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기

歷代記

〔히〕דברי הימים · 〔그〕Παραλειπομένων · 〔라〕Liber Paralipomenon · 〔영〕Books of Chronicles

글자 크기
9
역대기 하권의 마지막 부분
1 / 2

역대기 하권의 마지막 부분

구약성서의 역사서 가운데 하나. 인간 창조부터 기원전 538년 고레스의 해방령 때까지 이스라엘의 역사를 기록한 책.
역대기 상 · 하는 비판적인 성서학자들에 의해 흔히 낮게 평가받아 왔다. 그들은 이 책을 사무엘서와 열왕기의 불필요한 반복이나 보충 자료 정도로 여겼지만, 이 책 역시 성서의 다른 역사서들처럼 당대의 상황과 요구에 따라 쓰여진 소중한 문헌이다. 히브리어 성서에서 역대기는 제일 마지막에 나오는데, 히브리어 성서의 정경을 확정 지을 때 이 책이 구약성서 전체의 출중한 결론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역대기는 구약성서의 주요 주제들을 포함하고 구약 신학 전체의 큰 틀을 제시하고 있다.
현대어 번역본들과 한글 번역에서는 칠십인역 성서의분류에 따라 역대기를 열왕기와 에즈라서 사이에 둔다. 이 책의 내용이 사무엘서와 열왕기를 되풀이하면서 에즈라-느헤미야 시대보다 앞선 역사를 다루기 때문이다.
[명 칭] 히브리어 성서는 역대기에 '디브레 하야밈' (דברי הימים, 나날의 행적들), 곧 '나날의 행적을 기록한 역사 책' 이라는 제목이 붙여져 있다. '역대기' 라는 이름은 예로니모(347/348~419/420)에게서 유래하는데, 그는 이 책을 '하느님의 역사 전체의 연대기' 로 부르도록 제안하였다. 이 제안을 줄이면 '역사의 연대기' 이고, 더 줄여 '역대기' 가 된다. 한편 칠십인역 성서에 따라 교회의 전통 안에 오랫동안 자리잡아 온 이름은 '파랄리포메논' (paralipomenon), 곧 '옆에 놓아둔 것, 곁들여 전해진 것'이다. 이 이름은 역대기를 사무엘서와 열왕기의 보충으로 여긴 테오도레토(Theodoretus, 393-460?)로부터 비롯되었다. 사실 역대기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여러 가지 보충자료와 더불어 많은 부분이 사무엘서와 열왕기의 내용을 옮겨 놓은 것이다. 그러나 역대기는 신명기계 역사 문헌들과는 다른 역사적 · 신학적 전망 안에서 쓰여진 고유특성을 지닌 문헌이다.
역대기 상 · 하의 구분은 칠십인역 성서에 처음 나타나고, 히브리어 성서에서는 사무엘서 상 · 하와 열왕기 상 · 하의 구분과 더불어 15세기에 확정되었다. 그러나 이 구분은 상권과 하권 사이에 이야기가 끊어지지 않기 때문에 인위적이다. 어떤 이들은 역대기의 마지막 몇 구절(2역대 36, 22-23)과 에즈라서의 처음 몇 구절(에즈 1, 1-3)의 본문이 겹친다는 이유로 역대기와 에즈라서, 느헤미야서를 하나로 묶어 생각하기도 한다. 역대기가 유대교 경전으로 에즈라서와 느헤미야서보다 늦게 받아들여진 이유는, 역대기의 내용이 사무엘서와 열왕기의 내용을 상당 부분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 용] 역대기는 인간의 창조부터 바빌론 유배 이후 고레스의 해방령까지 이어지는 이스라엘의 역사를 그 내용으로 한다. 성서의 역사 문헌 가운데에서 역대기만큼 오랜 기간의 역사를 다룬 책은 없다. 역대기와 곧잘 비교되는 신명기계 역사 문헌(여호수아서 ~열왕기)도 가나안 정복부터 바빌론 유배까지만을 다룰 뿐이다.
역대기는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첫째 부분은 아담부터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거쳐 다윗에 이르는 조상들의 족보를 다루고(1역대 1-9장), 둘째 부분은 다윗의 통치(1역대 10-29장)를, 셋째 부분은 솔로몬의 통치(2역대 1-9장)를 다룬다. 그리고 마지막 넷째 부분은 솔로몬의 죽음부터, 바빌론 유배와 예루살렘으로의 귀환 직전에 이르는 유다 왕국의 역사를 다룬다(2역대 10-36장).
