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 종교

類似宗敎

[영]quasi-relig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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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비슷하면서도 종교와는 구별되는 사회 현상이나 사회 집단을 일컫는 용어. 그러나 그 의미는 사용자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나타낸다. [종교 사회학에서 사용되는 학술적 의미] 종교 사회학 에서는 '종교' 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없지만 종교와 마 찬가지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들을 일컬어 '유사 종교 . '대체 종교 (alternative religion) 또는 '대용 종교' (surrogate religion)라 부른다. 따라서 종교 사회학자들이 사용하는 '유사 종교 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학자 들이 '종교' 를 어떻게 정의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종교' 에 대한 사회학적 정의는 대체로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그 하나는 종교에 대한 본질적 정의(substantive definition)이다. 이 정의를 따르는 학자들은 종교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파악함으로써 '종교' 와 '종교가 아닌 것' 간의 차이를 밝히려는 입장을 취한다. 이들은 종교의 구성 요소를 첫째, 궁극적 실재(窮極的 實在, the ultimate reality) 또는 '신성한 것' (the sacred)이나 '성스러운 것' (the holy)에 대한 믿음 둘째, 그러한 믿음을 나타내는 의례 (儀禮) 셋째, 동일한 믿음을 갖는 신자 공동체로서의 조직 등 세 가지로 파악한다. 따라서 종교에 대한 본질적 정의를 따르는 학자들은 종교란 "궁극적 실재나 성스러운 것에 대한 신앙과 의례의 통합된 체계로써, 그러한 체 계는 동일한 믿음을 가진 신자 공동체에 의해 유지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 정의는 유대교나 그리스도교 또는 이슬람교와 같이 '신 중심' (theocentism)의 성격이 강한 근동 지방에서 발생한 종교들을 정의하는 데에는 유용하지만, 불교나 유교 또는 도교와 같이 인간 이 수행을 통해 '완전한 인간' 의 경지에 도달할 것을 가르치는 '인간 중심' (anthropocentrism)의 성격이 강한 동 양 종교들을 이해하는 데에는 유용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또한 종교에 대한 본질적 정의는 그리스도교 의 세속화 과정이나 탈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난 새로운 형태의 종교 현상들을 이해하는 데에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예를 들면, '시민 종교 (the civil religion) 나 '보이지 않는 종교 (the invisible religion)와 같이 초월적 존재에 대한 믿음이 없이도 개인의 세계관 형성이나 사회 통합의 구심점으로 작용하는 현상이나, 초월 · 명 상 기공(氣孔) · 단전(丹田) 등과 같이 초월적 존재에 대한 믿음이나 신자 공동체가 없이도 개인의 육체적 · 정 신적인 건강과 평화를 보장하는 각종 비술(秘術)이나 영 술(靈術) 등은 종교에 대한 본질적 정의로는 설명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종교에 대한 기능적 정의(functional definition)이다. 이 정의를 선호하는 학자들은 종교가 개인이 나 사회에 대해 수행하는 기능이 무엇인가를 파악함으로써 종교를 정의하려는 경향을 나타낸다. 이들은 종교란 인간의 실존 상황에 응답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적 장치라고 설명한다. 이들에 따르면, 인간이 사회 속에서 생활해 나가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뚜렷한 정체감[自 我正體性〕과,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 및 자연적 세계에 대한 이해[狀況正義], 그리고 출생 · 결혼 · 죽음 등을 포 함하여 직면하게 되는 모든 경험 내용들을 설명할 수 있 는 해석 틀을 가져야 한다. 이들은 종교란 인간에게 이러한 것들에 대한 설명을 가능케 함으로써 "보편적 질서의 개념을 갖도록 하는 해석 틀이며 설명 체계"라고 정의한 다. 따라서 종교에 대한 기능적 정의를 선호하는 학자들 은 이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것들은 모두 종교의 범위에 포함시킬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기능적 정의를 따르면, 궁극적 존재나 성스러운 존재 에 대한 믿음과 그러한 믿음을 나타내는 의례 그리고 신앙 공동체가 없더라도 삶의 목적이나 방법에 지대한 영 향을 끼치고 궁극적인 문제와 한계 상황에 대해 의미를 제공하기만 하면 모두 종교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민 주주의 · 공산주의 · 실존주의 · 과학주의는 물론이고 현 대인들의 삶에 주요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는 스포츠나 예술까지도 종교와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종교 의 범위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탈산업화 경 향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초월 · 명상 · 기 공 · 단전 등과 같은 수행 방법들도 모두 종교의 범주에 속하게 된다. 