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존엄>

女性 - 尊嚴

〔라〕Mulieris Dignita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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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는 여성의 인격적 존엄의 정점 내지는 원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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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는 여성의 인격적 존엄의 정점 내지는 원형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황 재위 10년째 되던 해인 1988년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에 발표한 사도적 서한.
〔배경과 목적〕 이 서한의 작성에는 두 번의 세계 주교 대의원 회의가 직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하였다. 먼저, 제 2차 세계 주교 대의원 9. 30~11.6)에서는 당시 서구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 상승과 이로 인해 빚어지는 각종 사회 문제에 교회가 관심을 기울일 것을 요청하였다. 또한 '여성들의 존엄과 책임의 효과적인 증진' 에 관한 과제들을 연구하기 위한 '특별 위원회' 를 설치하도록 하였다. 이어 제7차 세계 주교 대의원 회의(1987. 10. 1~30)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20년 동안의 '교회와 세계에 있어서 평신도의 소명과 사명' 을 주제로 채택하고, 논의 과정에서 '여성들의 존엄과 소명' 에 대해 심도있게 다루었다.
이 회의에서 교부들은 "여성 됨과 남성 됨의 의미와 존엄성에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인류학적이고 신학적인 근거들을 더욱 깊이 연구하자"(1항)는데 뜻을 모았다. 또한 교부들은 여성의 존엄성 상실은 모성의 파괴로 이어지고, 이는 생명에 직접적인 손상을 가져온다는 사실과 현대 사회의 근원적인 문제가 대부분 가정에서 온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여성의 존엄과 소명에 대한 숙고의 필요성을 절감하였다. 아울러 여성의 사회적 지위 상승과 함께 전통적으로 여성의 고유한 특성이자 미덕으로 여겨져 왔던 가치들이 위협받고, 교회 안에서도 여성들의 직무 참여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남성과 여성의 고유한 특성과 그 특성에 기초한 직분이 대립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교부들은 이러한 문제 의식에 바탕하여 교황에게 이 문제에 대한 교회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요청하였다. 따라서 이 서한은 세계 주교 대의원 회의가 숙고한 결과들을 바탕으로 교황에게 요청한 바와 교회 내 여성들의 요구 특히 서구 교회의 여성들에 대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답변이라고 할 수 있다.
〔구성과 내용〕 이 교서는 총 9장 31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론(1~2항)에서는 간행 배경과 문제 의식이 담겨있다. 특히 이 서한의 작성에 세계 주교 대의원 회의가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과 성서의 내용이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는 여성들의 존엄과 소명을 교서 전체의 사상적 기조로 삼을 것임이 천명되고 있다.
제2장 "여인-하느님의 어머니"(3~5항)에서는 성모 마리아를 남자와 여자를 통틀어 인간성을 대표하는 분으로 묘사한다(4항). 또한 여성의 특성 및 여성적인 것을 온전히 완성시키는 그분에게서 여성의 인격적 존엄의 정점내지는 원형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5항). 그리고 모든 인간의 존엄과 이 존엄에 연관된 소명은 하느님과의 일치에서 결정적인 척도를 발견할 수 있다고 하면서, 성모마리아가 이 존엄과 소명을 가장 완전하게 구현한 분이라고 천명한다. 여성의 존엄과 소명의 신학적 기반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제3장 "하느님의 모상과 닮은꼴”(6~8항)에서는, 인간은 기원부터 동등하였음을 강조함으로써 남성 우위 또는 남성 중심적인 현실이 잘못된 것임을 비판한다. "남자와 여자는 둘 다 인간 됨에 있어서 동등하며 둘 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되었다. 인간 됨에 있어서 본질적인 이 하느님의 모상과 닮은꼴은 배우자요 부모인 남자와 여자에 의해서 그들의 자녀들에게 전달된다"(6항). 또한 남성과 여성은 창조 때부터 '둘의 합일체' 였으며, 본질적으로 인간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안에서 실존할 수 있는 존재이기에(6항), 두 존재가 대립하거나 상대방을 예속시키는 것은 그릇된 것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연대성이 남녀 사이의 기본적인 관계적 가치이며 인간 본성이 본질적으로 위타적임을 밝힌다(7항). 성서에서 하느님과 그리스도를 표상하는 특성들이 남성들의 육체적 특성과 유비되는 것은 육체와 관계없이 초인간적이요 완전히 신적인 의미의 부성(父性)을 오해한 것이며, 이것이 남성의 우위성을 보증하는 증거라고 할 수 없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이는 다분히 남성화된 성서적 표상이 남성의 우위와 지배를 정당화하는 것이라는 여성의 주장들에 대한 신학적 답변이다(8항).
