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 규범
倫理規範
[라]norma moralis · [영]moral n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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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권
인간이 궁극 목적에 이르게 되는 도리와 질서. 이를 지 킴으로써 인간은 자아 성취와 자아 완성에 도달하고, 하느님과의 충만한 일치와 화해를 이루게 된다. [의 미] 인간은 양심을 통해 윤리성과 법을 발견한다. 이 법에 인간은 복종해야 한다. 이 법은 언제나 선을 사랑하고 행하며 악은 피하도록 인간을 타이른다. 이는 하느님이 인간의 마음에 새겨 준 법이다. 양심은 인간의 가장 비밀스러운 지성소이며, 여기서 인간은 하느님과 만나고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는다. 이렇게 인간의 윤리성 은 양심에 기초하여 도출된다. 결국 양심이 인간적 행위 를 윤리적으로 반성하고 숙고하며 평가한다. 그렇다고 양심이 인간적 행위를 주어진 척도 없이 무질서하게 아 무렇게나 명령하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며 정해진 규정과 기준, 잣대에 의존한다. 무엇보다도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하느님의 의향과 의지가 절대적이고 불변적인 윤리성 의 원천이자 근원이라는 점이다. 인간이 하느님의 피조 물임을 언제나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 간이 하느님의 창조와 구원 질서를 제대로 따르게 되면 바람직한 윤리적 행위에 도달한다. 그렇기에 하느님의 창조 질서와 구원 질서의 내용은 윤리 규범의 본질적인 부분을 구성한다. 인간은 생리적으로 윤리적 존재이다. 인간은 윤리 규 범이 무엇인지 부단히 탐구할 뿐만 아니라, 규범을 제정 하고 수호한다. 인간은 윤리 규범 없이는 개인과 공동체 생활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자아 성숙을 도모할 수 없고, 사회의 발전과 진보도 꾀할 수 없다. 인간이 윤리 규범에 따라 생활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며, 구체적인 윤 리 규범은 인간이 살고 있는 실질적인 생활 현장을 기반 으로 만들어진다. 물리적이고 지역적인 특징을 갖는 형 태로는 가정 공동체, 지역 사회 공동체, 광역 사회 공동 체, 국가 공동체, 세계 공동체 등이 있고, 특정한 종교적 공동체, 수도원 공동체, 일정한 이념이나 사상을 신조로 삼는 공동체, 경제적 이익과 인권 수호를 위한 공동체 등 은 가정 · 사회 · 국가 · 민족 · 문화를 초월하여 결성된 다. 이들 모든 공동체들은 예외 없이 자신들의 생존과 발 전, 공동체의 이념과 특성을 실현하기 위해 나름대로 윤리 규범을 만들고, 거기에 모든 구성원들이 따를 것을 요 청한다. 그런데 윤리 규범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자율성을 지니면서 동시에 인간적 행위를 윤리적으로 규 정한다는 타율성을 갖는데, 이는 하나의 긴장과 대립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이들 사이의 조화와 균형이 요구된다. 이것이 무너질 때 기존의 규범은 보다 합리적이고 적 합한 다른 규범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이런 윤리적 긴장 과 갈등은 변화와 발전의 속도가 빠른 현대 사회에서 더 욱 증폭된다. 곧 기존의 윤리 규범으로는 복잡하고 다양 한 인간 생활을 보다 성숙하고 충만하게 완성시킬 수 있 는 적합한 윤리적 전망과 질서를 제시하는데 미흡하기 때문이다. 물론 발 빠르고 새롭게 대처하여 완전한 윤리 규범을 즉각 제정하여 내놓을 수도 없다. 