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에 깃들어 있다고 믿어지는 비가시적(非可視的)인 존재.
[개 념] 동 · 서양을 막론하고 '영' (靈)은 '숨' 이라는 뜻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숨이 끊어지면 죽는 현상을 경험하면서,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초인간적인존재를 생명의 원리로 여기기 시작하였다. 생명의 원리내지 생명의 주재자를 신적 실재로 인식하거나 정신의 근원으로 여기는 관념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또한 영은육체나 물체에 깃들면서 그곳을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는 존재라고 믿어졌다. 정령(精靈) · 생령(生靈) · 사령(死靈) 또는 조령(祖靈) 등이 그 예이다. 이와 같은 사고 방식은 특히 원시 종교에서 많이 나타난다. 애니미즘(animism)의 주창자인 타일러(E.B. Tylor, 1832~1917)는,원시인들은 꿈 · 환상 · 죽음 등의 문제를 영혼의 존재를 상정함으로써 해결하려고 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에 의하면, 원시인들은 특히 떠돌아다니는 영을 구슬리거나 부림으로써 병을 고치기도 하고, 남에게 해코지를 할 수도 있다고 믿었다는 것이다.
동 · 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에게는 다수의 영이 한 몸에 깃든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자 문화권에서 말하는 영혼관(靈魂觀)과 혼백관(魂魄觀)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 인간의 몸을 떠난 영혼이 새의 모습을 갖게 된다는 조령(鳥靈) 신앙도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데, 이집트의 피라미드 안에 그려진 새의 그림이 그 예이다.
[한국 민간 신앙에서의 이해] 한국 민간 신앙에서는, 인간은 일정 기간 동안만 한정적으로 존재하는 육체인 '몸' 과 무한히 살아 남는 영적 요소인 '넋' 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넋은 얼 · 혼 · 영 · 영혼 · 혼백 · 혼령 ·신령 등으로도 불린다. 넋은 생사를 초월하여 있으며, 육신을 자유로이 출입하는 존재이다. '얼이 빠졌다' 또는 '넋이 나갔다' . '넋들임을 한다' 라는 표현들이 이러한 속성을 잘 보여 준다. 임종자의 숨이 넘어가면, 망인의 의복을 들고 나가서 북쪽을 향하여 "복, 복, 복!" 하고 외치는 고복(皐復)은 바로 넋이 되돌아오기[返魂)를 바라는 초혼(招魂) 의례이다. 물에 빠져 죽은 사람을 위하여 동해안 지방에서 벌이는 '수망굿 에서는 먼저 익사 장소에 가서 '넋(혼) 건지기굿' 을 한다. 이렇게 보면 넋은 '산 (사람의) 넋' 〔生靈)과 '죽은 (사람의) 넋 [死靈]으로 나누어진다.
상례나 제례에 관련되는 넋은 죽은 사람의 넋인 사령이다. 사령은 다시 선령(善靈)인 조상(祖上)과 악령(惡靈)인 원귀(寃鬼)로 나누어진다. 선령인 조상이 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천수(天壽)를 다 누리고 자기가 살던 집 안에서 자손들이 보는 앞에서 여한이 없이 죽은 경우, 사후 3년(만 2년) 만에 대상(大祥)이 지나고 나면 죽은자는 죽음에 따른 부정을 씻고 재수와 부귀를 가져다 주어 후손을 보호하는 조상의 반열에 오른다. 그렇게 죽지 못한 경우에는 진오귀굿 등의 신격화(deification) 과정을거쳐 조상이 된다. 그도 저도 되지 못한 사령은 원귀가 되어 살아 있는 인간을 괴롭히는 악령이 된다. 악령인 원귀는 생전의 원한이 남아 저승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살아 남은 이들을 질병이나 재앙 등으로 끊임없이 괴롭히는 공포의 대상이 된다. 결혼(식)을 하지 못하고 죽은 처녀 귀신인 '왕신' 혹은 '손각시' 라든가, 총각 귀신인 '몽달 귀신' 혹은 '삼태 귀신' 이 대표적인 원귀이다. 이들을 달래고 저승으로 천도하기 위해서 죽은 후에라도 결혼을 시키는 '저승 혼사굿 또는 '허재비(허수아비)굿 을 한다.
