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신주의

狂信主義

〔라〕fanatieismus · 〔영〕fanaticism

글자 크기
1

어떤 종교적, 도덕적 소신(所信)에 대하여 억제할 수 없을 만큼 과도한 열심을 내는 상태. 광신 상태에 빠지면 자신이 믿는 것 외에는 무슨 일이나 의욕이나 능력까지 도 잃고 인간적인 사건과도 관계하지 않으며 믿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서 생명까지도 희생하려 한다. 때문에 대 개 반(反)사회적이고 도덕적으로도 파괴적인 결과를 초 래한다. 때로는 개혁적인 동기로 열심히 어떤 운동을 지 지하는 사람들이 광신주의자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오늘에 와서는 주로 자기가 가진 편협하고 일방적인 신 념 이외의 다른 사상과 가치를 완전히 무시하는 극단적 인 사람들에 대해서만 사용한다. 광신주의의 전문가인 심리학자 루딘(Josef Rudin)의 연 구(1962)에 따르면, 광신주의의 개념은 라틴어 'fanum' 으 로부터 나왔는데, 'fanum' 은 단순히 '거룩한 것' , '성전'(the temple) , 또는 '거룩한 장소' 를 뜻한다. 아울러, 'fanum' 의 완전한 형태인 'fanaticus' 는 라틴 문헌 속에서 '어떤 신성(神性, a deity)에 의해서 미친 듯이 날뛰는(맹 렬한) 열광(황홀)에 돌입된 것' 을 의미한다. 초기 그리스 도교에서는 모든 이교(異敎) 사제(司祭)들과 의식(儀式) 집전자들을 광신주의자(fanatici)로 부르고, 곧 이것을 소 외된 집단에도 적용하였다. 이후 종교 개혁 때 '광신주 의자' 는 종교적으로 열광하는 자들과 분파주의자들을 뜻 했다. 물론 그것은 종교 개혁자들의 입장이었다. 반면, 가톨릭측에서 볼 때는 프로테스탄트 그 자체가 '광신' 이 었다. 이런 맥락에서, 1700년경에는 어떤 종교 운동을 공격할 때 사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그 운동을 '광신적' 이라고 평가하는 것이다. 한편, 프랑스 혁명에 서 고도로 양식화된 절대 이성(理性)은 특히 광신을 무 시하였으나 곧 상황은 역전되었다. 자코뱅당이나 로베스 피에르 등의 등장이 말해 주듯 광신은 프랑스 혁명 자체 의 결과물이 되었다. 이때로부터 광신이라는 용어는 규 정에서 벗어나 본질과는 전혀 다른 태도의 강렬함과 행 위 양식들에 대한 문제로 이해되고 있다. 구체적인 예로, 의학에서는 광신을 질병이 아니라 일종의 전형적인 인격 구조로 다루고 있다. 종교는 평화와 화해의 도구로서 인류 공동체에 봉사해야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정반대가 되고 있다. 지구상 의 여러 지역에서 제도 종교가 사람들과 집단들 사이에 갈등을 심화시키고 한 국가 내부에서나 혹은 국가간의 싸움에서 그 당사자들이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질 때 그 싸 움은 한층 가열된다. 그런데, 대체적으로 각 종교는 다른 종교 전통의 역사와 내용을 부정하고 자신들만이 절대 불변의 진리를 소유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갈등 요인들 이 확대된다. 이런 맥락에서 '종교적 광신주의' (religious fanaticism)를 연구하는 종교 심리학자 프렌취(Hal W. French)는 '대항자 정체감' (adversary identity)이란 개념으 로 종교 역할에 관한 연구(1990)를 하면서 다음과 같은 중심적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 "어떤 특정의 종교가 그 종교의 진리 주장의 배타적 성격을 열렬히 지지하는 사 람들을 어느 정도나 가장 순수한 신봉자들로 간주하는 가?" , "논리적으로, 도그마(교리, 교조) 자체의 성격을 감 안할 때, 한 종교의 가장 최고의 추종자는 광신주의자들 인가?" 이로부터 프렌취는 종교적 광신주의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하여 다원주의 신학의 필요성과 함께 발달 심리 학에 근거한 통찰을 제안했으며 신학과 심리학의 상호 접근을 강조하였다. 정신 의학의 관점에서 홀(Günter Hole)은 근본주의 교 리주의, 열광주의(광신주의)를 비교 설명(1993)하고 있다. 그는 근본주의, 교리 제일주의, 광신주의라는 세 용어는 그 동기나 태도 그리고 정신 역학적인 과정에서도 차원 이 서로 다르지만 한편 공통점도 있음에 주목하였다. 즉 이들 모두는 사고 체계와 태도가 매우 단순하며 동시에 전체적이고도 난공 불락의 목표와 신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신념이나 태도를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 는 것이다. 때문에 다원주의에 극단적인 반대가 된다. 한편, 광신주의 및 광신자의 개념은 사회 과학 분야 중 특히 집합 행동의 사회학에서 자리를 차지한다. 사회 운동의 일반 성격 중 하나는 그 정확한 규모에 대한 정의의 어려움인데, 이는 어떤 사회 운동이든 여기에 참여 하는 사람들의 자격이 공식적으로 정의되지 않기 때문이 다. 이로써 사회 운동의 특징적 성격 중 하나는 반(半)공 식적 구조라고 말할 수 있다. 사회 운동은 각종 클럽, 주 식 회사 또는 정당 등처럼 안정된 공식적 결사체 구조를 갖지 못하다. 때문에 여기서 지도자들은 정당화된 권력 내지 권위를 갖지 않는다. 