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제도
敎階制度
〔라〕hierarchia · 〔영〕hierarc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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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어원적으로 '신성한 것' 을 뜻하는 hieron(ιερον)과 '지배 권' , '통치권' 또는 '원천' (源泉) 등을 뜻하는 arche(άρχη) 의 합성 명사인 hierarches(ιεραρχης)에서 유래되었다. 그 러나 6세기경 디오니시오(Dionysius Areopagita) - 오늘날 까지도 정확한 신분을 확인할 수 없는- 가 신분 질서의 구분이나 직무의 서열이란 의미로 사용하기 전까지는 교 회 용어로도, 그리스의 일상 정치 용어로도 거의 사용되 지 않았다. 디오니시오는 모든 신분 질서를 천상적인 것 과 교회적인 것으로 구분하는 데서 이 개념을 사용하였 다. 즉 천상 질서에는 세 그룹이 있고, 교회 질서에는 주 교, 신부, 부제라는 성직 신분과 다른 한편으로 수도자, 일반 신자, 예비자들이 포함된다. 그는 성직자들의 위계 질서가 수도자나 일반 신자, 그리고 예비자들의 위계 질 서보다 높은 위계 질서라고 보았다. 이러한 개념은 중세 를 거치면서 발전, 확대되어 교회의 전문 용어로서뿐 아 니라 일상 언어에서도 서열이나 단계의 구분을 위해 일 반화되어 사용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는 교회 내적 으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교회의 본질적인 의미를 재발견하고 재해석하기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천 상 질서의 지상 실현, 혹은 교회의 본질적 내용을 대변 하는 말로 확대 해석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하였다. 오늘날 교계 제도는 개념의 본질적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 하나는 신약성서가 증언하고 교부 시대를 거치면서 신학적인 해 석과 함께 일정한 꼴(insititutio)을 갖추게 된 교회의 구조 적 측면이다. 즉 '교회 직무(봉사)의 가시화'라는 관점에 서 이해하려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제도화되고 절대 화된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하려는 현대에서 교계 제도 를 비판적 입장에서 조명하고 수용하려는 관점이다. 성서에는 교계 제도를 의미하는 'hierarchia' 가 직접 사 용된 경우는 한 번도 없다. 대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시작된 구원 행위를 지속시키는 교회 공동체의 구조적 삶을 서술하면서, 특히 신약성서는 그 공동체 안에 주어 진 여러 직무들(charismen)을 매우 다양한 용어로 표현하 고 있다. 그 직무들은 언제나 공동체의 성장과 복음 선 포에 관련된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감사의 성찬 (eucharistia)을 거행할 때 수행하는 봉사직을 의미하는 것 이었다. 사도(apostel)란 말은 이미 부활 이전에 예수 자 신이 사용한 말이었고, 이 사도의 직무는 부활 이후 그 리스도교 공동체의 복음 선포에서 핵심적이며 규범적인 위치를 차지하였다(마태 28, 16-20 : 루가 24, 44-49 ; 요한 4, 38 : 20, 21 이하 : 1고린 12, 28 : 에페 2, 20 : 3, 5 : 사도 21, 12-14 ; 1디모 2, 7 ; 2디모 1, 11-14). 부활 이후 사도 들의 복음 선포를 통해 신자들의 수효가 늘어나고 새롭 게 형성 · 성장한 공동체의 수가 많아지면서 공동체 안에 새로운 과제가 생겨났다. 또한 그에 따른 새로운 직무들 이 기도와 안수라는 절차를 통해 제도화된 성격을 띠고 생겨나기 시작했다. 유대 전통을 따르면서 '원로들'(presbyteroi ; 후대에 '사 제' 란 말로 전이됨)이라는 직무가 생겼고(사도 15, 2 ; 4, 6.22 이하 ; 16, 4), 그리스 문화권에서는 감독 또는 관리직 공무원에게 사용하던 말이 복음 선포의 관리자요 감독이 란 그리스도교적인 의미로 변천하면서 '주교'(episcopos) 라는 직무가 생겨났다(사도 20, 28 : 1디모 3, 2-12 : 디도 1, 5-9). 