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
寬容
〔라〕tolerantia · 〔영〕tolerance
글자 크기
1권

1 / 2
관용은 무관심이 아니며, 인간 존재 자체에 근원이 있다.
남의 의견과 행위 방식, 즉 풍습을 인정하고 보장해 주는 것. 〔문제의 성격〕 관용의 문제는 그 범위와 이해 방식이 다양하다. 이론적 개념이 아닌 실천적 개념으로서 또한 무엇보다도 사회적, 정치적 주제이다. 이 개념은 진리, 자유의 문제와도 밀접하게 관련된다. 특히 종교의 진리 문제와 관련하여, 타종교에 대한 수동적 또는 소극적 의 미의 관용과 적극적 의미의 관용인 인정, 즉 자유에 관 한 논의는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고찰할 때, '관용'이란 개념은 16세기경에 출현했고, 종교의 자유 문제와 관련하여 유럽의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중요한 문제로 여 겨졌다. 유럽의 역사를 보면, 종교적 진리와 인간의 자 유 간의 갈등이 문제시되었을 때, 교회는 인간의 자유보 다는 종교적 진리의 편을 들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유럽 에서는 백년 동안이나 계속된 잔혹한 종교 전쟁이 야기 되었던 것이다. 〔논의의 역사〕 적극적인 의미의 관용에 대한 요구는 계몽주의 사조를 통하여 표현되었다. 교권(敎權)과 정권 (政權) 간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았던 유럽 중세 사회에 서는 이 문제가 이론적으로 깊이 있게 규명되지 않았으 나, 근세 계몽주의의 대두로 말미암아 비로소 관용의 요 구가 그 효력을 얻게 되었다. 18~19세기에 이르러 관 용의 이념은 앵글로-색슨의 여러 나라에서 싹트기 시작 하였는데, 이는 월리엄스(Williams), 펜(Penn), 볼티모어 (Baltimore), , 밀턴(Milton) , 밀(John Stuart Mill), 로크 (Locke) 등의 사상에 힘입은 바 크다. 이 이념은 마침내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의 헌법에까지 반영되었다. 유럽 계몽주의의 덕택으로 어떤 개인이나 단체의 견해 또는 태도를 '참는다' 는 소극적 의미의 관용이 적극적 의미의 관용인 '종교의 자유' 에로 진전할 수 있게 되었다. 계몽 주의의 주된 관심사는 새로운 제도를 설립함으로써 주체 로서의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보장하는 일이었다. 물론 계몽주의적 자유의 이념만이 현대적 의미의 자유 이해에 영향을 준 유일한 요소라고 할 수는 없다. 근원적으로는 그리스도교적 자유의 이념이 세계사에 끼친 영향도 매우 컸다. 다만 가톨릭 교회는 시대에 맞는 제도적 장치를 통하여 자유를 실현하는 과제를 소홀히 했었던 것이다. 관용에 대해 최초로 체계적인 논변을 펼친 것은 로크 의 《관용에 관한 편지》(Epistola de Tolerantia, 1688)이다. 이 책에서 로크의 첫째 주안점은 강요가 효과적인 방법 이 아니라는 것이다. 강요나 강제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리스도교적인 경배의 몸짓을 하도록 할 수는 있으나 마 음속으로 믿음을 승인하거나 갖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 다. 둘째, 로크는 교회에 대한 시민의 의무가 국가에 대 한 의무와 같다는 주장과, 종교적으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관용될 경우 무정부 상태로 빠질 것이라는 주장 에 반대한다. 그에 의하면, 교회는 이 세상에서 선교의 과제를 지닌 '자발적인 사회' 로서 국가의 기능과는 독립 되어 있다. 교회는 인간 영혼의 구원을 위해 존재하고, 선교 사명을 비폭력적인 방법, 즉 권고로써 완수해야 한 다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국가는 인간의 생명, 권리, 자유, 신분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므로 최종적 제재 수단인 강권의 행사는 국가 기능에 필요한 한 부분 이다. 교회가 강제권의 사용과 관계가 없듯이, 국가는 인간 영혼의 구원을 과제로 삼지 않는다. 〔가톨릭 교회의 태도〕 가톨릭 교회 옹호자들은 교의신 학적 관용, 시민적인 실천적 관용, 정치적 관용을 구별 한다. 교의신학적 관용에 따르면,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 은 절대적이고 명백한 진리로서 견지되어야 한다. 교회 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견해를 관용하는 것은 오류를 관 용하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신자들은 진리를 옹호하고 오류를 부정하는 이성에 따라 로마 교회 가르침에 어긋 나는 종교적, 도덕적 가르침을 거부해야 할 절대적인 의 무가 있다. 시민적인 실천적 관용에 따르면, 오류와 오 류를 범하는 자를 구별하는 것은 그리스도교 신자의 의 무이다. 오류는 늘 반대해야 하나 오류를 범하는 자는 사랑으로, 동료 인간으로서 간주해야 하고 박해해서는 안된다. 