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퍼스, 카를 (1883~1969)

〔독〕Jaspers, K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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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 야스퍼스.

카를 야스퍼스.


독일의 현대 실존 철학의 대가. 〔생애와 저서〕 1883년 2월 23일 북해의 해안이 가까 운 올덴부르크(Oldenburg)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신념과 교훈에 영향을 받아 어린 시절부터 이성적이고 실존적인 성실성을 생활 신조로 확립하였다. 그는 이치에 맞지 않 는 것에 대해서 수긍하지 않는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정신을 지녔다. 이러한 면 때문에 그는 김나지움 고학년 시절에 학생들의 군사 훈련에 항거하여 교장과 충돌하였으 며, 이 사건으로 반항적인 학생이자 요주의 학생으로 지 목되기도 하였다. 또한 그는 부모의 신분과 직업으로 구분된 '학생 조합' 가입이라는 교장의 방침이 폐쇄적인 배타성을 지닌 것이라며 그 부당성을 비판하고 이를 거 부하였다. 이 때문에 동급생들로부터 따돌림을 받았다. 그의 자유 정신과 배타성에 대한 부정은 후에 그의 철학 체계에 반영되었다. 그의 철학 체계에서, 사유의 개방성 은 진리로 나아가는 길의 원천이며, 사람이 참다운 자신이 되어 가는 도정(道程) 중 필수 요건인 타자와의 통교 (Kommunikation)에서 견지되어야 할 기본적 태도로 제시되었다. 그는 아버지의 뜻을 따라 법학을 공부하던 중, 사회 생 활에 관한 추상적 개념을 다루는 공부에 환멸을 느꼈다. 그래서 정신 병리학을 공부하기 위해 하이델베르크 대학 으로 옮겨 전문의 자격과 학위를 취득하였다. 그가 발표 한 논문들은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1911년에 지도 교 수와 출판업자로부터 정신 병리학 총론의 집필 권유를 받았다. 그 결과 1913년 《정신 병리학 총론》(Allgemeine Psychopathologie)을 출판하였다. 훗날 그가 스스로 정신 병리학을 선택한 동기를 철학 연구를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였듯이, 이 저서를 쓰는 과정에서 그는 확고 히 철학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정신 병리 현상에 접근하 는 데 있어서 후설(E. Husserl, 1859~1938)의 현상학적 방 법을 원용(援用)하였다. 특히 그가 주력한 것은 문제의 대상에 접근하는 어떠한 방법도 특정의 전제와 여기에 따른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음을 밝히는 일이었다. 그의 연구와 해명의 최종적인 귀결은, 정신 의학의 대상은 인 간이지만 전체로서의 인간은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었다. 따라서 인간에 대한 전체적 인식(Erkemen)은 불가 능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세계가 결코 전체로서 인식될 수 없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 후자의 소신은 그의 주저인 3부작 《철학》의 제1권 《철학적 세계 정위》에서 과학(Wiisenschaf)의 한계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일로 발 전되어 나타났다. 또한 대상적 인식의 한계에 대한 확신 으로 인간의 문제를 대하는 시각을 교정하려는 시도로 나타났다. 그의 관심은 인간의 '존재' 에 모아졌고 이의 결실로 제2권 《실존 해명》(Existenzerhellung)이 출판되었 다. 존재의 진리는 실존적으로 경험되는 것이라는 기본 입장을표명한 이 저서는, 제3권 《형이상학》의 방법적 토대가 되었다. 