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격

位格

[그]πρόσωπον · [라]persona · [영]p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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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과 인간을 이해하는 중심 개념으로써 개별적이고 유일회적인 '개체' (個體, das Individum)를 의미하며, '인격' (人格)이라고도 한다. 이 용어는 신론(神論)과 인간론(人間論)에서 핵심 개념이다. 먼저 위격은 신학에서 신론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규정되고 확정되었다. 이 단 어가 후에 철학에서 인간론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수용되었다. 그래서 신론에서는 '위격' 으로, 인간론에서는 인격' 이란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위격이라는 말은 '개별성' (個別性, Individualiat)과 '공동성' (共同性, Kommu-nität)을, 다른 한편으로는 '유한성' (有限性, Endlichkeit)과 '무한성' (無限性, Unendlichkeit)을 서로 '혼합하지 않고' (inconfuse, unvermischt) 서로 '분리하지 않고' (indivise, ungetrennt) 하나의 의미로 내포하는 것이다.

[어원과 정의] 위격의 어원(語源)은 그리스어로 프로소폰' (πρόσωπον)이며, 라틴어로 '페르소나' (persona)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라틴어 '페르소나' 에서 어원을 찾는다. 어떤 사람들은, 라틴어 '페르소나' 가 '페르 세우나 (per se una) 즉 그 자체로 하나인 것' 이라는 어원에서 나왔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페르소나' 라는 단어는 하나의 '단일성' (單一性, Einheit) 하나의 '개체성' (個體性, Individualität)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위격은 개별적인 '개체' 를 의미한다. 일반적인 '공동체' (共同體)를 배제한 개별적인 '개체' 를 뜻하는 것이다.

또 다른 사람들은, 라틴어 '페르소나' 가 '페르-소나레' (per-sonare) 즉 '~을 통해서 울려 나오다' 라는 어원에서 나왔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페르소나' 를 탈' 내지는 '가면' (假面)과 연결시켜 이해한다. 광대들은 탈을 쓰고, 그 '탈' 을 '통해서' 자기 자신의 말이 아니라, 자기가 연출하고 있는 다른 사람의 말이 '울려 나오게'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위격은 하나의 '역할' (役割, die Rolle) 또는 하나의 '기능' (技能, die Funktion)이 된다. 따라서 위격에서 유일회적인 '개체' 는 사라져 버리고, 군중이 모인 하나의 '집단' (集團) 또는 '전체' (全體)만이 남게 된다. 로마의 철학자 보에시우스(A.M.T.S. Boetius, 470/ 4757~524)가 역사상 처음으로 위격 개념을 정의하였다. 그에 의하면 "위격이란 이성적 본성(理性的本性)의 개별적 실체이다" (Persona est individua substantia naturae rationalis) 그리고 생 빅토르의 리카르도(Richardus a Sancto Victore, +1173)는 그 말을 조금 변경하여 "위격은 이성적 본성의 서로 나누어 가질 수 없는 존재이다"(Persona est intellectua-lis naturae incommunicabilis existentia)라고 정의하였다.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5~1274)는 전자를, 스코투스(Johannes Duns Scotus, 1265/1266~1308)는 후자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러한 전통적 정의들은, 위격이 갖는 개별성과 공동성을 설명하기는 하지만, 유한성과 무한성을 전혀 감안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부족한 정의에 불과하다. 결론적으로 위격이라는 개념은, 한편으로 개별성과 공동성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유한성과 무한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개념이다.

[개념의 형성] 신적 위격 : 신적 위격(神的位格, persona divina)이란 신학에서 신론, 즉 삼위 일체론과 그리스도론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규정되고 확정된 개념이다.

① 삼위 일체론 : "하느님은 한 분이시다" . 그리고 "오직 한 분뿐이시다" 그러나 이러한 하느님은 '아버지' [聖父], '아들' [聖子], '성령' (聖靈)이라는 세 분으로 있다. 이것이 그리스도교의 계시 진리 혹은 신앙 진리이다.

한 분' 이며 동시에 '세 분' 인 하느님을 이해하기 위한 어려움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신론에 '본성' (本性, natura)과 위격이라는 개념이 채택되었다. 그리하여 하느님이 '한 분' 인 근거는, '본성' 이 '하나' 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하느님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 '세 분' 으로 계신 근거는, 위격이 셋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그 결과, 하느님은 '본성' 에 있어서는 하나이다. 그리고 그 자체로 하나인 하느님의 본성은, 위격에 있어서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셋이라는 그리스도교 신론의 정식(定式)이 형성되었다. 제1차 니체아 공의회 (325)와 제1차 콘스탄티노플 공의회(381)에서는 이러한 정식을 교회의 가르침으로 공식적으로 받아들였다. 결국 삼위 일체론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위격 개념은 그 속에 개별성과 공동성을 동시에 지니게 되었다.

