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사벳, 삼위 일체의 (1880~ 1906)

三位一體

〔라〕Elisabeth Trinitat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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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위 일체의 엘리사벳.

삼위 일체의 엘리사벳.

복녀. 가르멜 수도회의 신비가. 축일은 11월 9일.
1880년 7월 18일 프랑스의 부르주(Bourges) 근처에서 태어나 4세 때 육군 장교였던 아버지를 여읜 엘리사벳은, 아빌라의 데레사(Theresia ab Avila, 1515~1582)의 저서에 심취할 정도로 열심한 신자였던 어머니에게 충실한 신앙 교육을 받으며 성장하였다. 14세 때 동정녀가 될 것을 서약한 그녀는, 1901년 8월 2일 디종(Dijon)의 가르멜 수도회에 입회하여 1903년에 첫 서원을 하였으며, 이듬해 11월에는 <삼위 일체께 바치는 기도>(O mon Dieu, Trinité que j'adaore)라는 기도문을 작성하였다. 그리고 1905년 부활절을 앞두고 사도 바오로 안에서 삼위 일체의 영광을 찬미하는 자신의 성소를 발견하는 영적 체험을 한데 이어, 이듬해 주님 승천 대축일과 그 후 얼마 안 있어 하느님과의 일치를 이루는 영적인 은총을 체험하였다. 엘리사벳은 약 9개월 동안 병상에 누워 고통스러운 병고를 치르다가 1906년 11월 9일 디종 수녀원에서 사망하였으며, 1984년 11월 25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시복되었다.
[영 성] 19세 때 아빌라의 데레사가 지은 《완덕의 길》 (Carmino de Perfeccion)을 읽으면서 "내 영혼의 천국에서"라는 말에 깊은 감명을 받은 엘리사벳은, 이 말을 자신의 신조로 삼았다. 이 신조는 그녀의 내적 생활과 영적 가르침을 이해하는 핵심적인 것이다.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의 내면에 머물러 있기를 열망하였으며, 하느님이 자신의 마음 안에 지어 준 작은 방에 살고자 하였다. 이 작은 비밀 장소에서 그녀는 하느님을 만날 수 있었고, 그분의 현존을 느낄 수 있었다. 엘리사벳은 자신의 영성적 가르침을 생애 말년에 두 번의 피정을 통해서 모아 놓았는데, 그 하나가 <지상 위의 천국>(Le ciel sur la terre)이고, 다른 하나는 영적 유언으로 남긴 <영광을 찬미하는 마지막 피정>(Dernière retraitede laudem gloriae' )이다.
엘리사벳은 수도 생활을 짧게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영적 상승을 보여 주었는데, 이는 두 단계에 걸쳐 이루어졌다. 우선, 그녀는 자신의 내면에서 거룩한 삼위의 현존을 향유하는 데까지 이르는 투명한 영혼이 되었다. 그녀는 1902년 6월에 수동(Sourdon)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저는 지상에서 나의 천국을 보았습니다. 천국은 바로 하느님이며, 하느님께서 내 영혼 안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라고 쓰고 있다. 두 번째 좀더 승고하고 높은 단계에서는 삼위 일체의 영광을 찬미하는 데에만 온전히 자신을 바치기 위해 자기 자신을 벗어나 뛰어넘고 있다. 이는 마치 예수 그리스도가 성부의 영광만을 생각하였던 것과 같은 것이다. 그녀는 <영광을 찬미하는 마지막 피정> 7일째에 "내 영혼은 내가 거주하는 천국이기 때문에, 천상 예루살렘을 기다리는 동안에 이 천국은 반드시 영원하신 분의 영광을 노래해야 한다. 오직 영원하신 분의 영광만을"이라고 적고 있다.
이렇게 엘리사벳은 삼위 일체의 영광을 찬미하는 사도가 되었으며, 영혼 안에 거주하는 삼위 일체는 그녀의 중심적인 영성 가르침이 되었다. 그녀의 가르침에는 모든 영성 생활의 기본 조건인 내면의 '침묵' , 곧 창조된 모든 것으로부터 물러남과 심지어 하느님의 현존 안에 있는 영혼까지도 고요하게 하는 침묵이 기초를 이루고 있다. 영혼이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도록 내적인 모든 것은 침묵해야만 하는 것이다. 관상적인 영혼은 이러한 침묵 속에서 하느님의 온전함을 발견한다. 내면에 있는 분과 친교를 이루는 본질적인 행위는 끊임없는 신앙과 사랑의 실천으로 이루어진다. 사랑은 이러한 행위 자체로 입증되며, 하느님의 뜻에 완전히 신뢰하도록 인도한다. 이와 같은 거룩한 삶의 최상의 모범은 성부의 영광을 완벽히 찬미한 '말씀' 이다. "오 나의 그리스도여 , ··· 사랑으로 말미암아 십자가에 못박히신 분이여, 당신께 간구하오니 제 영혼을 당신의 영혼과 일치하게 하소서. 저를 잠기게 하시고, 저를 완전히 가지시고, 저를 차지하시어 저의 삶이 오직 당신의 생명에서 분출되는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게 하소서"(<삼위 일체께 바치는 기도>) .
엘리사벳은 동정 성모 마리아를 통한 예수 그리스도의 육화 안에서 자신의 내면 속에 하느님을 향해 온전히 몰입하려는 영적인 이상을 보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성모 마리아가 주의 탄생 예고 때부터 탄생 때까지 간직했던 마음가짐이야말로 모든 내면적인 영혼들의 모범이었다.

※ 참고문헌  M.M. Philipon, 《NCE》 5, pp. 283~2841 Les Carmes de Lille, 《Cath》4, pp. 23~241 U. Dobhan, 《LThK》 3, pp. 600~601/ Les Béné-dictins de Ramsgate réd., Dix Mille Saints Dictionnaire hagiographique, Belgique, Brepols, 1991, p.164. [편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