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인공의 이름에 따라 제목이 붙여진 구약성서 중 하나. 히브리어 성서에서는 '성문서' (כְתוּבִים)로 분류되고, 그중에서도 '축제 오경' (מְגִילוֹת)께 속해 '부림절'(פּוּרִים)에 읽혀졌다. 이 책은 칠십인역에서 역사서로 분류되어 느헤미야서 다음에, 그리고 유딧서 앞에 위치하였다. 하지만 불가타 성서에서는 유딧서 다음에 위치한다.
〔내 용〕 인도에서 에티오피아에 이르는 대제국을 다스리던 페르시아의 임금 아하스에로스 때의 일이다. 그가 신하들을 위하여 큰 잔치를 벌이는데 취흥이 돋자 왕비를 부른다. 신하와 백성들에게 왕비의 아름다운 자태를 보이겠다는 것이다. 와스디 왕비는 이 왕명에 불복하였다가 폐위된다. 그때에 모르드개라는 유대인이 예루살렘에서 포로로 잡혀 와 왕성에 살고 있었는데, 고아로써 그가 키우던 사촌 누이 에스델(אֶסְתֵּר)이 새 왕비로 뽑힌다. 다른 한편 궁궐 대문에서 근무하던 모르드개는 역적 모의가 벌어지는 것을 알고 에스델을 통하여 임금에게 보고하여, 그 음모를 실패로 돌린다.
그런데 하만이라는 인물이 재상이 되면서 사건들이 터지기 시작한다. 모르드개가 하만에게 절을 하지 않다가 미움을 받는다. 하만은 나라의 유대인을 몰살시키기로하고, 임금에게 거금을 약속하며 윤허를 받아 낸다. 그리고 지정된 날에 유대인을 절멸시키고 재산을 몰수하라는 칙령이 전국에 하달된다. 충격에 빠진 유대인들이 금식하며 통곡하는 가운데, 에스델이 목숨을 걸고 임금에게 나아가 이 불행을 되돌린다. 한편 기세가 더욱 등등해진 하만은 모르드개를 매달 말뚝까지 마련한다. 하지만 역적 모의를 신고하였는데도 포상을 받지 못하였던 모르드개는 임금에게서 최고의 명예를 받고, 하만은 자기가 마련해 놓은 말뚝에 매달리게 된다.
그렇지만 한 번 나간 칙령은 취소할 수 없다. 그래서 에스델은 임금에게 청하여 '반대 칙령' 을 내리게 한다. '유대인 학살일' 로 정해진 날에 유대인들이 봉기하여 자신들을 해치려는 자들을 제압하고 그들의 재산을 몰수하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학살일' 을 오히려 '승리일' 로 돌리게 된다. 그리고 모르드개와 에스델의 결정에 따라, 하만이 주사위 곧 아카디아 말로 '부르' 를 던져 정한 이날을 해마다 '부림절' 로 경축하기로 한다. 이러한 일을 거치면서 왕국의 제2 인자가 된 모르드개는 계속 동포들을 위함으로써 그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
〔칠십인역의 첨가분〕 이러한 내용을 담은 히브리어 성서의 에스델서는 장이 10개이고 절이 119개이다. 그러나 칠십인역에는 처음부터 그리스어로 편집되었다고 판단되는 100여 개의 절이 더 첨가되어 있다. 이 절들은 11군데에 흩어져 있는데, 예로니모의 불가타 성서에는 책 말미에 새로운 장과 절로 나뉘어 부록처럼 한데 모아져 있다(1999년 이전의 공동 번역 성서 참조). 이 첨가분을 프로테스탄트에서는 위경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위경까지 포함하는 프로테스탄트 번역본에는 다른 위경들과 함께 따로 배치되어 있다. 그런데 이 부분은 히브리어로 쓰인 에스델서의 부록이 아니기 때문에, 따로 떼어놓을 경우에는 그 의미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한다. 그래서 첨가분을 제2 경전으로 받아들이는 가톨릭 교회의 번역본에 서는 주로, 히브리어 성서의 장절 체계를 따라가면서, 이 부분에 독립적인 장이나 절을 부여하지 않고 칠십인역에 따라 본문 속에 배치한다(1999년의 공동 번역 성서 개정판 참조) .
히브리어 성서의 에스델서에는 하느님에 관한 직접적인 말이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칠십인역은 이러한 에스델서에 특히 모르드개와 에스델의 긴 기도문 등을 첨가 함으로써 종교적 · 신앙적 성격을 가미하려고 한다.
