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철학

言語哲學

〔라〕philosophia lingua · 〔영〕Philosophy of langu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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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언어 철학의 효시를 이룬 프레게.

현대 언어 철학의 효시를 이룬 프레게.


언어에 관한 철학적 문제들을 선험적으로 다루는 응용 철학의 한 분야. 〔언어학과의 관계〕 인간은 서로의 의사 소통을 위하여 언어를 사용한다. 의사 소통을 위해 언어를 사용할 수 있 다는 것은, 단어와 같이 언어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들에 대해 인간들이 동일하게 이해하는 공통적인 의미가 있음 을 말한다. 여기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단어와 같이 언어의 기본적 구성 요소들이 지니고 있는 공통적 의미는 무엇인가? 둘째, 그러한 기본적 구성 요소들의 소릿값〔音價〕은 무엇인가? 셋째, 그러한 기본적 구성 요소들이 어떻게 조합되어 사용되고 있는가? 언어학(Iinguistics)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답을 제시 하려는 학문이다. 즉 한국어나 영어와 같은 자연 언어의 의미(lexicology) 구조 · 음운(phonology) 구조 · 문법(grammar) 구조 등을 사실적으로 기술하고, 이러한 자연 언어 현상에 내재하는 법칙과 체계를 밝히고자 하는 경험 과 학인 것이다. 다시 말해 자연 언어에 내재한 구조와 의미 를 정리하여 문법을 기술하고 사전을 만드는 등의 경험 적 작업을 하는 것이 언어학이다. 반면에 언어 철학은 언 어에 관한 철학적 문제들을 선험적으로 다루는 응용 철 학의 한 분야이다. 언어 철학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밝히 기 위해서는 경험적 작업에 대조되는 것으로서의 선험적 작업은 무엇이며, 선험적 작업을 통해 해명하려고 하는 언어에 관련된 철학적 문제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또 왜 언어 철학을 응용 철학이라고 부르는지를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경험적 작업은 엄밀한 관찰이나 실험을 통해 어떤 보 편적 진리로 나아가는 과학적 수행 작업을 의미한다. 하 지만 선험적 작업은 어떠한 관찰이나 실험에 의존함 없 이 순수하게 사변을 통해 보편적 진리로 나아가는 철학 적 수행 작업이다. '선험적' 이란 용어는 '아 프리오리' (a priori)의 번역어일 수도 있고 '트랜센덴틀' (transcendental) 의 번역어일 수도 있다. 이 둘은 밀접히 연결되어 있는 데, 어떤 사실의 가능 근거를 탐구하는 작업은 경험적 관 찰이나 실험을 요구하지 않는 작업이므로 모두 비경험적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박' 이라는 단어가 수박들을 지시한다는 것은 경험적 관찰을 통해 알려질 수 있는 사실이지만, 이러한 경험적 지시 관계의 가능 근 거는 경험적 관찰을 통해서는 알려질 수 없는 선험적 탐 구의 대상인 것이다. 선험적이라는 말의 뜻은 일차적으 로 '비경험적' 이라는 의미로 넓게 해석될 수 있다. 그러 나 부차적으로 '가능 근거 탐구적' 이라는 뜻으로 좁게 해석되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언어 철학 에서 비경험적 작업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논리적 가 능 근거 탐구 작업이기 때문이다. 