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주석이나 성서 해석의 한 방법. 구약성서의 인물, 사건, 또는 일들을 신약성서의 인물, 사건, 또는 일들의 전조나 원형으로 해석하는 것. 예형론(豫型論)이라고도 한다.
[의 미] 예표론은 '예표' 나 '유형' (類型), '모형' (母 型)을 일컫는 그리스어 '튀포스' (τύπος)에서 유래한다. 튀포스의 어원은 '모양을 만들다' , '형을 찍다' 라는 의 미를 가진 동사 '튀포오' (τυπόω)로 볼 수 있는데, 그 의 미 때문에 정의 내리기 힘든 낱말로 여겨진다. 그리스 언 어권에서 통용되던 '튀포스' 의 몇 가지 뜻을 정리해 보 면, '인장' (印章)이나 '표시' (Pult. Aem., 19 ; Philo Vit. Mos., I , 119), '형' (型)이나 '주형' (鑄型, Dio Chrys. Or., 60, 9 ; Luc. Alex., 21), '형태' 와 '윤곽' (Emped. Fr. 62, 4 ; Plat. Resp. Ⅵ, 491c) 등이다. 고대 문헌에 '안티튀포스' (ἀντιτύπος)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 뜻은 주로 '맞받아 침' 이고, 희귀하게 '대형' (對型), '원형' (原型)이라는 뜻도 가진 다(Aesch. Choeph., 312f Soph. Phil., 694. 1460).
'예표론' 이라는 말은 어원적으로 그리스어 '튀포스' 와 '로기아' (λόγια)의 합성어로 볼 수 있으며, 글자 그대 로의 뜻은 '예표의 이치' , 혹은 '예표에 관한 가르침' 이 다. 이 낱말은 구약성서에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칠십 인역 성서에는 4회(출애 3, 30 : 아모 5, 26 : 3마카 3, 30 ; 4마카 6, 19) 등장할 뿐이다. 그리고 그 뜻도 일반적인 범
주를 크게 넘어서지 못한다. '예표론' 의 참다운 뜻은 신 약성서에서 드러난다.
[신약성서에서의 예표] 신약성서에는 '튀포스' 가 총 15회 언급된다.
요한 복음 20장 25절에는 '튀포스' 가 2회 언급되는 데, 열두 제자 중의 하나인 토마는 예수 부활에 의심을 표명하며 손에 난 못 자국을 보아야 믿겠다고 한다. 여기 서 '자국' 이 바로 '튀포스' 이다. 따라서 '튀포스' 란 부 활한 예수의 손에 난 상처, 곧 예수가 겪은 수난의 표 시' 이자 예수 부활의 '표시' 로 긍정적인 의미를 가진다. 한편 '튀포스' 는 '모범' 이라는 뜻을 가진다(필립 3, 17 ; 1데살 1, 7 ; 2데살 3, 9 : 1디모 4, 12 : 디도 2, 7 ; 1베드 5, 3). 이 구절들에서 바오로는 여러 교회에 편지를 보내면 서 자신을 모범으로 삼으라고 권고한다. 이는 바오로의 교만에서 나온 것은 아니고, 편지의 독자들로 하여금 믿 음으로 하느님께 순종하게 만들려는 뚜렷한 목적으로 선 택된 단어이다. 즉, 독자들의 자유를 존중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디모테오 전서와 디도서, 그리고 베드로 전서에 서의 쓰임새도 바오로의 경우와 비슷하다. 로마서 6장 17절에 보면 "여러분은 한때 죄의 노예였다가 가르침의 튀포스에 마음으로부터 복종하였고 아울러···"로 되어 있다. 여기서 튀포스의 뜻에 대해서는 많은 견해들이 있 다. 이는 가르침 자체라는 주장 외에도 특별한 가르침, 가르침의 형태(L. Goppelt), 신앙 규정으로서의 가르침(박 영식), 가르침의 원형(U. Wilckens) 등 다양한 의견들이 있 다. 어느 쪽을 수용하든지 앞뒤 문맥을 볼 때 이 가르침 이 세례와 관련된 신앙 규정(6, 3)에 관련된 것임은 분명 하다.
한편 바오로는 '튀포스' 를 특히 구약성서를 해석하는 데 필요한 용어로 선택했다(1고린 10, 6 : 로마 5, 14). 현 대적인 의미로 말하면 해석학의 도구, 혹은 해석학적인 용어로 볼 수 있다. 사실 신약성서에서 '튀포스' 라 하면 우선적으로 이 두 구절을 떠올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 다.
