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상징하며 신자들이 그리스도를 닮는 생활을 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표시. 십자 성호를 그음으로써 신앙인들은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의 결과인 구원에 대한 희망을 표현한다. 십자 성호에는 미사 중 복음을 듣기 전에 하는 '작은 십자 성호' , 미사와 기도의 시작과 끝에 하는 '큰 십자 성호' , 사람과 사물을 축복할 때 사용하는 '강복' 등이 있다.
〔종류와 변천〕 십자표는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축복하는 전형적인 그리스도교의 양식이다. 자신의 소유임을 다른 이에게 알리기 위하여 날인을 하는 것은 그리스도교 이전의 관습이었으며, 그로 인해 많은 노예들은 이마에 자기 주인의 표지를 새겨야 했었다. 에제키엘서 9장 4-6절에는 이와 관련된 언급이 있다. "그 안에서 저질러지는 그 모든 역겨운 짓 때문에 탄식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이마에 표를 해놓아라." 여기에서 '표' 에 해당되는 히브리어는 히브리어 알파벳의 마지막 철자 "타우”(ת)인데, 이 철자는 본래 십자 형태였으므로 성서 주석가들은 이 내용을 믿는 이들이 하느님의 소유물임과 구원에 연결 지어 해석하였다. 이와 유사한 내용이 요한 묵시록 7장 1-8절에도 언급되어 있다. 예비 신자들의 이마에 십자표를 긋는 것은 교회 초기부터 입문 예식에 들어 있었다. 현재의 어린이 세례 예식과 어른 입교 예식에는 부모와 대부 대모 또는 교리 교사와 후견인도 주례자 다음으로 영세자나 예비 신자의 이마에 십자표를 그을수 있도록 그 폭을 넓혔다. 이마에 하는 소유물의 표지인 십자표로 당사자는 자신이 그리스도에게 속해 있음을 고백하고, 그를 통하여 구원된다는 것을 신뢰하게 된다. 또 악신을 몰아내는 십자가의 보호 아래 자신을 맡기는 것이다.
십자표 특히 자신이 스스로에게 십자표를 하는 것은 축복의 행위이며, 성수를 찍어 십자 성호를 그음으로써 더욱 강화된다. 십자 성호가 교회 예식에 도입된 시기는 2세기경이었는데, 당시의 입교 예식에는 주례자가 예비신자의 이마에 십자 표시를 하였다. 그 후 4~5세기경부터 사제가 오른손으로 사람이나 사물에 십자를 그어 축복하는 관습이 생겨났고, 12세기부터는 이마와 입술과 가슴에 십자를 그리는 형식이 전례에 도입되었다. 그런데 이 '작은 십자 성호' 는 9세기경 신자들만 이마에 십자를 그었다. 그 후 신자들과 복음을 읽는 부제가 이마와 가슴에 십자를 긋게 되었고, 현재와 같은 양식은 12세기부터 시작되었다. 일부 지역과 도미니코회 등에서는 복음 봉독 후에도 십자를 그었다. 이 십자 성호는 복음 말씀을 믿고(이마), 고백하며(입), 실천한다(가슴)는 의미가 있다. 또 복음 말씀을 받아들여(이마), 고백하고(입), 마음속에 보존한다(가슴)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현재의 《로마 미사 전례 총지침》에는 복음 봉독자만 십자를 긋도록 되어 있는데, 신자들도 함께 긋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말씀을 믿음으로 경청하고 고백하며 실천하겠다는 십자 표시의 본 의미를 다시 한번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큰 십자 성호' 는 전례 안에서 특히 시작 예식으로서 여러 경우(미사, 성사, 준성사, 시간 전례 등)에 사용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십자 성호는 5세기경에 나타났는데, 초기에는 오른쪽 어깨에서 왼쪽 어깨로 넘어가는 그리스식 십자 성호가 사용되었으나, 13세기부터 서방 전례에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어가는 라틴식 십자 성호가 보급되었다. 또 초기에는 3개의 손가락으로만 십자 성호를 그었으나, 현재 서방 교회에서는 엄지와 작은 손가락들을 함께 모아 십자가를 긋고, 동방 교회에서는 그리스도에게 신성과 인성의 두 가지 성이 있다는 의미로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모아 십자가를 긋는다. 