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미즘

〔라〕animismus · 〔영〕anim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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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물은 정령과 더불어 산다고 보는 것이 애니미즘의 입장이다.

모든 사물은 정령과 더불어 산다고 보는 것이 애니미즘의 입장이다.


영적인 존재들이 인간사에 개입하거나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믿음. 대부분의 원시 문화에 광범위하게 유포되어 있는 신앙 현상으로, 정령 숭배(精靈崇拜) 또는 정령 신양(精靈信仰)이라고도 한다. 〔개 념〕 애니미즘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사람은 영국인 인류학자 타일러(E.B. Tylor, 1832~1917)였다. 그는 종교가 정령 혹은 영적인 존재(anima)에 대한 믿음에서 시작되었다는 학설을 증명하기 위하여 1871년에 <원시 문화》(Primitive Culture)를 출판하였다. 이 책에서 그는 애 니미즘을 "영적인 존재들에 대한 믿음" (belief in spiritual beings)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리고 이런 애니미즘이 종교 에 대한 최소한의 정의이며, 모든 종교의 기원이라고 주 장하였다. 여기서 영적인 존재들이란 맥락에 따라서 영혼(靈魂) · 정령(精靈) · 신령(神靈) · 생령(生靈) · 사령 (死靈) · 조령(祖靈) 혹은 요정(妖精) 등이다. 이 중에서 생령 또는 영혼은 특히 살아 있는 인간의 몸 안에 머무르 는 영적 존재이다. 그러나 인간이 죽어도 영혼은 독자적 으로 존재할 수 있는 실체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사령이 란 죽은 인간의 살아 있는 영혼을 뜻한다. 인간이 지닌 육체적 특성에 비해 정신적 특질을 독립적으로 이해하 여, 물질이 소멸해도 영혼은 남아 있으므로 영혼의 특성 을 초자연적 · 영적 · 초인간적이라고 보고 있다. 타일러 에 의하면 죽음 · 병 · 황홀경 · 환상, 특히 꿈속에서의 경 험을 통하여 원시 문화인들이 인간의 육체로부터 자유로 이 이탈할 수 있는 비물질적인 실체 즉 영혼의 존재를 인 식하게 되었다고 한다. 원시인들은 이러한 자기 영혼에 대한 관념에 빗대어서 주위의 동물이나 식물 또는 자연 물에도 영적인 존재가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여러 영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이 생겨 났다고 주장하였다.
정령 · 신령 등은 각종 대상이나 존재의 조건과 상태와 관련하여 인정된 영적 존재들이다. 애니미즘의 입장에서 는 생명이 없는 대상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사물은 정령 과 더불어 산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타일러가 관찰한 바 에 따르면 모든 사물은 생령뿐만 아니라, 꿈이나 환상 속 에서 다른 이들에게 나타나는 환영(幻影) 즉 유령(幽靈) 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진다. 생령과 유령은 신체에서 분 리가 가능한 것으로 인지된다. 생령이 떠나면 신체가 무 감각해지거나 죽은 상태로 있게 되고, 멀리 있는 사람에 게 그 혼이 환영 · 유령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생령과 유령의 결합 현상에 대한 인식이 원시 지식인들에게 있 어서 종교가 두 번째 단계로 발전하는 모습이라고 타일 러는 주장하였다. 더 나아가 유령이 동식물이나 사물 속 에 들어가 그것들을 소유하고 그 안에서 활동할 수 있다 고 보아, 원시 문화의 종교란 모든 자연을 사로잡고 그 안에 가득 차 있다고 생각되는 영적 존재와 인간 사이의 관계 설정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영적 존재에 대한 관념 은 후일 다신교(多神敎, polytheism)로, 그리고 다시 일신 교(一神敎, monotheism)로 발전하였다고 그는 주장하였 다. 이러한 타일러의 주장은 19세기 진화론의 영향을 받 은 많은 지식인들에게 받아들여졌다.
