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개개인들이 인격성과 사회성 안에서 상호 결합해야 한다는 원리. 가톨릭 사회 교리의 원리 가운데 하나이다.
'연대성의 원리' 에서 '연대' 라는 용어는 라틴어 '솔리다레' (solidare)에서 유래하였는데, 이 동사는 '굳게 결합하다'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대성의 원리' 는 어원적인 측면에서 굳게 결합한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그런데 그 결합은 인간 개개인이 가진 본질적인 특성인 인격성과 사회성 상호간의 결합이다. 이렇게 볼 때 인간의 사회적 본질이 부정되고 개인의 인격성만 강조되는 개인주의나 인간 개인의 존엄성을 박탈하고 인간을 사회적 · 경제적 과정의 단순한 대상으로 간주하는 집단주의는 모두 사회 질서의 원리에서 배제된다. 연대성의 원리는 이 두 가지의 중간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개인과 인간의 상호 결합에 바탕을 두면서, 이를 유지하는 상호간의 의무가 지켜지는 가운데 사회 질서의 원리로서 사회를 움직이게 된다. 결국 연대성의 원리는 인간 개인이 자신의 고유한 본질적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이 지니고 있는 사회성에 따라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개인과 사회를 조화시켜 함께 발전하도록 하는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의 미] 인간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하였듯이 '사회적 존재' 로서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이다. 이러한 인간 삶의 공존 방식은 우선적으로 사랑에 의해 구성되거나아니면 법에 의해 구성된다. 이것을 개념적으로 표현한다면 '공동체' 혹은 '사회' 라고 부른다. 곧 모든 인간은 바로 이러한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며, 이러한 삶의 형태는 혈연 사회든 혹은 이익 사회든 그 사회와 구성원이 함께 발전하고 완성에 이르는 일정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삶이다.
그러나 이 목표에 이르는 길이 간단하지만은 않다. 오늘날 존재하는 공동 생활 양식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개인과 사회 사이의 긴장은 끊임없이 체험되는데, 즉 개별적인 것과 보편적인 것 사이의 긴장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일방적으로 보편이 우선하고 개체가 거기에 예속된다면 그 결과로 집단주의가 출현한다. 반대로 보편에 대해 개체를 우위에 둘 때에는 필연적으로 개인주의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인간이 추구해야 할 삶의 과정은 바로 이 양극단을 피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공동체 역시 개별인격을 희생하면서 그 자체로 존립하는 절대 실체가 아니다. 모든 사회는 개별 인격체로 구성되며, 따라서 공동체는 개별 인간과의 관계를 떠날 수는 없다. 곧 공동체는 개인이 공동 생활을 하기 위해 봉사하고 돕는 기능을 가질 뿐만 아니라 그 공동체의 구성원을 위한 정신적 · 도덕적 계발과 관련해서도 봉사적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개인은 사회와 더불어 전인적인 자아 실현을이룰 수 있는 존재이고, 인간으로서의 충만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사회를 필요로 하는 존재인 것이다.
이렇게 개인은 사회에 의존하고 있으며, 자기 나름대로 개인이 지니고 있는 역량에 따라 사회에 봉사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사회 역시 개인을 억압해서는 안되며인격을 침해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고 개인의 자유와 창조성을 보호할 책임이 있다. 자유롭고 책임성 있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인격체로서의 개인들이 모여 참되고 인간다운 공동체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 모습이 곧 가톨릭 사회 교리가 지향하는 인간 공동체의 참모습이며, 이를 위해 가톨릭 사회 교리는 사회를 움직이는 주요 원리로서 연대성의 원리를 가르친다. 이 연대성의 원리를 과학적으로 표현하고 기초를 확립한 대표적 학자들은 페쉬(Heinrich Pesch, 1854~1926), 군트라흐(Gustav Gundlach, 1892~1963), 넬브로이닝(Oswald von Nell-Breuning, 1890~1991) 등이다. 이들 학자들은 그들의 사회과학적 체계에-개인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해서 간결하고 적절한 표현으로 대치시킬 의도에서-연대주의' 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이 이름은 '그리스도교 사회론' 과 같은 뜻이다.
〔근 거] 인격성 : 인간 실존의 고유한 한 양상으로서인격성은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치될 수 없는 개별적인 특성이다. 이는 어떤 외적인 것에 의해 생겨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인간 안에 자리잡고 있는 본질적인 요소이다. 하느님은 비록 당신의 창조 계획에 따라 모든 사물을 창조하였지만 인간 개인을 사랑하며, 따라서 개인은 창조주 하느님의 의지가 넘쳐 흐르는 사랑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각 개인은 하느님의 특별한 관심이며, 모든 개별적 존재는 창조주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빛이다. 이 존재는 곧 인간 개개인이다.인격성이라는 본성적 특성을 지닌 개별 인간은 자신을 자의식과 자아 통치의 내면 세계로 이끌어 가면서 스스로를 다른 어떠한 존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로 만들어 가며, 이는 개별 인간의 인격 실현을 통해 구체화되어 드러난다. 곧 개인으로서의 인간 존재는 구체적으로 개방되어 있는 실재 안에서 인격으로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인격이란 실제적으로 자기 자신을 소유하면서 타인이나 외부 세계를 향하여 자기 자신을 실현시켜 가는 원천적 실재이며, 주위 세계와의 관계 안에서 개별 인간을 존재하도록 하는 원천이다. 곧 인격은 개별 인간을 자유롭게 점유하는 가운데 스스로를 성취하도록 하는 주체이다. 또한 관계로서의 인격은 자신 안에서 자족하는 존재에 머무르지 않게 하면서 타자를 지향하는 개방된 존재를 지향한다. 바꾸어 말하면 인격체로서의 인간은 타인을 포함한 세계 안에 존재하는 모든 실재와 관계를 맺는 실재이며, 이러한 관계 속에서 개별 인간의 자아 실현을 성취하게 된다.