야스퍼스는 하이델베르크 대학 철학과 교수 자격 시험 에 통과한 후 심리학 강의를 하였다. 이 당시 그 자신이 현대 실존 철학의 초기 작품이라고 한 《세계관의 심리 학》(Psychologie der Weltanschauungen, 1919)이 출판되었다. 1922년에 그는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철학과 정교수로 임명되었다. 1932년 그의 주저 《철학》이 출판되면서, 그 는 하이데거(M. Heidegger, 1889~1976)와 더불어 전통적인 고정 관념에 사로잡혀 있던 강단 철학의 세계에 새 바람 을 일게 한 인물로 주목받았다. 두 사람은 지식의 보편 타당성을 표방하는 학문주의에 일격을 가하며 그것의 한계를 초월하는 사유의 모습을 보여 주고자 하였다. 그들 에게 있어서 진리는 인간의 존재와 분리될 수 없는 것이 었다. 그들은 인간의 존재 문제를 떠난 진리를 찾지 않으 려고 하였으며, 이러한 그들의 실존과 존재의 사상은 곧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1931년 <현대의 정신적 상황》(Die geistige Situation der Zeit)을 출판하였다. 《철학》과 매우 대조적인 이 저서로 그는 세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사람들은 이 저서에서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근본 문제에 대한 통찰 을 접하였다. 또한 그를 인간의 존재가 직면한 재난의 현 실을 직시한 사람으로 평가하였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시간 현존' (Zwitdasein)이라는 그의 표현처럼 그 의 사유가 역사적 상황에서 시작된다는 것과 역사는 시 간과 영원의 통일(Einhet)이라는 근본적 확신에 대한 충 실성이다. 그에게 있어서 영원을 떠난 시간은 허무한 것 이며, 시간을 떠난 영원은 공허한 것이다. 따라서 그에게 있어 역사적 현실은 초월자를 가리키는 상징이었다. 당 연히 현실의 문제는 철학하는 자에게 가당치 않은 분외 의 문제일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는 《철학》에서 과학 의 한계를 논하며 인간 존재의 본질을 구명하고 형이상 학의 영역을 확정 짓고자 하였다. 반면에 <현대의 정신 적 상황》을 비롯한 정치적 · 사회적 사유의 여러 논저에 서 시대의 한복판에 선 철학자의 사유를 선보였다. 그런 데 시대를 근본적으로 경험하고 있음을 알리는 그의 정 치적 · 사회적 사유의 언어는 근본적인 것에 대한 이와 같은 철학적 확신에서 유래한 것이다. 요컨대 야스퍼스 의 사상에는 삶과 사유, 현실과 철학이 하나로 결합하여 있었다. 유대인 아내 때문에 사선(死線)을 헤매기까지 한 야스 퍼스는 체포 직전 미군이 하이델베르크에 입성하여 목숨 을 건졌다. "살아 남은 자는 자신의 여생을 바칠 일을 찾 아야 한다"고 다짐한 그는 나치에 의해 유린되고 파괴된 대학의 재건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그는 《대학 의 이념》을 출판하였다. 한편 유대인들의 살육 현장에서 침묵의 방관자로 일조하였던 독일인의 '집단 범죄' 를 고 발한 《죄의 책임 문제》(Schuldfrage)를 간행하였다. 그가 이 저서에서 지적하는 것은 그 자신을 포함해서 아무도 그 학살 행위에 항의하여 거리로 뛰쳐나가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그 침묵은 형법적인 범죄는 아닐지라 도 학살의 현장에 방관자로 있었다는 '존재의 죄' 즉 '형 이상학적인 죄' 는 면할 수 없다고 지적하였다. 또 그는 도덕적 · 정치적 혁신을 위한 대화의 광장으로서 <변화> (Wandlung)라는 계간지를 창간하였다. 독일의 역사적 대 전환을 희구한 그는, 독일인의 집단적 범죄로 규정되어 야 하는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논하였으며, 역사의 전환은 지난 자기 존재에 대한 치열한 반성을 거쳐야 함을 강조 하였다. 