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법 律法
〔히〕תּוֹרָה · 〔그〕νόμος · 〔라〕Lex Mosaica 〔영〕Torah, L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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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권
일반적인 의미에서는 구약성서의 처음 다섯 권인 모세 오경을 지칭하는 용어. 넓은 의미에서는 구약 성서 전체 를 가리키거나 고대와 현대의 유대교 문헌 전체를 가리키기도 한다. 〔용어와 의미〕 보통 율법(律法)으로 번역되는 히브리어 단어는 '토라' (תּוֹרָה)이다. 율법이라고 하면 다분히 법적인 측면만 강조되는 경향이 있지만, '토라' 라는 히브리어가 지닌 의미는 다양하다. 법적인 의미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는 '교훈 · 인도 · 가르침' 이라는 뜻을 지닌다. 구약 시대의 일상 생활에서 '토라' 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녀에게 삶의 길을 일러주고 가르치는 훈계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다 점차 현자가 제자들에게 주는 가르침이나 사제가 신자들에게 하는 훈계 (예레 18, 18 ; 에제 7, 26)를 뜻하게 되었고, 나아가 포괄적이고 문서화된 하느님의 뜻을 나타내는 용어로 자리잡 았다(신명 4, 44-45 ; 30, 10 ; 31, 9). 그로 인해 '토라' 는 이야기와 율법을 모두 포괄하게 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구약성서의 첫머리에 나오는 모세 오경 이 일차적으로 '토라' 라 불린다. 이 모세 오경에는 계명 이나 법조문도 많이 나오지만, 이스라엘이 하느님 백성 으로 태어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화들도 많이 기록되어 있다. 이런 일화들도 사람들을 하느님 백성으로 '인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토라' (인도)라 불리게 되었다. 나아가 구약성서 전체가 사람들 을 인도하는 역할을 하기에 넓은 의미로 '토라' 에 속하게 되었고, 기록된 율법만이 아니라 구전 율법까지도 포함되었다. 그런데 70인역 성서에서 '토라' 가 '법' 이라는 의미의 '노모스' (νόμος)로 번역되면서, '율법' 이라는 의미가 강 해졌다. 또한 바빌론 유배에서 귀환한 이후 일상 생활에 적용되는 법과 규칙을 엄격히 준수하는 시대 상황의 영향을 받아 '토라' 는 법규와 동일시되었다. 특히 모세 오 경만이 시나이 산에서 모세에게 율법을 주신 사건(출애 19-20장)을 기록하고 있기에 일차적인 의미의 '토라' 로 간주되어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그외의 성서와 구전 율법은 모세 오경에 기록된 '토라' 를 보 충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 〔형성 과정〕 율법은 모세 오경에 기록되기 이전에 오랜 기간의 구전 과정을 거쳤다. 모세 오경에 기록된 율법 과 사회 관습이 메소포타미아에서 발견된 기원전 2000~ 1000년의 법률 자료와 상당히 유사하다. 이런 점으로 보아, 이스라엘의 선조들은 유목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법만이 아니라 부족의 안녕을 도모하고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부족법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예컨대 피의 복수는 부족법의 가장 기초가 되는 법으로, 부족의 일원을 잃었을 경우 그로 말미암아 깨어진 부족의 평화를 회복시키는 최선의 길로 간주되었다(판관 8, 18-21). 이런 피의 복수법 외에도 부족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결혼과 입양 등의 기초 규범은 고대 근동 지방에 널리 퍼 져 있었던 관습에 근거하여 상당히 발전된 법제가 이스 라엘 공동체에 시행되고 있었을 것이다. 고대 근동에서 는 기원전 2050년경으로 추정되는 우르 남무 법전, 기 원전 18세기 말로 추정되는 함무라비 법전 등이 이미 법 전으로서 분명한 틀을 갖추어 통용되고 있었음이 고고학적인 발굴로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방식로 든 초기 이스라엘의 율법은 고대 근동 법률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이러한 법규는 후대에 출애급 사건으로 말미암아 이스 라엘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방향으로 새롭게 재편되었다.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하느님으로부터 율법을 받아 이스 라엘에게 전해 주었다는 믿음이 확고하게 자리 잡으면서, 하느님과 맺은 시나이 계약(출애 19-24장)은 이스라 엘 모든 법의 기반이 되었다. 