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3대 순례 축제 가운데 하나. '추수절' (출애 23, 16) 또는 '주간절' (출애 34, 22)이라고도 불리는데, 밀 수확이 끝날 때 지내는 감사 축제이다. 그러나 그리스 도교의 입장에서 오순절은 현재 성령 강림 대축일을 의 미한다.
[의 미] 오순절은 그리스 시대의 유대교 문헌에 등장 하는 축제이다(토비 2, 1 : 2마카 12, 31 : 필로 Decal. 160 ; Spec. leg. II . 176 : 요세푸스, 《유대 고대사》 3, 252 : 13, 252 : 《유대 전쟁사》 1, 253 ; 2, 42 등). 이 축제를 가리키는 그 리스어 '펜테코스테' (πεντηκοστή)는 '오십 번째 (날)' 이 라는 의미를 지니는데, 이 표현은 요세푸스(F. Josephus, 38~100)의 저술뿐 아니라 미슈나 · 토세프타 · 랍비들의 문헌에도 광범위하게 나온다. 본래 오순절은 첫 보릿단 을 수확할 때 가나안 농경민들이 지냈던 맥추절(麥秋節) 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것을 유대인들이 과월절 첫 날인 니산 달(3~4월) 15일부터 시작해 칠 주간을 보내 고 시반 달(5~6월) 6일에 이 명절을 지내는 전통을 세운 것이다. 이를 통해 유대인들은 보리 수확 시작에서 밀 수 확 끝으로 날짜를 바꾸고, 보리 대신 새 밀로 밀가루를 반죽하여 만든 빵 두 개를 봉헌하였다(레위 23, 15-21). 맥추절의 본래 의미인 맏물을 바쳐야 한다는 생각을 그 대로 지킨 것이다. 또한, 오순절은 본래 음력으로 계산된 절기이므로 이를 양력으로 계산해 내기는 쉽지 않다. 따 라서 오순절은 일반적으로 과월절에 맞추어 날짜를 잡을 수밖에 없다. 바리사이파의 전통에서는 레위기 23장 15-16절의 '안식일' 을 무교절로 해석했고, 이들의 계산 법이 서기 70년 이후 유대교 안에 널리 퍼졌다.
글자 그대로의 '오순절' 이라는 말은 등장하지 않지만 구약성서에서 이 절기의 기원을 찾을 수 있는데, 흔히 '추수절' (חַג הַקָּצִיר, 출애 23, 16)과 '초막절' (חַג הַסֻּכּוֹת, 출애 34, 22) 등에서 유래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스라엘 민족의 광야 생활을 기념하는 축제인 초막절이 추수절과 겹치게 된 이유는 비슷한 시기에 거행된 축제였기 때문 이었던 것 같다. 학자에 따라서는 본래 초막절은 밭의 소 산을 거두어들이는 농경민의 축제였다고도 한다(R.G.G. De Vaux) . 추수절을 계산하는 방식은 레위기(23, 15-16)와
신명기(16, 9-10)에 나온다. "너희는 안식일 다음날부터, 곧 곡식 단을 흔들어 바친 날부터 일곱 주간을 꽉 차게 헤아린다. 이렇게 일곱째 안식일 다음날까지 오십 일을 헤아려, 새로운 곡식 제물을 주님께 바친다"(레위 23, 15- 16). 이는 오순절이라고 부르게 된 이유를 밝혀 주는 구 절이다. 그런 전통을 이어받아 구약성서의 그리스어 번 역인 《칠십인역》에서는 추수절을 '칠칠절' (εορτή των 'εβδομάδων)이라 부른다(2역대 8, 13).
순수한 농업 축제였던 오순절은 신약 · 구약 중간 시대 에 이르러 하느님과 이스라엘 사이에 맺어진 계약과 연 결된다. 《희년서》(The Book of Jubilees)에는 이 축제의 목 적이 하느님께서 노아와 맺으신 계약을 해마다 새롭게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한다(6, 17). 또한 시반 달에 모세 가 시나이 산에서 십계명을 받은 사실을 되새긴다(1, 1). 이렇듯 가나안 농경민들의 축제였던 맥추절이 후기 유대 교 사상에서 노아와의 계약과 시나이 산의 계약, 즉 이스 라엘이 하느님으로부터 율법을 받은 사실과 연결되면서 종교적인 축제로 바뀌었다.
[신약성서의 오순절] 신약성서에는 오순절에 관한 언 급이 세 번 나온다(사도 2, 1 ; 20, 16 ; 1고린 16, 8). 사도 행전 20장 16절에 보면 바오로가 오순절에 맞춰 예루살 렘에 가고자 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이는 유대인의 축 제 순례 의무를 바오로가 존중했다는 뜻이다. 유대인 남 자는 성인이 되는 13세부터 과월절 · 오순절 · 초막절에 맞춰 세 차례 예루살렘을 방문했다(신명 16, 16).
사실 오순절이 그리스도교에서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성령 강림을 통해 그리스도 교회의 역사가 처음으로 시
작된 날이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오순절이 되어 모두 한곳에 모여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세찬 바람 이 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그들이 앉아 있던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불 같은 혀들이 갈라지면서 그들에 게 나타나 각자에게 내려앉았다. 그러자 모두 성령으로 가득 차서 영이 그들에게 일러주는 대로 여러 가지 다른 언어로 말하기 시작하였다"(사도 2. 1-4). 따라서 유대교 의 오순절이 그리스도교에서는 '성령 강림절' 이 되는 것 이다.