그래서 그는 급속히 독일의 정신적 '대변자' 로 부상하였지만, 그의 글들이 당시 독일에서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하였다. 이에 그는 더욱 실망하고 체념에 빠졌다. 결국 그는 바젤 대학의 초청을 받고 스위스로 이주하였 다. 이는 그가 소용돌이치는 역사적 현실로부터 빠져 나 가 본래의 임무인 연구 생활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하였 다. 그는 1969년 2월 25일 그곳에서 생을 마치기까지 19년 동안 29권의 저서를 집필하였다. 〔근본 문제와 범위〕 철학의 물음 : 야스퍼스는 철학을 한다는 것은 "무조건적인 요청"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 이유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시간 현존' 인 데 있다고 하였다. 언제나 특정의 상황에 처해 있기 마련인 인간에 게 묻고 생각한다는 것은 필연이라는 것이다. 특히 인간 존재가 본질적으로 안고 있는 자기 부정성인 죽음의 의 미는 어쩔 수 없이 그를 철학적 사유의 길로 이끈다는 것 이다. 죽음뿐만 아니라 '우연' · '죄책' · '싸움' · '세계 가 믿을 것이 못 된다는 것' 등은 해결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예측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그것들은 인간의 무 력함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한계 상황' 이라고 야스퍼스 는 말하였다. 무력함이란 인간이 자신의 존재 기반을 그 자신 속에 갖고 있지 않음을 뜻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 의 존재는 철저히 '무성' (無性, Nichigkeit)으로 관통되어 있는 것이다. 이 존재의 허무성을 극복하는 문제가 야스 퍼스에게는 철학의 근본 문제이다. 그에게 허무성의 극 복 즉 존재의 '탐구' (Suchen)는 이보다 큰 과제가 있을 수 없는 시대적 제약을 벗어난 '영원한' (unzeitig), 오직 하나의 철학의 근본 문제이다. 철학적 신앙 : 따라서 그에게 있어 철학은 존재의 기 반을 찾는 구원의 철학 즉 철학적 신앙의 철학이다. 이는 그의 철학이 인간의 문제에만, 그것도 구원의 문제에만 한정적으로 매달리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 쉽다. 그러나 인간 존재의 허무성이 동시에 일체 존재하는 것의 무의 미와 통한다는 점에서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철학》의 구성에서 이러한 사실이 명백히 드러난다. 야스퍼스에 의하면, 전통적인 서양 철학의 문제는 세계와 영혼 그리 고 신이다. 《철학》은 이 영역들을 내포하고 있다. 《철학》 의 제1권 《철학적 세계 정위》는 세계의 인식을, 제2권 《실존 해명》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그리고 제3권 《형이 상학》은 초월자의 진리를 다루고 있다. 그의 철학적 신앙이라는 철학이 담겨진 저서로는 《철 학적 신앙》(Der philosophische Glaube, 1954)과 《계시와 대 면하는 철학적 신앙》(Der philosophische Glaube angesichts rOfienbarung)이 있다. 모든 서양의 사유가 그렇듯이 철 학적 신앙은 곧 계시 신앙과 상면(相面)할 수밖에 없겠으나, 야스퍼스의 경우에 특히 그렇다. 그는 교회 신앙과 철학적 신앙의 차이를 강조하면서, 두 신앙의 같은 근원성(Gleichusppinglichktr)과 그 근원성의 일치도 강조하였 다. 그는 이 일치를 초월적인 신에 대한 신앙에서 그 원천을 찾고 있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그는 철학적 신앙이 '성서 신앙' 의 전통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고 자처하였다. 