결국 언어 철학자들은 언어 철학을 함에 있어서, 경험적 자연 언어를 논의의 대 상으로 삼는다 할지라도 단순히 그 자연 언어의 현상이 나 기능을 관찰 · 정리 ·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러 한 현상이나 기능이 가능한가 하는 논리적 가능 근거 등 을 비경험적으로 따지는 것이다. 선험적으로 언어의 논리적 가능성을 따지는 언어 철학 에서 중요한 문제는 의미론적(semantical) 문제이다. 즉 "의미란 존재하는 것인가? 존재한다면, 의미란 과연 어 떤 존재자인가? 언어가 어떻게 무엇인가를 의미할 수 있 는가? 단어와 같은 언어적 존재자가 어떻게 언어 밖에 존재하는 세계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 즉 언어가 어 떻게 언어 외적인 세계에 존재하는 대상을 지시할 수 있 는가? 또한 의미와 진리는 어떤 관계에 있는가?" 등이다. 이처럼 의미 · 지시(reference) · 진리의 개념들을 다루 는 의미론적 문제들은 화행(話行, speech acts)이나 논리 적 필연성의 문제와도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이 밖에도 언어 철학에서는 진리 담지자로서의 명제(proposition)의 본성과 존재 여부의 문제, 사적 언어(private language)의 문제, 은유의 문제 등도 다루고 있다. 〔의미론적 문제〕 논의의 관점 : 언어에 대한 철학적 논 의는 크게 구문론(syntax), 의미론(semantics), 화용론 (pragmaticcs)이라는 세 가지 서로 다르면서도 깊은 연관 을 갖는 문제들에 집중되어 있다. 언어에는 언어 또는 기호 자체 · 언어가 지시하는 대상 · 언어를 사용하는 화 자라는 세 가지 계기가 있다. 구문론은 언어 상호간의 관계만을 다루고, 의미론은 언어와 그 대상과의 관계를 다루며, 화용론은 언어를 그 사용자의 입장에서 다루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 구문론은 문법적으로 잘 짜여진 문장이 되기 위해서 어떤 구조를 가져야 하는가 하는 규 칙들에 대한 연구이다. 따라서 언어에 대한 구문론적 기 술에는 의미나 이와 관련된 지시, 진리 등의 개념들이 사 용되지 않는다. 의미론이란 어떻게 언어가 언어 외적인 대상 세계와 연결되며, 만일 이러한 연관 관계가 의미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면 그 의미란 무엇인가 하는 것에 대 한 연구이다. 이러한 의미론에서 잘 쓰이는 개념들로는 의미 · 지시 · 진리 등이 있다. 화용론은 언어 사용자가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대한 연구로, 말하는 행위 〔話行〕에 대한 연구가 그 예가 될 수 있다. 화용론은 특 히 언어 사용자가 언어를 사용할 때의 상황이나 맥락을 중시하여 행하는 언어 연구인데, 상황이나 맥락을 중시 한다는 점에서, 좁은 의미로는 '나' · '지금' · '여기' 등 과 같이 문맥과 상황에 따라 지시체가 변하는 색인적 표 현들(indexical expressions)에 대한 연구를 뜻하기도 한다. 언어 철학에서 다루는 지시 이론(theory of reference)은 크게 두 가지로 구별될 수 있다. 즉 현대 언어 철학의 효 시를 이룬 독일의 철학자이자 수학자 프레게(G. Frege, 1848~1925)와 현대 영미 분석 철학의 선구자인 영국의 철학자이자 수학자 러셀(B.A.W. Russell, 1872~1970)로 대 표되는 '의미론적 지시 이론' (semantic theory of reference) 과 옥스퍼드 대학 일상 언어학파의 거장 스트로슨(P.F. Strawson, 1919~ )으로 대표되는 '화용론적 지시 이론' (pragmatic theory of reference)이다. '의미론적 지시 이론' 은 단어나 표현 어구 등이 사용 자나 상황에 관계없이 항상 객관적으로 지시 대상을 결 정한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화용론적 지시 이론' 은 구 체적인 상황에서 어떤 언어적 표현을 구사하는 언어 사 용자 개개인이 일차적으로 지시 대상을 결정하며, 단어 등은 부차적으로 지시 기능을 수행할 뿐이므로 지시란 근본적으로 어떤 구체적인 상황에서 언어 사용자가 행하 는 '말하는 행위' 〔話行)라고 주장한다. 