제1부(1역대 1-9장) : 여기에서는 두 가지 족보가 제시되고 있다. 첫 번째 족보는 아담부터 야곱까지의 역사를 인명록으로 요약한 셈인데(1, 1-2, 2), 역대기 저자는 창세기의 족보와 자료를 이용하여 이 족보를 편집하였다. 두 번째 족보는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탄생부터 바빌론 유배에서 돌아오기까지의 역사를 요약한다. 역대기는 이스라엘이 페르시아 제국에 예속되어 있을 때 나온 문헌이다. 따라서 저자는 이 족보를 통하여 하느님께서 인류창조 때부터 이스라엘 민족을 위하여, 그리고 이스라엘민족을 통하여 역사를 주관하고 계심을 강조하고자 했을 것이다. 천지 창조 · 성조들의 역사 · 약속된 땅의 정복과 상실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제시함으로써, 역대기 저자는 율법서와 예언서에 나오는 이스라엘 역사의 기본 틀을 그대로 반영한다.
제2부(1역대 10-29장) : 사울의 죽음부터 다윗의 죽음까지 다룬 제2부는 이스라엘의 운명을 이스라엘 민족의 가장 위대한 임금인 다윗의 생애와 직결시킨다. 이스라엘의 운명과 관련하여 다윗의 생애에서 두 가지 중요한 사건이 부각된다. 첫째는 하느님께서 다윗에게 영원한 왕국을 주셨다는 사실이다(17장). 사울의 불충실은 그 자신뿐만 아니라 그의 왕조까지도 몰락하게 하였다. 이와는 달리 하느님께 대한 다윗의 충성과 성전을 지어 바치겠다는 그의 갸륵한 의지는 하느님으로 하여금 다윗에게 영원히 지속될 왕조를 주겠다는 약속을 하시게 하였다. 다윗 왕조에 대한 하느님의 약속(2사무 7, 1-17)은 다윗 가문의 한 임금이 평화롭고(이사 11, 1-9) 정의로우며 (예레 23, 1-8) 영광스럽고(에제 34, 11-31) 겸허하게(즈가 9, 9-10) 통치하리라는 예언서의 메시아 신탁과 연결된다. 다윗의 생애에서 부각되는 두 번째 사건은, 다윗이 성전의 건립과 조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일이다. 성전의 건축은 다윗과 솔로몬의 합작이지만, 역대기에서는 다윗의 역할이 열왕기보다 더 강조된다. 다윗은 성전을 직접 설계하였을 뿐만 아니라 건축에 필요한 자재까지도 꼼꼼하게 챙겨 마련하였다(1역대 22, 1-19 ; 29, 1-9). 또한 성전에서 봉직할 레위인들과 사제들, 성가대와 성전문지기들의 조직도 미리 다 정해 놓았다(23-26장). 솔로몬이 한 일은 다윗이 계획하고 준비해 놓은 것을 실행에 옮긴 것뿐이다.
제3부(2역대 1-9장) : 솔로몬의 통치는 하느님이 다윗에게 한 약속(1역대 17장)이 실현되는 구체적인 한 예이다. 역대기 저자는 하느님께서 솔로몬에게 이스라엘을 통치할 권한을 맡겨 주시고 솔로몬이 이 권한을 올바로 행사하여 큰 성공을 이루었음을 서술한다(1, 1-17). 이 대목은 열왕기 상권 3장 1-15절과 그 내용이 거의 같다. 솔로몬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선왕 다윗이 설계한 대로 성전을 건축하는 것이다. 성전의 건축과 봉헌, 하느님의 강복에 관한 세부 묘사가 제3부의 주요 내용을 이룬다(2-7장). 성전이 완성되자 백성은 계약의 궤를 모셔 들인다. 하느님께서는 성전에서 이곳에 머무르시기로 결정하신다. 역대기 저자는 솔로몬의 부와 지혜와 탁월한 행정력이 그에게 큰 명성을 안겨 주었다는 보고로 솔로몬의 통치에 대한 묘사를 마무리한다.