일부 종교 사회학자들은 이러한 것들을 '유사 종교 , '대체 종교 또는 '대용 종교 라 지칭한다. [한국 사회에서 일반인들 사이에 통용되는 의미] 종교 사회학자들이 '유사 종교 를 윤리적으로 타당한가 하는 가치 판단을 내리지 않고 객관적인 학술 용어로 사용하 는 데 비해, 한국 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종교' 보다는 열등하거나 부도덕한 집단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즉 한국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유사 종 교 에는 "유사성과 사이비성을 포함하고 있어서 종교인 것 같으나 종교가 아닌 집단, 다분히 허위적이고 미신적이며, 사기성이 깃든 사교 집단(邪敎集團)”이라는 의미 가 포함되어 있다. 한국 사회에서 '유사 종교라는 용어는 일제(日帝)의 식민 통치 과정에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이 용 어가 지닌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제의 식민 통치 정책, 구체적으로는 조선 총독부의 종교 정책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한국을 강점한 일본은 식민 통치에 대한 국내 종교들의 저항을 억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철저한 정 교 분리 정책을 내세우는 한편, 한국 종교들에 대한 통제 와 감독을 강화하기 시작하였다. 예를 들면, 조선 총독부는 1911년 조선 총독부 제령(制令) 제7호 '사찰령' (寺 剎令)의 반포를 통해 불교 사찰을 통폐합하여 30개 본산 만 남겼으며, 주지도 새로 임명하였고, 사찰에 속한 토 지 · 삼림 · 건물 · 불상 · 귀중품을 처분할 때에는 인가를 받도록 하고, 승규 · 법식 등 사찰 내 규칙을 제정하는 데 도 총독의 인가를 받도록 하였다. 또한 조선 총독부령 제 73호 '경학원 규정' (經學院規程)을 통해 성균관을 경학 원이라 개칭하고 사회 교육 기관으로 분류함으로써 유교 의 종교성을 부정하였다. 그리고 1915년에는 종교의 범위를 규정하고 종교 단체가 갖추어야 할 사항들과 신고제를 정한 포교 규칙을 발표하였다. 이 규칙 제1조에서 는 종교를 일본의 국가 신도(國家神道)와 불교 및 그리 스도교로 한정하였고, 제4조에서는 조선 총독이 포교 방 법, 포교자에 대한 감독 방법 등이 부적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변경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그리고 천도 교 · 보천교 · 수운교 · 무극대도교 등과 같은 신종교들은 모두 유사 종교 단체라 하여 경무국 관할에 두어 감시· 감독하게 하였다. 일제 시대에는 빈곤과 식민 통치로부터 벗어나려는 민중의 욕구를 바탕으로 동학계 · 증산교계 · 단군계 · 불교 계 · 각세도계 등 수많은 신종교 운동이 전개되고 있었다. 이러한 신종교 운동의 교리나 사상 속에는 기존의 사 회 체제를 비판하면서 새로운 세계의 도래를 갈망하는 개벽 사상과 함께, 앞으로 한민족이 세계사를 주도해 나아가게 될 것이고 한국은 세상의 중심이 되리라는 선민 사상(選民思想)과 민족 주체 사상이 깔려 있었다. 조선 총독부에서는 한국 종교에 대한 효율적인 통제를 위해 1929년 한국의 풍속 · 민속 · 무속 · 민간 신앙 · 종교 등 을 일제히 정리한 민간 신앙 자료 총서 제1부 《조선의 귀신》을 발간하였으며, 1935년에는 조사 자료 제42집 으로 1천 페이지가 넘는 《조선의 유사 종교》라는 방대한 자료집을 발간하였다. 그리고 1936년에는 신종교 운동 의 확산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유사 종교에 대한 금지령을 내리고 각도 경찰국의 지휘 아래 종교 시설물 을 폐쇄하고 종교 지도자를 체포하는 등 대대적인 탄압을 가하였다. 이와 같이 한국 사회에서의 '유사 종교 라는 용어는 신종교 운동을 억압하려는 일제의 식민 정책에 따라 사 용되기 시작하였으며, 그 의미 또한 종교가 아닌 것이 종교로 행세하면서 민중을 미혹하고 사기 행각을 한다는 부정적 의미로 굳어지게 되었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 사회에서 일반적인 용어로 사용되는 '유사 종교 라는 말은 일본 식민 통치의 잔재라고 할 수 있다.(⇦ 사이비 종교 ; → 신종교) ※ 참고문헌  노길명, 《한국의 신흥 종교》, 가톨릭신문사, 1988/ 김 홍철, 《한국 신종교 사상의 이해》, 집문당, 1989/ 오경환, 《종교 사회 학》(개정판), 서광사, 1990/ 이원규, 《종교 사회학의 이해》, 사회비평 사, 1997/ 윤이흠, 《일제의 한국 민족 종교 말살책》, 고려 한림원, 1997/ 한국종교연구회 《한국 종교 문화사 강의》, 청년사, 1998. [盧吉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