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출신의 예수회 중국 선교사 삼비아시(F. Sambiasi, 畢方濟)가 구술한 것을 중국인 학자 서광계(徐光啓)가 받아쓴 책. 천주교의 입장에서 '아니마' (anima, 亞尼瑪, 즉 靈魂)에 관하여 논한 글로, 중세 스콜라 철학의 영혼론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저술 동기는 모든 사람들이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천주를 알고 섬기다가 죽은 후에 천국의 복을 누리게 하려는 데 있으며, 1624년 상해에서 상 · 하 2권으로 간행되었다. 이후 《영언여작》은 이지조(李之藻)의 《천학초함》(天學初函)에 포함되어 널리 읽혔으며, 《사고전서》(四庫全書)의 편찬시에 수집됨은 물론, 민국(民國) 시기에도 여러 차례 간행되어 보급되었다.
《영언여작》은 서문인 '영언여작인' (靈言蠡勺引)과 4편(篇)의 본문, 즉 첫째 '아니마의 본질을 논함' (論亞尼瑪之體), 둘째 '아니마의 생능 · 각능 · 영능을 논함' 論亞尼瑪之生能覺能, 論亞尼瑪之靈能 ; 이상 상권), 셋째 '아니마의 존귀함을 논함' 論亞尼瑪之尊與天主相似), 넷째 '아니마가 아름다운 것을 지향하는 성질임을 논함' (論至美好之情 ; 이상 하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삼비아시는 서문에서 아니마를 영혼 또는 영성으로 번역한 뒤, 아니마의 학(學)은 철학에 있어서 가장 가치 있고 존귀한 것이라고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학문의 뿌리이자 으뜸이며, 누구나 힘써야 할 '자기 자신을 아는 것' 〔認己〕[)\도 먼저 나의 아니마의 존엄성과 본성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에 사람들이 늘 아니마의 능력과 아름다움을 생각한다면, 세상 만사(萬事)에 마음을 두지 않고 영원히 존재하는 천상(天上)의 일에 몸과 마음을 다할 것이며, 또 아니마의 학문을 익히게 되면 자기를 알고 천주를 알아 천국의 복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서문에 이어 제1편에서는 아니마의 본질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 즉 아니마는 '실체에 의존하여 존재' 하는 생혼(生魂) · 각혼(覺魂)과는 달리, '실체에 의존하지 않고존재' 하는 자립체(自立體)이며, 정신의 부류이고 불멸하는 존재라고 하였다. 아울러 아니마는 천주가 무(無)로부터 육신과 함께 창조한 것이고, 사람에게 내재된 '실체적 형상' 〔體模〕이며, 은총(cratia, 聖寵)에 힘입고 사람의 선행에 힘입어 하늘의 참된 복을 누리는 존재라고 하였다.
다음으로 제2편에서는 아니마의 능력을 논하는 가운데, 아니마는 생혼 · 각혼 영혼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전제한 뒤, 생혼에는 양육 능력〔養育之能〕 · 성장 능력〔長大之能〕 · 출산 능력〔傳生之能〕이 있고, 각혼에는 운동 능력〔動能〕과 감각 능력〔覺能〕이 있다고 하였다. 이 중 감각 능력은 다시 외각(外覺)과 내각(內覺)으로 나누어지는데, 외각은 외적 능력[外能]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귀 · 눈 · 입 · 코 · 몸〔耳目口鼻體〕 등 다섯 가지의 감각 기관(五司)이 있고, 내적 능력 [內能]을 통해 이루어지는 내각에는 공통 감각[公司]과 상상[思司] 등 두 개의 기관〔司〕이 있다. 공통 감각은 귀 · 눈 · 입 · 코 · 몸에서 모아 들인 소리 · 색 · 냄새 · 맛[聲色臭味] 등을 받아 분별하는 것이며, 상상은 감각 기관에 의해 얻은 것을 저장하고, 또 각물(覺物)이 자연스럽게 깨달은 것들을 모으며, 받아들인 여러 사물의 내용을 보관하는 능력을 말한다. 내각에는 이외에 귀 · 눈 · 입 · 코 · 몸과 공통 감각 · 상상이 모아 들인 것을 좋아할 수도 있고 버릴 수도 있는 관능(嗜司)의 능력이 있는데, 이 관능의 능력에는 욕구 능력(欲能]과 분노 능력〔怒能〕이 있다. 욕구 능력이란 좋아할 것이든 버려야 할 것이든 자기에게 적합하면 구하고, 적합하지 않으면 버리고자 하는 것이며, 분노 능력은 좋아할 것이든 버릴 것이든 자기에게 적합하면 과감하게 구하고, 적합하지 않으면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아니마에는 생혼과 각혼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초목 · 금수와 구별되는 영혼이 있다. 영혼에는 기억〔記含〕 · 이성〔明悟〕 · 욕구〔愛欲〕 등 3가지 능력이 있는데, 이 중 기억은 사물의 형상을 저장하였다가 때에 맞추어 쓰는 것으로, 감각적 기억(司記含)과 이성적 기억〔靈記含〕으로 나누어진다. 감각적 기억은 유형(有形)의 사물을 기억하는 것으로 두뇌에 머물러 금수들도 가지고 있지만, 이성적 기억은 무형(無形)의 것을 기억하는 것으로 아니마에 머물며 오직 사람만이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기억의 성과(功)에는 '내가 인지하는 것에 앞서 기억하는' 구상적 기억〔憶記〕과 한 사물을 근거로 다른 사물을 기억해 내는 추상적 기억〔推記〕이 있다고 하면서, 천주가 기억하는 기관을 아니마에 부여하여 사람에게 준 것은, 사람으로 하여금 천주의 은혜를 기억함으로써 감사하도록 한 것이라 하였다.
