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설

流出說

[라]emanatismous · [영]emanatiom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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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파생적인 것들 곧 2차적인 것들은 1차적인 것에 서 흘러 나온다고 주장하는 이론. 철학과 신학에서 개념화시킨 사상 체계이다. [정의와 특징] 유출설은 모든 것은 제1 원리이며 제1 근원인 신(神)으로부터 발산되거나 흘러나온다고 주장하는데, 여기에는 범신론적인 요소를 다분히 포함하고 있다. 이 이론에 의하면 만물은 자연 법칙에 따라 제1 원 리의 의식적인 의지의 작용 없이 유출된다. 이때 제1 원리는 양과 질에 있어서 불변하며, 발전과 진화 과정에서도 불변한다. 결국 유출설은 창조론 · 조형론 · 진화론과는 반대되는 이론이다. 창조론은 세상이 무(無)로부터(ex nihilo) 창조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유출설은 만물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신 의 단일 실체로부터 나온다고 주장한다. 이는 창조론에서처럼 신적인 의지의 선언이나 개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인 필요의 형태에 따라 생성된다는 것이다. 조형론은 우주가 조형될 때 어떤 영원한 재료(물 질)나 토대가 있다고 가르치는데, 유출설은 재료(물질) 를 포함한 모든 것은 우연적이며 재료(물질) 자체도 제1 근원에서 유출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진화론의 대다수 의 형태에서 세상 원리는 그 자체로 변화와 발전을 겪으면서 우주를 구성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유출설에서는 제1 원리나 제1 근원은 모든 것이 거기로부터 비롯되는 원천이 되면서 불변한 채로 남는다고 한다. 또한 진화론 에서 진화의 과정은 일반적으로 보다 더 나은 완전을 향 하는 상승 운동으로 이해되는데, 유출 과정은 무한한 완 전 상태에서 시작하여 점점 더 불완전한 상태로 내려가 는 하강 운동으로 이해된다. 유출(流出)이란 말 자체는 액체의 유동에서 따온 하나의 은유적인 표현이다. 유출설에 대한 위와 같은 정의와 특징에도 불구하고 은유의 사용 때문에 그 의미가 애매할 때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은유는 빛의 은유이다. 빛의 광선은 광원(光源)의 힘을 약화시키지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발산되며 멀리 갈수록 그 광선은 약해진다. [철학 사상] 유출설이 그리스 철학에서 가장 명확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신플라톤주의(Neoplatonism) 철학에 서이다. 플로티누스(Plotimus, 205?~270)에 의하면, 모든 것의 제1 근원은 일자(-者, theOne)이다. 일자는 제1위 (the First) · 선(bonum) · 빛(the Light) · 우주 원인(the Universal Cause)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일자로부터 모든 것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어떤 의지 행위에 의한 창조나 신적 실체의 확장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자 자체는 모든 것이 아니며, 모든 것 이전의 어떤 것이다. 따라서 유출은 모든 것이 일자로부터 유래되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무한 선과 무한 완전은 그 자체로 충만이 며 범람이다. 자기 선과 자기 완전을 상실하지 않으면서 다른 것들을 생성한다. 빛의 드러남이 태양 광선으로부 터 생성되듯이 모든 것은 무한 광체로부터 비롯되는 일 종의 발산 (perilamphis)이다. 일자로부터 발하는 첫 번 째 실재는 외부에서는 작용하지 않는 순수 지성(知性)이며, 불변 사고(思考)인 '정신' (Nous)이다. 이 '정신' 이 일자의 형상(形象)이며, 그 자체로 지성적 세계 혹은 플라톤(Platon, 기원전 428/427~348/347)이 말하는 이데아 (Ideas) 세계를 포함한다. 이 '정신' 에서 이데아 세계와 감각 세계 사이의 변이를 형성하는 세계 영혼(the World Soul)이 발한다. 세계 영혼은 만물의 형체들인 개별 영혼 들이나 조형 에너지들을 생성한다. 마지막으로 이 개별 에너지들이 물질을 생산한다. 이러한 유출 과정은 시간 적으로 끝이 없으며 보다 완전한 상태에서 보다 불완전 한 상태로 진행된다. 세부적으로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본질적으로는 같은 내용의 유출설이 암블리쿠 스(lamblichus), , 프로클루스(Proclus, 410?~485)와 같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과 중세의 아랍 철학과 유대 철학에 서 주창된다. 그리고 초기 그리스도교의 최초 이단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노시스주의(Gnoticism)는 낳음을 받지 않은 아버 지 하느님으로부터 일련의 신적인 에온들(Aeons)이 단계 적으로 유출되었다고 주장하며, 이는 일련의 유출적 신화론 체계를 형성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지혜(Wisdom)가 아카못(Achamoth)이라고 불리는 보다 불완전한 열등의 지혜를 생산하며, 정신 세계와 물질 세계도 생성 한다. 그노시스주의에서는 제1 원리 혹은 제1 근원을 '플레로마' (Pleroma, 충만)라고 부른다. 