이렇게 현대 사 회와 보조를 맞추는 새로운 윤리 규범을 시의적절하게 제시하는 것이 당면한 최대의 과제일 것이다. 윤리 규범 의 본질적인 내용은 결코 변하지 않으나, 하느님의 뜻은 발전하는 사회의 현상과 면모에 따라 재해석되고 새롭게 적용되어야 한다. [범위와 특질] 윤리 규범은 인간적 행위를 윤리적으로 규제하고 해석하며 평가하는 일반적인 기준과 척도이다. 그렇기에 어떤 일정한 행위가 주어진 윤리 규범과 일치 하면 그 행위는 선한 행위가 되고, 반대로 윤리 규범에 어긋나거나 윤리 규범을 거스르면 악하고 부도덕한 행위가 된다. 윤리 규범은 그 자체로 윤리적 행위를 평가하는 전반적인 기준이라 하더라도, 그 구체적인 내용은 인간 이 만들기에 '규정된 기준' 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규범 의 기준과 척도를 제정하는 주체이기에 '규정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한편 인간은 늘 부족하고 미흡한 존재이고, 완성을 향하여 노력하는 열려 있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인간에 의해 제정된 윤리 규범 역시 그 자체로 절대적이 고 불변적이며 고착되어 있는 무엇이 아니라, 시대와 상 황에 따라서 변화되고 수정되어야 하며 보완되어야 할 성격을 지니고 있다. 세상 안에는 어디나 어느 곳에도 완 전하고 절대적인 기준으로 제시될 수 있는 인간에 의해 완성된 윤리 규범은 존재할 수 없다. 오직 하느님만이 궁 극적이고 최종적이며 완전하고 절대적인 윤리적 규범과 기준이다. 곧 하느님은 완벽하고 무조건적인 윤리 규범 자체이다. 그렇기에 하느님은 모든 것에 규정되지 않으 면서 모든 것을 규정하는 규범이다. 곧 '규정되지 않으면서 규정하는 규범' (Norma normans non normata)은 하느님이다. 인간은 보다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명령과 함 께 금지 규범을 담고 있는 윤리 규범을 갖고 살아가게 된다. 그래서 이 윤리 규범은 공동의 선익과 공동선을 위해 요청되는 법적인 성격과 내용을 갖고 있다. 이러한 윤리 규범의 특성을 고려하면, 윤리 규범은 일반성과 보편 성 · 전체성과 포괄성 · 강제성과 규제력을 지니고 있으며, 통상적으로 범위가 정해진 외적이고 가시적인 생활 과 실천을 요청한다. 이런 요청과 강제성은 윤리적 가치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윤리 규범에 따른 행동은 인간과 그 공동체의 성숙과 성장, 발전과 완성을 꾀하고 있으며, 개인과 사회의 부정, 부조리, 파멸과 파괴를 미연에 방지하게 된다. 이와 유사한 규범과 실례들은 여러 민족과 국가가 제정하고 적용하며 활용하는 법, 관습, 도덕 등에서 찾아볼 수 있고, 그 근저에는 본성 · 자연 · 합리성 · 자명성 등의 원리가 작용하고 있다. 여기 서 말하는 윤리적 강제성과 요청은 국가와 사회를 통제 하기 위한 일반 사회법에서 볼 수 있는 타율적인 강요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윤리 규범이 요청하는 강제성 은 인간이면 당연히 이해하고 실천해야 하는 내적 당위 성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렇기에 진실되고 올바른 윤리 규범은 인간의 근본적이고 본원적인 자아 의식과 함께 목적 의식을 드러내는 것이어야 하고, 자기 실현과 완성 의 방법으로 인정되고 인식된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내 적 당위성이 결핍된 윤리 규범은 건설적인 비판 정신으 로 단호하고 과감하게 평가하여 수정하고 보완하여 새롭 고 참신한 면모를 부각시켜야 한다. 〔발견과 적용] 윤리 규범은 객관적 진리에 주관적 인 식이 동의할 때 비로소 정립되고 진정한 가치와 정당성을 지니게 된다. 주관적 인식과 동의가 결여된 규범은 타 율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며, 인간의 행동을 억압과 강 요에 의해 통제하는 비자발적이고 비인격적인 성격을 갖는다. 