야스퍼스 사상의 전체적 파악을 위해서 그리고 계시 신앙에 대한 철학적 신앙의 본질적 관련을 이해하기 위 해서 중요한 것은, 철학적 신앙이 발단하게 된 시대적 배 경과 사회적 현실이다. 야스퍼스는 왜 믿느냐는 물음에 "아버지가 말씀하셨다"고 한 키에르케고르(S.A. Kierkegaard, 1813~1855)의 말을 인용하였다. 아버지가 신앙의 아버지인 아브라함이나 모세인지, 아니면 육친의 아버지 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야스퍼스에 대한 그의 아버지의 영향은 컸다. 그의 아버지의 이성에 대한 절대적 신뢰는 그대로 그에게 전해졌다. 그는 아버지에게 살아 있던 사 유의 전통에서 영향을 받고 감화되었다. 이 전통은 데카 르트(R. Descartes, 1596~1650)와 로크(J. Locke, 1632~1704) 에 의해 이성이 확립되고 이 과정에서 인식론이 철학 분 야로 개척 · 확립된 것이다. 근세 이후 세상은 하이데거 의 말처럼 '학문의 시대' 가 되었다. 이제 누구도 이치에 닿지 않는 것을 수긍하지 않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러한 시대 영향하에서 야스퍼스의 철학적 신앙은 곧 이성의 신앙을 말하며, 이는 바로 이러한 시대의 한복판 에 서는 것이다. 우선 그가 말하는 신앙은 학문과 결합된 다. 그것은 현대 신앙의 자격을 획득한다. 그러나 그의 신앙은 학문적 인식의 한계에 이르러 학문을 초월하는 것이다. 이리하여 철학적 신앙은 현대를 초극(超克)한 다. 그에게 있어 이성은 초월하는 '운동' 이다. 이 운동을 이끄는 것이 진리의 신앙이다. 야스퍼스는 철학적 신앙 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로 교회 신앙의 쇠 퇴를 들고 있다. 그는 "오늘날 점점 더 소수의 사람들이 하느님의 독생 성자로서 예수, 하느님에 의하여 세워진 유일한 중개자로서 그리스도를 믿는 것 같다" 고 하였다. 신앙은 교회를 떠나 순전히 단독적인 개인의 일이 되었 다. 그것은 자체 안에 나와 너를 잇는 공동체적 기반을 지닌 것이 아니다. 따라서 철학적 신앙이 교회 신앙이 쇠 퇴한 시대 상황 속에서 이 신앙을 대치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야스퍼스에 의하면, 교회의 본질적 성격 때문 에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즉 교회는 개인의 집합적 전 체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신앙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그 표본은 이스라엘이다. 야훼 하느님이 아브라함을 불렀을 때 사실은 아브라함에 의해 장차 형성될 그의 백성이 불 린 것임은 이스라엘의 역사가 증언하는 바이다. 아브라 함은 이 백성의 선조로서 불리움을 받았다. 신앙의 백성 공동체로서의 토대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있으며, 이는 그리스도교의 신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그 신앙 은 인간의 어떠한 연대와 결합체에 의해서도 대체될 수 없는 것이다. 철학적 신앙이 그리스도교의 신앙을 대신할 수 없는 본질적인 이유는 야스퍼스의 구원의 의미와 초월자의 근 본 성격에 있다. 그가 말하는 구원은 인간 존재의 허무성 의 극복을 의미한다. 따라서 철학적 신앙의 길은 '존재 의 탐구 이다. 이 탐구의 목표는 '존재의 경험' 이며, 이 때 자기 존재의 실존적 의식의 변화가 구원의 성취 즉 구 원의 실체가 된다. 한마디로 구원은 실존적 의식의 문제 가 되는 것이다. 구원의 관건이 의식에 있는 것이며, 초 월자는 끝내 초월자로 남는 것이다. 전통적인 것의 전면 적인 붕괴의 파국에서 야스퍼스가 제시한 현대 사회의 구원 목표는 이성과 사랑의 공동체이다. 그러나 이 제시 는 초월자와는 무관하다. 