그러나 인격체로서의 인간은 다른 세계 내 사물들과의 관계를 통해 스스로를 계발하고, 동시에 다른 모든 실재와 구별되는 존재인 한에서 하나의 원천적 실재이다. 하지만 인격체로서 개별 인간은 타자에게 자기 존재를 개방하여 자신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으면 그의 인격성은 계발되지 않은 미숙한 상태로 머물게 될 뿐이다. 결국 인격체로서의 인간은 실재 일반, 즉 자연 세계, 타인, 자신과 하느님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인격체로 현존한다. 이러한 관계를 통해 인격이 계발되고 성취되며, 또한 자아를 의식하고 스스로를 수락하는 것을 배우면서, 타인으로부터 인정과 사랑을 체험하는 가운데 한 사람의 인격으로 존재하게 된다. 개별 인간은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를 향해 스스로를 개방하고 공동체를 지향하면서 자기 자신을 벗어날수록 더 인격적이 된다. 그런데 인격 성취나 계발을 위하여 요청되는 타인이나 공동체, 다른 사물과의 관계 역시 도덕적이어야 한다. 곧 도덕적으로 성숙한 관계를 통해서 인간은 자신을 공동체와 주위 환경에 개방시키면서도 언제나 자기 자신으로 머무를 수 있고 또 항상새롭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다.
사회성 : 개별 인간은 하느님의 창조 의지에 상응하는 본성적 사회성 안에서 한 사람의 자율적 주체이며, 동시에 지성적이며 자유로운 존재이다. 곧 인간의 본성적 특성으로서 사회성의 근거는 형이상학적인 측면에서 찾을 수 있으며, 따라서 인간 자신의 존재 자체 안에 그 근거를 가지고 있다. 하느님의 자비로운 선성(善性)으로부터 창조된 인간은 창조주의 위대함과 선함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드러낸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존재는, 비록 영적인 능력이 없는 존재일지라도, 형이상학적인 의미에서 상호 교류하는 것이다. 하느님의 모상에 따라 창조된 인간, 곧 인격적이고 영적인 존재인 인간은 특별한 방법으로 서로 친교를 이룬다. . 곧 인간 존재는 자신만의 영적 가치를 다른 사람과 나누는 존재이며, 또한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 가치에 참여하는 존재이다. 따라서 인간 존재에게 있어서 친교를 나눈다는 것과 참여한다는 것은 각 개인은 본성적으로 '너' . '사회' 와 관계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개인이 사회를 통해서 갖는 목표는 인격적 가치에 참여하고 서로 친교를 나눔으로써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 안에서 드러나는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의 목표나 의미는 결국은 특수한 개인적 가치, 곧 우정이나 혼인 같은 것들을 기초로 한다고 말할 수 있다. 곧 모든 개인은 각 가정의 살아 있는 구성원이고, 개인과 사회의 목적에 따라서 여러 형태의 활동을 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실현시키도록 부름을 받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여타의 동물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거나 혹은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영적 능력, 곧 서로 친교를 이루고 스스로를 나눌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능력들은 인간 존재를 통해서 확인 가능한 것이며, 인간 내면 의식의 교류를 통해 상호 교환 가능하며, 공동선을 향한 인간 상호간의 공동 지향으로써 가능하다. 결국 인간이 지니고 있는 이러한 능력들은 인간 자신의 노력과 자연의 협력을 통하여 집단이나 조직, 관계 등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참된 의미에서 사회란 의식적인 내적 일치에 의해 기초된 올바른 이성 안에서 형성된다.
인간은 문화 인류학과 민족학이 입증하듯이 자연적으로 시민 사회의 역사를 이끌어 나가고 있으며, 또 이끌 수 있는 존재이다. 인간 행위의 분석을 통해 이러한 사실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곧 인간 존재는 본성적으로 타인과의 통합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진리와 사랑 안에서 자신을 내어 주고 대화하며, 자신을 확장시켜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사목 12 · 17 · 23 · 26 · 33항).