또한 '의미론적 지시 이론' 은 언어와 언어 외적인 세계의 연관 관계를 언어 사용자나 언어가 사용되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아도 설명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화용론적 지시 이론' 은 언어와 언어 외적인 세계의 연관 관계를 언어 사용자가 언어를 사용하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프레게의 주장 : 언어 철학에 있어서 프레게의 가장 중요한 발견은 의미와 지시 대상의 구별이었다. 그는 다 음과 같은 동일성 명제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그 구분을 이렇게 제시하였다. "어떻게 'a는 b와 동일하 다' 라는 형태를 지닌 참인 명제가 a는 a와 동일하다' 라 는 형태를 지닌 명제보다 현실에 관한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가?" 만일 위와 같은 명제들을 'a' 와 'b'의 자리에 들어갈 이름들이 지시하는 대상들간의 동일적 관계를 나타내는 명제로 간주한다면, 위 두 문장은 단지 어떤 대상이 그 자신과 동일하다는 것을 이야기할 뿐 사실에 대한 아무 런 새로운 정보도 제공하지 못한다. 이에 반해 만일 이 동일성 명제들을 이름들간의 동일적 관계를 나타내는 명 제들로 간주한다면, 이 동일성 명제들은 임의적인 명제 에 불과하게 되고 만다. 왜냐하면 대상들에 우리가 원하 는 어떠한 이름이든지 마음대로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히 "샛별은 개밥바라기이다" (The Morning Star is the Evening Star)라는 동일성 명제는 '샛별' 이라는 이름을 가진 대상에 '개밥바라기' 라는 또 다른 이름 하 나를 더 붙였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새벽에 동 쪽 하늘에 찬란하게 반짝이는 별이 다름아닌 해가 진 뒤 서쪽 하늘에 얼마 동안 보이는 별이라는 사실적 정보를 제공하는 명제이다. 또한 분명히 "샛별은 개밥바라기이 다" 라는 동일성 명제는 "샛별은 샛별이다" 라는 동일성 명제와 같지 않을 뿐더러 더 많은 사실적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프레게의 대답은 이름과 이 이름이 지시하는 대상 이 외에 제3의 요소, 즉 그 이름의 묘사적 내용인 의미가 있 으며, 이 의미를 통해서만 이름이 대상을 지시할 수 있다 는 것이다. 의미란 대상이 제시되는 양태(mode of presentation)며, 지시 기능은 오직 이 의미를 통해서만 성취될 수 있다. "샛별은 개밥바라기이다" 라는 명제가 "샛별은 샛별이다"라는 명제보다 더 많은 사실적 정보를 제공하 는 이유는, 비록 '샛별' 과 '개밥바라기' 가 동일한 지시 대상을 갖지만 그 의미는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첫 번째 문장은 두 번째 문장과는 달리 동일한 대상이 두 개의 다른 의미를 동시에 갖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 준 다. 프레게는 의미와 대상 사이의 구분이 '서울' · '세종 대왕' 과 같은 고유 명사뿐만 아니라, '이 방에서 키가 제 일 큰 사람' 과 같은 특정 대상 기술구(definite description) 에도 적용된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프레게는 단어와 단어 외적인 대상간의 연관 관 계가 의미를 통해서 결정된다고 주장하였음을 알 수 있 다. 