제4부(2역대 10-36장) : 다윗과 솔로몬 통치하에서의 통일 왕국 시대는 끝나고 왕국은 남 · 북으로 분열된다.제4부는 북왕국이 갈라져 나간 이후 유다의 운명을 다룬다. 역대기 저자는 하느님께서 통일 왕국을 일으키실 때에 사울을 내치고 이새의 아들 다윗에게 왕국을 '넘겨주셨다' 고 서술한다(1역대 10, 14). '넘겨주셨다' 는 동사는 본래 히브리어로 '돌리다' 라는 뜻이다. 같은 히브리어 낱말이 남북의 분열을 보고할 때에 사용된다. "임금(르호보암)이 이처럼 백성의 말을 들어주지 않은 것은, 하느님께서 일을 그렇게 돌리셨기 때문이다" (2역대 10, 15). 열왕기와는 달리 역대기 저자는 남쪽의 유다 왕국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유다 왕국에 관한 사정을 밝혀 주는 것 외에는 북쪽 왕국에 관한 언급을 모두 배제한다. 이는 다윗 왕조와 예루살렘 성전에만 관심을 집중시키려는 역대기 저자의 신학적 의도와 잘 부합한다. 역대기 저자의 신학적 전망에서는 이스라엘 백성의 임금과 전례가 늘 예루살렘에 있어야 한다. 이는 자신의 청중인 유배 이후의 공동체가 예루살렘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것이다. 통일 왕국을 다스리던 다윗과 솔로몬의 치세는 언제나 다른 임금들의 치세를 평가하는 척도가 된다(2역대 7, 10 : 11, 17 : 35, 4). 하느님과 율법에 충실한 임금들은 부와 군사적 승리와 후손의 번영으로 표현되는 성공을 거두게 되고, 불충한 임금들은 군사적 패배와 질병과 민심의 이반으로 표현되는 징벌을 받게 된다. 바빌론 유배 이후 유다인들의 귀향과 유대교의 복구에 관한 이야기는 에즈라서와 느헤미야서로 이어진다. 역대기 하권은 이 이야기의 서곡이 될 고레스의 해방령을 언급하는 에즈라서 1장 1-3절의 인용으로 끝을 맺는다.
[저자와 집필 연대 및 장소] 역대기 상 · 하, 에즈라서와 느헤미야서를 하나로 묶어 '역대기계 역사 문헌' 이라고 한다. 이 이름은 여호수아서, 판관기, 사무엘서 상·하, 열왕기 상 · 하를 하나로 묶어 일컫는 '신명기계 역사 문헌' 과 대비를 이룬다. '역대기계 역사 문헌' 의 저자는 누구인가? 한 사람인가, 아니면 여러 사람인가? 이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세 가지 견해가 있다. 첫째, 이 문헌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한 저자, 곧 '역대기 저자 (또는 편집자)의 작품이다. 역대기의 마지막과 에즈라서의 첫머리에 고레스 해방령에 관한 동일한 기록이 나오고, 외경인 에스드라 1서에 역대기 하권 35-36장과 에즈라서 1-10장과 느헤미야서 8장 1-13절이 한데 묶여 있으며, 나아가 이 문헌들에 나오는 주제들과 문체가 공통되고 일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작품 여기저기에 나오는 내용의 불일치는 저자가 다양한 사료를 충실하게 옮겼다는 증거일 것이다. 둘째, 역대기와 에즈라서, 느헤미야서는 동일하지 않은 저자들에 의해 편집되었다. 이들 사이에는 일치되는 주제와 내용이 다수 있지만, 서로 다른 또는 상반된 주제와 내용도 많기 때문이다. 셋째, 같은 저자가 쓰기는 하였지만 서로 다른 시기에 다른 관심사를 갖고 출간되었다. 이 세 번째 견해는 첫째와 둘째의 절충으로 볼 수 있다.
역대기 저자의 책들 안에는 정확한 편집 시기를 결정할 만한 분명한 단서가 없기 때문에, 저자가 이야기하는 사건들로 미루어 짐작할 수밖에 없다. 에즈라와 느헤미야의 활동은 실제로 기원전 5세기까지, 아마도 기원전 4세기 말까지 계속되다가 끝났을 것이다. 따라서 이 문헌들의 편집 시기를 기원전 4세기 중엽, 곧 기원전 350~330년 이전으로 끌어올릴 수는 없다.
