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δράκων · [라]draco · [영]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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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적인 용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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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적인 용의 모습.


전설에 등장하는 동물. [한국의 민간 신앙] 주로 농경 문화권의 민간 신앙에서 상서롭다고 일컬어지는 상상 속의 동물이다. 일상 생활에 자주 언급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경외의 대상 이 되는 강력한 권위와 힘을 상징하는 존재이다. 한글로 는 '미르' 라고 하는데, 이 말은 물[水]과 같은 어원을 갖 고 있다. 용은 물을 관장하는 신, 즉 수신(水神)을 지칭 한다. 용은 못이나 강, 바다와 같은 물 속에 산다고 여겨 진다. 풍어의 신이기도 한 용왕(龍王)이 산다고 여겨지 는 용궁(龍宮)은 바다 속에 있다고 상정된다. 용은 비나 바람을 일으키거나 몰고 다닌다고 여긴다. 용과 물의 상 관성은 한국 지명에 물과 관련하여 유난히 많이 등장하 는데, 용강(龍江) · 용담(龍潭) · 용소(龍沼) · 용정(龍 井) · 용지(龍池) · 용추(龍秋) 등의 지명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용을 위한 제사 장소도 모두 물가라는 점 역시 용 이 물의 신이라는 면을 보여 준다. 농경 문화와 용 신앙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풍농을 위해서는 물이 필요하고, 강우가 순조로워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사에 등장하는 깃발을 용기(龍旗)라고 한 다. 용은 물을 가져오는 존재이고 물을 관장하고 지배하 는 수신이며, 사귀(邪鬼)를 물리치고 복을 가져다 주는 벽사(酸邪)의 신으로 여겨져서 용신제 · 용왕굿 등이 행 해진다. 농경 민족에게 물은 생명처럼 소중하므로 가물 때에는 용신에게 기우제를 지내기도 하였다. 어로를 생업으로 삼는 어촌에서는 용왕굿을 지내 배의 무사고와 풍어를 빌기도 한다. 특히 풍어제는 동해안과 남해안 지 방의 별신굿과 서해안 지방의 배연신굿으로 대표된다. 용왕제는 바다뿐만 아니라, 강가나 마을 우물가에서도 지낸다. 이와 같은 굿거리를 샘굿 또는 우물굿이라고 부 르는데, 물이 마르지 않고, 맑은 물이 평평 솟아나기를 기원한다. 중국 황하(黃河) 상류 산서성(山西省)에 좁은 골짜기이면서 급류로 이루어진 용문(龍門)이란 유명한 3단 폭포가 있다. 이곳을 잉어가 뛰어오르면 용이 된다 는 이야기가 전해 온다. 사람도 난관을 통과하여 입신 출 세의 길이 열리면, 바로 이 용문에 올랐다는 뜻으로 등용 문(登龍門)이라고 한다. 현대 사회에서도 용은 길상(吉祥)으로서 큰 희망과 성 취를 상징한다. 용꿈을 꾸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기뻐하며, 어떤 일이든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용꿈은 태몽으로서 옛날이나 오늘이나 사내아이의 잉태나 크게 될 인물의 출생을 예고하는 의미로 해석된 다. 용이 승천하기 위하여 필요로 하는 여의주(如意珠) 는 여인의 체모를 나타낸다. 여인의 체모를 얻어야 승천 하는 용은 남성 또는 남근(男根)을 상징한다. 용이 승천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여의주를 얻어야 한다. 여의 주를 얻지 못하면 이무기로 남아 여의주를 얻을 때까지 기다린다고 한다. 이무기는 용이 되기 위해 기다리는, 혹 은 용이 되려다 못 된,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깊은 물 속에서 사는 구렁이로 상정되어 왔다. 