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매

靈媒

〔영〕spirit med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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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자연적 존재와 직접 접촉한다는 베네수엘라의 영매.

초자연적 존재와 직접 접촉한다는 베네수엘라의 영매.

초자연적인 세계와 인간 세계를 매개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을 일컫는 용어. 영매는 아시아 · 아프리카 · 아메리카 · 오스트레일리아 등 전세계에 걸쳐 다양한 형태의 종교 문화 속에 존재해 왔다.
영매에 대한 가장 보편적이고 본격적인 관심은 북방 아시아인의 종교 형태에 대한 러시아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서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학자들은 영매를 퉁구스어 '사만' (saman)에서 유래하는 샤먼, 샤머니즘이라는 용어로 영어권에 소개하였다. 이들의 현지 조사를 바탕으로 샤머니즘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추진하였던 엘리 아데(M. Eliade)에 따르면, 샤먼은 동북 아시아 · 우랄-알타이, 그리고 고(古) 아시아인들 사이에서 그 전형적인 종교 형태를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신(神) · 정령(精靈) · 사령(死靈) 등의 초자연적 존재와 직접 접촉 · 교류하면서, 인간들에 대한 예언 · 공수 · 점복 · 치병 · 행위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영매가 초자연적 존재와 접촉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소유하고 있는 엑스터시(ecstasy, 脫魂, 忘我) 기술을 토대로 하는데, 이는 영매가 신의 세계와 인간 세계를 교통할 수 있는 주요한 전제 요건이다. 여기서 엑스터시는 '황홀 경험' 이나 '정신 전 환' 등으로 이해할 수 있는 현상으로 의식의 전도 상태인 트랜스 상태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이러한 점에서 엑스터시는 분석 심리학적 · 종교학적 ·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다양하게 연구되어 왔다. 엘리아데는 엑스터시를 영혼 여행(soul journey)의 조건으로 보았는데, 이러한 견해는 영혼이 육체를 이탈할 수 있다는 영육 이원론(靈肉二元論)을 전제한다. 이는 영혼이 여행을 하는 동안 육체는 몰아경(沒我境)에 빠지게 되며, 육신에는 자신의 영혼뿐 아니라 타자의 영혼이나 신이 들어올 수 있으며 자신의 영혼 또한 타자의 육신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엘리아데는 엑스터시 기술을 사용하여 적극적으로 신들과의 접촉을 시도하는 샤머니즘을 '순수한' 샤머니즘이라고 보는 한편, 엑스터시 없이 어떤 외적 존재가 인간의 몸에 들어옴으로써 일시적으로 신들린 상태인 영매 현상(spirit-possession)과 구별하였다. 영매 현상은 영매의 매개에 의해 혹은 사자(死者)의 영혼과 직접 교감을 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이를 전적으로 샤머니즘적 현상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다른 종교 전통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영매 현상을 대체로 '샤머니즘적' 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영매 자신의 신들림 경험은 신령에 의해 인격이 전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전환되는 '인격 전환' 의 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 이 경험은 '무병' (巫病, shamanic ill-ness)이라고 부른다. 영매의 무병 경험은 단계적으로 일어난다. 우선 신령과의 교섭을 지시하는 내면의 소리를 듣는다든지, 이상한 모습의 조개 껍질이나 돌 · 짐승 등을 만나게 되는데, 이를 통해 운명적으로 영감에 빠지면서 신령의 소명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무병은 입무(入巫) 과정에 필수적이며, 영매는 '신령에 들린(posse-ssed) 사람' 으로서 사회에서 기대되는 영매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 무교 ; 무당)
※ 참고문헌  M. Eliade, 이윤기 역, 《샤머니즘》, 까치, 1992/ Piers Vitebsky, The Shaman, Macmillan, 1995. 〔金成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