루가 복음의 보도에 따르면 부활한 예수는 40일 정도 제자들과 머물다가 승천하였다. 그리고 승천하기 직전에 제자들에게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라는 명령을 내리는데, 그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가 그들에게 성령을 곧 보내 줄 것이기 때문이었다(사도 1, 3-5). 그리고 성령은 사도들 이 땅 끝까지 예수의 증인이 되는 데 힘을 주는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1, 7-8). 오순절이 되자 약속한 성령 이 내려왔고 사도들은 각자 외국어로 말하였다(사도 2, 1-11). 이를 흔히 이상한 언어[靈言, 方言]의 은사라 부 른다.
물론 사도 행전 2장 1-11절에서 이상한 언어에 관한 보도를 하지만, 이는 바오로의 편지에 나오는 이상한 언 어와는 차이가 있다. 고린토 전서 14장에 따르면 이상한 언어란 사람들이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기에(2절) 반드시 해석 능력을 가진 이가 풀이를 해주어야 한다(27 절). 또한, 예배 시간 중에 질서를 지켜서 하라는 권고로 볼 때, 이상한 언어 은사를 받은 사람이 이 은사를 즈스 로 통제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26-33절). 그리고 무엇보 다도 모든 은사는 교회 질서를 세우는 데 이바지해야만 한다는 원칙이 있다(12절). 그러나 오순절의 성령 강림 으로 이루어진 이상한 언어 현상은 사뭇 성격이 다르다. 비록 외국어이지만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고, 본인의 의지와는 달리 저절로 나오는 것이며, 복음 선포의 역할 을 담당한다. 따라서 사도 행전에 나오는 오순절 보도의 역사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할 여지가 생기는데, 사도 행전 2장 1-11절의 이상한 언어 은사는 다분히 세계 선 교를 겨냥한 기능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즉, 고 린토 전서의 보도에 나오는 이상한 언어 현상의 현장감 과 비교할 때, 사도 행전의 보도는 다분히 신학적인 작업 (선교)을 거쳤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도 행전 보도에서 중요한 점은 교회가 예루 살렘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과 구원사적인 시각에서 약 속이 완성되었다는 데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스도 교회의 오순절] 2세기 말엽에 교부들은 오 순절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들은 부활절에서 오 순절까지를 긴 축제 기간으로 보았는데, 부활절은 언제 나 일요일이었고 오순절 혹은 성령 강림절도 7주 후의 일요일이 되기에 결국 50일 간의 축제가 되는 셈이다. 부활절과 오순절 사이에는 금식도 없고, 기도도 무릎을 꿇지 않고 일어선 채로 드렸다고 한다. 교리 문답과 세례 도 이 기간에 행해졌다. 그리고 당시만 해도 임박한 종말 기대가 있었기에 부활한 예수가 오순절 기간에 맞춰 재
림하리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오순절 이 종종 하늘 나라의 상징으로 간주되기까지 했다. 또한 구약성서의 오순절이 새 시대의 예표로 여겨졌다.
오순절에 대한 관심은 거의 1700여 년 뒤에 미국에서 다시 등장했다. 19세기에 미국에서 창립된 오순절 교회 (Pentecostal Church)에서는 그리스도인이 회개한 후에 성 령 세례라고 불리는 신앙 체험을 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즉, 사도 행전의 성령 강림을 다시 체험하자는 것이고, 그때가 마침 '오순절' 이었다는 사실이 고려된 교파의 이 름이다. 이 교파에서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이상한 언어 · 치유 · 예언 해석 등의 능력을 받아야 한다고 가르쳤고, 금연 · 금주 보석 착용 거부 · 이혼 불가 등 금욕적인 생 활을 강조했다. 오순절 교회의 이상은 20세기 들어 오순 절 운동(Pentecostal Movement)으로 연결되었고,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한국 순복음 교회의 모태가 되었다고 한다. (→ 과월절 ; 성령 강림 대축일 ; 축제)
※ 참고문헌 《한국 기독교 대백과 사전》 12권, 기독교문사, 1980, pp. 1172~1178/ R. 드-보, 이양구 역, 《구약 시대의 종교 풍속》, 나단, 1993/ 정태현 역주, 《사도 행전》, 200주년 기념 성서, 분도출판 사, 1995/ E. Lohse, πεντηκοστή 《TDNT》 Ⅵ, pp. 44~531 P. Maser, Ostren/Osterfest/Osterpredigt, 《TRE》 25, pp. 517~537/ G. Schneider, Die Apostelgeschichte, 《HThK》 V -1, Freiburg, 1980/ R. Pesch, Die Apostelgeschiche, 《EKK》 V -1, Benziger · Neukirchener, 1986.[朴泰植]
오순절
五旬節
[그]πεντηκοστή · [라]Pentecoste · [영]Pentecost
글자 크기
9권

오순절에 사도들에게 내린 불 같은 혀 모양을 한 성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