그노시스주의는 위에서 설명한 유출설의 같은 내용을 근간으로 삼고 있 는데, 철학적이라기보다 오히려 종교적이다. 그리스 철 학의 유출설이 그노시스주의의 신화론적인 유출 체계에 서 나왔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그노시스주의자들이 '유 출' 의 의미로 사용하던 그리스어 '아포리아' (ἀπορρία, 흘러나옴)와 '프로볼레' (προβολή, 내던져짐)는 유출설의 전문 용어로 통용되기까지 한다. [신학 사상] 초기 교회 교부들과 그리스도교 저술가들 은 삼위 일체론에서 하느님의 세 위격 관계를 설명할 때에, 그리고 때때로 우주의 기원에 대해 말할 때 유출론을 연상하게 하는 표현들을 많이 사용하였다. 테르툴리아노 (160~20)는 성부와 성자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그노시스 주의자 발렌티누스(?~160)가 '유출' 이란 의미로 사용한 '프로볼레' 를 사용하였다(《프락세아스 논박》 8). 그러나 그는 발렌티누스의 에온 분리 사상을 반박할 뿐만 아니 라, '프로볼레' 의 의미도 성부에서 비롯되는 성자의 외 적 출현을 설명하기 위해 원용했을 뿐이다. 또한 다수의 교부들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삼위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빛의 은유를 많이 활용하였다. 그것은 유출설의 은유적인 의미라기보다는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빛의 은유를 삼위 일체 신비를 설명하기 위해 유비적으로 사 용한 것이다. 유출설에 의하면 유출 과정은 완전한 상태 에서 불완전한 상태로 끊임없이 진행되는 하강 작용을 하는데, 하느님의 세 위격 관계는 결코 그렇지 않다. 성자가 성부로부터 낳음을 받고 성령이 성부로부터 발한다고 하더라도 그 관계는 결코 우열 관계가 아니다. 또한 창조주 하느님과 인간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과의 관계에 서 유출설을 연상하게 하는 여러 표현들도 그리스도교의 창조 교리에 근거하여 해석되어야 한다. 디오니시오(Dionysius Areopagita)는 플로티누스와 후기 신플라톤주의, 특별히 프로클루스의 용어들을 자주 인용 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관점을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에 적용시키려 노력한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하느님은 우선적으로 선 자체이고 사랑 자체이며, 그 외의 모든 것은 빛이 태양으로부터 발하듯 하느님의 선에서 나오는 것이다. 또한 여러 등급의 완전성을 각각 누리고 있 는 하늘의 위계 질서는 연속적으로 이어진 유출 과정에 의한 것이 아니며, 모든 것이 하느님이라는 공통 근원에서 직접 비롯된 것이다. 디오니시오의 영향을 많이 받은 에리우제나(J.S. Eriugena, 810~877)는 신플라톤주의의 유출설과 그리스도교의 창조 교리를 조화시키려 노력하였다. 그는 《자연 구분 론》(De Divisione Naturae)에서 자연의 네 단계를 구분한 다. 첫째는, 창조되지 않고 창조하는 자연으로 모든 것의 본질인 하느님을 말한다. 둘째는, 창조되면서 또한 창조하는 자연으로 원초적인 원인들의 세계 혹은 플라톤적 이데아들이다. 셋째는, 창조되지만 창조하지 않는 자연 으로 시간과 공간 안에서 존재하는 것들의 세계이다. 넷 째는, 창조되지도 창조하지도 않는 자연으로 모든 것이 궁극적으로 되돌아가는 종착역으로서의 하느님이다. 이 와 같이 에리우제나가 설명하는 창조는 결국 하나의 발 산 과정' (procession)이며, 피조물과 하느님은 하나이며 같은 실재이다. 하느님은 피조물 안에서 자신을 드러내 는데 에리우제나의 표현에 의하면, 이러한 과정은 곧 '하느님의 현현' (theophania)이다. 그의 우주론에서는 성자나 성령의 위치는 전혀 없다. 그의 이러한 신관은 삼위 일체 하느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며 범신론적인 유출설 의 의미를 너무나 많이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두 차례나 교회의 단죄를 받은 바 있다(1210 Paris, 1225 Sens) . 에리우제나로부터 창조를 일종의 유출로 보는 관습이 스콜라 신학에 접목되기는 하나 유출설의 구체적인 특징은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중세 신비 사상에서도 유출설의 순수 형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교회의 가르침] 유출설에 대한 논쟁에서 교회는 항상 하느님의 본성 이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였다. 특별히 범신론 형태의 유출설을 반박하며, 하느님의 단순성(simplicity)과 무한성(infinity)을 옹호한다. 또한 삼위 일체인 하느님에 대한 신앙 고백을 동시에 천명한다. 이러한 내용이 제4차 라테란 공의회(1215)의 창조 교리에 대한 선언문 안에 포함되어 있다(D. 800). 제1차 바티칸 공 의회(1869~1870)는 분명히 유출설을 단죄하며 "물질적인 동시에 정신적이든, 최소한 영적이든 유한한 것들이 신적 실체로부터 유출되었다" 고 주장하는 자들을 파문하였다. (→ 삼위 일체 ; 성령 ; 에리우제나) ※ 참고문헌  M. Heinze, 《기독교 대백과사전》 12, 박근용 외 편집, 기독교문사, 1984, pp. 711~712/ C.A. Dubray · W.A. Wallace, 《NCE》5, pp. 291~293/ Cf. H. Denzinger, Symboles et Définitions de la Foi Catholique, P. Hiinermann et J. Hoffmann eds., Paris, Les Éditions du Cerf, 1997. 〔權赫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