십자 성호를 하면서 성삼위의 호칭을 부르는 것(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은 중세 초기부터 시작되었으며 이후 전례 · 개인 기도 · 일상 생활에 널리 보급되었다. 이 성삼 기도문은 초기의 세례 신앙 고백문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의 미〕 현재 십자 성호는 기도나 전례를 시작하는 표지로 사용되고 있다. 왜냐하면 모든 일을 하느님의 이름으로 시작하고 그분의 영광을 위해서 하라는 성서의 가르침(1고린 10, 31 ; 골로 3, 17)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또한 십자 성호는 미사의 시작 부분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미사는 인간 구원을 이룬 십자가 제사의 재현이다. 이러한 십자가의 제사를 시작하면서 신자들은 십자 성호로 제사를 바치는 데 필요한 마음의 자세를 갖추게 된다. 반면에 신자들은 성부 · 성자 · 성령께 신앙을 고백하면서 세례를 받았다. 미사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가장 핵심적인 행사이며, 신자들은 이 신앙의 핵심 행사를 시작하면서 세례 때에 고백한 신앙을 다시 새롭게 하고 신앙의 신비를 하느님의 이름과 그분의 도움으로 시작하고자 한다. 미사 끝에도 비슷한 마음의 자세로 사제가 성삼위의 이름으로 내리는 강복을 받으면서 십자 성호를 긋는다. 그러므로 십자 성호가 지닌 상징성을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십자의 표시인 성호를 그을 바에야 제대로 옳게 긋자. 그저 아무렇게나 서둘러 남이 보아도 무언지 알아볼 수조차 없이 해서야 쓰겠는가. 아니다. 올바른 십자 성호를 긋도록 하자. 천천히, 시원하게, 이마에서 가슴으로, 이 어깨에서 저 어깨로. 이렇게 하다 보면 온몸이 십자가의 표시와 하나가 됨을 느끼게 된다. ··· 왜 그럴까. 그것은 십자가의 표시가 우주의 표시이고 구원의 표시인 까닭이다. ··· 우리가 기도를 올리기에 앞서 십자 성호를 긋는 것은 성호가 우리를 다스려 마음과 뜻을 하느님께로 돌려주기 때문이다. 기도를 드리고 나서 성호를 긋는 것은 하느님께서 베푸신 바가 우리 안에 머물게 하기 위해서이다. 유혹을 당할 때면 우리를 굳세게 해주시도록, 위기에 처할 때면 우리를 감싸 주시도록, 축문을 외울 때면 하느님 생명의 풍만함이 우리 영혼에도 온갖 결실과 강복으로 채워 주시도록 성호를 긋는 것이다. 십자 성호를 그을 때마다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표시임을 명심하기로 하자." (⇦ 성호 ; → 십자가)
※ 참고문헌 Th. Ohm, Gebetsgebärden der Völker und das Christentum, Leiden, 1948/ J. Dölger, Beiträge zur Geschichte des Kreuzzeichens, Antike und Christentum 1, 1958, pp. 5~19 ; 2, 1959, pp. 15~29 ; 3, 1960, pp.5~16 ; 4, 1961, pp. 5~17 ; 5, 1962, pp. 5~22 ; 6, 1963, pp. 7~34 ; 7, 1964, pp. 5~38 ; 8~9, 1965~1966, pp. 7~52 ; 10, 1967, pp. 7~291 B. Fischer, Das Kreuzzeichen-aufzugehender oder beizubehaltender katholischer Brauch?, J.Baumgartner Hrsg., Wiederentdeckung der Volksreligiosität, Regensburg, 1979, pp. 251~261/ R. Guardini, 《거룩한 표징》, 분도 소책 4, 분도출판사, 1971, pp. 13~14. 〔崔允煥〕
십자 성호
十字聖號
〔라〕Signum crucis · 〔영〕Sign of the c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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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권

십자 성호는 그리스도를 닮는 생활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