그러면 왜 프레게가 화용론적 지시 이론을 주장하지 않고 의미론적 지시 이론을 주장하였다고 말할 수 있을 까? 그것은 프레게가 주장한 의미 때문이다. 프레게의 의미(meaning)는 개인에 따라 서로 다른 주 관적인 관념(idea)이 아니라, 단어에 객관적으로 부착되어 있는 하나의 존재자이다. 그는 의미의 객관성을 설명 하기 위하여 과학자가 망원경을 통해 천체를 관측하는 비유를 들고 있다. 프레게에 따르면, 관측되는 천체가 지 시 대상이고, 망원경의 렌즈에 맺힌 상이 의미이며, 과학 자의 망막에 맺힌 천체의 영상이 관념이라는 것이다. 비록 과학자의 망막에 비친 상은 누가 그 망원경을 들여다 보느냐 하는 것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망원경 렌즈에 비친 상은 관찰자에 관계없이 일정하다는 것이다. 프레 게가 의미의 객관성을 주장한 한, 의미론적 지시 이론을 프레게가 주장하였음을 알 수 있다. 러셀의 주장 : 러셀도 프레게와 마찬가지로 의미론적 지시 이론을 주장하였지만, 그의 이론은 프레게의 이론 과 차이가 있다. 우선 러셀은 프레게 이론의 핵심인 의미 와 지시 대상의 구별을 거부하였다. 러셀에 따르면, 한 단어가 지니고 있는 의미란 다름아닌 그 단어의 지시 대 상인 것이다. 따라서 지시 대상이 없는 단어는 의미가 없 는 단어인 것이다. 그러나 러셀의 이러한 입장은 프레게가 고민하였던 "샛별은 개밥바라기이다" 와 같은 동일성 명제에 따른 문 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한다. 만일 '샛별' 과 '개밥바라 기 의 의미가 모두 이것들의 지시 대상인 금성(金星)이 라 한다면 이 명제는 "금성은 금성이다"와 똑같은 동어 반복적 명제가 된다. 따라서 어떠한 사실적인 정보도 제 공해 줄 수 없다. 더욱이 '둥근 사각형' 같은 어구를 생 각해 보자. 틀림없이 '둥근' 이나 '사각형' 같은 단어는 지시 대상으로 둥금(roundness)이나 사각형(squareness)과 같은 속성들을 가질 수 있지만 '둥근 사각형' 은 이에 대 응하는 어떠한 속성도 가질 수 없다. 왜냐하면 둥근 사각 형이란 속성의 존재는 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둥근 사각형' 이라는 어구는 무의미하다고 이 야기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둥근 사각형' 이 무의미 한 어구라고 하기 어려운 사례가 있다. 그것은 "둥근 사 각형은 존재하지 않는다"와 같은 것으로 이것은 분명히 진리치를 따질 수 있을 정도로 의미가 있는 문장이다. 이 렇게 의미와 지시 대상을 동일시함으로써 생기는 난점을 극복하기 위해 러셀은 '기술 이론' (theory of description)을 제시하였다. 러셀은 기술 이론을 제시함에 있어 우선 '진정한 이 름' (logically proper name)과 '위장된 이름' 을 구분하였다. 진정한 이름이란 사용되는 문맥이나 사용자에 관계없이 이 이름의 의미인 지시 대상과 직접 관련을 맺고, 또 이 러한 의미 즉 대상과의 관련 근거를 그 자체 속에 스스로 갖고 있는 이름이다. 반면에 위장된 이름은 특정 대상 기 술구와 같이 그 자체로는 지시 대상 즉 의미를 갖지 못하 고, 오직 기술 이론에 의해 분석된 후에야 그 의미가 파 악되는 이름이다. "둥근 사각형은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예에서 러셀은 위장된 이름인 '둥근 사각형' 자체는 의미를 갖고 있지 않지만 "둥근 사각형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명제는 유 의미하다고 하였다. 