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가 부활한 후에, 사도들을 파견하며 모든 민족에게 당신 이름으로 회개하면 죄를 용서받는다는 것을 선포하도록 함으로써, 사도들과 그 후계자들이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하느님 나라의 열쇠와 그것으로 하느님 나라를 열 수 있게 된 권한. "이로써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피와 성령의 작용을 통해서 교회 안에서 죄사함이 이루어지도록 하늘 나라의 열쇠를 받았다. 죄로 인해 죽었던 영혼이 이 교회 안에서 다시 살아나 은혜롭게도 우리를 구원하신 그리스도와 함께 살게 됩니다"(아우구스티노, 《설교집》 214, 11).
[유래 및 성서적인 근거] 열쇠는 문을 열거나 잠그는 빗장이나 걸쇠 등에 필요하다. 바빌로니아 신화에 따르면, 마르둑(Marduk)이 걸쇠를 가지고 하늘로 들어가는 문을 열거나 닫거나 하였으며, 그리스 신화의 대모신(大母神) 키벨레(Cybele)도 지하로 가는 열쇠를 가지고 겨울에는 그 속에 있다가 봄에 다시 나왔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고대 세계의 신들은 열쇠를 가지고 닫혀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도록 하는 안내자 역할을 하였다. 열쇠를 갖고 있다는 것은 흔히 어떤 특정 공간을 지나가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였다. 흔히 그 공간은 사후 세계나 지하 세계를 뜻하였지만, 어떻든 열쇠로 열고 들어간다는 것은 지배자의 임무를 띠고 그것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상징한다. 요한 묵시록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이사야서에서 말한 다윗의 왕국 열쇠는 물론(묵시3, 7), 죽음과 지옥의 열쇠까지 갖고(1, 18) 결국은 사탄 을 끝없이 깊은 구렁으로 가두어 둘 분(20, 1-2)으로 묘사하는데, 이 또한 고대 신화의 이야기와 유사한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열쇠는 어떤 일을 완수할 수 있게 하여 주는 상징적 수단이기도 하다. 가령 구약성서에서는 "내가 또한 다윗의 집 열쇠를 그의 어깨에 매어 주리니 그가 열면 닫을 사람이 없고 닫으면 열 사람이 없으리라"(이사 22, 22)는 구절이 있다. 유대교 전통에서 다윗의 집 열쇠란 율법 학자가 지닌 지식의 권위를 가리켰는데, 율법 학자에게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게 하여 주는 지식의 열쇠가 있다는 뜻이다(루가 11, 52).
그러나 루가 복음사가는 물론 마태오 복음사가 역시 율법 학자들의 권위가 대단히 부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며 비판한다. 율법 학자와 바리사이파가 이 열쇠를 쥐고서는 자신들뿐만 아니라 남들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느님 나라의 문을 닫아 버렸다는 것이다(마태 23, 13). 그러면서 이 열쇠권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과 승천 이후에는 베드로와 교회로 옮겨졌다고 마태오 복음사가는 해석한다. 베드로와 교회에는 율법 학자와 바리사이파가 가졌던 열쇠와 대조적으로 예수 그리스도가 머물고 있는 하느님 나라를 열어 줄 힘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대(베드로)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습니다. 그러니 그대가 땅에서 매는 것은 하늘에서도 매여 있을 것이요, 그대가 땅에서 푸는 것은 하늘에서도 풀려 있을 것입니다"(마태 16, 19). 이때 맨다는 것은 죄인을 하느님과 교회의 친교로부터 추방하는 처벌권을 뜻하고, 푼다는 것은 하느님과 교회의 친교 안으로 복귀시키는 사죄권을 의미한다. 하늘 나라의 열쇠가 이 처벌권과 사죄권을 표상하기에 교황의 문장에는 열쇠가 그려져 있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는 "그대는 베드로(바위)입니다. 나는 이 바위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데 저승의 성문들도 그것을 내리누르지 못할 것입니다"(16, 18)라고 하였다. 베드로라는 이름은 아람어로 바위(게파)라는 뜻이다. 이것은 마태오 복음사가가 소속한 교회가 저승의 권세도 어쩌지 못할 만큼 든든한 바위 위에 세워졌으니, 하느님 나라의 열쇠권은 당연히 베드로와 교회에 있다는 지적이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과 승천에 대한 신앙을 지니고 있었던 마태오 소속 시리아 교회의 교회관 및 당시 베드로에게 성서를 해석하고 공동체를 모아 가르치는 권위를 지니고 있었음을 뜻한다.
〔신학적 조명 및 가톨릭 교리〕 열쇠권은 하느님 나라의 문을 열어 줄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신학적으로 보자면, 율법 학자와 바리사이파가 율법을 오해하여 잠가 놓은 하느님 나라를 다시 제대로 풀어서 열어 놓을 때 그가 비로소 열쇠의 소유자임이 증명되는 것이다. 그래서 마태오 복음사가 역시 율법에 담긴 하느님의 뜻을 사람들에게 밝히 알려 주어 하늘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을 넓혀야 한다고 보았던 것이다(마태 5, 20 ; 7, 21). 교회라는 건물과 제도가 있고 난 후 열쇠를 소유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의 문을 열어 줄 수 있을 때 비로소 교회가 된다는 뜻이다. 열쇠권은 특정인에게 고착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문이 열리는 곳은 어디든 열쇠가 작동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열쇠권의 신학적인 설명은 구원론의 핵심에 놓여질 수 있는 것이다.
가톨릭 교회는 성서를 근거로 해서 사도들과 그 후계자들인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하느님 나라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권을 부여받았다고 가르친다. 이로 말미암아 교회는 '화해의 봉사직' 을 수행하게 되었다. 즉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들을 위해 얻어 준 하느님의 용서 사람들에게 전하며 그들을 회개와 신앙으로 부를 뿐만 아니라, 세례를 통한 죄 사함을 그들에게 베풀어 주기도 하고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받은 열쇠권으로 그들을 하느님과 교회와 화해시킨다고 가르친다. 이리하여 아무리중대한 잘못이라고 해도 거룩한 교회가 사해 줄 수 없는 잘못은 없게 되었다. "아무리 사악하고 죄가 많은 사람이라도 그의 뉘우침이 진실하기만 하면 누구나 용서에대해 확고한 희망을 가질 수 있다" (《로마 교리서》 1, 11,5). 이는 예수 그리스도가 모든 사람을 위해 죽었으므로, 당신 교회 안에 죄를 뉘우치고 돌아오는 누구에게나 용서의 문이 항상 열려 있기를 원하기 때문이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981 1~982항). 그래서 "그리스도교 신자는 양심을 성실히 성찰한 다음 세례 후 범하였고 아직 교회의 열쇠(claves Ecclesiae)로 직접 사면받지 못했거나 개별 고백으로 고하지 아니한 모든 중죄의 종류와 횟수를 고백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교회법 988조 1항)고 규정한 것이다. (→ 사죄)
※ 참고문헌 R.F. Collins, Keys of the Kingdom, 《ABD》4, p. 31/ J.A. MacCulloch, Locks and Keys, 《ERE》 8/ 《가톨릭 교회 교리서》 1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94, pp. 371~372. [李贊洙]
열쇠권
權
〔라〕potestas clavis · 〔영〕power of the ke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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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권

하느님 나라의 문을 열어 줄 수 있는 능력을 받은 베드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