그렇기에 객관적으로 누구나 인정하고 신뢰하면서 개인적이고 내적으로 결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완전 하고 정당한 규범을 개발하고 발전시켜는 노력과 성의가 요청된다. "존재는 행위의 질서를 규정한다"(Agere sequitulr esse)는 원칙은 윤리 규범을 발견하고 제시하며 발전 시키는 데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하는 전제 조건이다. 어떤 존재의 행동은 존재의 성질을 가장 자연스럽고 적나라하게 나타낸다. 자신의 존재를 거슬려 행동한다면 이미 존재를 부정하는 반자연적이고 반사회적이며 반공동 체적인 일이다. 따라서 인간 존재의 범위와 한계를 분석 하고 규명하는 바에 따라서 인간의 당위적 행동의 테두리가 결정된다. 인간 존재의 이해와 규정에 의해서 인간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윤리적 규범이 설정된다. 그리스도교적 인간관은 인간이 어떤 존재로 세상에서 사고하고 행동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제시한다. 그리스 도교는 인간을 하느님의 모상으로 본다. 하느님을 가장 완전하게 계시한 분은 영원한 말씀이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이다. 사람이 된 하느님의 말씀인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고 따르는 일은 인간이 마땅히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당위적 의무이다. 이런 의미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그 자체로 고정되고 불변적인 윤리 규범이다. 이 규범에 인 간은 복종해야 하고, 이 규범을 실천에 옮겨야 할 의무가 있다. 구체적인 윤리 규범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그리스도교 정통 신앙이 가르치고 알려 준 내용과 인 간이 그 신앙 내용에 자발적이고 내재적으로 동의하는 능력이 합치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인간의 이성적이고 지성적인 능력과 실천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계시된 신비적 내용과 결합하여 자아 실현을 위한 풍요로운 결 실을 보장하는 윤리 규범을 도출하게 된다. 윤리 규범은 필연적으로 정언적(定言的)이며 그 필요 성이 내적으로 증명된다. 하느님의 구원 의지와 인간의 존재 의미가 인간의 윤리적 결단에서 드러나기 때문이 다. 인간의 삶과 피조계의 목적은 세상에 대한 하느님 구 원 계획의 실현과 완성이기에 윤리 규범의 정언적 성격 은 논리적 귀결이다. 이런 인간과 세상 구원에 대한 하느 님의 의지를 존중하고 그분께 순종하는 것은 인간의 무 조건적이며 절대적인 의무이다. 윤리 규범을 파기하고 거부하는 것은 하느님 나라 건설을 정면으로 방해하는 일이고, 인간과 피조계의 최종 목적을 무력화시키고 제거하는 것이다. 인간과 세상의 구원과 완성은 윤리 규범 을 제대로 준수할 때 주어지는 선물이며 은총이다. 윤리 규범의 수용은 인간 삶의 올바른 성취와 완성을 보장하 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그릇된 삶과 실패와 좌절의 길로 치닫게 한다. [종 류] 윤리성의 본질은 인간의 행동과 윤리 규범 사 이의 상관성에 있다. 윤리적 행위의 최종적 규범, 곧 모 든 윤리선의 원형은 하느님 자신이다. 인간 사회 안에서 이 원형이 인간에게 나타난 것은 인간의 윤리적 척도와 기준이다. 인간에게 규범이나 법은 부담스럽고 인간의 자율성을 축소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인간은 규범 과 법을 존중하고 수호하지만, 이에 저항하고 거슬려 행 동하는 경향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인간에게는 불가피 하게 윤리적 규범과 제도적 보호가 요청된다. 