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피조물의 행위와 운동을 소정의 목적으로 인도하는 신적 지혜(Divina sapientia)로서, 창조주의 직접적인 계획이며 모든 법 가운데 으뜸가는 계시된 법(lex revelata) . '영구법' (永久法)이라고도 한다.
[개 념] 영원법은 직접적으로는 하느님의 섭리(Provi-dentia Divina)와 간접적으로는 하느님의 창조와 연결되어 그리스도교적 세계관을 드러낸다. 영원법의 본질과 구조를 철학적 · 신학적 · 법적 관점에서 종합하여 커다란 그리스도교적 세계관을 드러낸 사람은 교부 시대를 대표하는 아우구스티노(354~430)와 그리스도교 철학의 완성자인 토마스 아퀴나스(1225~1274)이다. 아우구스티노는 영원법을 '자연 질서의 보존과 그 교란의 금지를 명하는 하느님의 이성과 의지' 혹은 '언제나 복종해야만 되는 최고의 이성으로 불리는 법' 이라고 정의하였다. 영원법에 대한 고전적 정의를 내린 토마스 아퀴나스는 '우주의 주재자로서 하느님 안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을 통치하는 이성' · '모든 행위와 운동을 인도하는 신적(神的) 지혜의 이성' · '모든 사물의 목적에 이르는 질서의 이성' 이라고 정의하였다. 모든 법은 이성에 자리잡은 질서 즉 이성적 질서이기 때문에 하느님의 영원법을 '신적 지혜의 이성' 이라고 한 것이다.
하느님의 영원법의 존재는 성서에도 명시적으로 언급되어 있다. "땅이 생기기 전, 그 옛날로부터 영원히 나는 모습을 갖추었다" (잠언 8, 23). "지혜는 세상 끝까지 펼쳐지며 모든 것을 훌륭하게 다스린다" (지혜 8, 1). "나를 통해서 임금들은 올바로 통치하고 법관들은 정의롭게 재판한다" (잠언 8, 15) .
영원법의 존재는 그리스도교적 세계관을 통해서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인류의 오랜 정신사에서 불완전하지만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인간들은 법이 단지 그것을 제정하는 권위에 기초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법은 자연의 법칙인 신성(神性)과 결합되었다고 생각하여 신성을 법의 절대적 기초로여겼다. 즉 법이란 신성의 보호와 관여 아래 신들과의 결론적 담판이라고 이해하였다. 예를 들어 그리스인들은 정의의 개념을 신화에 나오는 테미(Temi)와 디케(Dike)라는 신들로 신격화하여 영원법의 존재를 불완전하게나마 인식하였다. 에라클리토(Eraclito, 기원전 576~480)가 자신의 단편 속에서 "신법은 인간을 양육하며 모든 인간의 법들의 기초가 된다" 고 이해한 것과 고대 그리스의 비극 작가인 소포클레스(Sophocles, 기원전 496?~406)의 유명한 비극 《안티고네》(Antigone)의 "쓰여지지 않고 무너지지 않는 신들의 법"이라는 표현이나 치체로(Cicero, 기원전 106~43)의 "최상의 첫째 법은 신의 정신 자체로서 최고신 곧 주피터(Jupiter)의 곧은 이성이다" 라는 표현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교부 시대의 아우구스티노를 거치면서 영원법 사상은 자연법의 형이상학적 기초로서 모든 법 질서를 포괄하는 윤리적 질서를 확립하는 데 근거로 작용하였다. 즉 영원법 안에서 자연법의 근거를 발견하고 그 명확성을 증명함으로써 우주 질서에 대한 이교도적 이념들과 대항하여 그리스도교적 신앙의 우월성과 고유한 가치를 확립하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토아 학파의 학자들이 추구하던 인간의 행위에 대한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본성과 구조]〕 토마스 아퀴나스는 영원법의 본성과 구조에 대해 《신학대전》(Summa Theologiae I-Ⅱ q. 91. 93)에서 자세히 밝히고 있다.
영원법은 본질적으로 창조주이신 하느님에게서 유래한다. 창조주이신 하느님은 필연적으로 피조물들의 주재자이시며, 영원법은 모든 만물을 통치하는 하느님의 계획 자체로 이해할 수 있다. 하느님의 영원법은 신적 지혜 안에 존재하는 영원한 계획으로서 당신의 말씀(Verbum) 속에서 표현된다.
