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

類比

[그]αναλογία · [라]analogia · [영]ana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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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단어가 여러 가지 서로 다른 대상들에 대해서 완전히 동일한 말뜻(univocatio, 一義的)으로 언표되지 않으면서, 또한 이름만 같고, 이름과 연결되어 있는 뜻이 완전히 다른 방식(aequivocatio, 多義的)으로도 사용되지 않는 중간적인 단어 사용 방식을 말한다. [개념의 유래와 원천] '유비' 이란 용어의 어원인 그리 스어 "아나로기아" (αναλογία)는 본래 피타고라스 학파 에서 개발된 수학적인 개념으로, 셋 이상 수의 관계들(산 술적 · 기하학적 · 조화적 유비 등)을 표현하기 위해서 사용되었다. 수학에서 사용되던 이 세 가지 사항들을 포함한 유비 개념은 플라톤(Platon, 기원전 428/427~348/347)에 의 해 우주의 구성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다(《티마이오스》). 이 개념이 학문적으로 발전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학자는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기원전 384/383~322/ 321)이다. 그는 더욱 넓은 개념으로 네 가지 사항을 포함한 유비와 후대에 널리 발전되게 될 다양한 형태의 근원들을 제시했다. 즉 그는 《범주론》(Categoriae) 첫머리(I, 1)에서 동명 동의어(일의성) · 동명 이의어(다의성) · 파생어 등 다양한 단어들의 용례를 보여 주었다. 또한 《궤변 론》에서는 다의성에 의해서 생겨날 수 있는 다양한 오류 들을 관찰하면서 '의도적인 다의성' (aequivoca a consilio) 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였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는 《형 이상학》(Metaphysics)에)에서 존재[有]가 일의적이거나 다의 적으로 다양한 사물들에 사용되지 않고, '하나와 관련된 (pros-hen) 진술' 을 통해서 사용된다고 주장하였다(Ⅳ, 12). 이 진술의 특징은 한 단어가 어떤 대상에게는 선차적 으로 사용되고, 다른 것들에게는 후차적으로 이 기본 대상(제1 유비자)과의 관련 속에서만 사용된다는 것이다. 즉 '건강' 의 경우 선차적으로 '동물' 이나 '사람' 에게 사 용되지만, 이 동물이 건강하다는 표징인 '혈색' 이나, 건강하도록 만들어 주는 원인이 되는 '음식' 등에도 부차 적으로 사용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또한 《윤리학》에서 교환 정의와 분배 정의를 설명할 때(I,4)나 동물들의 다 양한 기관이 지닌 유사성을 설명할 때 '비례적 유비' (a:b =c : d)라는 개념을 적용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 자신은 이 마지막의 비례적 유비만을 '아나로기아' 라고 하였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의미가 점점 확대되었다. 특 히 아리스토텔레스를 서방 세계에 소개해 주었던 아랍의 철학자들(아비첸나 · 알가젤 · 아베로에스 등)에 의해서 서방 스콜라 철학자들에게는 그 의미가 매우 넓어진 '유비' 개념이 전수되었다. [개념의 적용 분야 및 변형] 중세에 들어와서 할레의 알렉산데르(Alexander Halesis, 1185?~1245)와 베이컨(R. Bacon) 등 다양한 학자가 유비 개념을 사용했지만, 유비 개념에 학문적인 특별한 의의를 부여한 학자는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41225~1274)이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아랍 철학자들에 의해서 확장된 유비 개념, 즉 '하나에로의 진술' · '비례적 유비' . '의도 적인 다의성' 을 모두 포괄하는 넓은 의미로 유비 개념을 사용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전통에 따라 윤리학 분야 에서 비례적 유비를 사용한 것을 제외하면, 토마스 아퀴나스가 유비 개념을 사용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하느님 께 대한 진술이 어떻게 가능하며, 인간의 제한된 인식 능 력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오류를 어떻게 피할 수 있는 가?" 라는 질문에서이다. 그는 피조물에게 적용하여 사용하는 단어와 하느님께 적용하여 사용하는 단어가 일의적 이라면, 하느님의 초월성이 위협을 받게 되어 범신론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하였다. 반면 만일 완전히 다의적이 라면 하느님께 대해서 어떤 진술도 불가능해져 불가지론 에 빠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토마스 아퀴나스는 제3의 길로써 유비적인 방식이 인간이 하느님에 대해서 올바로 진술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이라고 하였다(《신학 대전》 I, 13, 5). 