그리고 필립비서 1장 1절에는 주교의 직무와 함 께 봉사자로서 '부제'(diaconos)의 직무가 언급되어 있다 (사도 6, 1-12). 이러한 세 가지 직무는 그 권한의 위임이 인간적 중재를 통해 이루어지고 일정한 절차(기도와 안 수)를 통해 주어지는 것이기에 본래 제도적 성격을 지닌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직무의 위임에서 기도와 안수 의 절차 행위는 하느님, 즉 성령과 현양된 그리스도가 행위의 주체였다. 또한 그러한 제도적 절차 안에 그분이 직접 작용하시고 살아 계심을 확신하는 초대 공동체가 지녔던 영의 현존에 대한 믿음의 표현이었다(사도 1, 24 이하 ; 20, 28). 즉 그들에게 부여되는 직무의 은사(charisma)는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께로부터 나오는 것임을 강 조하는 것이었다(사도 20, 28. 32 : 1디모 4, 14 ; 2디모 1, 6). 이렇게 제도화된 직무들은 곧 이어지는 시대에 다양 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많은 '거짓 사도' (사도 2, 2)와 가 짜 예언자들의 가르침(마태 24, 11. 24 ; 사도 20, 29 이하 ; 1디모 1, 3 이하 ; 1요한 4, 1)들로부터 교회의 사도성과 복 음의 정통성을 보호하고 존속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오늘날에도 유효한 교계 제도의 원천적이고 본질적인 내용은 이러한 점에서부터 유래한다. 즉 제도 적 직무를 통한 '비가시적 하느님 은사의 가시화'(직무의 성사적 성격)요 교회와 복음의 '유일성' 과 '정통성' 을 보 전하며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 행위를 지속적으로 중재하 는일이다. 한편 공동체의 삶을 이루는 은사와 관련하여 제도화되 지 않은 직무들이 성서 안에서 다양하게 발견된다. 이는 공동체의 구성원들, 믿는 이들 누구에게나 한 번 혹은 일정 기간 동안 부여될 수 있는 영의 은사들(charismata) 이다. 은사가 지속적일 경우 그들은 공동체 삶 안에 이 미 확고한 위치를 확보한 '예언하는 사람' (propheteia)과 '가르치는 사람' (didascalia)이라는 호칭을 부여받았다. 그 외에도 구원의 지혜와 지식에 관해 말하는 사람, 방 언을 하는 사람, 또 그것을 해석하는 사람과 병을 치유 하는 사람 등 다양한 영의 은사가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 들에게 선사되었음을 성서는 증언한다(1고린 12, 28-31). 그리고 그러한 은사들은 공동체 안에서 일어나는 영의 직접적인 작용으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그 자유로운 은 사들은 그리스도교 공동체(그리스도의 몸)의 형성과 성장 에 이바지하는 것이어야 하고, 봉사하는 것일 때에만 올 바르고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였다. 사실 초대 공동체는 이러한 일반적이고 자유로운 영의 은사를 통해 생동감과 활력을 지니고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공동체 안에 자유롭고 무분별한 은사를 주장하는 이들이 나타나는 것 을 막을 수 없었고, 그에 따른 공동체의 피해 또한 적은 것이 아니었다. 이러한 상황은 자유로운 영의 은사와 작 용을 식별하고 감독해야 하는 필요성을 요구했다. 이러 한 일을 위한 권한과 책임이 사도들에게 주어지게 되었 고 그 이후의 시대에는 제도화된 직무(특히 주교직)를 통 해 그 권한과 책임을 위임하고 전수하게 되었다. 이런 점이 자유로운 영의 은사와 제도화된 직무의 은사 사이 에 상존하는 미묘한 갈등 요인을 감지하게 한다. 또 다 른 측면으로는 두 은사들이 그리스도 공동체의 성장을 위해 상호 보완되고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필요와 당위 를 절감케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세를 거치면서 성서에서 모든 믿는 이들에게 선사된, 생동감 넘치는 영의 현존으로 증언되는 교회 직 무의 보편성과 역동성은 제도화된 직무 은사를 일방적으 로 강조하게 되면서 상당 부분 교회 생활 뒷전으로 밀려 났다. 