영원법은 하느님 자신이며, 그 본질에 기초한다. 하느님은 최고의 주재자이시며 시작이 없는 것처럼 영원법 역시 최고의 주재자 안에 존재하며 시작이 없다. 영원법의 영원성은 하느님의 무한한 모상으로서 그 자신을 스스로 인식한다. 이러한 하느님의 무한한 모상들은 모든 사물의 가능태들이며, 이들 중의 많은 것들은 창조적 전능에 의해 스스로의 목적을 완수하도록 규제되는 형상을 띠고 시간 속에서 현실태로 존재를 부여받게 된다. 이러한 이유에서 영원법은 사물을 목적 이성으로 이끄는 질서 이성으로 나타난다. 영원법은 이렇게 하느님의 질서, 하느님의 이성으로서 사물들을 창조하여 그것들을 목적을 향하여 질서 지우는 한편, 창조주와 창조주를 향한 피조물들의 공통 목적에서 드러나는 관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하느님이 절대적 유일성을 지닌 분이라면, 영원법이 신적 본성과 지성에 의해 실제로 구별될 수는 없다. 다만 개념적으로 구별될 뿐이다. 마치 신적 지성의 이념과 신적 섭리가 구별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신적 이념은 하느님의 창조를 통해 나타난 여러 사물들의 다양한 모형인 반면, 영원법은 우주적 질서를 표현하는 모형 자체로서 사물들의 공통된 하나의 질서 규범 혹은 유일한 단 하나의 모형이다. 영원법이 사물들을 목적으로 인도하는 우주적 질서의 추상적 계획이라면, 섭리는 개별 사물들을 목적으로 인도하는 특수하고 구체적인 계획이다. 하느님은 영원법을 통해 비록 많은 것을 명령하시지만 모든 명령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목적 즉 하느님의 영광과 보편적 선으로 수렴된다. 이러한 신적 계획의 증거가 바로 자연 현상과 이 세계를 지배하는 여러 법칙들의 규범성이다. 하느님은 영원법을 통해 자연적 현상들을 영원히 고정시키면서 사라져 버리지 않는 하나의 유일한 법을 마련하신 것이다.
피조물들의 모든 법과 자연 법칙들의 참된 개념은 제일원인(第一原因, Causa prima)으로부터 창조된 피조물들의 신학적 · 존재론적인 종속을 드러낸다. 왜냐하면 자연은 질서의 종합, 조화의 종합, 목적의 종합이기 때문이다. 존재 이성인 하느님은 또한 목적 이성이며 행위 이성으로서 윤리의 최고 첫째 규범이다. 즉 영원법은 윤리의 최고 규범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간은 하느님 안에서 제일원인과 모든 순종의 참된 근거를 갖게 된다. 그분은 존재하면서 모든 선의 첫째 원천이기 때문이다.
모순 명제가 논리학과 형이상학을 관통하듯이 목적 명제는 실천적 탐구를 이끌어 낸다. 목적론적 접근 없이 모든 형태의 운동을 이해할 수 없으며, 더 더욱 생명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표면에 드러나는 질서는 모든 자연을 움직이는 사랑의 율동이며, 의식 있는 자극처럼 가장 힘있는 지성에 의해 인식된 신비한 직관처럼 행동하는 사랑의 율동이다. 이러한 세계 규범이 영원법이며 사물에 새겨진 목적이다. 이렇게 목적 질서는 모든 행위의 첫째 원리인 영원법을 통해 드러나며, 특히 인간의 윤리 · 법적 세계를 비추는 것이다.
영원법은 다른 모든 법들의 원형이며 원천이고 우주 질서의 최고 규범으로서 모든 법들은 영원법에서 그 가치를 취한다. 즉 영원법은 진리가 샘솟는 모형인(模型因, Causa esemplare)이며, 의무 이행을 강제하는 작용인(作用因, Causa efficente)이다. 왜냐하면 모든 권위는 하느님에게서 유래하기 때문이다.
하느님의 영원법은 보편성을 띠고 있으므로 모든 피조물들을 포괄한다. 지성과 이성의 존재 유무와 관계없이모든 피조물들은 영원법의 대상이며 그로부터 규범을 부여받는다. 이성이 결여된 존재, 즉 자연 물리 · 동물의 세계에서는 필연성이라는 개념 속에서 그 본성적 경향(inclinatio)을 통해 영원법에 참여하며, 이성적 존재인 인간의 세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우주를 통치하며 신적 지성과 의지에 부합되는 자유라는 개념 속에서 이성을 통해v영원법에 참여한다. 토마스는 이에 대해 "모든 존재는 영원법에 따라 그 자체 안에 어떤 신적인 것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하느님에 의지하는 자연적 경향 같은 것이다" 라고 말하였다.