계약 관계에 수반되는 십계 명(출애 20, 2-17 ; 신명 5, 6-21)을 비롯하여 후대에 생성 되어 첨부된 계약 법전(출애 20, 22-23, 33), 성결법전(레 위 17-26장), 신명기 법전(신명 12-26장)도 하느님이 시나 이 산에서 준 율법으로 간주되었다. 이스라엘이 가나안에 자리 잡으면서 정착 생활에 따른 법규들이 필요해, 계약 법전으로 불리는 여러 가지 법규 들이 하나씩 생겨났을 것이다. 흔히 계약 법전은 여호수 아가 세겜에서 하느님과의 계약 관계를 재확인하면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준 율법으로 여겨진다(여호 24, 25). 이 법전의 내용과 형식은 메소포타미아 법률과 상당히 유사 한 면이 많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소가 이웃집 소 를 받아서 죽게 하였을 경우, 살아 있는 소를 팔아서 그 돈을 나누어 가지고, 죽은 소도 나누어 가진다"(출애 21, 35)는 규정은 에슈눈나에서 발견된 법전(기원전 20세기) 과거의 동일하다. 이 법전이 현재의 형태로 정착된 것은 다윗의 통치 말년으로 보인다. 율법 전통을 왕과 예루살렘의 대사제에 게로 돌려 중앙 집권을 꾀함으로써 통일 왕국의 기초를 다지려 했을 때에 초기의 많은 율법들이 집대성되어 통일 왕국의 헌법으로 공포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율법은 하느님과의 계약 관계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이때 에도 국가법이라기보다는 모세에게 준 야훼 하느님의 율 법으로 제시되었을 것이다. 왕국 시대에 활약한 예언자들은 하느님과의 계약을 바 탕으로 만들어진 온갖 율법이 이스라엘에 뿌리 내리는 데 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그들은 야훼 하느님의 이름으로 계약 조문에 위배되는 정책과 사회 풍조들을 지적하면서, 그런 일들을 바로잡지 않으면 하느님의 심판이 내 릴 것이라고 선포함으로써 왕국의 기틀을 하느님과의 계 약 조문 위에 굳건히 세웠다. 다신교 문화권에 둘러싸여 있던 이스라엘이 야훼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에는 예언자들의 공이 컸다. 각 지방에 분산되어 있던 사제들과 레위인들의 가르침도 하느님과의 계약 조문이 일상 생활에 스며들어 가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가르침은 고대의 계약 법전을 각 시대의 상황에 맞추어 풀이하고 적용하기 위한 설교 형식을 띠었다. 이 가르침은 북왕국 이스라엘이 기원전 722년 아시리아에 멸망해 유민들이 남유대 왕국으로 유입되면서 하느님 말씀에 대한 순종을 강조한 설교집으로 집대성되었다. 이 설교집이 요시아 왕 때에 성전에서 발견된 신명기 법전이다(2열왕 22, 8― 23, 3). 기원전 587년에 남 유대 왕국이 신바빌로니아에 의해 멸망하면서 '율법' 은 이스라엘의 신앙에 더욱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더 이상 희생 제사를 드릴 성전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신앙은 하느님과의 계약에 바탕을 둔 율법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으로 중심 점이 바뀐 것이다. 유배 이전 시대에 율법을 해석하는 역할을 하던 사제들은 유배지에서 제사 율법을 비롯하여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백성으로 거룩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율법을 '성결법전' (레위 17-26장)으로 집대성하고, 기존에 전해 내려오는 제반 법전들도 정비하였다. 모세 오경이 지금과 같은 형태를 갖춘 것은 유배 생활을 끝내고 가나안에 돌아왔을 무렵으로 보인다(느헤 8, 1). 이런 문서화 작업은 율법 전통에서 반드시 수반되는 과정이라기보다는 기억을 돕는 보조 도구이자 구전 율법 의 일부로 여겨졌다(신명 31, 22-26 ; 여호 24, 26). 따라 서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이스라엘이 지켜야 할 법규는 기록된 율법에 기반해서 가르침이나 설교의 형태로 끊임 없이 재현되었다. 하느님 말씀을 봉독하고 풀이하고 기도하는 회당 예배가 생겨난 것도 바로 이 무렵이다(에제 33, 30-33). 〔구 분〕 성서에 나오는 율법은 제시되는 형식에 따라 절대법(apodictic, 정언법)과 조건법(casuistic, 판례법, 절차 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절대법은 어떤 경우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절대적인 명령이다. "너에게는 나밖에 다 른 신이 있어서는 안된다" (출애 20, 3), "도둑질해서는 안 된다" (출애 20, 15)는 십계명에서 잘 나타나듯이, 포괄적 이고 근본적이고 범주적인 특성을 띠며 운율적인 형태에 연결되어 제시되곤 한다. 