한편, 공공의 정치적 관용의 원리는 세속 국가 와 그리스도교 국가에서 여러 가지 변형된 방식으로 받 아들여진다. 개신교 국가에서 소수의 가톨릭 신자들을 관용하는 것은 응용 방식 중의 한 예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종교 자유에 관한 선언>을 공 포함으로써 다른 종교나 세계관에 대한 소극적 관용의 원칙과 결별하였다. 관용의 근원은 자유와 인격성이라는 인간의 존재론적 비밀 속에서 찾아야 한다. 관용의 핵심 은 사랑이다. 그러므로 관용은 다른 사람들을 억압하여 점차로 제거하기 위한 어떤 계략적 술책이 되어서도 안 되고 사면적(赦免的)인 태도여서도 안된다. 진정한 의미 의 관용의 태도는 개인이나 단체, 정부 등 모두에게 요청 되는 것이다. 여기서 덧붙여 강조해야 할 점은, 관용이 무관심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무 관심은 확신의 결핍을 나타낼 뿐이다. 이와는 달리 관용 은 자신과 다른, 남의 견해나 확신에 동의하지는 않으면 서도 그것들을 나름대로 인정하는 태도이다. 여기서 바 로 그리스도교적 관용과 계몽주의의 상대적 관용 사이의 차이가 드러난다. 그러므로 관용이라는 도덕적 태도를 진리에 관한 무관심과 혼동해서는 안된다. 진리는 관용 적인 것도 비관용적인 것도 아니다. 관용은 진리에 대한 어떤 사람의 태도가 아니라 공통된 인간성의 요청인 것 이다. 19세기 가톨릭 교회가 주로 진리 문제를 둘러싸고 논 의를 벌였던 것에 비하여, <종교 자유에 관한 선언>에서 는 개인의 자유, 즉 인격의 자유를 강조한다. 교황 비오 12세의 재임 때까지 가톨릭의 전통적 관용의 이론에서 는 대체로 진리의 옹호 내지는 보존이 주요 관심사로서 강조되었다. 이는 그 자체로서는 옳으나 현대 다원 사회 안에서의 평화적 공존을 고려할 때는 미약한 태도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왜냐하면 권리의 측면에서 볼 때, '주체 적 주인의 위치' 가 인격체로서의 '인간' 에게 부여되고 인정된 것이 아니라, 추상적 개념인 '진리' 에 부여되었 기 때문이다. 〈종교 자유에 관한 선언>은 인간 존엄성에 기초한 법적 자유에 초점을 둠으로써 전반적인 관용의 문제를 새로운 지평으로 옳겨 놓은 것이다. 즉, 종교적 확신에 의한 진리 및 그 진리를 위한 주관적 노력과는 별 도로 개인의 자유권이 인정받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진 리의 권리' 로부터 '인격의 권리' 로의 원칙적 이행이 이 루어지게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가톨릭적 의미의 진리 가 포기된 것은 아니다. 다만 현대의 역사적 상황과 현대 인의 의식이 각별히 주목된 것이다. 또한 절대적이며 영 원 불변하는 진리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진리는 구체화 하는 것이며 그 인식은 인간 상호 관계 속의 '진실성' 으 로부터 성장한다는 점이 한층 강조된 것이다. 여기서 진 리는 명증(明證)과 동일한 것으로 이해되어서는 안된다. 진리란 오히려 '진리에 관한 인간의 이해' 를 의미하는 것이다. 종교적 진리는 절대적이나, 그것에 대한 인간의 인식은 상대적이고 역사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현대적 의미에서의 종교의 자유는 진리나 오류에 대한 판단의 '전매 특허권' 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하여, 국가 의 기능은 종교적 진리 자체의 옹호나 촉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종교의 자유를 보호하는 데 있다. 또한 국가와 교회 사이의 협력은 인간에 대한 봉사를 그 최종 적 목표로 삼는다. ※ 참고문헌 Albert Hartmann, Toleranz und Christlicher Glaube, Frankfurt a. M., 1955/ Franz Böckle . E.W. Böckenförde eds., Naturrecht in der Kritik Mainz, Mainz - Grünewald Verlag, 1. Aufl., 1973/ Heinrich Fries ed., Handbuch theologischer Grundbegriffe, Bd. 4, München : Deutscher Taschenbuch Verlag, 2. Aufl., 1970/ Hermann Lübbe, Theorie und Entscheidung, Freiburg i.Br. RombachVerlag, 1. Aufl., 1971/ Jacques Maritain, Wahrheit und Toleranz, Heidelberg, 1960/ M. Schmaus . E. Gösmann eds., Religionsfreiheit, ein Problem für Staat und Kirche, Miinchen, 1966/ Paul Edwards ed., (EP) 8, 1978/ Walter Euchner, Naturrecht und Politik bei John Locke, Frankfurt a. M. : Suhrkamp Verlag, 1, Aufl., 1979. 〔朴鍾大〕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