한편 마지막 편집 시기를 후기 유대교 시대, 곧 기원전 2세기 마카베오 형제들이 박해를 받고 전투를 벌이던 시대까지 끌어내려서도 안될 것 같다. 기원전 190년경으로 집필 연대를 잡는 집회서의 내용(47, 8-10)이 다윗에 관한 역대기의 묘사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시련과 항쟁의 시기인 마카베오 시대 이전, 비교적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기에 이 책들이 쓰여졌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따라서 역대기 문헌들의 편집 시기는 기원전 330~250년이 가장 적절할 듯하다. 그리고 집필 장소는 모든 정황으로 보아 예루살렘이 틀림없다.
[사 료] 역대기 저자 또는 편집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의 작품이 언제 완성되었는지는 정확하게 밝힐 수 없다 하더라도, 그가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편집하고 집필하였는지, 그 작업 방법에 관해서는 좀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구약성서 중에서 역대기는 집필 과정과 방법을 스스로 분명히 드러내 준 유일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역대기 저자는 겨레의 옛 역사에 대한 자기 나름의 지식에 바탕을 두고 이야기를 엮어 나간 것이 아니라, 여러 문헌을 있는 그대로 충실히 옮겨 적었다. 물론 때때로 책의 목적에 맞추어 인용문의 순서를 정하고, 자기가 알고 있는 다른 문헌들이나 자신의 역사 개념에 따라 내용을 일부 수정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시대에서는 보기 드물게, 역대기 저자는 자기가 입수한 사료를 인용하는 데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그래서 그는 자기가 입수한 사료가 비록 불완전하고 때로는 불분명하더라도, 가능한한 정확한 정보를 제시하려고 최대한 노력하였다.
역대기 저자가 이용한 사료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이야기 전체를 그대로 옮겨 적은 사무엘서와 열왕기의 내용들이다. 여기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 역대기 저자가 이용한 사무엘서와 열왕기의 히브리어 본문이 오늘날 전해지는 마소라 본문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두 책의 내용과 역대기가 다른 부분은 저자가 임의적으로 달리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 그가 이용한 사무엘서와 열왕기 본문이 이미 그렇게 고쳐진 것일 수도 있다. 둘째는 사무엘서와 열왕기의 내용들을 보충하기 위하여 이용했을 역사 문헌들이다. 셋째는 다양한 예언 전승들을 포함한 문헌들이다. 사무엘서와 열왕기를 빼고 역대기 저자가 자신의 책을 편집하기 위하여 이용하였다고 밝힌 사료들은 아래와 같다.
즉 이스라엘 임금들의 실록(1역대 9, 1), 다윗 임금의 실록(1역대 27, 24), 사무엘 선견자의 기록(1역대 29, 29), 나단 예언자의 기록(1역대 29, 29), 가드 환시가의 기록 (1역대 29, 29), 실로 사람 아히야의 예언서(2역대 9, 29), 이토 환시가의 환시록(2역대 9, 29), 스마야 예언자와 이토 환시가의 기록(2역대 12, 15), 이토 예언자의 주석서 (2역대 13, 22), 유다와 이스라엘 임금들의 실록(2역대 16, 11), 하나니의 아들 예후의 실록(2역대 20, 34), 열왕기 주석서(2역대 24, 27), 아모스의 아들 이사야 예언자가 쓴 기록(2역대 26, 22), 이스라엘과 유다 임금들의 실록(2역대 27, 7), 아모스의 아들 이사야 예언자의 환시록(2역대 32, 32), 이스라엘 임금들의 실록(2역대 33, 18), 환시가들의 기록(2역대 33, 19) 등이다.
이상의 문헌들 가운데 상당수는 서로 제목만 약간 다를 뿐 같은 문헌들일 가능성이 높다. 역대기의 이야기 전체를 구성하는 이 모든 자료에, 저자가 그 출처를 밝히지 않고 이용한 다른 자료들도 덧붙여야 한다. 그 자료들은 저자가 익히 알고, 또 자주 참조한 구약성서 다른 책들의 본문이다. 역대기의 족보는 대부분 창세기와 출애굽기와 민수기와 여호수아서, 그리고 룻기에 나오는 족보와 같은 성격을 띤다. 역대기의 어떤 장들은 시편의 전례 본문을 전체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옮겨 놓은 것들이다(시편 96편 ; 105편 ; 106편이 역대기 상권에 인용된다).