다음으로 이성〔明悟〕은 유 · 무형의 여러 사물을 밝히는 것으로 능동 이성〔作明悟〕과 수동 이성(受明悟)으로 나뉜다. 능동 이성은 수많은 형상을 만들어 수동 이성의 일을 돕는 것이며, 수동 이성은 여기에 빛을 비추어 만물을 통찰함으로써 그 이치를 터득하는 것이다. 즉 능동 이성은 사물의 형상으로부터 '이성적 원상' 〔靈像〕을 추출하고, 수동 이성은 이것을 통해 사물의 보편적 원리와 속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따라서 능동 이성과 수동 이성의 역할이 합쳐져야 이성의 역할이 완수되는 것이다.
또한 욕구〔愛欲〕는 아름답고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는 것으로, 본능적 욕구〔性慾〕 · 감각적 욕구〔司欲〕 · 이성적 욕구〔靈欲〕로 나뉜다. 이 중 본능적 욕구는 생류(生類) · 각류(覺類) · 영류(靈類)가 모두 갖고 있는 보편적인 것이며, 감각적 욕구는 각류와 영류에만 있고 육체적 쾌락에 치우치는 하급의 욕구(下欲)이다. 이에 반해 이 성적 욕구는 오직 이성적 재능(靈才)을 가진 천신과 사람만이 · 가지고 있으며, 의롭고 아름답고 좋은 것을 지향하는 상급의 욕구〔上欲〕라고 하였다. 따라서 이성적 욕구는 여러 욕구 중에서 가장 존귀하며, 이 때문에 이성적 욕구만을 '욕구' 라고 칭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에는 아름답고 좋은 것들이 있지만, 오직 천주만이 '완전히 아름답고 좋은 것' 〔至美好〕으로 '욕구' 의 온전한 대상이 된다. 그러므로 천주의 참된 복을 얻어야 내가 충분히 만족하고 평안하게 될 수 있다고 한다.
제3편은 아니마의 존엄성을 설명하는 것으로, 아니마는 본성〔性〕 · 형상〔模〕 · 작용〔行〕의 측면에서 천주와 비슷하기 때문에 존귀하다고 하였고, 제4편에서는 아니마가 '지극히 좋고 아름다운 것' 즉 천주를 지향함을 설명하면서, 아니마와 모든 만물을 창조했고, 인간의 모든 행동과 염원이 지향하는 천주(지극한 아름다움)는 아니마가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라고 하였다.
《영언여작》이 언제 한국에 전해졌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신후담(愼後聃)이 1724년에 저술한 《서학변》(西學辨)에서 이 책의 내용을 소개하며 비판한 것으로 보아, 《영언여작》은 1724년 이전에 전래되어 조선 사회에 널리 읽혀진 것으로 생각된다. (→ 삼비아시, 프란체스코 ; 삼혼설)
※ 참고문헌 최동희, 《西學에 대한 韓國實學의 反應》,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1988/ 박완식 역, 《영언여작》, 전주대학교 출판부, 1999/ 김철범 · 신창석 역주, <영 언여작>, 《釜山敎會史報》 22호 (1999. 4. 21) ; 24호(1999. 4. 21) ; 26호(2000. 4. 21) ; 27호(2000. 7. 21) ; 30호(2001. 4. 21), 부산교회사연구소. [方相根]
<영언여작>
靈言蠡勻
글자 크기
9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