그의 기술 이론에 따르면 "둥근 사 각형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문장은 "둥글고 동시에 네 모난 특정 도형이 존재한다는 것은 거짓이다"라고 분석 될 수 있다. '둥근 사각형' 이 들어 있는 앞 문장을 분석 한 뒷 문장에는 '둥근 사각형' 과 같은 무의미한 지시 어구는 들어 있지 않고 단지 '둥글다' · '네모나다' 등과 같은 유의미한 단어들만이 나타나기 때문에 '둥근 사각형' 자체는 무의미하나 "둥근 사각형은 존재하지 않는 다"는 문장은 의미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둥근 사각형' 자체는 독립적으로 지시 대상을 갖지 못하나 구 체적인 문맥 속에서 기술 이론에 의해 논리적으로 함축 하고 있는 요소들로 분석될 때, 분석된 요소들은 지시 대상 즉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 이론을 설명해 줄 수 있는 또 다른 예로 "프랑스 의 현재 왕은 대머리이다"를 살펴보자. '프랑스의 현재 왕' 이 어떤 실제 대상을 지시하는 지시 어구 형태를 취 하고 있으나, 실제로 현재 프랑스에는 왕이 없으므로 이 것은 지시 대상을 갖지 못하는 위장된 지시 어구이다. 따 라서 "프랑스의 현재 왕은 대머리이다"라는 문장이 의미 가 있기 위해서는 '프랑스의 현재 왕' 과 같은 무의미한 어구는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지시 대상을 갖는 유의미 한 표현들만을 사용하는 동시에 원래 문장과 논리적 동 치인 문장으로 바꿔 쓸 수 있어야 한다. 러셀의 기술 이 론은 이러한 바꿔 쓰기의 규칙을 제시해 준다. 기술 이론 에 따르면 "프랑스의 현재 왕은 대머리이다" 라는 진술은 "현재 유일한 어떤 사람이 프랑스의 군주로 군림하고 있 는데 그는 대머리이다"라고 분석될 수 있다. 그러면 프레게가 제시한 동일성 명제에 따른 문제를 러셀은 어떻게 해결하였을까? 그에 따르면 "샛별은 개밥 바라기이다"라는 명제에 들어 있는 '샛별' 이나 '개밥바 라기' 는 그 자체로서 의미를 갖는, 즉 대상을 지시하는 진정한 이름이 아니라 오직 분석에 의해서만 숨겨진 의 미가 밝혀질 수 있는 위장된 이름들이라는 것이다. 그러 므로 "샛별은 개발바라기이다" 라는 문장을 "새벽에 동쪽 하늘에 찬란하게 반짝이는 특정한 별은 해가 진 뒤 서쪽 하늘에 얼마 동안 보이는 특정한 별이다"라고 바꿔 쓸 수 있으며, 이 문장은 또다시 기술 이론에 의해 아래와 같이 분석될 수 있다. 첫째, 오직 특정한 한 별만이 새벽 에 동쪽 하늘에서 찬란히 반짝인다. 둘째, 오직 특정한 한 별만이 해가 진 뒤 서쪽 하늘에서 얼마 동안 보인다. 셋째, 만일 어떤 특정한 별이 새벽에 동쪽 하늘에 찬란히 반짝이고, 또 어떤 특정한 별이 해가 진 뒤 서쪽 하늘에 얼마 동안 보인다면, 그것들은 동일한 별이다. 이 세 문 장을 한 문장으로 묶으면, "오직 특정한 한 별만이 새벽 에 동쪽 하늘에 찬란히 반짝이고, 또 오직 특정한 한 별 만이 해가 진 뒤 서쪽 하늘에 얼마 동안 보이는데 이 두 별은 동일한 별이다" 로 쓸 수 있다. 이 분석에서 주의 깊게 관찰하여야 할 점은, 원래 문장 들에는 '샛별' , '개밥바기' , '새벽에 동쪽 하늘에서 찬 란하게 반짝이는 특정한 별' , '해가 진 뒤 서쪽 하늘에서 얼마 동안 보이는 특정한 별 등과 같은 위장된 이름이 나 특정 대상 기술구가 들어 있어, 외견상 이들이 그 자 체로서 독립적으로 어떤 특정한 대상을 지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오해의 부분이 있다. 그런데 러셀이 분석한 세 문장에는 이러한 위장된 이름이나 특정 대상 기술구 가 모두 제거되어, 원래 문장이 내부에 지니고 있는 논리 적 심층 구조가 겉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따라서 러셀 은 자신의 기술 이론을 통해 프레게가 제시한 의미와 지 시 대상 간의 이분법을 취하지 않고도 프레게가 가지고 있던 고민을 해결한 셈이다. 또한 러셀의 지시 이론은 비록 프레게와는 내용상 상 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역시 화용론적이 아니라 의 미론적이라고 해야 한다. 