제4장 "하와-마리아"(9~11항)에서는 여성의 종속적 지위를 정당화하는 원죄 교리의 일부 해석들이 그릇된 것임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여성 스스로 이러한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하여 여성성을 포기하고 남성적인 것을 따를 오류의 가능성에 대한 경고도 담고 있다. 남녀 사이에 존재하던 원초적 일치가 파괴되어 현재의 상태가 된 것은 죄의 결과이지 본래적인 것이 아니며, "첫 범죄(원죄)에서 나타나는 여성이 먼저 속아서 죄를 지었다는 논리"는 남녀 인간 모두의 죄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지 여성의 낮은 지위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아니라는 사실을 천명한다(9항). 동시에 여성들에게 "그가 너를 지배할 것이다"(창세 3, 16)라는 성서적 표현에 반발심을 갖는 것은 정당하지만, 이것이 남성화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10항). 여성의 인격적 특성들이 결코 남성의 특성들보다 열등하지 않고 서로 다를 뿐인데, 여성이 남성의 특성을 지배적인 것으로 이해하여 남성화되는 것은 결국 자신의 고유한 특성이 열등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제5장 "예수 그리스도"(12~16항)에서는 예수의 행적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여성들을 차별하는 것이 전혀복음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예수님은 당시의 사회법적 제도 안에서 온전히 보호를 받을 수 없었던 여인들을 변호하신다. 예수님의 이 모든 가르침과 행동 안에서 우리는 당시에 만연되어 있던 여성들에 대한 차별을 조금도 엿볼 수 없다. 반대로 그분의 말씀과 활동은 언제나 여자들에게 합당한 존경과 경의를 표하고 있는 까닭이다"(13항). 또한 하느님 안에서 모든 인간 특히 남성과 여성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을 그분의 말씀과 행적에서 찾고, 특히 부활의 첫 증인으로 막달라 마리아가 선택된 것이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한다(16항) 이는 여성들에게는 교회의 확고 부동한 입장을 재확인하고, 남성들과 세상에는 인간의 본래적 평등성을 강조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남성 우위의 이념들을 비정당화하는 것이다.
제6장 "모성-동정"(17~2항)은 본래 여성적 특성이 무엇인지를 강조하고자 한다. 교황은 전통적인 가르침을 재강조한다. 그는 모성과 동정이 여성의 인격을 완성시키는 두 가지 독특한 차원임을 재확인한다(17항). 먼저 모성은 본래부터 여성의 몫임을 강조한다. 아이를 잉태하고 자신을 조건 없이 내어 주는 것이 모성의 차원이며, 생명의 신비와 특별한 관계를 맺는 현상이다(18항). 또다른 차원인 동정은 기혼자들에게는 혼인에만 유보하면서도 권장하고, 미혼자들과 부득이한 이유로 혼자된 이들은 하느님 나라를 위한 동정을 선택할 것을 권함으로써 인간의 존재 이유를 추구하는 것이 여성이기 이전에 인간의 도리라는 점을 천명한다(20항).
제7장 "교회-그리스도의 신부" (23~27항)는 교회와 예수 그리스도의 관계처럼 남성과 여성의 관계 역시 그러해야 함을 강조한다. 신학적 표상과 성서적 표상 가운데 남성의 우위를 강조하는 표현은 본래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에 바탕을 둔 '상호 순종' 이라는 의미로 이해되어야 한다. 진정한 배우자적 사랑의 척도는 교회의 정배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가장 깊은 원천을 발견한다" (24항)고함으로써 이 표현들이 본래 의도대로 이해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특히 이 항목에서는 구원의 성사인 성체성사를 언급하면서 남성들의 사제 직무 설정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남자와 여자 사이, 여성적인 것과 남성적인 것 사이의 관계를 표현하길 원하셨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성체성사의 성사적 직분, 곧 사제가 그 안에서 그리스도의 인격으로 수행하는 직분이 남자에 의해서 이루어질 때 명백하고 혼란 없이 드러난다"(26항)고 함으로써 교회 내에서 제기되는 여성들의 직무 사제직 참여 요구에 대한 답변을 시도하고 있다. 즉 전임 교황의 입장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여성들이 이러한 소모적 논쟁과 요구에 휘말릴 것이 아니라 성덕을 향해 나아가면서 여성의 소명을 완성시킨 수많은 여성들의 선례를 따를 것을 요청한다(27항). 구체적으로 여성들의 요구와 주장에 대하여 직접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장에서 강조하였던 성모 마리아의 특성과 6장에서 보여 준 두 가지 차원이 여성의 본질임을 망각하지 말라는 것이 이 장의 핵심이다.