〔연구 동향〕 인류학자들의 비판에 의하면, 타일러가 주장하는 원시 지식인들의 죽음과 꿈에 대한 설명은 지 나치게 개인 심리에 의존하거나 합리성에 치우친 해석이 라는 것이다. 또한 원시 문화의 사람들이 모든 사물 속에 영적 존재가 들어 있다고 보았으며, 그것이 종교의 기원 이라는 해석도 지나친 것으로 이해하였다. 후대의 학자 들은 '성(聖)스러움' 에 대한 종교 특유의 감정을 동반하 는 애니미즘 전(前) 단계의 증거 가능성에 대하여 논란 을 벌였다. 그중에서도 영국의 인류학자로 타일러의 제 자 중 한 사람인 매럿(R.R. Marett, 1866~1943)은 원시 문 화의 사람들이 살아 있다고 보는 대상은 한정되어 있었 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살아 있는 대상들에 들어 있는 활력이나 생명력이 반드시 영적 존재에 상응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즉 애니미즘이 머물러 있는 대상에서 독립하여 별도로 존재하는 영혼이나 정령에 대한 신앙을 뜻하는 데 대해서, 만물을 살아 있는 것으로 보는 활력에 대한 신앙을 애니미즘의 전 단계로 애니마티즘(animatism) 또는 프리 애니미즘(pre-animism)이라이라고 불렀다. 매 럿은 활력이나 생명력에 대한 신앙인 애니마티즘이 역사 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애니미즘에 앞선다고 주장하였다.즉 사물이 살아 있다는 신념은 사물에 정령이 깃들인다 는 신념보다 훨씬 더 단순하고 원초적이라고 여겼던 것 이다. 매럿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남태평 양 멜라네시아 원주민이 지녔다고 보고된 마나(mana)에 대한 신앙을 응용하였다. 마나란 영국 성공회의 선교사 코드링턴(R.H.Codrington, 1830~1922) 주교가 20여 년 동 안 멜라네시아 현지인들의 신앙을 관찰해 얻은 내용을 1891년 영국 선교회 본부에 보낸 보고서에 기록한 내용 이다. 그에 의하여 보고된 마나란 비인격적이고 초자연 적인 힘을 말하는 것으로, 이상하게 생긴 돌이나 나무, 전쟁에서 매번 이기는 승리자, 부족의 추장 등에게 이러 한 힘이 있어서 사람들에게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믿는 다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코드링턴의 보고서를 인류학 자 매럿이 받아들여 새로운 종교 기원론으로 삼았다. 그 는 1899년에 발표한 논문 <정령 숭배 이전의 종교>(Preanimistic Religion)와 《종교 입문》(Threshold of Religion, 1909)이라는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즉 종교 의 시작은 비인격적인 힘에 대한 경외심에서 시작되었으 며, 그러한 두려움이 정령이나 주물에 대한 숭배보다 앞 선다는 것이다. 그의 종교 기원설은 전-정령 숭배설(preanimism, animatism) 혹은 마나설(manaism)이라고 명명되 었다. 그러나 훗날 인류학자들의 정밀한 현지 조사에 따 라, 마나란 비인격적인 힘으로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 니라, 사물이나 인간에게 항상 붙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 다. 또한 그 힘 자체를 경외한다기 보다는 그러한 힘을 지닌 초자연적인 존재를 멜라네시아인들이 두려워한다는 사실이 규명되었다.
유대계 프랑스 사회학자인 뒤르켐(E. Durkheim, 1858~ 1917)의 이론에 의하면, 종교는 인간의 집단적인 심성에 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 사회를 보 면, 그 사회 공동체의 이상이 종교에 의하여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러한 집단적인 표상인 토템(totem)을 통하여 사회의 통합과 결속이 유지되며, 그것이야말로 그가 오 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의 토템 숭배(totemism)를 연구하 여 발간한 저서의 제목대로 《종교 생활의 원초적 형태》 (Les Formes élémentaires de la vie religieuse)라고 보았다.
이 러한 그의 주장을 바탕으로, 뒤르켐은 종교의 기원을 토 템에 두었다. 토템은 북미 인디언들의 용어인데, 본래는 '문중의 일원' 이라는 뜻의 도템(dotem)에서 파생되었다.일반적으로는 어떤 부족이나 개인이 자신과 밀접한 관계 가 있다고 믿는 특정한 동물이나 식물, 드물게는 무생물 을 가리키는 말이다. 토템이 되는 대상에 대하여서는 여 러 가지 금기, 곧 타부(tabu)가 적용된다. 그래서 평상시 에는 토템을 함부로 만지거나 죽이지 못하는 것이다.