〔구 성〕 칠십인역의 순서에 따라 에스델서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I . 도입부 : 1, 1(1)―2, 23
1, 1(1)-(11) : 모르드개의 꿈
1, 1(12)-(17) : 임금에 대한 음모
1, 1-9 : 아하스에로스 임금이 잔치를 벌이다
1, 10-22 : 와스디 왕비의 폐위
2, 1-18 : 에스델이 왕비가 되다
2, 19-23 : 모르드개가 역적 모의를 밝혀 내다
II . 중심부 : 3, 1-9, 19(1)
3, 1-6 : 새 재상 하만과 모르드개의 갈등
3, 7-13. 14-15 : 하만이 유대인 몰살을 꾀하다
3, 13(1)-(7) : 칙명의 사본
4, 1-8. 9-17 : 모르드개가 에스델의 개입을 요구
4, 8(1) : 에스델에게 보내는 모르드개의 당부
4, 17(1)-(11) : 모르드개의 기도
4, 17(12)-(30) : 에스델의 기도
5, 1-8 : 에스델이 임금 앞에 나아가다
5, 1(1)-(16) : 에스델이 임금 앞에 나아가다
5, 9-14 : 교만한 하만이 복수심에 불타다
6, 1-13 : 모르드개가 임금에게서 영광을 받다
6, 14-8, 2 : 하만의 몰락
8, 3-12. 13-17 : 유대인들을 위한 칙령이 내리다
8, 12(1)-(24) : 칙명의 사본
9, 1-19 : 유대인들이 승리하고 복수하다
9, 19(1) : 유대인들의 잔치
Ⅲ . 종결부 : 9, 20―10, 3(11)
9, 20-32 : 부림절 제정
10, 1-3 : 모르드개가 위대한 인물이 되다
10, 3(1)-(10) : 모르드개가 꾼 꿈의 해석
10, 3(11) : 붙임말
〔문학 유형〕 에스델서는 첫머리부터 역사적인 분위기를 강하게 풍긴다. 페르시아의 도읍 가운데 하나인 수사왕성의 지리와 왕궁의 구조, 구체적인 연월일, 왕국의 행정, 많은 등장 인물의 페르시아식 이름 등은 에스델서를 역사서로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임금 이외의 다른 인물들은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아하스에로스 임금의 이름은 그리스어로 크세르크세스인데, 실제로 그의 왕비는 와스디가 아니었다. 또 모르드개는 기원전 597년에 바빌론으로 잡혀 간 이들 가운데 하나인데(2, 6), 에스델서가 시작되는 아하스에로스(기원전 486~465/464) 재위 3년은(1, 3) 유배 생활을 한 지 110여 년이 된다. 그리고 이 페르시아 제국은 하만의 비판(3, 8)과는 달리, 정복민에게 정치적 · 종교적 관용을 베풀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와 같은 사실들은 에스델서가 기존의 몇 가지 독립적인 이야기들을 편집하여 만든 일종의 '역사 소설' 임을 시사한다. 그래서 이 책은 헬레니즘 시대의 유대 문학을 보여 주는 좋은 본보기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역사상 유대인들에 대한 몰살 시도가 여러 번 있었다. 그래서 이이야기의 핵심에 유대인들의 어떤 역사적 체험이 담겨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 이야기가 탄생한 '삶의 자리' 는 부림절이다. '부림' 은 주사위를 뜻하는 아카디아어이다. 이는 부림절이 본래 이교도들의
축제였음을 뜻한다. 이 축제가 구체적으로 어떠하였든지 간에 유대인들은 이 신화적 또는 비역사적 축제를 받아들여 탈신화화(脫神話化)하고 역사적 틀을 부여하였다. 그럼으로써 역사 속으로, 역사를 통하여 역사(役事)하시는 하느님, 갖가지 박해를 통해서 당신의 백성을 이끄시는 그분의 섭리를 부각시킨다.
〔저자와 저작 시기 및 장소〕 근대까지 이 책의 9장 20절을 근거로 모르드개가 저자라고 여겼지만, 사실상 저자는 알 수 없다.
마카베오서 하 15장 36절에 "모르드개의 날이 언급된 것으로 보아, 늦어도 기원전 1세기 초에는 팔레스티나에서 부림절을 지낸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칠십인역 에스델서 말미의 '붙임말' 에는, "부림 축일에 관한 편지"가 "프톨레마이오스와 클레오파트라의 치세 사년" 이집트에 당도했다는 말이 나온다. 이는 기원전 78/77년일 가능성이 크다. 이로써 에스델서의 저작 시기 하한선을 대략 기원전 100년으로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상한선을 잡기는 쉽지 않다. 언어학적인 면에서 이 책은 300년이후에 저술된 것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저술 시기를 이 사이의 특정 시점으로 좁히기에는 에스델서 안팎으로 확실한 근거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칠십인역의 '붙임말' 에 따르면 앞에서 언급한 서신의 출발지는 예루살렘이다. 그런데 에스델서는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한 팔레스티나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관심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의 저술 장소로, 그 배경을 이루는 바빌론 지방의 어떤 디아스포라를 생각하게 된다.
