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정
欲情
[라]concupiscentia · [영]concupisc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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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권
충동적으로 일어나는 욕심 · 감정 · 혹은 이성(異性)에 대한 육체적 욕망 또는 색욕. [용어 및 개념] 욕정은 욕망 · 욕구 · 탐욕 · 정욕 · 육 욕 등과 같은 의미이다. 욕정은 상상에 의해 파악된 선이나 악에 따라서 발생하는 감각적 욕구의 작용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욕정의 개념을 악에로 기우는 경 향(로마 7, 8)이나 성적 욕구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스콜라 학파는 감정을 욕정과 분노로 구분하였다. 전자는 사랑 · 증오 · 욕망 · 혐오 · 즐거움 · 슬픔 등을 의미하 며, 후자는 분노 · 용기 · 공포 · 희망 · 실망 등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욕정은 악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욕정을 주었고, 감각적 생활을 하도록 안배하였다. 욕정이 없다면 인간은 자기 보호, 성장, 발전을 위한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4/1225~1274)는 욕정을 쾌감에 대한 원의라고 정의하였다. 그런데 이 쾌감 은 오직 감각적 욕구에서 도출된다. 육신이 지닌 감각을 일으키는 다섯 가지 기관인 오관(五官), 곧 눈 · 코· 귀 · 혀 · 피부가 쾌감의 주도적 역할을 한다. 원의의 대상이 합당한 것이고 흡족한 것이라면 참된 기쁨(gaudium)이다. 합법적으로 결혼한 부부의 성적 욕망은 자연스 럽고 합당한 것이며, 당연히 향유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 나 추구하거나 향유해서는 안되는 욕망을 충족하려 한다면, 욕정을 자제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악한 행위가 성립된다. 쾌감은 감각적 인식에서부터 오는 감각적 욕구의 한 움직임이기에 열정(passio)이라고 볼 수 있다. 기쁨은 이 성의 기능이기에 쾌감과 구별된다. 따라서 동물에게는 쾌감만 있고 기쁨은 없다. 물론 이성적 기능 속에는 쾌감이 있다. '이성적 욕구' 에 대한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육체적 쾌감은 강하고 격렬한 것이나 영적인 느낌은 더 욱 크고 강하다. 지성적 인식이 더 고상하고 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이성의 사용은 육체적 쾌감을 견제하고, 영적 즐거움을 촉진시킨다. 이렇게 보면 육체적 쾌감은 이성 의 사용과 대당(對當) 관계에 있고, 이성의 사용을 혼란하게 하거나 방해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쾌감이 악한 것은 아니다. 항상 선한 것도 아니지만 이성에 일치하면 선한 것이 된다. 그런데 자녀 출산, 곧 종족 보존에 유용 한 것은 촉각(tactus)의 쾌감이고, 지성에 도움이 되는 것 은 시각(visus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상의 즐거움은 최고 선을 즐기는 데서 맛볼 수 있다. 인간이 의지의 즐거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선과 악이 결정된다. 욕정은 하느님을 반대하여 악으로 기우는 인간의 내재 적 성향이다. 욕정 자체는 죄가 아니지만 하느님을 거스르도록 충동한다. 이러한 충동으로 말미암아 욕정의 자연적 모습과 인간 구원에 기여하는 순기능이 퇴색된다. 따라서 욕정은 초자연적인 것에 반대되는 인간의 자기 주장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죄 중에 있는 인간이 자연적 이고 초자연적인 자기 완성을 방해하는 소극적 실존이며, 이는 인간 본성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 이때 욕정은 파괴적인 성향을 지니며, 인간을 절대자의 위치 에 올려 놓고, 타락과 부정적 태도를 갖게 한다. 욕정 자 체는 악이 아니기에(로마 7, 8 : DS 792) 욕정의 소극성은 그와 정반대되는 세력에 의해 저지된다. 하느님을 동경 하는 인간의 염원, 절대 선에 대한 인간의 지향성 등이 곧 그 반대 세력이다. 이런 세력은 욕정에 한계를 그어 준다. 이 때문에 욕정 자체는 고정된 객관적 실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욕정의 순기능이 인간의 삶 속에서 적극적 기능을 수행할 때, 인간은 예수 그리스도의 고통에 순 응하여 구원에 참여하도록 유도된다. 