용이 못 되고 오랫동안 이무기로 남아 있으면, 심술만 남아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고 여겼다. "못된 이무기 같다"는 속담은 심술사나운 사람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우리 나라 전통 인형극 꼭두각시에 등장하는 '이시미' 와 탈춤인 동래야유, 통영 오광대에 나오는 '영노' 는 이무기의 일종으로서 커다랗 고 특이한 뱀의 형태를 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이나 동물을 함부로 잡아먹는 악역을 맡고 있다. [동양 사상에서의 의미] 동양 문화권에서 용은 힘과 선의 수호자로 여겨진다. 중국에서 최고의 신성과 권위 를 상징하게 된 용은 한 중 · 일 삼국의 정신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용을 신격화하고 초월적인 존재로 만들어, 용이야말로 모든 살아 있는 동물의 근본이요 원조라 는 중국의 태종(太宗) 사상은 우리 나라에도 그대로 전해졌다. 그리하여 용은 왕권의 상징으로 응용되었다. 기 후의 조절이 농경에 절대적 역할을 하던 시기에 왕과 용의 결합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양자간의 동질성이 확 대되어 감에 따라서 왕과 관련되는 사물에 대해서 용을 적용시켰다. 임금의 얼굴은 용안(龍顔), 임금의 평상은 용상(龍床), 임금의 옷은 곤룡포(袞龍袍) , 임금의 즉위는 용비(龍飛)로 나타내었다. 조선의 국조 신화를 서술 하고 있는 <용비어천가〉(龍4御天歌)는 바로 여기서 나온 말이다. 용비어천가의 제1장에는 이성계가 건국하기 까지의 여섯 선조를 '해동 육룡' (海東六龍)으로 묘사하 였다. 용은 9가지 동물의 특징을 지닌 모습으로 그려진다. 사슴 뿔 · 매 발톱 · 개구리 배 · 잉어 비늘 · 호랑이 발바닥 · 뱀의 목 · 토끼 눈 그리고 암소 귀 등이다. 이때 '아흡' 이라는 숫자는 특히 동양에서 완전수(完全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용은 모든 동물이 가진 최상의 능력을 두루 갖추고 있으며, 구름과 비를 만들고, 땅과 하늘에서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는 존재로 믿어져 왔다. 또한 자기 몸을 자유 자재로 크게도 작게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용은 대체로 짙은 안개와 비를 동반하면서 구름에 싸여 움직인다. 우리 나라에서는 불교가 삼국 통일 이래 호국 신앙으 로 발전함에 따라서, 용은 불교의 팔부중(八部衆)의 하 나로도 발전하였다. 즉 국가를 수호하는 신장(神將)으로 용이 상정되었다. 《삼국유사》에는 용의 출현이 20회나 보도되고 있다. 그때마다 국가의 운명과 위대한 인물의 탄생이나 죽음 등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나거 나, 농사의 풍흉, 민심의 향배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시기였음을 알 수 있다. 이때 등장하는 용의 발톱은 7개 로써 자주적 국가의 상징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용은 국 가적 위기에 출현하여 나라를 구한 존재로 묘사되고 있 다. 예를 들면, 신라 문무왕의 수중릉인 대왕암 이야기는 왕이 죽어서도 바다의 신, 해룡(海龍)이 되어 나라를 수 호한다는 이야기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용을 모시 는 절도 많았다. 신라의 황룡사(皇龍寺)나 백제의 미륵사가 대표적인 예이다. [서양 사상에서의 의미] 서양에서 신화나 전설에 등장 하는 용은 대체적으로 몸집이 대단히 크고, 박쥐와 유사 한 날개를 달고 있으면서, 입으로는 불을 뿜고, 가시가 나 있는 꼬리를 단 도마뱀 또는 큰 뱀의 형상으로 묘사되 고 있다. 용을 뜻하는 그리스어 '드라콘' (δράκων)은 본 래 큰 뱀, 바다뱀을 의미한다. 이 단어의 어원은 "본다"라는 뜻을 가진 '데르코마이' (δέρκομαι)라는 동사로 추 측된다. 이 동사로 인해 용은 "예리한 눈을 가진 관찰자"로 여겨졌고, 사원이나 성스러운 장소를 보호하고 지키 는 존재로도 여겨졌다. 뱀의 변형으로 보는 용은 동서의 종교나 민간 신앙, 신화 그리고 풍습 등에서 매우 엇갈리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체적으로 유목을 배경으로 하는 이동형 문화권에서는 뱀이 부정적으로 여겨진다. 