[원리의 적용] 연대성의 원리는 사회 질서를 위한 핵심적인 원리이다. 사실상 사회 생활에 참여하는 개인 및 집단의 다양성을 고려할 때, 여러 가지 긴장과 반목이 있기 마련이며, 그러한 긴장이나 투쟁이 심화될 때에는 결국 함께 산다는 것이 불가능해지며, 사회적 퇴보를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사회 생활을 통제하고 조정하는 원리는 개인들 및 계층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투쟁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점과, 항상 사회 협력에 의한 공동선을 지향할 의무가 부과된다. 공동선이란 객관적 공동체성을 지향하는 자연적 본성에 예속되는 인간들의 기본적인 연대성을 그 기초로 한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목 헌장>에서는 연대성의 의미를 '사랑과 정의' 라는 두 가지 개념으로 표현하였다. 곧 정의와 사랑의 의무는 "각 사람이 자신의 능력과타인의 필요에 따라 공동선에 기여하고, 사적 제도들을 촉진하고 원조하여 생활 조건 개선에 이바지할 때 정의와 사랑의 의무는 더욱더 잘 수행되는 것"(30항)이라고강조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 시각은 교황 바오로 6세(1963~1978)에게서 좀더 구체적으로 발전하여 국제 연대성의 문제로 확대 적용되어 나타났다. 국제 사회의제 문제 해결을 위한 세계적 차원의 노력에서 선진국과 후진국 사이의 상호 연대성의 의무, 나아가 강대국과 약소국 사이의 거래상 불균형을 개선하는 것이 사회 정의의 의무이며, 보편적 사랑의 의무라는 것이다(<민족들의 발전> 43~44항). 여기에서 연대성은 다른 요소들과 많은 관련을 가지면서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곧 "빈곤과의 투쟁, 모든 사람이 인종 · 종교 · 국적의 차별 없이 행복한 인간 생활을 영위하는 세계 건설, 인간을 한데 뭉치기 위한 생산의 증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원조를 할 수 있는 세계 기금 설립 등 원조 프로그램의 확립, 양자간 또는 다자간 협상 등"(5항)은 연대를 위해 꼭 필요한 노력인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국제 관계에서 연대의 절박함을 호소하였다. 연대란 평화를 위해 필요한 길을 밝혀 주지만, 특별히 개발 도상에 있는 여러 국가와 나아가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는 불의, 기아와 소외에 대한 사회적 극복과 발전을 도모하는 데 결코 없어서는 안되는 매우 긴급한 과제라는 것이다(<사회적 관심> 9 · 13 · 14 22 · 33·38~40항).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좀더 구체적으로 노동자들 사이에서, 그리고 노동자와 함께하는 연대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하면서 이러한 노동자들의 연대 운동이 국제적인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왜냐하면 세계 도처에서 드러나고 있는 노동의 주체에 대한 사회적 지위 격하,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 그리고 빈곤과 기아 지역의 증가는 이러한 연대가 현실적으로 마땅히 있어야 한다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교회는 이러한 현실에서의 연대가 곧 교회의 사명이며,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봉사이며, 그리스도께 대한 충성이라고 생각한다(<노동하는 인간> 8항).
연대성이 가지는 의미는 이처럼 개인과 사회, 국가와 국가 사이의 현실에서 보여지는 상호 의존에 대한 도덕적 응답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적인 상호 의존은 현대세계의 경제적 · 문화적 · 정치적 · 종교적 요소들에서 드러나는 상호 관계를 결정짓는 어떤 체계라고 이해되며, 이 상호 의존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이것을 의식으로 전환함으로써 여기에 윤리적인 성격을 부여하는 연대성을 요청하는 것이다(<사회적 관심> 38항). 개인과 개인, 개인과 공동체, 국제 관계에서 드러나는 상호 의존은 결국 창조된 모든 재화가 만인을 위한 것이라는 원칙에 입각하여, 연대 의식으로 고양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연대성은 윤리적 의무이며, 이는 필연적으로 현세 재화와 노동과 재산의 재분배를 요청하는, 인간 삶의 모든 수준에서 공동선을 위한 행동을 이끌어 내기 위한 개인이나 공동체, 나아가 국가에 확고하고도 냉혹한 결정을 요구하기도 한다.(→ 가톨릭 사회 교리 ; 사회)
※ 참고문헌 교황 요한 23세 회칙, <어머니요 스승>, 1961. 5. 15/ 교황 바오로 6세 회칙, <민족들의 발전>, 1967. 3. 26/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회칙, <노동하는 인간>, 1981. 9. 14/ 요한 바오로 2세 회칙<사회적 관심>, 1987. 12. 30/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사목 헌장>, 1965. 12. 71 David A. Boileau ed., Principles of Catholic Social Teaching, Mi-Iwaukee, 1994, pp. 133~147/ J. Hoffner, La dottrina sociale cristiana(trad.it.), Roma, 2nded., 1979, pp. 17~31/E. Coreth, 《인간이란 무엇인가? : 철학적 인간학의 기본 개요》, 성바오로출판사, 1994, pp. 265~284/ 이동익, 《인간, 교회의 길 : 요한 바오로 2세의 사회 교리》, 성바오로출판사, 1998, pp. 125~162.〔李東益〕
연대성의 원리
連帶性 - 原理
〔라〕principium solidarii officii · 〔영〕principle of solida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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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권

인간은 인격성과 사회성 안에서 상호 결합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