왜냐하면 그 초월자가 사랑과 화해와 평화의 하느님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철학적 신앙의 탐구의 길은 단적인 존재를 찾아서 자기 존재의 공허를 안고 가는 자의 길이다. 따라서 철학적 신앙이 어떤 존재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역사 문제 : 구원의 문제 다음으로 야스퍼스의 관심을 끄는 것이 역사적 현실의 문제이다. 이 관심의 바닥에는 역사의 세계에 대한 그의 확신이 있다. 그가 확신하는 것 은, 역사는 "시간과 영원의 통일"이라는 점이다. 역사적 인 것이 단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생긴 일이 아닌 것은 거기에 관여하는 자가 초월자와의 관련에서 갖게 되는 '절대적 의식' 속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의식 에 있어서 시간과 영원은 하나로 결합된다. 이 근본적 확 신 속에서, 야스퍼스는 <현대의 정신적 상황》을 비롯한 《죄의 책임 문제》 등 여러 논저를 저술하였다. <현대의 정신적 상황》에서 그는, 인간 '존재' 의 파국적 현실에 직 면한다. 그는 이것을 정치 · 경제 등의 '생존 질서의 절 대화' 로 요약한다. 이 절대화가 의미하는 것은 오늘날의 사람들이 오직 삶의 편의와 안락, 쾌적과 풍요만을 추구 하게 되었다는 것이며, 그 질서 속에서 사람이 한 인간으로서 또 그 자신으로서 존재하는 공간이 소멸해 버렸다는 것이다. 〔사유의 전개〕 존재의 탐구 : 어떠한 인식도 기본적으 로 존재하는 것의 진리를 목표로 한다. 그러나 그 인식은 어느 한 분과(分科)에 속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떠한 인 식도 단적으로 존재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님 을 가리킨다. 오직 철학에서만 존재 자체가 물음에 부쳐 지는 것이다. 여기서 철학적 사유의 근본적 성격과 함께 그 진리의 궁극적인 성격이 드러난다. 무엇보다도 중요 하고 분명한 사실은 철학 본래의 문제인 존재의 탐구가 바로 '한계 상황' 에 처한 자의 구원의 과제이기도 하다 는 사실이다. 야스퍼스의 '존재의 탐구' 는 이 이중성을 지닌다. 그러나 이때 탐구는 인식이 아니다. 하이데거와 마찬가지로 존재의 사유는 야스퍼스에서도 보편적 타당 성을 지향하는 '객관적' 인식과는 다른 실존적인 것이 다. 그렇지만 그 사유는 하이데거와는 달리 기본적으로 '탐구' 이다. 탐구가 인식이 아님은 그것이 '주관' 의 일 이 아님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에 귀속되는 가? 또 탐구가 하이데거의 존재 사유와도 같지 않다면 그것은 어떤 독특한 성격을 띤 것인가? 야스퍼스의 사유는 '가능적 실존' (die mogliche Existenz)의 사유이다. 그에 의하면 인간은 '자기 확지(確 知)' 의 욕망을 본성적으로 지닌 까닭에 사람은 누구도 참 자신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자 즉 '가능적 실존' 으로 서 존재한다. 학문적 탐구에서 완전한 지식의 '이념' 과 제 학문의 통일의 이념' 도 자기를 '확지' 하려는 욕망에 서 유래한다고 그는 설명하였다. 물론 가능적 실존의 본 뜻은 구원이 가능한 자라는 뜻이다. 다음으로 그는 인간 의 존재를 고정적으로 확정되어 있는 것으로 보지 않는 다. 이 점이 동물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이다. 그는 어떤 자로 되어 가는 것이다. 이것은 그가 어떤 자, 누구인가 를 스스로 결정하는 자유 가운데 있음을 뜻한다. 본질적 으로 인간은 자기 존재 결정의 자유 존재이다. 그는 참 자기 존재로, 미래적으로 열려 있는 자인 것이다. 이 점에서도 인간 존재는 '가능적 실존' 이다. 야스퍼스의 존재의 탐구는 바로 이 가능적 실존의 탐 구이다. 기본적으로 그것은 자기 존재의 결정을 내포하 는 까닭에 그것은 '내적 행위' 의 성격을 띤다. 이로써 하 이데거와 같이 야스퍼스도 이성은 '명석 판명' 을 확실성 의 징표로 삼은 데카르트의 기하학적 이성관과 명제의 보편 타당성을 내세운 칸트주의의 인식관에서 벗어나 다 시 중세의 이성과 같이 내면성을 띠기 시작하였다. 