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

五傷

[라]stigma · [영]stigrmatiza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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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한 예수의 오상을 확인하고 싶어했던 사도 토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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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한 예수의 오상을 확인하고 싶어했던 사도 토마스.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 그리스도에게 생긴 다섯 부위 (두 손과 두 발의 못자국, 창에 찔린 옆구리의 자국)의 상처. 성인들 가운데 예수 그리스도의 오상을 닮은 상처가 신 체에 생긴 사례도 많이 있다.
[개 념] 오상의 어원은 그리스어 '스티그마' (στίγμα) 로, "표(標) · 쇠를 달구어 찍은 낙인(烙印)"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 용어는 가축에 찍는 낙인, 고대 동 방 지역의 경우 노예의 몸에 찍는 낙인, 그리스와 로마에 서는 탈주하다 잡힌 노예들에게 찍는 낙인을 가리켰다. 현대 의학에서는 히스테리나 매독과 같은 질병 때문에 나타나는 징후들을 가리킨다. 반면, 해로도투스(Herodo- tus, 484~425)는 고대 종교에서 몸에 문신을 하는 관습을 기록하였는데, 그는 이 문신을 '스티그마' 라 불렀다. 성 서에서는 이 말이 유일하게 갈라디아서에만 등장한다.
"앞으로는 아무도 나에게 괴로움을 끼치지 마시오. 나는 내 육체에 예수의 상흔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6, 17). 라그랑즈(M.J. Lagrange, 1855~1938)는 사도 바오로의 이 말은 예수 그리스도를 위하여 참아 견딘 고통의 표지 를 지녔음을 뜻하는 것이지, 오상을 받은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해석하였다. 이러한 해석에 따른다면 오상을 최초로 받은 이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1181~1226)이 다.
중세 때에는 오상의 의미가 손, 발 그리고 간혹 옆구 리, 어깨나 등의 상처에 한정되었다. 당시에 이 상처들은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는 가시적인 표지로 받아들여 졌다. 그런데 오상은 복음서에서 기록된 것처럼 예수 그 리스도가 상처를 입은 다섯 부위만을 나타내는 것은 아 니다. 예를 들어 예수 그리스도가 썼던 가시관의 자리처 럼 머리에 생기기도 하고, 채찍의 상처처럼 몸 전체에 나 타나기도 한다. 이런 현상까지를 통틀어 의미하는 것이 라면 우리말로는 오상보다 '성흔' (聖痕)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상처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것과 볼 수 없는 것, 지속되 는 기간을 기준으로 영구적이거나 주기적인 것, 나타나 는 시간을 기준으로 일시적인 것, 동시적인 것 또는 연속 적인 것 등 형태가 다양하다. 외적인 상흔이 나타나지 않 고, 그 부위에 통증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성 파 트레 비오(Padre Pio, 1887~1968) 신부처럼 시간적으로 선 후 관계가 있는 경우도 있는데, 비가시적인 오상이 먼저 나타나고, 이어 몸에 오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이 현상이 거의 대부분 신비적 탈혼 상태에서 일 어나며 보통 육체적 · 정신적 고통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수여자] 일반적으로 오상의 수여 주체는 하느님이다. 하지만 신학자들은 사탄도 오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 각한다. 사탄은 인체와 외적 감각에 대해 행동할 수 있기 때문에 하느님의 허락을 받아 오상의 표를 만들 수 있고, 하느님이 허락하면 상상의 기능에도 관여할 수 있기 때 문에 상상으로 오상을 만들어 내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 다.
[사 례] 앞서 언급하였듯이 오상을 받아 예수 그리스 도의 수난과 일치한 이로 인정되는 최초의 인물은 아시 시의 성 프란치스코이다. 프란치스코는 알베르노(Alver- no) 산에서 1224년 9월 17일에 오상을 받았다. 그러나 그가 이 사실에 대하여 함구(緘口)하고 있었기 때문에, 1226년에 프란치스코가 임종하였을 때에야 그의 손, 발, 옆구리에 오상이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프란치스코 이전 시기에 오상을 받은 사람들이 있었는지에 대하여는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기록상으로만 본다면 프란치스코 가 최초로 간주되어도 무방할 듯하다.
이후에 오상이 나타난 경우는 수백 가지인 것으로 알 려져 있는데, 앵베르 박사(Dr. Imbert)는 하느님의 행위로 믿을 수 있는 오상의 사례를 321건이나 보고하고 있다. 학자들은 그가 수집한 명단의 출처를 독일 · 스페인 · 이 탈리아의 도서관으로 추정한다. 그가 작성한 명단에서는 대부분이 여자였고, 41명만이 남자였다. 또 체험자들은
대부분 성덕이 높아, 체험과 성덕 간의 긴밀한 내적 관계 를 유추하게 한다. 이를 반증하듯이 321명 가운데 62명 이 성인이나 복자이다. 19세기에 들어 보고된 사례는 20명이고, 이 체험자들 또한 교회 안에서 명성이 높은 사람들이었다.