〔목적과 의의〕 "그대가 이런 때에 정녕 침묵을 지킨다면, 유대인들을 위한 해방과 구원은 다른 데서 일어날 것이오. ··· 누가 알겠소? 지금과 같은 때를 위하여 그대가 왕비 자리에까지 이르렀는지" 라는 모르드개의 말(4, 14)에서, 유대인들은 하느님의 '손길' 을 생각하게 된다(4,1. 16). 히브리어 성서의 에스델서에 하느님이 직접 언급되지는 않지만, 그들은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바로 자신들의 하느님이 역사의 주인이심을, 그리고 다양한 인간과 때로는 우연처럼 보이는 일을 통하여 역사를 이끌어가심을 충분히 알아듣는다. 결국 칠십인역은 히브리어성서에 없는 종교적 성격을 첨가한 것이 아니라 암시하는 바를 더욱 명백히 표현한 것이다.
기원전 597년의 1차 유배, 특히 587년 왕국의 멸망과 유배로 유대인들은 근동 여러 지역에 흩어져 나라 없는 소수 민족으로 살았다. 선택된 민족으로서 정체성을 보존하며 사는 그들은 질시와 박해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러한 동포들에게 하느님의 손길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결코 신뢰심을 잃지 말고, 모르드개와 에스델처럼 용감히 운명의 길을 걸으라고 권고한다. 바로 그러한 운명의 길이야말로 하느님이 자신의 섭리로써 당신 백성을 승리로 인도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하만의 계략으로 전국에 내린 칙령에는 유대인들의 재산을 몰수하라는 명령이 포함된다(3, 13). 그리고 반대 내용을 담은 둘째 칙령에는 유대인들에게 자신들을 치려고 나선 자들의 재산을 몰수할 것을 허락한다(8, 11). 그러나 에스델서는 유대인들이 실제로는 그들의 재산에 손을 대지 않았다고 세 번에 걸쳐 명백히 밝힌다(9, 10. 15.16). 이러한 사실과 하느님을 직접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 등은, 이 책이 이교인들도 염두에 두면서 저술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러한 추측이 맞을 경우, 결국 폭력적 내용을 담은 에스델서는 역설적으로 평화 공존을 부르짖는다고 할 수 있다. 유대인들은 다른 민족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평화로운 민족이다. 그렇다고 무기력하게 부정한 억압에 짓눌리지만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손의 보호를 받는 백성으로서(6, 13), 그들을 멸망시키려는 자들은 오히려 자기들이 멸망하고 만다. 그래서 다른 민족들도 유대인들의 그 '다름' 을 인정하고 평화로이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이다. 결국 에스델서는 유대인들에게는 격려와 분발, 이교인들에게는 당부와 경고의 이야기가 된다.
에스델서는 신약성서에서 한 번도 인용되지 않는다. 교부들도 이 책의 주석서는 한 권도 펴내지 않고 언급도 아주 드물게밖에 하지 않는다. 가톨릭 교회의 미사 전례에서는 칠십인역의 첨가분인 모르드개와 에스델의 기도만 몇 번 제1 독서로, 시간 전례에서는 히브리어 부분까지 몇 번 독서 기도로 이용될 뿐이다. 사실 유대인들도 에스델서를 경전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상당히 망설였다. 쿰란에서는 대부분의 구약성서들이 단편으로 발견되는데 이 책은 예외이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에스델서가 초기의 주저, 때로는 반대 끝에 경전으로 확고히 자리잡았지만, 대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신학적 의의는 여전히 명백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아무튼 그리스도인들은 유대인과 비(非)유대인으로 갈려 몰살과 반(反)몰살을 불러오는 분열, 그리고 비유대인 또는 '반(反)유대인' 인 하만이 모르드개를 매달려고 마련하였다가 도리어 자기가 매달린 기둥을 넘어, 당신 자신을 내어 놓으심으로써 둘을 하나로 만들어 적개심을 없애고 평화를 이룩하신 그리스도와 그분의 십자가를 향한 여정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에페 2, 14-16). (→ 구약성서 ; 부림절 ; 성문서 ; 축제오경)
※ 참고문헌 G. Gerleman, Esther, Biblischer Kommentar Altes Testament XXI, Neukirchen-Vluyn, Neukirchener Verlag, 2 Aufl., 1982/ R. Hanhart ed., Septuaginta. Vetus Testamentum Graecum Auctoritate Acade-miae Scientiarum Gottingensis editum, VIII, Göttingen, Vandenhoeck & Ruprecht, 2 Aufl., 1983, pp. 96~99/ C.A. Moore, 《ABD》 2, pp. 626~643/J.D. Levenson, Esther. A Commentary, The Old Testament Library, Louisville-Kentucky, Westminster John Knox Press, 1997. 〔任承弼〕
에스델서
書
〔라〕Liber Esther · 〔영〕Book of Esther
글자 크기
9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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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스에로스 왕과 에스델(두라-에우로포스 회당 벽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