〔욕정에 의한 탈선과 정결) 욕정은 이성(異性)을 향해 가장 많이 충동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자기의 성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다른 사람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없다. 성 관계는 미래의 교회와 사회를 이어 갈 자녀들을 낳는 역할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인간의 성은 그 힘을 통제할 필요성이 있는 특수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인간의 성은 여타의 동물과 달리 발정기가 따로 없이 언제 어디서나 조건과 분위기가 형성되면 자극을 받아 발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갖고 있는 욕정은 무질서하게 표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욕정은 성적 난폭성을 드러낼 수 있는 불안정한 본성에 의 한 것이다. 어떤 사회도 성을 임의대로 사용하도록 개인 에게 허락하지 않고, 사회 규범에 따른 구속을 가한다. 신세대 젊은이들은 전통적으로 공동체가 제시한 성적 규 범에 반발하며 일탈적인 성적 행위에 가담하기도 하지만, 성적 규범의 본질은 불변하는 것이다. 과거의 성적 규범과 윤리적 지침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개인 적 · 사회적으로 파멸과 혼란을 자초하는 일이다. 혼인 제도와 결혼을 거부하며 자녀 출산과 교육의 정상적 과 정과 의무를 회피하는 일은 결국 미래 사회를 파탄에 이르게 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모든 사람이 욕정을 적절하 게 통제하고 안정을 유지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 다. 합법적인 결혼과 부부 관계 안에서만 욕정의 만족과 향유가 허용된다. 욕정이 지나치게 발동하고 과격한 행동으로 나타나게 되면 한 인간의 정결을 침해하게 된다. 욕정의 무질서한 충동과 발산은 성애적 쾌락을 무질서하게 원할 뿐 아니라, 문란할 정도로 탐닉하게 만든다. 성적 쾌락이 부부 일치와 자녀 출산과 무관한 행동으로 치닫게 되면 윤리 적 죄악에 빠지게 된다. 욕정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굴복하게 되면 성적 쾌락을 위해 생식기를 고의적으로 자극하는 자위 행위(自慰行爲, masturbatio seu pollutio voluntaria), 혼인하지 않은 남녀의 육체 결합인 사음(邪淫, , formicatio), 배우자에게 매인 이성과의 육체적 관계인 간음(姦淫, adulterium), 서로 혼인할 수 없는 친척이나 인척 이 되는 이성과의 육체적 관계인 근친상간(近親相姦, incestus), 거룩한 사람이나 물건 · 장소를 음행으로 더럽히는 독성(瀆聖, sacrilegium), 본래 남녀의 사생활 부분인 성 관계를 실제적으로, 또는 모방하여 고의로 제3자에게 보여 주는 춘화(春畵, pornografia), 성적 쾌락을 금전으로 사고 파는 매매춘(賣買春, prostitutio), , 여성의 정조를 억 지로 빼앗거나 처녀의 순결한 정조를 빼앗는 강간(强姦, raptus), 동성의 사람들에게 배타적이거나 우세한 성적 매력을 느끼는 남자끼리 또는 여자끼리 성적 관계를 갖는 동성애(同性愛, homosexualitas), 악마의 지독한 유혹을 받아 사람이 동물과 성적 결합을 갖는 수간(獸姦, bestialitas) 등의 죄에 떨어진다. 그리스도인은 모든 정결의 모범인 "그리스도를 새 옷 으로 입었다" (갈라 3, 27). 그렇기에 세례받은 자는 누구나 정결한 인간이 되라는 부르심에 초대받고 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각자의 신분에 알맞게 정결한 생활을 하도록 요청받고 있다. 모든 인간이 소유하고 있는 욕정은 지극히 자연적인 현상이며, 자연적인 욕망이다. 세상을 이어 갈 자녀 출산과 활기차고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에 따라 세상의 유구한 전통이 제시한 규범 아래에서 욕정은 적절하게 통제되어야 한다. (→ 성윤리 ; 악 ; 악덕 ; 정결 ; 죄종) ※ 참고문헌 《가톨릭 교회 교리서》3 · 4편,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1996, 2331~2359항/ 《가톨릭 사전》,p. 1032/ 윤형중, 《상해 천주교 요리》 中, 가톨릭출판사(1958 초판. 개정 초판), 1990, pp. 107~121, 357~358/ B. Haering, La legge di Cristo I , Morcelliana, 1972, pp. 96, 153, 448/ K.H. Peschke, Christian Ethics 1(김창훈 역, 《그리스도교 윤리 학》 1, 분도출판사, 1990)/ 一, Christian Ethics Ⅱ(김 창훈 역, 《그리스도 교 윤리학》 2, 분도출판사, 1992)/ Thomas Aquinas, Summa Theologica, Ⅱ- I , q. 30~34. 〔李容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