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주의
嚴格主義
〔라〕rigorismus · 〔영〕rigor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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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권
완고하고 편협한 정신적인 태도 혹은 비인간적인 법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을 표현하는 용어. 엄격주의는 윤리 신학의 역사적 발전 과정에서 생겨난 하나의 윤리 체계 이며, 안전주의(tutiorismus)라고도 한다. '엄격주의' 는 '부동' . '견고' . '엄격' 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리고르' (nigor)에서 파생되었다. 〔역사적인 발생〕 윤리 신학이 발전하면서 여러 가지 윤리 체계가 나타났는데, 이러한 체계들은 "어떤 행위가 법에 의해서 의무가 부과되어야 하는지 이론적으로 의심 될 때, 그것을 행하는 것이 허용되는가?"라는 질문에 각 기 다른 방법으로 대답함으로써 생겨난 것이다. 그 발생 의 근본적인 원인은 어떤 문제에 대한 윤리적 정당성을 많은 법률들과 개별적인 사항과의 관계 속에서 볼 때에 나타나는 불명확성에 있었다. 즉 언제, 어떠한 가정들이 법과 윤리적으로 연관될 수 있는지, 그중에서도 특히 양 심에 대한 확실성의 문제가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논쟁 의 대상이 되었다. 이러한 논쟁은 두 가지 극단적인 결과 를 초래하였고, 여기서 윤리성의 평가와 기준 등을 해설 하는 개연론(蓋然論, probabilismus)이 발전하였다. 개연론은 여러 가지 의심에 직면할 때, 어떻게 해서 양 심의 확실성을 얻을 수 있고 안심하고 행동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개연론은 법의 의무에 관해 석연치 않은 의심이 생길 때, 행위자가 자기 의 최선의 지식과 소신에 따라 안전하게 행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지향한다. 따라서 확실히 죄가 되거나 확실히 죄가 되지 않는 경우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즉 어떤 계명이 의심스러운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개연론은 윤리적인 의무를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견고한 도덕성을 바탕으로 자유를 행사하는 데에 본 의도가 있 다. 법의 테두리를 넘어서서 선을 행해야 한다는 법은 없 다. 그러므로 윤리적인 체계가 악을 행할 수 있는 자유를 운운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윤리 체계는 구속력을 갖는 법이 의심스러울 때 자기 자유를 활용하여 진정 자유롭 고 책임감 있는 선을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것이 인간 자유의 존엄성을 가장 존중하는 처사이다. 그러므 로 추정이 가는 쪽은 그 반대쪽이 증명되지 않는 한 우선 적으로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의심스러운 법은 의무를 지우지 않는다는 원칙과 관련해서, 법이 윤리적으로 확실하지 않을 때는 항상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지, 또는 법의 의무에 비해서 자유가 더 개연적이거나 적어도 동등하게 개연적일 때는 자유를 쓸 수 있는지 혹은 행동을 보류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이 논쟁은 엄격주의, 안전 개연론(安全蓋然論, probabiliorismus), 동등 개연론(同等蓋然 論, aequiprobabilismus), 이완주의(弛緩主義, laxismus) 등 의 윤리 체계로 이어졌다. 이러한 체계들로 인하여 과거 에 특히 17~18세기에는 윤리 신학자들간에 격렬한 논 쟁이 있었다. 여기서 엄격주의는 모든 의심의 경우 법의 문자 그대로 따르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는 것을 주장하 였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러한 엄격주의의 실례로는 몬 타누스주의(Montanismus)와 종교 재판, 전례에 대한 논 쟁, 안센주의(Jansenismus)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얀센주 의가 그 대표적인 예이며, 얀센주의의 영향을 받아 사목 의 엄격주의가 그리스도인의 독창적인 자유를 소멸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따라서 엄격주의는 교황 알렉산데르 8세(1689~1691)에 의해 단죄되었다(DS 2303). 