따라서 법 의 성문화(成文化)는 인간 생활의 질서를 세우는 일이 다. 그렇다고 윤리 규범이 모든 인간의 개인적인 윤리적 의무와 지침을 담을 수는 없다. 또한 사람의 언어조차도 윤리적 의무를 완전하게 해석하거나 설명할 수 없다. 이 런 면에서 보면 성문법으로 제정된 윤리 규범은 이차적 의미를 갖는다. 원초적이고 근본적인 윤리 규범은 인간 과 세상 안에 선천적으로 각인된 불문율(不文律)이다. 그렇기에 인간이 본연의 사명을 수행하며 살기 위해서는 성문법의 자구적(字句的) 해석과 실천보다 그 안에 담긴 심오한 이상(理想)을 전인격으로 수용해야 한다. 규범은 질서를 의미하는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고정적 인 것은 아니며, 하나의 질서와 목적을 향해 열려 있는 것이다. 어떤 행동이 규범과 일치를 이룰 때 선한 행위가 되며, 그렇지 못할 때 윤리적으로 악한 행동이 된다. 윤 리적으로 선하다는 것은 객관적으로 행동한다는 의미인데, 선한 것은 객관적인 존재에게 도리대로 행하는 것이 기 때문이다. 실재 사물에게 부합한 행동은 언제나 선하 다. 따라서 행위와 규범 사이의 관계와 윤리성은 외부에 서 첨가된 것이 아니라, 행위와 규범 사이의 내적이고 객 관적인 관계임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규범 혹은 규율은 무엇인가? 인간을 규정하는 근본적인 규범은 '인간 존 재'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인간 의 존재가 행위의 질서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 서 인간 존재는 존재의 근원인 하느님과의 근본 관계와 인간과 밀접한 상관성을 갖는 우주를 전제하고 있다. 이 렇게 인간과 세상의 질서는 하느님께 기원을 두고 있기 에 그 자체로 궁극적일 수 없다. 여기서 인간 행위의 최 종적 규범은 하느님임이 드러난다. 앞에서도 기술하였듯 이 하느님은 아무것에도 '규정받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규정하는 규범' 이시다. 바로 하느님이 만유의 모형인으로서 모든 피조물에게 당신의 모습을 각인하고 계시다. 윤리 규범은 객관적인 규범과 주관적인 규범으로 분류된다. 객관적인 윤리 규범 : 이는 법이라는 형태를 통해 외 적으로 명령된 기준과 척도를 말하며, 이 명령은 객관적 인 구속력을 갖는다. 윤리 규범은 보편적 의미에서 볼 때 인간의 행위를 궁극 목적으로 인도하는 지침이자 명령이다. 여기에 당위적 의무와 충고, 권고와 허가 등이 포함 된다. 특히 당위의 의무는 물리적 · 심리적 · 강제력과 다 르며, 논리적 필연과도 다르다. 이는 인간보다 상위의 의 지가 표현된 것이다. 그렇기에 윤리적 당위는 하느님의 의지에서 나온다. 하느님은 창조를 하면서 많은 모형의 가능성들 가운데 하나의 질서를 택하여 사물을 창조하셨 기에 질서의 본질은 '당위적 규범' 으로 인정 받게 된다. 사물의 본질에서 유출되는 규범이 윤리 규범이 되는 것은 하느님이 자유로이 발동하신 위격적 의지가 표현되었 기 때문이다. 인간이 사물의 본질에 합당하게 행동하면 존재의 일반 법칙에 부합한 것이며, 인격신(人格神)이신 하느님께 순종하는 것이다. 협의로 보면 윤리 규범은 인간의 행위를 최후 목적으로 인도하는 당위적 · 보편적 · 고정적 성격을 갖는다. 규범적 학문은 개인의 개별적 조 건에서 생기는 특유하고 개인적인 의무를 취급할 수 없 다. 법의 개념 안에 규범이 포함되어 있고, 법은 한 규범 이 있음을 알리고, 한 규범에 구속력을 부여하는 상위의 의지가 존재함을 알려 준다. 한편 법은 이성의 명령으로 정의할 수 있다. 법을 통해 질서가 확립되고 질서를 유지하는 일은 이성의 기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인간은 법을 보면서 입법자의 의지와 정신을 파악한다. 따라서 객 관적 윤리 규범은 하느님의 의지가 표현된 것이기에, 개 별적 윤리 질서와 보편적 윤리 질서를 막론하고 인간의 행동을 통제하는 것이다. 