토마스 아퀴나스는 또한 이 유비라는 진술에 도 다양한 방식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끊임없이 더 적합한 방식을 찾기 위해 노력하여야 함을 강조하였다( I . 13, 6). 토마스 아퀴나스는 하느님에 대한 진술에서 유비 개념을 사용하였으나, 후대의 연구가들은 유비적인 언어 사 용의 기본이 되는 형이상학적인 근거를 탐구하였다. 특히 토마스 아퀴나스의 주석가로 가장 큰 명성을 떨쳤던 토마스(Thomas de Vio, 1469~1534) 추기경은 《명사들의 유 비에 대하여》(De nominum analogia)라는 저서에서 유비적 인 개념 없이는 아무도 형이상학을 논할 수 없다고 주장 하였으며, 토마스 아퀴나스의 유비 개념 사용 방식을 이론적으로 정립하였다. 그는 유비를 부적합한 유비(analogia inequalitatis) · 의속적 유비(analogia attributionis) · 비례 적 유비(analogia proportionalitatis) 등의 세 종류로 구분하 고, 비례적 유비가 가장 기본적인 유비라고 주장하였다. 주석가로 유명했던 토마스 추기경의 명성 때문에 이런 입장은 수세기 동안 정설로 받아들여졌으나, 20세기 초 반에 유비에 대한 연구가 재개되면서 많은 학자가 그의 해석이 토마스 아퀴나스의 본래 의도와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연구 동향 및 의의] 토마스 아퀴나스의 전통을 따르 는 많은 학자들은, 토마스 아퀴나스가 다양한 저서에서 산발적으로 언급했던 내용들을 모아 '존재의 유비' (analogia entis)라는 이론을 발전시켰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유 비 개념에 대한 저서를 저술하거나 특정한 체계화에 노력한 적이 없었으나, 후대 학자들이 형이상학적인 근거 정립을 위해 토마스 아퀴나스가 즐겨 사용했던 '분유' (participatio) 이론을 발전시켜 학설로 정립한 것이다. 이미 중세 철학 융성기에 스코투스(Johannes Duns Scotus, 1265/1266~1308)와 같은 학자가 존재의 유비성에 반대하여 '존재의 일의성' 을 주장한 바 있지만, 존재의 유비 이론은 토마스 아퀴나스 사상을 추종하는 많은 학자들에게 중요한 학문적 기반을 제공하였다. 일부 신학자들이 존재의 유비설에 대해 지나치게 강조하자, 이에 반발한 프 로테스탄트의 대표적 학자인 바르트(K. Barth, 1886~1968) 는 '신앙의 유비' (analogia fidei)라는 용어로 변형시켜 피 조물의 완전성으로부터 하느님께로 접근해 가는 자연 신학적인 방식에 대해서 신랄히 비판하기도 하였다. 유비란 그 근원적인 의미에서 볼 때, 어떤 것을 인식하 거나 형이상학적 근거를 찾기보다는, 한 단어의 올바른 사용을 강조하는 언어 철학적인 개념이다. 유비 개념은 바로 하느님에 대해 진술하고 학문적인 토론을 할 때, 인 간의 언어가 지닌 근본적인 제약성을 지적하기 위한 가 장 훌륭한 수단이다. 토마스 아퀴나스가 시도한 바와 같 이 언어의 제약성을 자각하면서도 그 부족한 점을 끊임 없이 수정하면서 올바른 진술 가능성을 새롭게 찾아 나가려는 자세야말로 오랜 유비 개념에 관한 토론의 역사로부터 배워야 하는 내용인 것이다. ※ 참고문헌  박승찬, <유비 개념 발전에 관한 역사적 고찰-토 마스 아퀴나스 유비 이론 입문>, 《가톨릭 신학과 사상》 26(1998. 겨 울), pp. 139~165/- <유비 개념의 신학적 적용-토마스 아퀴나스 '신학 대전' 1부 제13 문제를 중심으로>, 《가톨릭 신학과 사상》 28(1999. 여름), pp. 181~208/ S.C. Park, Die Rezeption der mittelaterlichehen Sprachphilosophie in der Theologie des Thomas von Aquin : Mit Besonderer Berücksichtigung der Analogie, Leiden . Boston . Köln, Brill, 1999/ E.J. Ashworth, Analogy and equivocation in Thirteenth-Century Logic A New Approach to Aquinas, 《MS》 54, 1992, pp. 94~135/ W. Kluxen, 《HWP》 1, pp. 214~2271 B. Mondin, The Principle ofAnalogy in Protestant and Catholic Theology, Second Edition, Revised and enriched with a detailed bibliography, The Hague, Martinus Nijhoff, 1968/ B. Mondin, 1, pp. 461~468/ H. Lyttkens, The Analogy between God and the World : An Investigation of its Background and Interpretation ofits Use by Thomas of Aquino, Uppsala, Lundequistska, 1952/ R. Teuwsen, Familienähnlichkeit und Analogie. Zur Semantik genereller Termini bei Wittgenstein und Thomas von Aquin, Freiburg · München, Alber, 1988(Symposion 84)/ R. McInerny, The Logic of Analogy, The Hague, Nijhoff, 1961/ -, Studies in Analogy, The Hague, Nijhoff, 1968. [朴勝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