왜냐하면 러셀에게 있어서는 오직 진정한 이름들만이 언어 밖에 존재하는 세계의 구 체적 사물들을 지시 가능하며, 이러한 러셀의 소위 진정 한 이름들은 사용되는 문맥이나 사용자에 관계없이 이름 들의 의미인 지시 대상과 직접 관련을 맺고, 또 이러한 대상과의 직접적인 관련 근거를 그 자체 속에 스스로 갖 고 있기 때문이다. 스트로슨의 주장 : 스트로슨은 러셀과는 정반대의 지 시 이론을 갖고 있으나 프레게와는 여러 면에서 유사한 면이 있다. 우선 스트로슨은 진정한 이름과 위장된 이름 의 구분, 그리고 특정 대상 기술구는 대상을 지시할 수 없으며 기술 이론에 의해 분석되어야 한다는 러셀의 주 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의미와 지시 대상을 동일 시한 러셀과는 달리 의미와 지시 대상을 구분한 점에서 도 프레게와 맥을 같이하였다. 그러나 프레게와 다른 점 은, 단어나 표현 어구 등이 일차적으로 지시 대상을 결정 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 사용자와 언어가 사용되는 상황 이 일차적으로 지시 대상을 결정하며, 단어나 어구 등 언 어적 표현들은 부차적으로 지시 기능을 수행할 뿐이므 로, 지시란 근본적으로 언어 사용자의 말하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스트로슨은 의미를 분석함에 있어 화자의 의도를 중시 하는 그라이스(H.P. Grice)의 화용론적 의미 이론을 받아 들여 이 바탕 위에서 자신의 이론을 구축하였다. '대화의도 의미 이론' (communication intention theory of meaning) 이라고 불리는 그라이스의 화용론적 의미 이론에 따르 면, 의미란 "듣는 사람에게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인식 시켜 듣는 사람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하고자 하는 화자의 의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언어적 표현 어구들의 의 미는 화자의 의미 즉 언어 사용자의 의도로서 분석될 수 있으며, 이런 이유에서 화자의 의미가 일차적이며, 언어 적 표현 어구들의 의미는 언어 사용자의 의도에 종속적 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그라이스의 의미 이론을 받 아들인 스트로슨은 한걸음 더 나아가, 표현 어구들이 어 떤 화자에 의해 사용되지 않는 한 지시 문제는 발생하지 않으며, 꼭 어떤 구체적 상황이나 문맥에 의해 표현 어구 들의 사용이 정당화되어야만 이러한 언어적인 표현 어구 를 통해 언어 외적인 사물들을 지시할 수 있다고 주장하 였다. 좀더 쉽게 설명하자면, '나' 라는 단어가 어떤 구체 적 상황에서 사용되지 않는 한 어떠한 대상도 지시할 수 없듯이, 다른 언어적 표현들도 어떤 구체적 화자에 의해 구체적 상황에서 사용되지 않는 한 어떠한 대상도 지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언어적 표현 어구들과 언어 외적인 세계와의 지시 관계의 근거를 러셀과 프레게는 언어 사용자나 언어가 사용되는 상황과는 관계없이, 표 현 어구 자체나 표현 어구들이 객관적으로 내포하고 있 는 의미 속에서 찾은 반면, 스트로슨은 구체적 상황 속에 서만 주어지는 언어 사용자의 의도적 언어 행위 속에서 찾은 것이다. 〔언어 철학과 언어 분석 철학〕 언어 철학을 언어에 관 한 철학적 문제들을 선험적으로 다루는 응용 철학의 한 분야라고 하였다. 여기서 응용 철학이란 순수 철학에 대 비되는 것이다. 순수 철학이란 형이상학 · 인식론 · 가치 론 등과 같이 철학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며 전통적인 철학적 문제의 탐구 작업이다. 반면에 응용 철학이란 순 수 철학에서 존재 · 인식 · 가치 등의 기본적 문제들에 관 한 탐구가 이루어지는 양식을 언어학 · 과학 · 논리학 등 특정한 화제에 관련된 철학적 문제에 응용하여 탐구하는 작업을 말한다. 