[편 집] 역대기는 옛 문헌들을 단순히 모아 놓은 기록이 아니며, 어떤 부분은 저자나 편집자가 이 책을 다 완성한 다음에 후대의 자료들을 덧붙인 것이다. 분명히 이 작품에는 저자 자신의 개인적인 공헌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면 이 책의 편집 방법은 무엇인가? 이 작품의 세부 내용에 들어가지 않고 사무엘서와 열왕기를 역대기와 대충 비교해도, 역대기 저자가 자기 책을 집필할 때에 따랐던 몇 가지 원칙적인 지침을 알아낼 수 있다.
첫째, 저자는 생략법을 이용하였다. 그는 자기가 입수한 사료에서 자신의 집필 의도에 따라 쓰고 싶은 이야기만 골랐다. 저자가 볼 때에 다윗의 통치와 그 왕조에 관한 역사는 하느님 백성과 그 운명에 관한 참된 역사였다. 따라서 왕국의 분열 다음에 이어지는 이스라엘 왕국의 역사는 그의 관심 밖이었다. 그는 북이스라엘 왕국의 역사에 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유다 왕국과 그 수도 예루살렘에 관한 역사만 다루었다. 그는 같은 방식으로 다윗과 솔로몬 왕국의 영광을 들어 높이는 데 별 도움이 되지않는 불리한 사건들이나 사실들도 한 쪽에 제쳐놓았다. 예를 들면 다윗의 간통, 압살롬의 반역, 솔로몬 통치 말년의 사치와 우상 숭배 등은 역대기에서 생략되었다. 이 밖에 바빌론 유배 시절에 관한 역사가 역대기에서 모두 빠진 것도 같은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역대기에는 바빌론 유배부터 에즈라와 느헤미야의 재건까지 한 세기가 넘는 긴 기간을 두고 한마디 언급도 없다.
둘째, 역대기 저자는 입수한 자료들을 다루면서 '적용' 이라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그는 이야기에 나오는 역사적 사실들을 자기의 개인적 체험과 자기 시대의 상황에 비추어 묘사한다. 그것은 그가 정확한 연대에 관심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고, 자신의 신학적 견해를 드러내고자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역대기 저자는 언제나, 임금들과 백성에게 재앙이 닥치는 것은 그들이 하느님께 불순종하였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반대로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복은 사람들이 성전과 예배에 관련된 모든 일에 열성을 가지고 충실하게 임한 결과로 여겼다. 저자가 왜 때때로 연대의 순서를 바꾸었는지는 설명하기 어렵다. 아마도 역사적인 이유보다는 신학적인 이유에서 그렇게 하였을 것이다. 그가 자신의 작품 안에서 제시하고자 한 '역사 신학' 은 객관적이고 완전한 역사 이상의 것을 추구하는 것이다. 역대기 저자의 저서들은 단순한 역사가의 작품이 아니라, 신앙인과 신학자의 작품이다. 그는 역사 안에서 하느님의 항구한 위업에 관한 증언과 하느님 나라의 현실적-아직은 불완전하지만-표상에 관한 증언을 발견한다.
셋째, 역대기 저자가 사용한 또 다른 집필 방법은 보충' 이었다. 저자는 자기의 주요 사료인 사무엘서와 열왕기에 나오는 자료들을 보충하고자 하였다. 그는 다른 문헌들과 기록이나 구전 전승들 덕분에, 이스라엘 백성의 일부 역사에 관하여 성서의 다른 책들에는 없는 내용을 상세하게 전한다. 그래서 역대기는 이스라엘 백성의 역사를 더 잘 이해하는 데에 상당히 유익하고 정확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역대기에서 어떤 대목들은 저자의 개인적 반성이나 사물에 대한 저자 자신의 고유한 생각을 드러낸다. 그렇다고 수많은 세부 사항이 순전히 저자의 창조적 상상력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것들은 후대에 알려지지 않은 사료들에서 저자가 발견한 내용일 수도 있다.
