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령 기도

慰靈祈禱

[라]Preces pro defuncto · [영]Prayer for the d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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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바치는 기도. 우리 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연도' (煉禱)라고 불러왔다.
교회는 설립 초기부터 신자가 죽으면 그를 위한 여러가지 전례 행위들을 하였다. 박해 상황이었던 초대 교회 때, 죽음을 '천상 탄일' 이라는 뜻으로 '생일' (Dies na-talis)이라고 부를 만큼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부활 신앙에 충실하였으며, 죽은 이들이 영원한 생명에 참여한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죽은 이를 위해 여러 가지 전례와 기도가 바쳐졌다는 기록은 2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역 사] 성서 : 구약성서에서 가장 오래된 죽은 이를 위한 위령 기도는 마카베오서에서 발견된다(2마카 12, 39-45). 유다 마카베오는 기원전 163년경 독립 전쟁에서 전사한 이들을 위한 속죄의 제사와 기도를 바친다. 전사한 이들의 옷에서 얌니아의 우상이 부적으로 발견되었기 때문에 속죄의 기도를 바친 것이며, 죽은 이들의 부활을 청하는 기도이므로 본래적인 의미의 위령 기도라고 하겠다. 신약성서에서는 사도 바오로가 "주님께서 그 날에 그가 주님으로부터 자비를 얻게 해 주시기를 법니다"라는 내용으로 오네시포로라는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 구절(2디모 1, 18)이 유일한 위령 기도이다.
교부 시대 : 사도 시대의 문헌에는 위령 기도의 흔적이 분명하게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나 2세기에 이르러 죽은 이들의 무덤 위에 세워진 비문 등에서 그들을 위한 기도의 흔적이 발견된다. 교부 테르툴리아노(Tertullianus, 160~223)의 211년경의 작품(CCL2, 1243)에서 공적으로 바치는 위령 기도가 발견된다. 여기서 테르툴리아노는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죽은 이들의 매년 기념일에 드리는 기도문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러한 기도가 오랜 전통이라고 말한다. 또한 히폴리토 (HIppolytus, 170~236)는 죽은 이를 위한 미사 중에 사용되던 기도문을 소개한다 (Canones Hippolyti 33. 1. 169). 아르노비오(Amobius, ?~327)는 그리스도교 신자들의 모임에서 사용된 것으로 여겨지는 산 이와 죽은 이들을 위한 평화와 용서를 청하는 기도문을 전하고 있다(CSEL4, 171). 4세기에 사용되던 위령 기도에 관한 증언들은 많이 발견된다. 에우세비오(Eusebius Caesariensis, 260/265?~339)의 증언에 따르면, 콘스탄틴 대제가 죽은 뒤 시신을 제대 앞
에 모시고 신자들이 그의 영혼을 위해 기도했다고 한다 (《콘스탄틴의 생애》 4. 71). 예루살렘의 성 치릴로(Cyrilus, 315~386)도 당시 사용하던 미사 기도문 중에 죽은 이들을 기억하는 부분이 있음을 증언한다(Cathechesi mista-gogiche 23, 9-10). 그는 산 이들과 죽은 이들의 죄를 대 신해서 그리스도가 희생됨으로써 하느님의 자비가 드러났음을 이 위령 기도 안에서 상기시킨다. 성 에피파니오 (Epiphanius, 315~403)도 죽은 이들을 위한 기도의 유익함에 대해서 역설하였다(Panarion 75. 7. 1-5). 밀라노의 주교 성 암브로시오(Ambrosius, 339~397)는 자신의 형제의 사망 주기를 맞아 379년에 장엄하게 미사를 집전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PL 16, 1315~1316). 성 요한 그리소스토모(Joannes Chrysostomus, 344/354?~407)는 죽은 이를 위한 미사, 위령 기도와 죽은 이를 위한 자선 행위 등은 하느님의 자비를 얻기 위한 방법으로 사도로부터 내려오는 전통이라고 가르치고 있다(Homilia 3).