인간의 최후 목적에 전혀 기여 하지 못하는 규범은 인간의 의지를 구속하는 효력이 없다. 이렇게 볼 때 하느님은 최종적이면서 객관적인 윤리 규범 자체이다. 이 규범이 하느님의 직접적 명령이냐 혹 은 인간의 지성적 권위를 통한 간접적 명령이냐에 따라 하느님의 법과 인간의 법으로 나누어진다. 하느님의 법 은 다시 자연법과 신적 실정법으로 분류된다. 하느님이 창조 질서 안에 안배하신 영원히 변하지 않는 법이 자연 법인데, 이는 인간의 이성으로 알 수 있는 모든 사물의 자연 본성에서 나오는 윤리 질서이다. 구세사를 통해 인간에게 계시하신 법은 신적 실정법인데 성서의 계시법을 뜻한다. 이는 계시를 통해 인간에게 말씀하시는 하느님 의 권위적 의지에서 나온 것이기에 실정법에 속한다. 한 편 인정법은 신법과 구별된다. 인정법의 직접적 기원은 인간의 권위이다. 생명과 경제 문제에 관한 금지 법안은 자연법의 의무들을 재입법하거나 자연법의 직접적 요구 가 아닌 다른 법률들을 제정하는 경우도 있다. 인정법은 다시 국가의 민법과 교회의 교회법으로 분류된다. 모든 정당한 인정법은 양심적으로 지켜야 할 의무가 있으나, 원칙적으로 부당한 법률은 양심을 구속하지 못할 뿐 아 니라 복종할 합법성이 없다. 주관적 윤리 규범 : 자연법이 인간 안에 존재하고, 은 총의 법이 인간 영혼 안에서 작용하여도 이들 법은 인간 밖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곧 윤리적 인격체 앞에 하나의 대상으로 놓여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법에 응답하는 기능이 인간 내부에 자리 잡고 있다. 이 기능은 법에 부응하여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윤리 행위로 인간을 인도한다. 이를 '양심' 이라고 일컫는데, 오직 행위자 주체에 종 속되고 있기에 주관적 윤리 규범이 된다. 이 주관적인 윤리 규범인 양심은 객관적 규범을 통하여 외부에서 인간 에게 요청해 오는 것에 대하여 인간 내부로부터 응답하 여 구체적인 명령을 내린다. 이 명령은 개인 안에서 주관 적으로 구속력을 가지며 규범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객 관적 윤리 규범은 마치 여행자들이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하도록 방향을 지시해 주는 이정표와 도로 표지판의 기능을 하지만, 그것으로 여행자들을 불편 없이 인도하 거나 돕는 것은 아니다. 여행자들은 표지판을 해석하고 식별하면서 바른 방향을 선택해야 하며, 때로는 표지판 이 없는 곳에서는 보조 표지를 해 놓는 감각이 요청된다. 이런 감각 기능을 양심이 담당하고 있다. 또한 객관적 윤 리 규범은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지식과 정보, 객관적인 윤리성의 내용과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양심은 개별 인간이 위치한 취소할 수 없이 유일회적이고 반복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행동하는 인격적 행위의 윤리성인 주관적 윤리성을 판별한다. 객관적으로 악한 '거짓말' . '비밀 누설' . '도둑질' 등의 경우, 개인의 특수하고 독특한 상황으로 인해 악의 없이 혹은 더 큰 선익을 위해 그런 행동을 하였을 경우 개별적으로 죄가 되지 않 는다고 판단한다면 질료적으로 죄(peccatum materiale)가 될 수 있으나, 형상적이고 실제적으로는 죄(peccatum formale)가 되지 않는다. 이는 인간 행동의 윤리성을 판단하 는 데 있어 양심의 중요성을 말한다. 그렇다고 개인 양심의 특수성을 들어 자살 · 낙태 · 간 음 · 폭행 · 신앙의 거부 등 객관적으로 중대한 종류의 죄 악인 경우에는 옳다고 정당화할 수 없다. 극단적 실존주 의 윤리학과 상황 윤리학에서는 외부로부터 오는 모든 윤리적 권위와 법칙을 거부한다. 그래서 진정한 자유는 모든 규범으로부터 철저한 독립이다. 