역대기 안에서 저자의 편집 방법을 비교적 상세하게 밝혀 낼 수 있게 된 것은 사무엘서와 열왕기 안에 역대기와의 병행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공관 복음 연구에서처럼 이 병행 대목들을 서로 비교함으로써 역대기 저자가 자신이 입수한 사료들을 어떻게 이용하였는지도 알 수 있다. 역대기에는 신학적 또는 문학적으로 재편집한 요소들이 자주 눈에 띄지만, 병행 대목들에 나타나는 세부적인 변형들은 분명 우연히 일어난 것이다. 역대기 저자는 사무엘서 · 열왕기의 히브리어 본문을 우리가 사용하는 본문보다는 더 오래된 형태-이를 '원본문' 이라 부르는데, 콤란 사본, 칠십인역 성서와 그 개정본들에 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 된다-로 알고 있었고, 사무엘서 · 열왕기 · 역대기는 그 나름대로 필경사들의 오류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이 책들의 본문들을 서로 비교해 보면, 성서의 다른 책들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필사 과정의 오류들을 매우 정확하게 가려낼 수 있다. 동시에 이런 비교 분석을 통하여 역대기 저자가 얼마나 충실하게 자기 사료들을 옮겨 적었는지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역대기 저자는 단순히 사료들을 옮겨 적는 데에 만족하지 않고, 때로는 입수된 사료들을 솜씨 있게 삭제 · 정리하고 때로는 다른 보충 사료들을 덧붙이기도 하면서, 이야기 전체를 조화 있게 엮어 나갔다. 한마디로 역대기 저자의 집필 방법은 그의 역사 개념과 신학 사상에 밀접하게 연결된다.
[신 학] 같은 시대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역대기 저자의 역사관은 신명기계 문헌의 역사관과 뚜렷이 구별된다. 바빌론 유배가 시작된 지 얼마 안되어 쓰여진 신명기계 역사는 약속된 땅을 하사받은 하느님의 백성이 어떻게 이민족들에게 그 땅을 빼앗기고 다시는 왕정을 회복할 수 없게 되었는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밝히는 데 주력한다. 그러나 역대기계 역사에서는 땅의 소유와 왕정은 이미 흘러간 과거에 속하는 것이므로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페르시아 제국 안에서 식민지로 전락한 유다인들은 성전과 그곳에서 거행되는 전례를 공동체 삶을 위한 구심점으로 여겨 거기에 역사 기술의 초점을 맞춘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편집 방향이 설정된다.
첫째, 역대기 저자는 다윗과 솔로몬의 통치를 가장 중요하게 여겨 책의 중심에 놓았다. 이 두 임금이 성전과 그 안의 각종 전례와 제도를 기획하고 완성하였기 때문이다. 역대기에서 다윗 시대 이전의 모든 역사는 아담까지 올라가는 족보로 간단히 처리된다(1역대 1-9장). 사울에서 다윗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10장에만 짧게 언급된다. 그리고 나서 역대기 상권의 나머지 부분 전체(11-29장)에서는 다윗 왕국의 역사를 다룬다. 이 대목을 사무엘서와 열왕기의 병행 대목과 비교해 보면, 적잖은 차이점들이 발견된다. 역대기에서 다윗은 흠 없는 인물이다. 저자는 다윗의 유년 시절과 청년 시절, 그리고 다윗이 사울과의 갈등으로 쫓겨 다니던 몇 해 동안의 유랑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더구나 다윗의 궁정에서 일어난 잘 알려진 사건들, 곧 다윗이 우리야의 아내 바세바와 정을 통하고 저지른 좋지 않은 일들, 그의 아들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왕위 계승 분쟁, 압살롬의 반란, 말년에 수넴 처녀에게 몸 시중을 들게 한 일 등 다윗의 위대함과 거룩함에 손상을 입히는 이야기들은 역대기에 전혀 나오지 않는다. 역대기 저자는 다윗 임금을 매우 인간적이면서도 이상적인 인물로 그린다. 다윗은 하느님의 뜻을 충실히 따르는 임금으로서, 언제나 다윗 왕조의 시조로 남을 것이다. 그는 예루살렘을 수도로 정하고 성도로 만드는 데에, 그리고 성전 건축과 그곳에서 거행될 전례를 세세히 기획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래서 어떤 주석가들은 모세 오경의 사제계 전승 안에 그려진 모세의 모습과 역대기에 그려진 다윗의 모습이 닮았다고 주장한다. 사실 두 인물은 비록 그들이 살던 시대는 다르다 하더라도, 둘 다 백성의 수장이요 하느님께 위임받은 입법자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다윗의 이야기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솔로몬 임금도 다윗처럼 이상적인 인물로 나타난다. 