뱀은 유목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목초지를 해치고 유목민들이 말을 타고 이동할 때에 미끄러지도록 만드는 성가시고 해로운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중동 지방의 관념을 받아들여 서양에서도 대체적으로 뱀이나 용을 악의 화신으로 받아들였다. 가나안의 신 바알(Baal)은 로탄(Lotan)을, 그리스의 제우스 (Zeus)는 티폰(Typhon)을 물리친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도 용이 괴물로 등장한다. 수메르의 신 니나르 (Ninarta)는 아삭(Asag)이라는 괴물을 무찌른다. 히타 이트의 천둥신은 일류양카스(Illyuyankas)와 싸워 이기며, 아카디아(Akadia)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괴물 티아마트 (Tiamat)는 자기 주변에 11마리의 용을 거느리고 있었던 것으로 묘사된다. 선신 마르둑(Marduk)은 이 용들과 티아마트를 함께 쳐부순다. 이 모든 이야기들에서 용은 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여기서 물은 무질서하고 혼란스 럽고 파괴적인 성질을 가지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은혜롭고 생명을 주는 요소로 여겨진다. 결과적으로 용에 관한 신화는 두 가지 기본적 형태를 지닌다. 첫째, 용은 가물 때에 사람들이 매우 필요로 하는 물을 움켜쥐고 있다가 영웅에 의하여 제압당하고 물을 놓아준다. 둘째, 용은 거칠고 파괴적인 바다의 힘과 홍수를 의인화한다. 용은 신들에 의하여 처치되고 질서는 다시 회복된다. 두 경우에 모두 용에 대한 승리는 인간에게 복을 가져다 준다. [성서에서의 의미] 구약성서에 나오는 괴물들은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레비아단(לִוְיָתָן), 욥기 3, 8 : 시편 74, 14) · 라합(רַהַב, 욥기 9, 13 : 26, 12 : 시편 89, 10)· 얌(יָם) 즉 바다(욥기 7, 12) · 탄닌(תַּנִּין) 즉 바다 괴물(창 세 1, 21 ; 시편 148, 7) · 바산(בָּשָׁן) 즉 바다뱀(시편 68, 22) 등이다. 이러한 구절들에서 용은 무질서한 바다의 모습을 드러낸다. 야훼는 이렇게 원초적으로 무질서한 물에 대하여 절대적인 지배권을 행사한다. 예언서에서 무질서한 괴물은 야훼와 그의 백성을 헛되이 거슬리는 모든 적대적인 세력들을 지칭한다. 파라오(에제 29, 3 : 32, 2) 혹은 바빌로니아의 왕(예레 51, 34)이 그들이다. 유대교 메시아 사상에서는, 메시아가 나타나기 전에 이 괴물들이 하느님의 뜻에 의하여 제압당할 때까지 요동칠 것으로 묘사된다. 요한 묵시록은 신약성서에서 용에 관 한 구약 성서의 전통을 계승한 유일한 책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늙은 뱀은 용의 성서적 상징이다(묵시 12, 9 20, 2). 그리스 신화의 히드라처럼 여러 개의 머리를 가진, 어두움과 무질서를 상징하는 악마와 사탄으로 묘사된다. (→ 뱀) ※ 참고문헌  일연, 《삼국유사》 박경신, 《동해 안별신 굿무가》, 국학원, 1996/ 《한국의 굿-옹진 배연신 굿》, 열화당, 1986/ 이윤석, 《용비어천가》, 효성여자대학교, 한국전통문화연구소, 1992/ G. Elliot Smith, The Evolution ofthe Dragon, New York, 1919/ Barbara Renz, Der orientalische Schlangendrache, Augsburg, 1930/ Mircea Eliade, Patterns in Comparative Religion, New York, 1958/ L.F. Hartman, 《NCE》 4, pp. 1032~1033/ Jacques Le Goff, Ecclesiastical Culture and Folklore in the Middle Ages : Saint Marcellus of Paris and the Dragon, Le Goffs Time, Work and Culture in the Middle Ages, Chicago, 1980, pp. 159~188/ Bruce Lincoln, Priests, Warriors, and Cattle : A Study in the Ecology ofReligions, Berkeley, 1981/ Cristiano Grottanelli, 《ER》4, pp. 431~436. [朴日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