〔정의 및 비판〕 엄격주의는 윤리성이 의심스러울 때는 더 안전한 편, 즉 법에 맞는 편을 항상 따라야 한다고 주 장한다. 엄격주의는 법을 반대하는 아주 개연적인 의견 도 따르지 말도록 한다. 엄격주의는 일상 언어에서 인간 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도덕적 원칙(예를 들어 거짓말하지 않기, 약속 지키기 등)들을 준수하여야 한다는 윤리적 입장 이나 도덕적 태도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엄격주의는 적 당하게 분별 없이 도덕적 명령의 예외를 찾으려는 인간 의 경향(도덕적 방종)에 대항하지만, 여러 개의 동등한 도 덕 원칙이 서로 갈등을 빚는 상황을 간과하거나 부정한 다. 예를 들어 가톨릭 오르간 연주자가 어떤 경우에도 프 로테스탄트 교회의 예배를 위하여 오르간을 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와 같다. 이는 그의 가톨릭 신앙이 흔들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철학적으로 볼 때 엄 격주의는 단순히 의무에 맞게 행동할 뿐만 아니라 모든 감각적 경향을 배제하고 의무만을 의지의 궁극적인 규정 의 근거로 삼아 행동하는 것이 인륜에 맞는 것이라는 칸 트(I. Kant, 1724~1804)의 명제를 따른다. 엄격주의는 일종 의 형식주의 윤리이다. 의무에 대해 절대적으로 동의한 상태에서, 편의성의 유혹이나 심지어 타인들과 사회의 이익을 뿌리치고서라도, 구체적 상황과 상관없이 특정 윤리의 표준들을 철저하고 일관되게 준수함으로써 윤리 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일러주는 하나의 윤리 체계인 것이다. 엄격주의는 종종 광신주의나 금욕주의와 연결되며, 때 때로 도덕적 위선과 율법주의로 발전하기도 한다. 윤리 를 엄격한 규칙에 대한 복종으로 국한시키는 엄격주의는 윤리의 인간적 내용을 근본적으로 파괴한다. 윤리적 요 구를 이행한다는 것을 단지 법에 쓰여진 문자 하나하나 에 대한 현학적 해석과 융통성 없는 복종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원리에 그릇되게 집착하며, 그 참 된 윤리적 의미를 상실한 윤리적 교리를 맹종하는 노예 가 되고 만다. 이렇게 보면 엄격주의는 법에 대한 맹목적 인 추종의 산물이다. 엄격주의는 그리스의 프로크루스테 스(Prokrustes) 신화처럼 개인의 다양성에 대한 고려나 배 려 없이 모든 사람을 예외 없이 하나의 일치된 규범 안에 넣어 버린다. 따라서 엄격주의는 신약성서 안에 나타나 는 실존적인 윤리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즉 신약성서 의 달란트의 비유(마태 25, 14-30)라든지, 성령이 주는 은총의 선물의 다양성과 능력의 차이(1고린 12장 ; 에페 4 장) 등을 이해하지 못한다. 또한 엄격주의는 인간은 완성 된 존재가 아니라 완성되어 가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 지 못하며, 인간 성장의 법칙도 수용하지 않는다. 엄격주 의자는 법의 준수라는 안정성 때문에 의무주의자처럼 계 명의 극단적인 준수를 주장하고 진복 팔단이나 사랑의 이중 계명 등은 간과해 버리거나 혹은 외적이고 형식적인 준수만으로 만족하는 것이다. (→ 개연론 ; 양심, 윤 리 신학에서의 ; 윤리 규범 ) ※ 참고문헌 B. Haring, 《LThK》 8, pp. 1310~1311/ O. Höffe, Lexikon der Ethik, München, C.H. Beck Verlag, 3 Auf., 1986, pp. 212~213/ K.H. Peschke, Christian Ethics - Moral Theology in the Light of Vatican II , vol. I : General Moral Theology, C. Goodliffe Neale, Alcester and Dublin, 1986(김창훈 역, 《그리스도교 윤리학-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 에 의한 가톨릭 윤리 신학》 1, 기초 윤리 신학, 분도출판사, 1990, pp. 312~313). 〔金政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