영국의 인류학자 프레이저(J.G. Frazer, 1854~1941)는 1890년부터 1936년까지 원시 사회에 대한 사료들을 모 아 《황금 가지》(Golden Boughs)라는 기념비적인 저작을 펴냈다. 여기서 그는 종교가 주술에서부터 발전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일반적으로 주술은 초자연적인 힘을 조정하 거나 조작하여, 자기가 처한 바람직하지 못한 환경을 변 화시키고, 뜻한 바를 달성하기 위한 원시 과학(primitive science)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시도가 계속 실패로 돌아가자, 사람들은 초월자를 믿고 신에게 간청하거나 신과 화해를 시도하는 종교로 옮겨 갔다고 프레이저는 생각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지구상에 존재하 는 거의 모든 종교가 주술적인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트로브리앤드(Trobiand) 군도에서 27개월에 걸친 치밀한 현지 조사를 한 사회 인류학자 말리노프스키(B. Malinowski, 1884~1942)의 연구 성과에 따르면, 주술과 종교에 관 해서는 쉽사리 선후 관계를 말할 수 없으며, 차라리 그 둘이 동시적으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독일의 사회학자 헬레(H.J. Helle, 1934~ )는 저 서 《종교 사회학》(Religionssoziologie, 1997)에서 종교의 기 원을 샤머니즘에 두고 있다. 인간들이 애초에는 채집 경 제의 단계에 살았으며, 주로 열대성 기후 지역에 거주하 였다. 그러다가 인구가 늘어나고, 주거 지역도 점차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어 나갔으며, 먹을 것도 부족하여 채집 경제 방식만으로는 영양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게 되었 다. 따라서 인류의 경제는 이제 동물들을 사냥하는 수렵 경제 단계로 접어들게 되었다고 본다. 그러자 동물들을 사냥하게 되면서 그전에는 모르던 여러 가지 어려움과 위험이 인간들에게 닥치게 되었다. 예를 들면 사냥감의 고갈이나 사냥 때에 겪는 예기치 못한 사고 같은 경우이 다. 그래서 사람들은 동물의 본래 주인이라고 여기게 된 초인간적인 존재에게 빌거나, 동물이나 인간의 영혼이 들어 있다고 여기는 뼈를 중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흔적이 바로 지금도 무당이 굿을 할 때 사냥하는 시능을 하며, 뼈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흔 적은 샤머니즘에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고등 종 교들에서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고 헬레는 말하 였다. 즉 그리스도교에서 성인의 유해를 공경하는 것이 나 불교에서 사리를 숭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 이다.
〔의 의〕 애니미즘을 비롯한 이러한 종교 기원설들은 현재 설득력을 잃고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이론들을 뒷 받침하는 자료가 부실하고 부정확하기 때문이다. 즉 증 거가 불충분한 셈이다. 주물 숭배 · 정령 숭배 · 마나에 대한 믿음 · 토템 숭배 등과 같은 요소들이 지금도 살아 있는 원시 문화의 종교 현상들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분명 하다. 그렇지만 이러한 현상들 중에서 어떤 한 가지 현상 이 종교의 기원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근거는 없다. 또한 오늘날 원시 문화의 종교들이 그 옛날 원시 시대의 종교 와 동일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들이 문명인들과 는 다른 방식으로 살고 있으나, 그들 나름대로 분명히 수 천 년, 수만 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종교의 기원을 논의하는 이론들은 이러한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종교의 기원을 밝히려는 의도가 아니라 종교가 가진 다양한 의미들을 설명해 준다고 받 아들일 때에 종교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타일러의 애니미즘 이론은 종교 기원설로 서가 아니라, 명확한 개념의 확립과 제시된 자료의 중요 성 때문에 종교학 연구에 있어서 여전히 그 가치를 인정 받고 있다. 오늘날에 와서 애니미즘이라는 용어는 무생 물에 영적인 성격을 부여하는 현상이라는 의미로 더 많 이 사용되고 있다. 아동 발달의 구조적 이론을 발전시킨 스위스의 심리학자 피아제(J. Piaget, 1896~1980)는 이런 의미에서 애니미즘은 세상에 대한 어린이의 개념 발달 과정에 있어서 특징적인 한 단계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 뒤르켐, 에밀 ; 무교 ; 다신교 ; 일신교)

※ 참고문헌  Edward B. Tylor, Primitive Culture. vol. 1(The Origins of Culture) ; vol. 2(Religion in Primitive Culture), London, 1871/ James G.Frazer, The Golden Boughs, 1890~1936/ R.H. Codrington, The Melanesians, London, 1891/ Robert R. Marett, Pre-animistic Religion, Folklore 11, 1900, pp. 162~182/ -, The Threshold of Religion, London, 1909/ Emil Durkheim, The Elementary Fom ofthe Religious Life, New York, 1915/ Jean Piaget, Origins fIntelligence in Children, New York, International Univ. Press, 1952/ Mircea Eliade, Shamanism. Archaic Techniques of Ecstasy, New York, 1964/ E.E. Evans- Pritchard, Theories of Primitive Religion, Oxford, 1965/ Wilhelm Dupré, Religion in Primitive Cultures. A Study in Ethnophilosophy, The Hague, 1975/ Jan de Vries, Perspectives in the History ofReligions, Berkeley, 19771 Horst J. Helle, Religionssoziologie, Miinchen, 1997/ E.E. Evans-Prichard, 김두진 역, 《원시 종교론》, 탐구 당, 1976/ E. Durkheim, 노치준 · 민혜숙 역, 《종교 생활의 원초적 형 태》, 민영사, 1992/ M. Eliade, 이윤기 역, 《샤마니즘-고대적 접신 술》, 까치, 1996. 〔朴日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