성 아우구스티노(Augusinus Hipponensis, 354~430)는 5세기 초엽의 전통을 확인시켜 준다. 그는 죽은 이를 위한 기도의 효용을 강조하기 위하여 마카베오서 12장 43절을 인용하면서, 당시 교회에서 행해지고 있던 위령 기도의 중요성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중세 이후 : 위령 기도는 교회 안에서 널리 사용되었다. 1274년 제2차 리용 공의회는 위령 기도의 유익함을 공식적으로 전 교회에 선포하였다. 이는 연옥(Purga-torium) 교리의 확산에서 기인한 것으로, 위령 기도가 미사, 자선 행위와 함께 연옥 영혼의 구원을 위한 매우 중요한 수단이라는 것이다(DS 856). 이러한 교회의 공적인 선언은 피렌체 공의회(1439)에서 재확인되었다(DS 1304).
또한 대사(Indulgentia)에 대한 교의의 발전으로 인해 위령 기도는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었다. 1476년에 교황 식스토 4세(1471~1484)는 위령 기도를 통해서 연옥 영혼에게 대사의 은혜를 전달할 수 있다고 선포했다(DS 1398). 더 나아가 이 대사를 통하여 연옥 영혼들이 더 높 은 곳으로 올려질 수 있다고 선포했다(DS 1407). 대사에 관한 종교 개혁자들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는 연옥의 존재를 다시 확인하였다. 그리고 연옥 영혼들이 열심한 신자들의 기도를 통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특히 제대에서의 희생 제사, 즉 미사를 통해서 더 그렇다고 선포했다(연옥에 대한 교령 1563. 12. 3 ; DS 1820). 1840년에 교황청 대사성성(Sacra Congregatio In-dulgentiarm)은 논란 중에 있는 대사의 개념을 분명히 하기 위하여 교회가 하느님께 청하는 기도로서의 대사와 영혼이 받게 되는 효과를 명백하게 구분했다(DS 2750) . 하느님께 봉헌되는 기도로 충만한 대사는 연옥 영혼을 구원하기에 충분하지만, 연옥 영혼의 구원은 전적으로 하느님의 선택과 의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신학적 근거] 죽은 이를 위한 위령 기도를 신학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교리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모든 성인의 통공에 관한 교리"이며, 다른 하나는 "하느님의 계획 안에서 인간의 활동에 관한 교리"이다. 모든 성인의 통공에 대해서 교황 레오 13세(1878~1903)는 회칙 <미래 카리타티스>(Mirae caritatis, 1902. 5. 28 ; DS 3363)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성체성사를 통해 더욱 깊어지고 강해지며 살아 있는 사람들끼리 나누는 사랑이라는 은총은 모든 성인의 통공 안에 머무르는 모든 이들에게 흘러 넘친다. 다시 말해서 기도 · 도움 · 헌신 · 호의 등과 같은 신자들의 나눔은 하느님 나라에 이미 다다른 사람들과 아직 연옥 단련을 받는 사람들, 그리고 지상의 순례 중에 있는 사람들이,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통해 사랑이 넘치는 살아 있는 단일 공동체 안에 머무른다는 증거이며 이것이 바로 모든 성인의 통공인 것이다." 하느님은 자신의 선하심을 고립되어 있는 개개인의 존재에게 나눠주기보다는, 그리스도 안에서 몸소 만들어 주신 그리스도인들의 공동체 안에서 더욱 풍요하게 나눠 준다는 것이다. 또한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근본적
으로 이러한 공동체에 기꺼이 속하겠다는 결심인 것이다. 그리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행하는 모든 사랑과 희생의 행위는 이렇게 공동체적 차원으로 승화되는 것이다. 따라서 산 이들이 바치는 죽은 이들을 위한 위령 기도의 의미가 공동체적 차원으로 충만해지는 것이다.