솔로몬의 경우에도 역대기 저자는 그의 인물 됨됨이를 손상시킬 만한 어떤 사건도 기록에 남기지 않았다. 곧 그의 통치 초기에 경쟁자들을 무자비하게 제거한 사건들, 그리고 말년에 궁중을 어지럽혔던 사치와 우상 숭배와 방탕한 생활에 관해서는 역대기에 전혀 언급이 없다. 솔로몬은 선왕 다윗의 지시와 세세한 계획에 따라 성전을 지어 낸 임금이다. 역대기 저자는 열왕기 저자보다 훨씬 더 장엄하고 풍부하게 성전 봉헌을 묘사한다. 이처럼 다윗과 솔로몬이 거룩하고 흠 없는 임금으로 묘사된 이유는 그들이 하느님의 거룩한 집인 예루살렘 성전과 그곳에서 하느님께 올리는 거룩한 전례를 주도하고 완성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둘째, 성전과 전례가 역대기 저자의 주요 관심사로 드러난다. 그래서 이 책의 첫 번째 목적이 예루살렘 성도와 성전과 그곳에서 거행되는 전례의 역사를 정확하게 제시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 책의 시작에 나오는 족보들을 보면, 유다와 베냐민 지파의 족보가 다른 지파들의 족보보다 더 장황하다. 이 두 지파가 다윗의 가문과 예루살렘 지역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다윗과 솔로몬의 후계자들 역사는 성전에 집중되고, 성전의 재건이나 전례의 개혁에 우선 순위를 두는 임금들을 가장 중요하게 다룬다. 아사(2역대 14-16장)와 여호사밧(2역대 17-20장), 특히 히즈키야(2역대 29-32장)와 요시야(2역대 34-35장)가 그런 임금들이었다. 에즈라서와 느헤미야서를 보면 유배가 끝난 다음에도 같은 관심사가 드러난다. 유배에서 돌아온 사람들은 성전의 폐허 위에 제단을 다시 세우고(에즈 3장) 성전을 다시 지었으며(에즈4-6장), 성도 예루살렘을 재건하고(느헤 1-4장) 전례를 복구하였다(느헤 8-9장).
셋째, 역대기 저자는 레위 지파에서 전례를 주관하는 이들을 특별히 선호한다. 이들은 아론 가문(역대기에서는 아론 가문도 레위 지파에 속함) 출신의 사제들이거나 다른 가문 출신의 레위인들이다. 모세 오경 전체에서는 사제들에 관하여 27번 언급되는 데 반하여, 에즈라서와 느헤미야서에서는 53번, 역대기에서는 무려 76번이나 언급된다. 레위기 1장 5절과 민수기 10장 8절의 전통을 받아들여, 역대기 저자도 나팔을 부는 임무(1역대 15, 24 : 2역대 13, 12)와 제단에 희생 제물의 피를 뿌리는 임무(2역대 30, 16)는 사제에게 맡겨진 고유 권한으로 본다. 한편 레위인들은 단순한 하급 직원이 아니다. 그들은 계약의 궤를 옮기는 이들이요 성전을 지키고 보호하는 문지기들이며, 성가와 악기 연주를 담당하는 이들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사제들을 도와 제사를 준비하기도 한다(2역대 29, 34 ; 30, 16-17). 그러나 제사를 직접 거행하는 일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넷째, 역대기가 소개하는 전례 예식들에는 기쁨과 찬미와 감사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는 역대기 저자 자신이 레위인들과 연관이 있거나, 아니면 레위인들의 평가 절하된 직능을 재확립하려고 그들이 관장하는 전례를 높이 끌어올린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다섯째, 예루살렘 성전과 그곳에서 거행되는 예배의 유일한 합법성이 강조된다. 이는 과거에 그리고 역대기 저자 자신의 시대에 예루살렘 이외의 지역에서 다른 성소들을 세우고 다른 예식들을 거행하려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이야기는 특별히 사마리아인들처럼, 분열을 처음 일으킨 사람들에 대한 논쟁의 성격을 띤다. 이와 관련하여 역대기 저자가 솔로몬의 죽음에 이어진 왕국의 분열 다음부터 북이스라엘 왕국의 역사에 관하여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 역대기 저자의 견해로는 다윗 왕조로 유지되는 유다 왕국만이 합법적이다. 사마리아를 수도로 하는 북왕국의 통치자들은 하느님의 참된 백성을 대표할 수 없는 분리 주의자들이다. 그들의 수도 사마리아와 그들의 전례 예식들은 바알 숭배로 더럽혀졌기 때문이다. 에즈라와 느헤미야 시대에 일어난 그 땅의 백성과 유다 백성 사이의 갈등도 같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그 땅의 백성은 성전을 재건하는 일에 도움을 주고자 하였지만, 참 하느님 백성인 유배자들의 후손들이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에즈 4장 : 느헤 2, 19-20 : 4장 : 6장).