그 외에 '튀포스' 가 언급되는 구절(사도 7, 33. 34 : 23, 5 ; 디도 2, 7 ; 히브 8, 5)에서는 주로 편지의 내용, 주물 의 모형 등 가치 중립적인 뜻을 가진다.
[성서 해석의 도구] 바오로가 구약성서를 해석하기 위 해 '튀포스' 라는 개념을 사용한 곳은 두 곳이다. 고린토 전서 10장 1절 이하에서는 출애굽기 13-14장, 16-17장 과 민수기 20장을 해석했고, 로마서 5장 12절 이하에서 는 이른바 '아담-그리스도 예표론' 이 등장한다.
고린토 전서 10장 1절 이하에서는 출애급 시대에 조 상들이 하느님의 자상한 돌보심을 받았지만 그들이 죄를 지어 하느님의 진노를 샀다는 내용이 있는데, 바로 그 일 이 우리에게 '예표' 로 작용하게 된다(6절). 로마서 5장 12절 이하에서는 에덴 동산에서 아담의 타락으로 죄의 세력이 세상에 들어왔고, 모든 인간은 비록 죄를 짓지 않 았더라도 자동적으로 죄의 세력권 안에 놓이게 되는 비 참한 신세가 되었다고 말한다. 여기서 아담이 바로 장차 오실 그리스도의 '예표' 가 된다(14절).
두 본문에 등장하는 '예표' (튀포스)라는 개념은 단순히 구약 시대에 일어났던 사건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다. 오 히려 그 차원을 넘어 그 사건이 미래에 벌어질 일의 틀을 미리 만들어 놓은 역사적인 사건으로 규정 짓는다. 그리 고 그 같은 사고 방식의 핵심에는 언제나 구약성서의 본 문에 대한 예표론적인 해석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조명 해 보려는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의도가 깔려 있다. 말하 자면 예표론이란 구약성서의 예표를 통해 역사에서 어떤 규칙을 발견해 보려는 시도라 하겠다. 바오로의 예표론 에서 찾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여기에 종 말론적인 차원이 포함된다는 점이다. 이는 특히 '아담- 그리스도 예표론' 에서 잘 드러나는데, "아담은 장차 오 셔야 할 분의 예표" 이기 때문이다. 아담의 타락으로 모 든 인간을 비구원(非救援)으로 이끄는 죄가 들어왔고, 그 결과로 누구라도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리스도는 보편적인 구원을 가져오시는 분으로, 한 인 물에 의해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에서, 두 번째 아 담인 것이다. 그처럼 궁극적인 구원을 이루실 분으로서 그리스도는 종말론적인 존재임에 틀림없다.
[평 가] 그리스도교 예표론의 정수는 바오로의 사상에 서 나왔고, 구약성서와 그리스도교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날뿐 아니라 오늘 날의 교회에서도 예표론에 관한 토론은 활발하게 이루어 지고 있으며, 언제나 그 중심에는 '지나간 역사를 어떻 게 볼 것인가? 라는 질문이 들어 있다. 예표론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도 신약성서의 내용들을 구약성서를 통해 풀어 낼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예표론을 하나 의 공식으로 간주해 성서를 모두 예표론적으로 해석해 내면 자칫 큰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 예표론은 결코 고 립된 본문에 대한 근시안적인 해석이 아니라 인간 역사 (歷史)를 통괄하는 하느님의 엄청난 역사(役事)를 부분 적으로나마 이해해 보려는 진지한 노력이기 때문이다. (→ 우화)
※ 참고문헌 《한국 기독교 대백과 사전》 12권, 기독교문사, 1980, pp. 763~7641 박영식 역주, 《로마서》, 분도출판사, 1996/ L. Goppelt, 《TDNT》 8, pp. 246~2591 《LThK》 10, pp. 422~4241 H. Schlier, Der Römerbrief, 《HThK》 Ⅵ Freiburg, 1979/ U. Wilckens, Der Brief an die Römer, 《EKK》 Ⅵ, Neukirchener, 1980/ G. Strecker . U. Schnelle, Einführung in die neutestamentliche Exegese, 《UTB》 1253, Göttingen, 1985. [朴泰植]
예표론
豫表論
[라]Typologia · [영]Typ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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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