마지막 제8장 "이 중에 가장 위대한 것은 사랑입니다" (28~30항)와 결론(31항)에서는 하느님이 여성들에게 위탁한 소명을 다시 한번 확인하면서 여성들의 능동적인 역할을 촉구한다. 여성 고유의 특성을 망각하지 않고, 사랑으로 동료 남성들과 더불어 살아가며, 이 시대의 가장 첨예한 문제인 생명의 문제에서 여성이 주도권을 지녀야 한다는 사실을 재강조한다(30항).
〔평가와 비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 사도적 서한에서 현대 세계의 여성의 소명과 존엄에 대하여 발표한 회칙 <구세주의 어머니>(Redemptoris Mater, 1987. 3. 25)에서 정리한 것처럼, 모든 신앙인의 모범이자 여성들의 전형인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를 기준으로 여성의 소명을 밝힌다. 또한 여성 존엄성의 근거를 하느님 창조에서 이끌어 오면서, 이 사건이 성서와 거룩한 전통 안에서 일관되게 지속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여성은 물론 남성들도 개별적인 성(性)이기 이전에 하느님의 피조물로서 동등한 책임과 과제가 있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 사도적 서한은 사도적 우리 시대에 여성들이 교회에 제기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하여 교회의 전통적인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먼저 여성의 존엄성 파괴는, 첫째 남성 중심 사회에서 남아를 얻기 위한 여아의 낙태, 둘째 여성들의 저항을 초래하여 여성 스스로 남성화를 추구하면서 모성을 포기하게 만들고, 셋째 경제 활동에 참여하면서 자녀의 출산을 포기하거나 양육을 소홀히 하는 모성 파괴로 이어지며, 이것은 궁극적으로 인류의 존속을 위협하고, 인간의 상호 의존성을 파괴하여 결국 생명의 파괴로 이어진다는 인식을 재확인한다. 두 번째로, 동정성은 성 개방 이데올로기, 경제적 이유로 인한 매춘과 산아 제한, 성 금기의 해체로 인한 조기 성 체험, 무분별한 혼외 관계, 성의 상품화로 인한 부부 관계 안에서의 정결 유지의 어려움 등으로 위협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세 번째로, 여성의 사회 내, 가정 내, 교회 내 역할이 상당 부분 본성적인 것이기 때문에 여성들의 주장이 궤도를 벗어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점과 마지막으로 교회 안의 성사적 직무가 기원부터 남성에게 유보된 것이라는 주장은 이전의 주장과 차이가 없다.
따라서 이 서한에서 다소 안타까운 점으로 남는 것은 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 입각한 부부 관계의 중요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 여성들의 특성에서 사회적인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요소를 본래적이라고 이해한 것, 현세 생활의 중요성이 다소 약화되어 나타나 성속 이원론이 지속되고 있는 듯이 보인다는 것, 그리고 여전히 여성들에 대해 불평등함을 드러내는 표현들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 이러한 측면들이, 이 서한이 비록 남녀 평등에까지 여성의 입지를 확장시켰으면서도, 여성들의 요구와 시대의 징표를 충분히 읽어 내지 못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도록 만드는 주요 요인일 것이다.(→ 교회와 여성 ; 여성 신학)
※ 참고문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정영한 역, 《구세주의 어머니》,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87/ 교황청 교리서위원회, 가톨릭대학교 교리사목연구소 역, 《가톨릭 교회 교리서》 3 · 4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96/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86/ 《교회와 사회》,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94. 〔朴文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