따라서 언어 철학이 언어라는 특정한 화 제에 관한 철학적 논의라고 할 수 있다면, 과학 · 논리학 이라는 특정한 화제에 관한 철학적 논의라고 할 수 있는 과학 철학 · 논리 철학 등과 더불어 언어 철학을 응용 철 학의 한 분야라고 말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응용 철학과 순수 철학의 구분은 분명히 차이점을 이해해야 할 중요한 구분의 기준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 구분은 '언어 철학' 과 '언어 분석 철학'(linguistic philosophy)의 구분이다. 언어 철학이란 언어에 관한 철학으로, 이 명칭은 응용 철학의 한 영역을 지칭하 는 이름이다. 반면에 언어 분석 철학은 언어를 통한-보 다 정확히 말해 언어 분석 혹은 개념 분석을 통한-철학 으로 탐구 영역에는 관계없이 언어 분석이라는 방법을 통해 철학적 문제의 해결을 모색하고 있는 모든 철학적 작업을 지칭하는 이름이다. 그리고 20세기 현대 영미 철 학을 '분석 철학' (analytic philosophy)이라고 부르는데, 이 때의 '분석 철학' 과 '언어 분석 철학' 을 같은 용어로 보 아도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현대 분석 철학의 가장 핵심적인 방법이 언어 분석이기 때문이다. 결국 언어 철학이란 탐구 대상 즉 영역을 염두에 두고 붙여진 이름이므로 언어 철학이 순수 철학인가 아니면 응용 철학인가 하는 물음은 타당한 것이며, 그것에 대한 답도 명료히 주어질 수 있다. 그러나 언어 분석 철학이란 탐구 방법을 염두에 두고 붙여진 이름이므로 언어 분석 철학이 순수 철학인가 아니면 응용 철학인가 하는 물음 은 물음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언어 분석 철학 속에는 순수 철학으로 분류될 수 있는 것도 있고, 응용 철학으로 분류될 수 있는 것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유 의지와 결정론' (Free Will and Deteminism)이라는 철학적 문제를 예로 들면, 이 자유 의지와 결정론의 문제는 순수 철학인 형이상학의 중심적인 문제 중 하나로 언어에 관한 응용 철학인 언어 철학의 문제라고 볼 수 없 다. 그러나 만일 이 자유 의지와 결정론의 문제를 '자발 적' · '우연적' · '고의적' · '강제적' 등과 같은 언어의 개념 분석을 통해 그 해결을 꾀하고 있다면 이는 분명히 언어 분석 철학의 좋은 모범적인 예가 될 것이다. (→ 러셀, 버트란드 아더 월리엄)

※ 참고문헌  P. Geach · M. Black eds., On Sense and Reference, Philosophical Writings ofGottlob Frege, Oxford, Basil Blackwell, 1970/ B. Russell, Introduction to Mathematical Philosophy, George Allen & Unwin Publishers Ltd., 1919/ P.F. Strawson, On Referring, Essays in Conceptual Analysis, Anthony Flew ed., Macmillan and Co. Ltd., 1956/ 정 대현 편, 《지 칭》, 문학과 지성사, 1987/ H. Diels W. Kranz, Die Fragmente der Vorsokratiker, Weidmann, 1903, 1972¹⁶/ W.K.C. Guthrie, A History of Greek Philosophy, vol. 1, London, Cambridge Univ. Press, 1962/ L. Taran, Paramenides, Princeton, Princeton Univ. Press, 1965. 〔金泳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