영원법은 법 중의 법이며 우주의 보편 규범이다. 영원법은 그 수신인들을 각각의 본성에 상응하는 방법으로 통치하는 여러 다양한 규범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하느님은 개별 존재의 고유 본성이 요청하는 바에 따라, 그리고 하느님의 완전성을 향하도록 모든 존재들을 움직이신다. 왜냐하면 하느님은 모든 사물의 기원이며 목적으로서 복된 원인이기 때문이다.
〔다른 법과의 관계] 아우구스티노의 구별과 토마스의 구별을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아우구스티노는 모든 법을 다음과 같이 구별하여 설명하고 관계를 밝힌다. 첫째, 영원법은 신에게 영원으로부터 존재하는 법이며, 둘째 자연법 (lex naturalis)은 인간의 이성과 마음에 새겨져 있는 영원법이며 양심을 통해 알려진다. 셋째, 현세법(lex temporalis)은 인간이 정한 인정법(人定法, lex hu- mana)으로서 영원법과 자연법에 근거를 가질 때만 구속력을 갖는다.
반면, 토마스는 아우구스티노의 흐름을 이어받아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구분한다.
첫째, 영원법은 만물을 지배하는 신이 모든 사물에 관하여 영구적으로 세운 계획으로 신 스스로의 본성에서 유래하며 모든 세계에 보편적 효력을 갖는 법이다. 둘째, 자연법은 이성적 피조물에서 영원법의 분유(分有, parte-cipatio) , 즉 인간 이성의 힘으로 인식한 영원법으로서 그 기준은 사물의 본성에서 유래한다. 셋째, 인정법 혹은 실정법(lex positiva)은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인간이 제정한 법으로 자연법에 반해서는 안되며 공동선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넷째, 신법(lex divina)은 인간을 초자연적 목적으로 이끄는 법으로, 이성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신의 계시에 의해서도 인식 가능하며 계시는 성서에 기록되어 있다. 이는 다시 구법(구약성서, lex vetus)과 신법 (신약서, lex nova)으로 구분된다.
[영원법의 인식] 영원법이 인간 이성에 드러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이러한 어려움들은 특히 영원법의 공포(公布, promulgatio)와 인식 가능성에서 드러난다. 즉 '하느님의 영원성에서부터 존재하는 영원법은 여러 피조물들의 창조 이전부터 존재하는 데 어떻게 공포될 수 있으며 인식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 제기된다. 또 법 개념의 본질적 요소 가운데 하나가 공포라는 요소인데, '만약 영원법은 공포되는 것이 아니라고 가정한다면 어떻게 참되고 고유한 법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하는 질문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토마스 아퀴나스는 영원법의 공포에 대하여 유비적(analogia) 관계를 적용하여 구별되는 방식으로 응답한다. 영원법은 피조물들 즉 질료 혹은 종속되는 주체 편에서 본다면 그것들이 시간 안에 존재하는 것이므로 영원성을 지닌 영원법은 공포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반대로 하느님 즉 법의 형상적 측면에서 본다면 말씀과 생명의 책에 표현되어 있는 한 영원히 공포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의문, 즉 '영원법이 실제로 하느님 자신과 지성 혹은 그 본성으로부터 구별된다면, 어떻게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매우 간단하다. 구체적으로 영원법 그 자체로는 인간에게 인식 가능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러기 위해서는 영원법의 본질 안에 있는 하느님을 인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분유나 방사(放射, irradiatio)를 통해 인식 가능하다. 특별히 가장 보편성을 띠는 원리들 안에서 자연법이나 실정적 신법(lex divina positiva)을 통해 인식 가능하다.
영원법은 다른 모든 법의 기초이며 그것을 거슬러 다른 어떤 법도 존재할 수 없다. 영원법은 하느님에게서 유래하며 인간 사회 질서에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제공한다.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피조물들까지도 자신의 창조자의 명령(imperium)에서 면제될 수 없으며, 그 무한한 지혜로부터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영원법 안에서 윤리 질서 혹은 인간 질서는 세계 질서에 편입된다. (→ 법 ; 양심법)
※ 참고문헌 Augustinus, De Libero Arbitrio, C. 6/ -, De Vera Religione, C. 31/ -, Contra Faustum, C. 271 -, De legibus, C. 41 Thomas Aquinas, Summa Theologiae I- Ⅱ , pp. 90, 91, 93/ P. Raffaele Vela, O.P., S. Tommaso D'Aquino La Somma Teologia vol., La Legge. I-II , Bologna, 1985, pp. 90~105/ R. Pizzorni, Filosofia del Diritto, Roma, 1982/ G. Del Vecchio, Lezioni di filosofia del diritto, Milano, 1965/ J. Llompart, 정종휴 역, 《법철학 안내》, 동경, 1993. [朴東均]
영원법
永遠法
〔라〕lex aeterna · 〔영〕ethernal 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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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