죽은 자와 살아 남은 자의 관계는, 무당이라는 이승과 저승 양쪽의 중개자를 통해 의사 소통을 하면서 계속적인 관계를 맺게 되고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한다. 넜은 살아 있는 인간의 원동력이었다가 사람이 죽고 나면, 육체를 떠나 독립적으로 그들만의 세계인 저승에 머무르면서 이승의 인간 세계와 관계를 이루어 나가는 불멸의 존재이다. 이렇게 볼 때, 한국 민간 신앙의 사령 관념은 그 존재론적 위상이 불분명하여 미분화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사후의 세계를 상정하고 영혼의 천도를 기원하는 사령제를 감안할 때, 영혼의 인격성을 인정하고 있는 점만은 분명하다. 불교에서는 극락이나 지옥과 같은 내세관을 교화의 길잡이로 삼음으로써, 방편설과 윤회설을 강조하여 영혼 숭배와 관련된 대중 신앙이 널리 유포되었다. 한국 불교에서 우란 분재(于蘭盆齋)나 팔관회(八關會)는 늘 조상들의 넋을 위로하는 성격을 띤다. 여기서 민간 신앙의 영혼관과 불교의 내세관이 결합되어 있음을 보게 된다. 그리하여 개인 영혼의 극락 왕생이나 천도를 비는 각종 천도재나 사십구재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민간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민간 전통의 영혼관은 불교의 포교 전략과 조응하여 더욱 구체화되었고, 그 결과 한국 민중의 신앙으로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악 령] 영과 관련하여 함께 고찰해야 하는 악령(de-mon)은 세계 여러 종교에서 초월적 영역과 현세적 영역을 중재하는 사악한 영적 존재 혹은 원리이다. 서양에서악령의 어원인 그리스어 '다이몬' (δαίμων)은 본래 '초자연적인 힘' 을 뜻하였다. 시인 호메로스(Homeros, 기원전 8세기경)는 다이몬이라는 용어를 신을 뜻하는 '테오스'(θεός)와 병행하여 사용하였다. 호메로스는 신의 인격을 강조할 때는 '테오스' 를, 신의 활동을 강조할 때에는 다이몬' 을 사용하였다. 여기서 다이몬은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힘으로 간주되었다. 또한 인간들은 각자 자기의 다이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 후 그리스 철학자들은 다이몬은 신보다 지위가 낮아서 영원히 사는 존재는 아니지만, 인간보다는 우월한 존재라고 규정하였다.
기원전 6세기 페르시아에서 자라투스트라(Zarathustra, 기원전 628?~551)에 의하여 창시된 이원론의 대표적 종교인 조로아스터교에서는 악한 영인 '앙그라 마이뉴' (Angra Mainyu)가 악령들의 우두머리였다. 그리고 악령들은 선한 신인 '아후라 마즈다' (Ahura Mazda)와 이 세상의 주도권을 놓고 늘 싸움을 벌인다고 하였다. 유대교에서 악령에 대한 관념은 기원전 538년 바빌론 포로 생활에서 풀려 난 이후 근동 지방과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을 받아 나타났다. 유대교에서는 악령의 계급이 매우 다양한데, 사탄(Satan)이나 그 외의 또 다른 악령의 우두머리 밑에 있는 악령들의 계급은 특히 후기 유대교에 와서 자세히 나누어졌다.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악령은 유대교, 조로 아스터교, 그노시스주의(gnosticism, 靈知主義) , 그리고 주변 토착 종교들의 영향을 받고 있다. 예수는 '베엘제불' (βεελζεβουλ)을 악령의 우두머리라고 하면서 사탄과 동일시하였다(마태 12, 24 ; 루가 11, 15).
한편, 이슬람교에서 말하는 악령의 우두머리는 '이블리스 (Iblis)로, '샤이탄' (사탄)이나 '아두알라' (알라의 적)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블리스는 인간에게 나쁜 조짐을 알려 주는 영적 존재인 진(Jinn)을 이끄는 우두머리이다. 힌두교의 '아수라' (阿修羅, Asura)는 선신(善神) 데바(Deva)와 대립하는 악령이며 여러 등급으로 나누어진다. 불교에서는 인간이 열반(涅槃, nirvana)을 얻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힘을 악령이라고 한다. 중요한 악령으로는 유혹자의 우두머리인 마라(魔羅, Mara)가 있는데, 한자의 마(魔)는 산스크리트어로 '마라' 를 가리키는 말로, 사람을 죽이거나 마음을 괴롭히고, 깨달음에 이르지 못하도록 의식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존재이다. 대승 불교가 동북 아시아 여러 지역에 전파되면서 이 지역의 여러 토착 귀령(鬼靈)들이 불교의 악령으로 추가되기도 하였다.(⇦ 악령 ; → 성령 ; 영혼 ; 육신)
※ 참고문헌 Edward B. Tylor, Primitive Culture, vol. 1(The Origins of Culture) ; vol. 2(Religion in Primitive Cultuure), London, 1871/ A. Hultkrantz, Conceptions of the Soul among North American Indians, Stockholm, Dis-sertation, 1953/ I. Paulson, Die primitiven Seelenvorstellungen der nordeu-rasiatischen Volker, Stockholm, Dissertation, 1958/ Hans Fischer, Studien iiber Seelenvorstellungen in Ozeanien, Miinchen, 1965/ Wilhelm Dupré, Religion in Primitive Cultures. A Stucty in Ethmophilosophy, The Hague, 1975/Jan de Vries, Perspectives in the History ofReligions, Berkeley, 19771 Hans-Peter Hasenfratz, Die Seele. Einfuhrung in ein religioses Grundphanomen,Ziirich, 1986/ Klaus E. Muller, Der gesprungene Ring. Wie man seine Seele gewinnt und verliert, Frankfurt a. M. 1997/ 에반스-프리차드, 김두진 역, 《원시 종교론》, 탐구당, 1976/ 최길성, 《한국 무속의 연구》, 아세아문 화사, 1978/ 김태곤, 《한국 무속 연구》, 집문당, 1981/ E. Durkheim, 노치준 . 민혜숙 역, 《종교 생활의 원초적 형태》, 민영사, 1992/ 한국사목연구소 편, 《인간관의 토착화》, 사목 연구 총서 8,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95/ M. Eliade, 이윤기 역, 《샤마니즘-고대적 접신술》, 까치, 재판, 1996/ 박일영, 《한국 무교의 이해》, 종교학 총서 9, 분도출판사, 1999. [朴日榮]
영
靈
〔라〕anima · 〔영〕spi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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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권

악령인 원귀를 저승으로 천도하기 위한 굿.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