그리고 대신에 경직되고 제도화된 직무의 절대성 과 우월성만이 전면에 부각되는 역작용이 일어나기도 하 였다. 이러한 중세의 경향 때문에 교회의 직무는 디오니 시우스가 생각한 것처럼 교계적 직무의 서열이나 교회의 구성원들 가운데 신분의 구분을 의미하는 말로서의 'hierarchia' 와 동일시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인식된 교계 제도는 더 나아가 천상의 제도를 지상에 직접 현존시키 는 것이요, 교회가 바로 그 교계 제도임을 주장하기도 하였다(Clericalism). 그러나 이렇게 경직된 제도, 이원적 신분 질서로서의 교계 제도에 대한 이해는16세기초의 종교개혁과 함께 커다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트 리엔트 공의회는 교계 제도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기존 입장을 정리하고 또 교회의 제도적 본질을 교의적으로 보충하고 분명히 하였다. 그리고 이 정리는 제2차 바티 칸 공의회에서 교회에 관해 그리고 교계 직무에 관해 성 서에 입각한 새로운 이해를 제시하기 전까지는 계속되었다. 교계 제도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커다란 전환점이 된 것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였다. 이 공의회는 교계 제도 안에 주어진 직무들, 즉 교황 · 주교 · 신부 · 부제직의 본 질을 성서적 성찰에 근거하여 봉사직으로 규정하였다. 그리고 그 직무들의 최우선의 과제가 교회 공동체의 하 나됨과 구원 중재를 위한 복음 선포에 봉사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결국 교계 제도는 일치의 상징이요 복음 의 정통성을 보전하기 위한 도구(instrumentarium)이다. 공의회는 사도직이 그리스도가 부르신 모든 이들(평신 도)에게도 보편적으로 주어진 것임을 강조하면서, 교회 구성원의 이원적 신분 구조나 질서를 본질적으로 거부하 였다. 그리고 평신도들 역시 각자 고유하게 선사된 영의 은사에 따라 사제직 왕직 불리웠고, 그 직무에 능동적으로 참여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교계 제도 안에서 성직자와 평신도는 과제에 따른 직 무상의 구분으로 상호 공존의 관계이지 결코 대립의 관 계일 수 없다. 즉 성직자와 평신도 모두 예수와의 '운명 공동체' 를 이루는 구성원(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하느 님 백성' 이며 이 세상 속에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을 중 재하는 공동의 과제를 갖는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날 교 계 제도를 원천에서부터 이해한다면 단순히 교회 구성원 사이의 서열이나 구분일 수 없고 일치와 복음 선포, 그 리고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중재를 위한 봉사(직)의 성사적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 (→ 교황 ; 사제 ; 주교 ; 주교단) ※ 참고문헌 R. Schnackenburg, Die Kirche im Neuen Testament, Freiburg, 1961,(DQ 14), pp. 52~126/ H.Lubac, Die Kirche. Eine Betrachtung, Einsiediln, 1968, pp. 43~142/ J. Gewiess, O. Karrer, Amt, H. Fries(Hrsg.), 《HtnG》 Bd. 1, München, 1962/ O. Semmelroth, Amt und Charisma, k Rahmer(Hrsg.), Herder theologische Taschen-lexikon, Bd, 1, pp. 86~89/ K. Mörsdorf, Hierarchie, K. Rahner, a.a.O., Bd. 3, pp. 287~290/ P. Eicher, Hierarchie, in : ders.(Hrs.), 《NHThG》 Bd. 2, pp. 177~196/ P.V. Dias, Vielfalt der Kirche in der Vielfalt der Jünger, Zeugen und Diener, Freiburg, 1968. 〔林秉憲〕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