조건법은 고대 근동의 법전에서 쉽게 발견되는 형식으로,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세부적으로 나누어 판결을 내리도록 규정한 법률이다. '~할 때' 또는 '~한 일 이 일어났을 때' 라는 뜻을 지닌 히브리 접두어 '키' (כִי) 를 사용하는 구문으로 시작해서, 그 뒤에 히브리 접두어 '임' (עִם)을 사용하는 종속절로 각각의 경우를 나열해서 다루고 있다. 예컨대, "사람들이 서로 싸우다 임신한 여 인와 부딪혔을 경우〔כּי〕, 그 여자가 유산만 하고 다른 해가 없으면〔עִם〕, 가해자는 그 여자의 남편이 요구하는 대 로 벌금형을 받아야 한다. 그는 재판관을 통해서 벌금을 치른다. 그러나 다른 해가 뒤따르게 되면〔עִם〕, 목숨은 목숨으로 갚아야 한다" (출애 21, 22-23)는 식이다. 〔특 성〕 고대 근동의 법과 비교할 때, 이스라엘의 율법 은 무엇보다도 하느님이 직접 제정하였다는 점이 가장 독특하다. 고대 근동의 법들은 모두 그 법을 제정한 왕의 이름으로 되어 있다. 각 나라가 믿는 신들이 그 나라에 법과 정의를 가르치게 했다고 원론적으로 천명하기는 하나, 구체적인 법규들은 계시를 통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왕이 제정하고 있다. 반면, 이스라엘은 구체적인 법규 까지도 하느님이 모세에게 계시해 주었다고 고백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런 차이점 때문에 고대 근동에서 법은 거의 다 국가의 법이지만, 이스라엘에서는 율법이 국가가 생기기 이전에 형성되었고 국가의 통제력을 넘어선다고 간주한다. 그렇기에 이스라엘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왕이라 하더라 도, 또 그 왕이 법전을 집대성하는 데 큰 공헌을 세웠다 하더라도, 법전에 왕의 이름을 결부시키지는 않는다. 그 보다는 율법을 처음 이스라엘 공동체에 전해 주었던 모세에게로 돌린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율법은 하느님으로부터 기원되었기에 모든 영역을 망라하는 종교법이라는 점이 독특하 다. 어느 한 영역만 제한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법조 문 · 경구 · 제의 규정 · 신앙 진술 · 역사 기록 등을 모두 포괄한다. 십계명의 경우, 우상 숭배 금지라는 기본 신앙 규범이 사법적 성격을 띤 살인 금지법 · 간음 금지법과 함께 나열되며, 남의 재산이나 아내를 탐내지 말라는 올 바른 마음 씀씀이도 다루고 있다. 계약 법전도 제단 건축에 관한 규정(출애 20, 24-25)에서부터 적의 동물들을 도 와주라는 다소 모호한 규정(출애 23, 5)까지 폭 넓게 다루고 있다. 끝으로, 고대 근동의 법률이 재산에 관한 규정을 많이 다루고 있는 것에 비해, 이스라엘의 율법은 인간에 관한 규정을 더 많이 다룰 뿐 아니라 인간 중심적이다. 도둑이 들었을 경우 캄캄한 밤에 죽였으면 정당 방어로 인정하지만, 해가 이미 떠오른 상태에서는 살인 사건으로 다루어 도둑의 생명권까지도 보호하고 있다(출애 22, 1-2). 여 종을 취했을 때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끝까 지 아내로 대우해 주어야 한다는 규정(출애 21, 7-10)도 다른 데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이집트의 노 예 생활에서 해방된 경험을 되살려,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고아와 과부와 떠돌이 등 약자들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여 주고 있다(출애 22, 20-26). (⇦ 모세 율법 ; 토라 ; → 계약 ; 모세 오경 ; 성결법 ; 신명기 ; 십계명 ; 예언자 ; 율법 학자) ※ 참고문헌 B.S. Childs, The Book of Exodus, The Westminster Press, Philadelphia, 1974/ F. Crueseman, Die Tora : Theologie und Sozialgeschichte des alttestamentichen Gesetzes, Kaiser, Muenchen, 1992(김상기 역, 《토라―구약성서 법전의 신학과 사회사》, 한국신 학연구소, 1995)/ E. Ferguson, Backgrounds of Early Christiamity, William B. Eerdmans Publishing Company, Grand Rapids, Michigan, 1993/ S. Greengus, Biblical and ANE Law, 《ABD》 4, pp. 242~252/ E.P. Sanders, Law in Judaism of the NT Period, 《ABD》 4, pp. 254~265/ R. Sonsino, Forms of Biblical Law, 《ABD》4, pp. 252~254/ 구덕관, 《지혜와 율법》, 대한기독교출판사, 1982/ 민영진 책임 편집, 율법, 《성서 백과 대사 전》 9, 성서교재간행사, 1981, pp. 779~820/ 민영진 책임 편집, 토라, 《성서 백과 대사전》 11, 성서교재간행사, 1981, pp. 644~648/ 정태현, 《성서 입문 상권 : 성서의 배경과 이스라엘의 역사》, 일과놀이, 2000. 〔李禹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