서 유럽인들의 편견을 신랄하게 비판하였는데, 학문성과 합리성은 동일하다고 생각하며, 서양 학문을 합리성의 전형이라고 전제하는 유럽인들의 사고 방식은 타문화의 합리적 전통을 고찰하는 데 장애 요인이 된다고 하였다. 유럽인들이 타문화와 타대륙의 인간을 원시적 혹은 미개한 인종으로 자리 매김하는 선입견은 적실한 신화 연구의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편견에서 탈피하기 위해서 그는 비합리성과 문화 상대주의를 새롭게 주제화하면서 상대주의와 비합리주의의 의미를 재발견하고자 하였다. 합리성의 문제는 이것이냐 저것이냐 하는 획일적 사고나 일방적 요구, 혹은 공언으로 해결될 수 없다. 휘프너는 이러한 상대주의적인 관점을 토대로 학문만이 합리성의 이상으로서 절대적 가치를 갖는 것이 아니며, 신화도 학문적 위상을 지닐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 종교사)
※ 참고문헌 J. Campbell, The Hero with a Thousnd Faces, Mythos :The Princeton, Bollingen Series in World Mythology, vol. 17, Princeton,Princeton Univ. Press, 1997/ E. Cassirer, Symbol, Myth, and Culture, New Haven & London, Yale Univ. Press, 1979/ M. Eliade, The Quest : History and Meaning in Religion, Chicago, Univ. ofChicago Press, 1969/ ㅡ, The Myth of the Eternal Retum, London, Routledge & Kegan Paul, 1955/ ㅡ, Mythos und Wirklichkeit, Frankfurrt am Main, Insel Verlag, 1988/ ㅡ, Mythen, Traume und Mysterien, Salzburg, Otto Miiller Verlag, 1961/ K. Hibner, Die Wahrheit des Mythos, Miinchen, C.H. Becksche Verlags-buchhandlung, 1985/ J.M. Kitagawa & C.H. Long, Myths and Symbols : Studies in Honor ofMircea Eliade, Chicago, Univ. of Chicago Press, 1969/ C. Lévi-Strauss, Structural Anthropology, New York, Basic Books, 1963/E.Leach, Structuralist Interpretations of Biblical Myth, Pattloch, 1985/ ㅡ, Genesis as Myth and Other Essays, London, Jonathan Cape, 1969/ B. Malinowski, Myth in Primitive Psychology, London, Kegan Paul, reprinted in B. Malinowski, Magic, Science and Religion and Other Essays( 1948), Glencoe Ⅲ , Free Press, 1926/ J.S. Mbiti, African Religions and Philosophy, Oxford, Heinemann, 1990/ G. Schlatter, Mythos : Streifzüge durch Tradition und Gegemwart, Miinchen, Trickster Verlag, 1989/ W.A. Shelburne, Mythos and Logos in the Thought of Carl Jung : The Theory ofthe Collective Uncon- scious in Scientific Perceptive, New York, State Univ. of New York Press, 1988/ I. Strenski, Four Theories of Myth in Twentierth-Century History : Cassirer, Eliade, Lévi-Strauss and Malinowski, London, MacMillan Press, 1987/ ㅡ, Malinowski and the Work of Myth, Mythos : The Princeton, Bollingen Series in World Mythology, Princeton, Princeton Univ. Press, 1992/ B. Whitmer, The Violence Mythos, Suny Series, The Margins of Literature, New York, State Univ. of New York Press, 1997/ 신동욱 외, 《신화와 원형》, 고려원, 1992. 〔成始政〕
신화 神話 〔라〕mythos 〔영〕my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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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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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인간 문화가 지닌 가장 오랜 유산 가운데 하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