근세 의 사유는 오직 사상(事象)의 원인이 물음이 되며 근거 를 밝히는 '인식' 을 의미하고, 이 사유의 일은 '주관' 의 작용으로 돌려진다. 그러나 야스퍼스에게서 사유는 인식 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월의 운동이다. 그리고 그것은 한 갓 주관이 아닌 '가능적 실존' 즉 인간 존재의 본질에 귀 속된다. 존재의 탐구는 이 가능적 실존의 실존적 의지의 행위인 것이다. 이 의지가 탐구를 행한다. 이런 의미에서 야스퍼스의 이성은 실존적 이성이다. 야스퍼스는, 이성 은 '본성적' 으로 '통일의 의지' (Einheitwille)라고 말하였 다. 그것은 "일체가 그것으로부터 나오고 그것에 돌아가 는 일자" (一者, asEine)에 이르지 않고서는 만족하지 못 하는 것이다. 단적인 존재는 그 탐구의 길에서는 이러한 일자로서 이성을 부르는 셈이다. 그것은 존재가 그것의 탐구에서는 '포괄자' (das Umgreifende)로서 일자가 되기 때문이다. 한계와 초월 : 야스퍼스는 《철학적 세계 정위》에서 학 문적 인식의 원리인 '의식 일반' (Bewußtsein überhaupt)에 의해 획득한 지식의 여러 한계를 논거하였다. 가장 중요 한 지적은 인문 사회 과학이나 자연 과학의 지식은 대상 이 현상(現象)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결코 존재 자체에 이르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이것이 '의식 일반' 의 한 계이다. 다음으로 이성은 의식 일반으로 설명될 수 없는 것, 바꾸어 말한다면 의식 일반에 포괄될 수 없는 것을 향하여 포괄자로서의 의식 일반을 넘어선다. 이성은 이 제 포괄자 '정신' (Geist)에 이른다. 전형적으로 헤겔(G. W.F. Hegel, 1770~1831)의 정신이 모든 역사적인 것의 설 명 원리이며 모든 역사적인 것을 포괄하는 포괄자라면, 야스퍼스는 역사적인 것에서 그것에 주체적으로 관여하 는 자의 실존적 개입으로 보고 있다. 야스퍼스는 정신의 포괄자로서의 한계를 언급하였다. 이와 같이 하여 그에게 '생존' (Dasein)은 말할 것도 없고 의식 일반과 정신도 일자로서의 포괄자가 될 수 없음이 분명해진다. 여기서 포괄자로서의 일자를 향하여 여러 포괄자의 한계를 넘어서는 이성의 운동이 드러난다. 야 스퍼스는 이성의 본질을 이 운동에서 찾는다. 이성과 실 존적 의지의 결합이 드러나는 것도 이 운동에서이다. 중 요한 사실은 생존 · 의식 일반 정신은 인간 자신의 존재 양식이라는 점이다. 사람은 일상에 생존하는 자로서, 지 식 활동에서는 의식 일반으로서, 그리고 역사적인 세계 에서는 정신으로서 존재한다. 야스퍼스는 이때 그것들은 존재 의식으로서 현재하게 된다고 말하였다. 그러므로 이성의 한 포괄자로부터 다른 것으로 초월하는 운동은 실상 거기에 상응하는 탐구하는 자의 존재 의식의 변화 과정이다. 그러나 이성은 정신까지도 일자로서의 포괄자 가 될 수 없음을 깨닫자 좌절하고 만다. 그러나 야스퍼스 는 존재가 영원히 초절자(超絶者)로 남으며 그것은 끝내 인간에 대하여 절대 타자가 되는 듯한 순간에 사람은 초 월자의 존재를 경험하게 된다고 말하였다. 암호 해독 : 야스퍼스에 의하면, 인간이 '의식 일반' 과 '정신' 으로서 대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감성적으로 상면 하는 '그렇게 있는 것' 들이다. 의식 일반과 정신의 원리 로 밝혀지는 것이 '단적인 존재' 가 아니라는 것은 그 대 상의 '그렇게 있음' (Sosein)의 어둠을 뜻한다. 그러나 감 성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났을 때 그 대상은 '투명' 해지면 서 이제 존재를 가리키는 '암호' 가 된다. 따라서 이 암호 를 해독하는 것에서 형이상학 고유의 영역이 존립하고, 제 학문에 대한 우월한 지위도 확보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암호 해독 (Chiffrenlesen)은 인식의 길이 막힌 곳에서 시작된다. 