여섯째, 역대기 저자의 역사관은 신정(神政)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그에게 하느님 백성의 역사란 유다 공동체 안에서 펼쳐지는 신정 왕국의 이상적 표상이다.이 신정 왕국은 하느님께서 세우셨고, 그 머리에는 다윗이 자리를 잡았다. 실제로 하느님만이 참 임금이고 다윗은 그분의 왕좌 위에 앉아 그분을 대리할 따름이다. 흘러간 역사의 현실들을 재조명함으로써 역대기 저자는 하느님의 왕국을 그 시대에 맞추어 재현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았다. 성도 예루살렘의 유일한 성전에서 이루어지는 전례는, 하느님의 백성이 사제들과 레위인들의 도움을 받아 그들의 임금이신 하느님께 충성과 기쁨과 찬양을 표현하는 것이다. 하느님의 율법에 순종하는 일은 그분의 백성이 매일의 삶 안에서 지켜야 할 첫 번째 의무였다. 하느님과 그분 백성의 지속적인 관계는 철저한 상선벌악의 개념에 바탕을 둔다. 하느님의 정의에 따라 모든 충성, 특히 예루살렘 왕좌에 앉은 임금들의 충성은 당연히 그분의 복을 불러들이지만, 모든 잘못과 불순종, 특히 성전과 전례에 관련된 잘못은 하느님의 징벌을 끌어들인다. 신정에서는 상선 벌악이 철저하게 실시된다. 이는 다윗을 계승하는 임금들의 긴 역사 전체에 걸쳐 나타난다. 열왕기에는 백성의 행복과 불행에 원인을 제공하는 동기들에 관하여 아무런 언급도 없지만, 역대기 저자는 하느님의 상선 벌악의 논리에 바탕을 둔 정의의 개념에 따라 모든 사건에 대한 신학적 정당성을 제시하려고 애쓴다. 므나쎄는 온갖 죄악을 저질렀지만 긴 세월 동안 나라를 통치하는 복을 받았는데, 그것은 그가 회개하고 하느님께 돌아와 우상들을 치우고 성전을 정화시켰기 때문이다 (2역대 33장). 반면에 요시야는 그토록 주님의 율법을 지키는 일에 충실하였음에도 젊은 나이에 죽음을 맞았는데, 이는 그가 하느님의 뜻을 거슬러 이집트 군사들이 지나가는 것을 막으려고 무모하게 전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2역대 35장).
마지막으로 역대기에서는 과거 지향의 신학 전망이 드러난다. 그런 점에서 묵시 문학과 정반대이다. 묵시 문학은 다가올 하느님 나라가 어떤 것인지 알리기 위하여 지상의 현실에서 표상을 끌어내어 미래에 투사한다. 하지만 역대기는 현실 안에서 백성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제시하기 위하여 과거를 이상화한다. 저자는 유다인들에게 다윗 시대의 신정 왕국을 끊임없이 상기시킴으로써 전례는 어떻게 거행해야 하는지, 하느님의 율법에는 어떤 자세로 순종해야 하는지, 상선 벌악에 바탕을 둔 그분의 정의는 어떻게 바라야 하는지 알려 준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서 저자는 하느님과 그분의 율법과 그분에 대한 예배에 어떻게 충실해야 하는지, 그 지침을 마련하는 데에 온갖 노력을 기울인 듯하다. 미래에 대한 전망은 역대기 저자의 특별한 관심을 끌지 못하였다. 그래서 역대기는 메시아 사상의 기초를 제시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실을 올바로 살기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전망 못지않게 과거의 교훈도 중요하다. (→ 구약성서 ; 열왕기)
※ 참고문헌  정태현 . 임승필 역, 《역대기 상 . 하, 에즈라 · 느헤미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98/ A.S. van der Woude ed., The World ofthe Old Testament, Grand Rapids, Eerdmans, 1982/ J. Becker, 1Chromik, 2Chronik, Die Neue Echter Bibel, Wiirzburg, Echter Verlag, 1986/ R.W. Klein, (ABD) 4, pp. 991~1002/ J.L. Mays ed., The Harper Collins Bible Commentary, San Francisco, Harper, 1988/ P.R. House, Old Testament The-ology, Downers Grove, Illinois, 1998. 〔丁太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