이러한 사회 운동 참여자들의 비공식적, 비계약적 속성과 아울러 공식적 의사 결정 과 정의 부재는 사회 운동 참여자들에게 '신앙' 과 '충성' 을 유발한다. 물론 모든 구성원들이 이 같은 특징을 보이지 는 않지만 '이상적인 참여자' (the ideal member)는 그 운동 에 대하여 자신의 비(非)이기적이며 전면적인 충성을 바 친다. 성원이 되는 데 아무런 법적 규제도 없기 때문에, 통제의 가장 중요한 근원 중 하나는 그 운동의 규범에 대한 동조 또는 그 가치에 몰입(헌신)하는 성원으로 남는 것이다. 지도자가 전달하는 결정과 명령을 의심없이 받 아들이고 만일 필요할 경우 자기 자신은 물론 가족과 친 구들까지 희생하기 때문에 외부인들(outsiders)부터 일 종의 '광신자' (fanatic)로 간주되기 쉽다. 사회 운동을 연 구한 학자들 중 특히 정신 분석학적 지향(orientation)을 갖 는 헌신적인 성원들이 보여 주는 '광신주의' 는 개인적인 '정신 병리적 상태' 에서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입장을 달리하는 학자들은 사회 운동이 그 운동 의 참여자에게 '사회적 실재' (social reality)에 대한 '새롭 고도 정상이 아닌 관점' 을 제공하는 일종의 '준거 집단'(reference group)이 된다고 본다. 이때 그 참여자의 기본적 가정은 사회의 이른바 '정상적' 구성원들의 그것과는 매 우 다르기 때문에 그 참여자의 논리와 결론은 정상인들 에게는 이해가 불가능한 것이 된다. 이로써, 어떤 사회 운동에 헌신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은 일종의 '심리적 재 조직' (a psychological reorganization)을 경험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의 새로운 정체감(正體感)이나 중요성은 확실히 그의 자율성을 희생함으로써 얻어진다. 여기서 그는 충 성스러운 구성원으로서 지도자들이 결정한 이데올로기적 정당성 등에 대한 의심을 억누르는 반면에 지도자들 에게 자신의 생각마저도 전폭적으로 맡겨 버리는 경향을 나타낸다. 결국 그는 지도자들의 주장을 '교조적' 형태 로 반복한다. 그래서 그 운동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은 이 충성스런 참여자와는 다른 전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이 사람과 함께 논쟁을 벌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충 성스런 참여자의 '지각' (perception)은 다른 사람들과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선택적' 이다. 한 예로써, 평범한 시 민들은 모든 행정 당국을 정당한 지도자로서 한편은 선 하고 다른 한편은 악한 것으로 보는 반면, 어떤 사회 운 동의 이데올로기는 충성스런 참여자가 모든 행정 당국을 '악인' 으로 보도록 만들 수도 있다. 이같이 자신의 자율 성을 포기하는 마지막 결과는 예전과는 다른 '변화된 세계관' 이 될 수도 있다. 그 결과 자신이 그 운동의 참가자 가 되기 전에는 당연했던 사실들이 이제는 전과 동일하게 보여질 수 없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그가 그 운동을 그만둔 후에도 계속된다. 광신주의 요소를 포함한 집합 행동을 연구하는 학자들 은 어떤 사회 질서를 변화시키는 집합체로서 사회 운동 의 최종 결과는 단순히 성공 또는 실패라는 관점에서 분 석할 수 없다고 한다. 어떤 사회 운동이 쇠퇴할 경우 대 개 폭넓은 지지층을 확보하지 못하여 그 운동의 프로그램이 힘을 발휘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에 도 때때로 잔류하게 된 참여자들은 하나의 광신적 '분 파' 로서 오랫동안 그들의 운동을 고수하게 된다. 그런 데, 이때 그들은 그 운동에 참여함으로써 얻는 만족을 향해 내적으로 지향되지만, 그들이 사는 사회 질서를 변 화시키기 위해서는 거의 아무런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 는다. 이 같은 현상은 한국 사회의 경우 현재는 거의 그 세력이 미미한 박태선의 전도관 신앙촌 운동이라든지 최 근 사회적 물의를 빚고 일단락된 이장림의 다미 선교회 시한부 종말론 운동 등에서 단적으로 잘 드러났다. ※ 참고문헌  <광신>, 《基督教大辭典》, 1960/ Günter Hole, <정신 의 학의 관점에서 본 근본주의, 교리주의, 열광주의>, 《기독교사상》 417권(1993. 9), pp.171~185/ 狂信的 行爲, 《現代 力 卜 リ ソ 7 事典》,p. 163/ Collective Behaviour, 《NEB》/ Fanaticism, 《EP》 / Hal W. French, A Study of Religious Fanaticism and Responses to It, Lewiston, New York : The Edwin Mellen Press, 1990/ Josef Rudin, Fanaticism, A Psychological Analysis, Trans. by Elizabeth Reinecke and Paul C. Bailey. Notre Dame : Notre Dame Press, 1962/ O. Sperling, 'On Appersonation' , Intemational Joummal of Psychoanalysis, 25, 1944, pp.128~132. 〔金成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