해독 자체는 이 길을 넘어서는 '형이상학적 초월' 이 될 것이다. 그런데 그는 "형이상학적인 초월은 실존에게 초월자를 호출(呼出)한다" 고 말하였다. 이에 따라 초월자는 '자기를 보내는 자' (ein sich Schenkendes) 로서 실존적으로 경험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초월자는 예수 그리스도의 매개 없이 추구 되고 경험된다. 따라서 이 경험은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 의 신앙을 통하여 이르게 되는 것과 같지 않다. 애초에 그 경험의 방향이 그럴 수밖에 없도록 정해져 있었기 때 문이다. 야스퍼스가 추구한 것은 '존재의 확지성' (Seingewisshei)이었다. 그에게 있어 구원이란 이 확지성을 뜻 하였다. 이 확지성의 도달이 그의 핵심 과제이며, 그 초 점이 '암호 해독 에 모아진 것이다. 그러나 이 해독은 누 구에게도 그대로 전달될 수 있는 것인가?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그것은 끝내 이성에 대하여 암중 모색의 암호 로 남는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것은 '존재의 경험' 의 비 밀스러움을 말해 준다. 이 비밀스러움은 어디까지나 존 재의 경험이 내밀(內密)한 실존적 의식에서 그 확지성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에 의하면 "존재는 비밀 속에서 말한다." 진리론 : 그는 이 까닭을 제2의 주저 《철학적 논리학》 의 제1부 <진리론>(Von der Wahrheit)에서 밝힌다. 이에 의하면, '인식' 을 포함하여 어떤 형태의 사유도 보통 그 무엇의 사유이기 마련이다. 근본적으로 이것은 인간의 사유가 '주관-객관-분열' 의 형식에서 벗어날 수 없음 을, 그래서 인간에게 알려지는 것은 결코 존재 자체일 수 없음을 일러주는 것이다. 그것은 특정하게 조건 지워져 나타나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의식 일반에 의한 인식의 영역도, 정신에 의하여 설명된 역사의 세계도 기본적으 로 '주관-객관-분열' 의 형식에 있어서 출현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어느 영역에서도 문제되는 대상은 위 분열의 형식에 있어서 등장하므로 이 분열의 형식이야말로 가장 포괄적인 포괄자이다. 그런데 가장 포괄적인 '주관-객관-분열' 의 형식에 있어서 등장하는 것이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면, 여기에 이르러 '존재' 의 사유는 멈출 수밖에 없다. 이 사유의 멈춤은 곧 이성의 좌절을 의미한다. 그러나 야스퍼스는 이 좌 절의 순간 오히려 초월자의 현전(現前)을 경험한다고 말 한다. 그는 이제 "오직 침묵 속에서 초월자 앞에 선다" , "그러나 우리는 세계 속에 머물고 있으며 초월자 속에 있지 않고 고양(高揚)된 현전성(現前性) 속에 내가 다시 있게 된 것을 알게 된다"고 말한다. 이로써 구원은 성취 되는 것이다. 존재의 탐구가 '존재의 확지성' 에 이른 때문이다. 야스퍼스는 존재의 확지성에 이른 자는 이제 이 확지성에 의해 고양된 현실의 세계에 마치 거듭난 자와 같이 다시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 실존 철학)
※ 참고문헌  G. Ebeling, Das Wesen des christichen Glaubens, Giiterslöher Verlagshaus, Gerd Mohn, 19771 K. Jaspers, Philosophie, 3 Aufl., Springer-Verlag, 1956/ 一, Von der Wahrheit, R. Piper, 1947/ -, Der philosophische Glaube, R. Piper, 1954/- Die geistige Situation der Zeit, Walter de Gruyter, 1955. 〔金炳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