하느님의 계획 안에서 인간의 하느님 나라를 위한 투신이라는 측면 또한 위령 기도를 지지해 준다. 하느님은 하느님 나라를 독단적인 의지(Fiat)로 마련하시지는 않으며, 피조물의 도움을 통해서 이룩하기를 원하고, 피조물의 활동을 통해서 자신의 의지를 세상에 드러낸다. 그러나 때가 오면 하느님은 세상을 심판하러 오실 것이다. 이 심판 때에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와 함께 묻혔다가 다시 살아난 사람(로마 6, 4)은 누구든지 천국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례를 받은 사람은 그에 걸맞은 삶을 살아야 한다. 세례를 받은 후에 다시 죄를 지은 사람은 그 죄의 탓을 씻을 수 있어야 천국에 갈 수 있다. 죄인으로서는 천국에 바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리스도의 희생을 통해 죄를 씻고 죄의 탓까지 벗어 버려야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맺을 수 있고, 그때야 비로소 천국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죽은 후에 인간은 자신의 구원을 위하여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세례 후에 범한 죄를 씻고 정화되기 위해서는 연옥에서 단련을 받아야 할 뿐이다. 하느님은 자신의 구원 계획 안으로 모든 인간을 초대하신다. 그러므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이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죽은 이를 위해 바치는 희생과 자선, 기도를 외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의 아들까지도 십자가에 죽게 하신 하느님의 자비와 그분의 구원 계획이 산 이와 죽은 이 모두에게 유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구원 계획 안에서 살아 있는 이들의 협조를 외면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살아 있는 이들의 위령 기도는 죽은 이들에게 힘이 되는 것이다. [위령 기도의 내용과 우리 나라 고유의 위령 기도인 연도] 로마를 중심으로 교부 시대에 사용되었던 위령 기도는 여러 편의 시편과 찬미가와 후렴으로 구성되었다. 이러한 로마의 전례가 8세기에 갈리아를 비롯한 서방 전례 전체에로 확산되었고, 9~10세기에 이 기도는 죽은 이를 위해 바치는 공동체의 밤샘 기도 형태로 발전되었다. 그리고 이 밤샘 기도의 독서로는 욥기가 채택되었다. 트
리엔트 공의회 이후인 1614년에 간행된 《로마 예식서》 (Rituale Romanum)는 이전의 위령 기도를 편집하여 예식서와 시간 전례서에 삽입하였다. 그리고 이 위령 기도는 《소성무일도》(Breviarium romanum)가 편찬되면서 더욱 내용이 풍부해졌고, 죽은 이를 위한 기도도 더욱 다양하게 만들어졌다. 저녁 기도와 밤샘 기도, 아침 기도와 소시간 경들 외에도 <층계송을 위한 시편들>, <성인 호칭 기도와 함께 부르는 7편의 시편(6, 31, 37, 50, 101, 129, 142)들>이 첨부되었으며, <영혼을 맡겨 드리는 예식>(Ordo co-mmendationis animae)도 보충되었다. 이 <영혼을 맡겨 드리는 예식>은 간단한 성인 호칭 기도(Litania)와 영혼의 용서와 하느님 나라의 입성을 청하는 기도로 구성되어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새로 나온 위령 기도는 두 가지로 나눠진다. 첫째는 《장례 예식서》에 수록되어 있는 위령 기도로서 전통 예식서 중에서 몇 편의 시편(129, 22, 113)들을 발췌하여 밤샘 기도와 입관 기도를 담고 있다. 이 밤샘 위령 기도는 시편 기도와 함께 독서를 배치 함으로써 말씀의 전례 형태로 거행할 수 있게 배려하였다. 둘째는 시간 전례서에 수록된 위령 시간 전례이다. 이 위령 시간 전례는 시간 전례서의 개정 기준에 맞춰 통상 시간 전례와 같은 형식으로 개정되었다.
우리 나라에서는 현재 "연도" 라고 불리는 위령 기도를 널리 사용하고 있다. 이 연도는 시편 129편과 50편, 성인 호칭 기도 및 찬미 기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트리엔트 공의회 이후 간행된 《로마 예식서》의 <성인 호칭 기도와 함께 부르는 7편의 시편>, <영혼을 맡겨 드리는 예식> 등에서 시편과 기도문, 호칭 기도 등을 발췌하여 편집한 것으로 여겨지며, 특히 우리 나라 특유의 음률로 널리 노래되고 있다. 이러한 음률은 전통의 곡(哭) 음률과 그리스도교의 기도문이 절묘하게 합쳐진 것으로 토착화의 모습을 보여 주는 좋은 예라고 하겠다. (⇦ 연도)

※ 참고문헌  J.H. Wright, 4 pp. 671~673/ H. Leclercq, 《DACL》 1, pp. 68~75/ B. Botte, Les plus anciennes formules de prière pour les morts, La maladie et la mort du chrétien dans la liturgie, Roma, 1975, pp. 83~99/ M. Muccioli, Le esequie cristiane nella Chiesa del primi tre secoli, Bologna, 1969/ G. Rowell, The liturgy of christian Burial, London, 1977/ V.K. Owusu, The Roman Funeral lituugy : history, celebration and theology, Nettetal, 1992/ R. Rutherford, The Death ofa Christian ; The order of Christian funerals, Collegeville, 1990. [李完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