학자에 따라서는 이 목록이 역사 비평을 거치지 않아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프란치스코 이후 에 여러 명의 체험자들이 있었다는 것만은 의심치 않고 있다. 그리고 이 현상이 그리스도교 영성의 역사 안에서 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도 인정한다. 요가 수 행자들과 무슬림, 브라만교에서도 오상은 아니지만 그 종교 창시자와 관련된 신체적 특징이 나타나거나 인위적 으로(심리적인 방법을 통하여) 상처를 만드는 일이 가능하 다는 보고들도 있기 때문이다. 프로테스탄트 신자 중에 서도 오상을 받은 경우가 있었으며, 영웅적인 덕행을 보 이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나타난 경우들도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식 별] 정신과 의사들은 상상만으로도 육체에 고통이 나 상처를 만들 수 있음을 인정한다. 이것은 누군가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체험하기를 원하여 상상력과 강한 집 중력을 동원할 경우 자기 암시나 자기 최면으로 몸에 상 처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일부 신 학자들은 오상이 하느님의 특별한 행위라고 인정한다. 특히 체험자의 신앙적 경건함이 탁월하였을 경우, 오상 을 인간의 행동으로 간주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물 론 이를 사탄의 개입으로 보는 입장도 있다. 신학적 이론 의 대부분은 오상이 초자연적인 현상이라는 사실을 전제 한다. 이외에 가톨릭의 여러 학자와 신학자들이 갖고 있 는 이론으로써, 오상이 전적으로 자연적 원인에서 비롯 된다는 견해가 있다. 이것은 교회가 이 문제에 대하여 쉽 사리 판단을 내리거나 결정을 내리기를 주저하는 데서 확인된다. 이들은 장차 심리학 · 생리학이 이런 현상을 설명하게 될지도 모를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너무 쉽게 초자연적이라고 설명하는 것을 경계한다. 그러면 어떤 입장이 바람직한가? 현재로서는 두 가지 극단적인 태도, 이른바 모든 현상을 너무 쉽게 초자연적 원인으로 돌리 는 태도나 이런 현상을 순전히 심리적 · 생리적 혼란으로 만 보는 태도를 지양하는 것이다.
오먼(J. Auman)은 오상을 체험한 이들의 유형을 분석 한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식별 지침을 제시하였 다. 첫째, 참된 오상의 표는 보통 예수 그리스도가 입은 다섯 상처의 부위에 나타나지만, 병리적인 상처는 일정 한 자리에 나타나지 않는다. 둘째, 참된 오상은 보통 예 수 그리스도의 수난을 기념하는 날이나 시간에 출혈하 나, 병리적 상처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리치의 가타 리나(Catharina de Ricciis, 1522~1590)는 스무살 때 성주간 에 탈혼이 시작되었다. 교황청 문서는 12년 동안 정확하 게 이 현상이 주기적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보증하고 있 다. 그리고 지속 시간은 28시간(파스카 목요일 정오에서 파 스카 금요일 오후 4시까지)이나 되었다. 셋째, 참된 상처는 결코 화농(化膿)하지 않고 피는 언제나 순수하다. 또한
자연적인 치료로는 상처가 결코 아물지 않는다. 넷째, 때 때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대량 출혈이 있으나 자연적으 로 그 원인을 설명할 수 없다. 다섯째, 오상은 보통 영웅 적인 덕행을 실천하는 사람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에 대해 넘치는 사랑을 지니는 이에게서 찾아볼 수 있고, 보 통 탈혼이나 기도하는 동안에 나타난다. 시에나의 가타 리나(Catharina Senensis, 1347~1380)는 오상을 받았으나, 겸손하게 없애 주기를 청하였다. 리치의 가타리나와 16 세기의 다른 여러 오상 수여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 다. 여섯째, 참된 오상은 보통 순식간에 나타나고 병리적 인 경우에는 흔히 점차적으로 나타난다.
또한, 오먼은 사도 바오로가 제시한 성령의 열매와 같 은 기준을 제시한다. "누가 만일 하느님으로부터 오상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손과 발, 옆구리의 상처를 보여 주 되 자기의 직분 수행에 덕행의 증거를 보이지 않는다면 그는 사기나 망상의 희생물로 판단되기 마련이다." (→신심)
※ 참고문헌  P. Siwek, 13, pp. 711~713/ A. Poulain, The Graces ofInterior Prayer, t. L.L. Yorke Smith, ed. J.V. Bainvel, St. Louis, 1950/ Jordan Auman, Spiritual Theology, Sheed and Ward, London, 1980(이홍근 역, 《영성 신학》, 분도출판사, 1987). 〔朴文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