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년

安息年

〔히〕שְׁמַטָה · 〔라〕annus sabbati · 〔영〕sabbatical year

글자 크기
8
이스라엘 백성들이 땅을 경작하지 않고 묵히며 율법 규정에 따르는 칠 년 주기의 마지막 해.
〔내 용〕 안식년은 안식일처럼 고대 근동의 농경 사회 에서 땅의 생산력을 유지하려는 금기 관습에서 유래한 것으로 여겨진다. 성서에서 사회 정의와 사회 복지에 관 한 내용 가운데 처음으로 언급되는 것이 안식년이다. "너는 여섯 해 동안은 땅에 씨를 뿌리고 그 소출을 거두 어들여라. 그러나 일곱째 해에는 땅을 놀리고 묵혀서, 네 백성 가운데 가난한 자들이 먹게 하고, 거기에서 남는 것 은 들짐승이 먹게 해야 한다" (출애 23, 10-11). 이 내용에 특정한 종교 행사가 언급되어 있지는 않지만, 야훼 하느 님과 계약을 맺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명한 안식년 규 정의 취지는 뚜렷하다. 여기에서 가장 잘 드러나 있는 것 이 가난한 이들을 배려하여 자유롭게 하는 인도적 측면 이다. 일곱 번째 해의 소출은 모두 자기 땅을 가지지 못 한 가난한 사람들의 공동의 몫으로 자유롭게 처리되었 다. 이러한 안식년 규정은 온 이스라엘에서 동시에 지켜 야 하는 것이었다기보다는 개별적으로 땅 주인들이 자신 들의 땅을 7년마다 휴경하며 윤작하여야 한다는 명령에 더 가깝다. 물론 여기에서 '땅' 은 곡물을 경작하는 밭은 물론 포도원이나 올리브 밭 등 일체의 경작지를 의미한 다.
안식년 규정은 레위기 25장에서 좀더 자세하게 언급 되어 있다. 여기서는 하느님이 주는 땅으로 들어가서 칠 년째 되는 해를 '주님의 안식년' 으로 규정하며, 이 해를 모든 이스라엘 백성이 동시에 지켜야 하는 명령으로 확 정하고 있다. 그래야 하느님의 땅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 다는 약속이 부가된다(레위 25, 18-19). 또 수혜 대상도 출애굽기처럼 모든 가난한 이들이 아니라 "너의 남종과 여종과 품팔이꾼 그리고 너와 함께 머무르는 거류민" (레 위 25, 6)으로 좁혀진다. 그러므로 안식년은 안식일처럼 이스라엘 백성이 야훼 하느님과 갖는 특별한 계약 관계 에 대한 상징적 제도인 동시에 땅과 가난한 사람에 대한 배려라는 사회적 차원을 보여 준다.
한편 남부 유다 왕국 말기에 행해진 신명기 개혁에서 는 안식년 정신을 땅의 휴경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러 는 일곱 해마다 빚을 탕감해 주어야 한다" (신명 15, 1)라 고 규정하였다. 여기서 탕감받는 '대상' 은 동족인 이스 라엘 백성을 가리키며 외국인은 배제된다(신명 15, 3). 탕 감해 주어야 하는 '빚' 에는 남은 빚은 물론 빚을 갚기 위 해 맡긴 담보물, 즉 물건이나 땅의 일부 또는 보증인까지 포함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즉 땅을 갖지 못한 가난한 사람뿐만 아니라 땅을 가졌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빼앗 길 우려가 있는 백성들도 포괄적으로 보호하려는 규정인 것이다. 아울러 동족을 종으로 삼았을 경우 6년만 부리 고 7년째 되는 해에는 자유를 주어 풀어 주도록 하였는 데(출애 21, 2-6 ; 신명 15, 12-18), 이 경우 역시 빚으로 인한 종의 신분에서 해방되고 동시에 남은 빚도 변제된 다고 해석하였다. 그런데 이 구절의 7년이 안식년과 일 치한다고 보는 견해가 많은 반면에 그 반대 의견도 있다. 안식년이 안식일을 더욱 넓게 적용한 것이라면, 일곱 번 의 안식년 다음해 즉 50년이 되는 해인 희년에는 옛 소 유주에게 땅을 돌려주고 동족인 종들을 자유롭게 하는 등 안식년의 정신을 더욱 확장한다.
〔의 의〕 안식년 제도는 비교적 초기부터 이스라엘에 정착된 제도로 여겨진다. 하지만 왕국 시대에 이 제도가 어느 정도 실현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신명 31, 10 ; 2 열왕 19, 29=이사 37, 30 참조). 오히려 "너희 땅은, 너희 가 그곳에 살 때 안식년에 쉬지 못한 대신, 이제 황폐해 져 있는 동안 줄곧 쉬게 되리라"(레위 26, 34-35. 43 ; 참 조 : 2역대 36, 21)는 구절로 미루어 볼 때, 사실상 거의 지켜지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바빌론 유배 이후 안 식일 규정과 함께 안식년 규정도 강화되었다(느헤 10, 32). 안식년을 다룬 레위기 25장 등이 유배 이후에 집성 되면서, 땅은 하느님의 소유이며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 에게 주신 선물이므로 함께 삶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가 르침이 안식년 제도를 더욱 강화시켰던 것이다. 또한 이 스라엘 사람 역시 계약에 의해 하느님의 사람이 되었으 므로 정기적으로 해방되어야 한다는 가르침이 안식년에 배어 있다. 그러므로 안식년과 희년은 형제 가운데 "가 난한 이가 없도록"(신명 15, 4) 하려는 하느님의 도덕적 요구에 부합하는 일종의 경제 운용 체제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스라엘 공동체가 사회 정의를 지키고 평등 을 유지하려는 종교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현대 에 와서 자연 생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안식년은 비단 사람만이 아니라 땅을 쉬게 하여 생태계를 회복시 킨다는 취지에서 한층 부각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주변의 역사 자료에 따르면, 유대인들은 위기의 시대에 가령 마카베오 시대(기원전 163/162, 1마카 6, 49. 53), 요한 히르카누스의 아버지가 살해되었던 해 (기원전 135/134, 《유대 고대사》 13, 228-235), 헤로데가 예 루살렘을 점령하던 해(기원전 37, 《유대 고대사》 13, 228- 235), 아그리파 1세의 통치 시기(서기 41/42), 네로가 집 권한 지 2년째 되던 해(서기 55/56, 무랍바트 18 파피루스) 에도 안식년을 지켰다고 전해진다. 신약성서에는 안식년
에 관한 구절이 없지만, 일부 역사가에 따르면 십자군 시 대 전까지 팔레스티나에서는 다소 완화된 형태로나마 안 식년 휴경 제도가 지속되었다고 한다. 가장 최근에 유대 인들이 지낸 안식년은 1993년 혹은 1994년이다. (→ 성 년 ; 안식일)
※ 참고문헌  M. Zabella, 박영식 역, 《희년의 기원》, 성바오로출판 사, 2000/ C.J.H. Wright, 《ABD》 5, pp. 857~861/ A. Rothkoff, 《EJ》 14, pp. 574~585/ Roland De Vaux, Ancient Israel : Its Life and Institutions, Darton, Longman & Todd, 1961. 〔李鎔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