인간 행위의 궁극적 기준은 어떤 윤리적 법칙이 아니고, 행동을 결정하는 순간에 갖는 사심 없는 사랑이며, 이 사랑은 절대적이고 인격적인 책임을 지고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이들은 각자 개인과 각 상황의 개별적 특유성을 강조함으로써 모든 이에게 구속력을 행사하는 보편적 법 칙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다. 교황 비 오 12세(1939~1958)는 1952년 상황 윤리학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공식 입장을 밝혔다. 교황은 이들 새로운 윤리 는 실존주의에서 나오고 있으며, 이는 교회의 신앙과 양 립할 수 없다고 천명하였다. 물론 일반 윤리 규범을 내세워 구체적 개별 상황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개인의 행동은 인간의 보편성을 떠나 행동하는 것이 아니며, 보편적이고 일반적 인간성 안에 있는 것이다. 따라 서 보편법이 모든 인간에게 적용된다는 점에서 보면 상 황 윤리를 인정할 수 없다. 인간이 누구나 자기의 처지와 정황을 특수하고 예외적인 것으로 판단하여 보편법의 적 용을 회피하려 한다면 객관적 윤리 질서를 어기게 되고 '그릇된 양심' 에 떨어지게 된다. 그럼에도 개체적 존재는 보편적 인간성의 '사례(事例)' 이상의 것이다. 곧 인 간의 절대적 개체성을 존중하고, 개별 상황이 갖는 미래 지향적 역사성, 사적 계시(私的啓示)를 통해 하느님의 명령이 직접 내릴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적극적 성격을 갖는 '상황 윤리' 의 여백이 있다. 개인의 특수한 상황을 들어 보편 규범을 무시하려는 의도가 없는 한 개인적이 고 개별적인 윤리 요청과 결단에 담긴 풍요로움을 발견할 수도 있고, 때로는 인정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규범 ; → 법 ; 양심 ; 인정법 ; 자연법) ※ 참고문헌 《가톨릭 교리서》 3 · 4,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 1996, 1949~1986항/ 최창무,《윤리 신학》 I , 가톨릭대학교, 1989, pp. 68~72, 83/ S. Privitera, Norma morale cristiana, Dizionario enciclopedico di Teologia morale, Paoline, Roma, 1981, pp. 1375~1380/ J. Fuchs, Futuro dell'uomo e morale, Dizionario enciclopedico di Teologia morale, Paoline, Roma, 1981, pp. 1345~1346, 1348~1349/ C. Caffarra, Teologia morale(storia), Dizionario enciclopedico di Teologia morale, Paoline, Roma, 1981, p. 1108/ Franz Böckle, Grumbegriffe der Moral(성염 역, 《기초 윤리 신학》, 분도출판사, 1975, PP. 65~68, 77~78, 106, 122~127) G.A. Palo, Teologia morale(metodologia), Dizionario enciclopedico di Teologia morale, Paoline, Roma, 1981, pp. 1089~1090/ K.H. Peschke, Christian Ethics I(김창훈 역, 《그리스도교 윤리학》, 분도출판사, 1990, pp. 150, 159~163, 192~194, 226~238, 271)/L. Rossi, Duplice effetto, Dizionario enciclopedicodi Teologia morale, Paoline, Roma, 1981, p. 303/ Thomas Aquinas, Summa Theologica, Ⅱ- II pp. 90~95, 106~108. [李容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