② 그리스도론 : 예수 그리스도가 하느님인가 사람인가라는 문제는 오랜 토론과 논쟁을 불러일으킨 문제였다. 다시 말해서, 예수 그리스도는 '신성' (神性, natura divina)만을 지니고 있는가 아니면 '인성' (人性, natura humana)만을 지니고 있는가 라는 문제가 오랜 토론과 논쟁의 주제였다. "예수 그리스도에게는 '신성' 과 '인성'이라는 '두 개' 의 '본성' 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두 본성 을 '하나' 의 위격이, 즉 삼위 일체 속에 있는 '성자' 라는 위격이, 서로 '혼합하지도 않고' 서로 '분리하지도 않고 하나로 묶여져 있다" . 그리하여 "한 분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참된 하느님이고 참된 사람이시다" 라는 정식이 형성되었다. 니체아와 콘스탄티노플 공의회와 칼체돈 공의회(451)는 이러한 정식을 교회의 공식적 가르침으로 수용하였다. 그리스도론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위격 개념은, 그 속에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 으로부터 따라오는 무한성과 예수 그리스도의 '인성' 으로부터 오는 유한성을 동시에 지니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삼위 일체론과 그리스도론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위격이라는 개념은, 그 속에 개별성과 공동성, 유한성과 무한성을 동시에 지니게 되었다. 이러한 위격 개념은 하나의 고정된 '정태적 실체' (靜態的實體) 개념보다는 하나로 어우러져 생기는 '역동적 관계' (力動的關係) 개념이 더 강조된다.

인간적 인격 : 인간은 곧 '인격' 이다. 인격을 '가진' (hat) 것이 아니라, 바로 인격 '이다' (ist). 그런데 '인간적 인격' (人間的人格, persona humana)이라는 개념이 갖고 있는 '인격' 이라는 말의 역사적 기원은, '신적 위격' 개념이 내포하고 있는 위격 즉 '페르소나' 의 개념에서 유래한다. 따라서 '인간적 인격' 이라는 말 역시, '신적 위격'과 같은 개념을 내포한다. 즉 '개별성' 과 '공동성' 그리 고 '유한성' 과 '무한성' 을 동시에 지니는 개념이다.

① 개별성 : '인간적 인격' , 즉 '인격' 은 '개별성' 을 지닌다. "나는 나다" (IchbinIch). 그리고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니다" (Ich bin nicht der Andere)라는 것이다. 인격은 개별성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그것은 '집단성' 또는 '공동성' 속에서 해소될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인격은 '전적으로' 그리고 '철저히' 개별성을 지닌다.

② 공동성 : 인격은 '하나의 자기 자신' 속에 갇혀 있는 '폐쇄 존재' 가 아니라, '하나의 자기' 밖으로 향해 열려있는 '개방 존재' 이다. '개별성' 을 지닌 인격은 '공동성'을 향해 열려 있다. '세계' (世界, Welt)를 향해 그리고'다른 사람' 즉 '다른 인격' (die andere person)을 향해 개방되어 있다. 그리하여 인격은 세계가 이러저러한 구체적인 '모습' 을 지니도록 만들어 간다. 그리고 세계가 이러저러한 구체적인 '형태' (形態)를 지니도록 손질해 나간다. 인격은 다른 사람 즉 '다른 인격' 을 '너' (Du)라고 부르면서 '얻어 만난다' (begegnen). 이처럼 인격 속에서는 개별성과 공동성이 함께 내포되어 있다.

③ 유한성 : 인격은 '한정' 되어 있고 '제한' 되어 있다. 우선 인격의 개별성 그 자체가 하나의 '한정성' (限定性) 내지는 '유한성' 을 의미한다. "나는 나이며, 다른 사람이 아니다"라는 사실이 이미 나의 '한정성' 혹은 '유한성'을 말해 준다. 그리고 비록 내가 내 '자유' 를 가지고 세계가 이러저러한 모습을 지니도록 '만들어 간다' 할지라도, 또 다른 사람과 '얻어 만난다' 할지라도, 내 '자유'는 '한정되어' 있고 '제한되어' 있다. 내 자유는 일정한 한도 내에서 '~로부터의 자유' (Freiheit von···)이다. 나는 결코 모든 강요로부터 '절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나는 결코 모든 것을 다할 수 있을 정도로 '절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처럼 인격은 유한성을 지닌다.

④ 무한성 : '한정되어 있는' 그리고 '조건 지워져 있는 자유가 '한정되어 있지 않은' 그리고 '무조건적인' 요구를 얻어 만나게 된다. "오직 너만이 행할 수 있는 그것을 행하라. 그리고 네가 아니고서는 아무도 네 대신 행할 수 없는 그것을 행하라" (Tue, was nur du tun kannst und was an deiner Stelle eben niemand tun könnte)라고 하는 준칙' (準則, Maxime)이 '무조건적' 으로 혹은 '무한정적' 으로 내게 다가온다. 이러한 요구 즉 '조건 지워지지 않은 요구' 앞에서 '조건 지워진 자유' 가 그리고 '무한한 요구' 앞에서 '유한한 자유' 가 응답할 때, '한정성' 은 하나의 '무한정성' 을, '유한성' 은 '무한성' 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바로 여기서 인격의 '유한성' 은 하나의 '무한성' 을 지니게 된다. (⇦ 인격, 신학에서의 ; → 그리스도론 ; 삼위 일체론)

※ 참고문헌 M. Müller, Erfahrung und Geschichte, Freiburg · München, 1971/ 一, Philosophische Anthropologie, hrsg. von W. Vossenkuhl, Freiburg · München, 1974/ T. Kobusch, Die Entdeckmg der Person, Freiburg · Basel · Wien, 1993/ R. Spaemann, Personen, Stuttgart, 1996/ C. Valverde, Der Mensch als Person, Paderborn, 1999/ J. Heinrichs . K. Stock, 《TRE》 26, PP. 220~231/ A.G. Wildfeuer . G. Greshake, 《LThK》 8, 1999, pp. 42~50. 〔鄭達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