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 意志

〔라〕voluntas · 〔영〕w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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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스스로를 규정하는 인간의 능력. 〔개 념〕 역사적으로 의지라는 개념을 규정하고자 하는 시도는 서로 다른 여러 가지 측면 때문에 엇갈렸다. 그래 서,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의지에 대한 규정이 없다. 현재 도 의지라는 개념은 매우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선택 · 추구 · 자기 규정 또는 자기 결단을 포함하는 의미 로 규정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성향이나 자질 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능력 또는 가능성을 포함하는 의미로 규정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규정에 도 불구하고 의지가 자기 스스로를 규정하는 인간의 능력이라는 것은 공통적이다. 이성은 사물을 파악하고, 사물 사이의 연관성을 추론 하고 사고하는 활동을 하지만, 의지는 인간의 자기 규정 에 있어서 정신적 · 인격적 · 실존적으로 작용한다. 그러 므로 자기 스스로를 규정하는 능력으로써의 의지는 무의 식적인 충동이나 반응과는 구별되어야 하며, 이성과의 긴밀한 관련 속에서 작용함을 주지해야 한다. 또한 의지 는 자아에 대한 인식과 자아 실현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 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인식을 통해 의지는 특정한 목적 과 가치를 추구하는 동기를 부여받게 된다. 이러한 동기 부여는 결정의 가능성을 실현하는 힘 또는 그 실현을 방 해하는 것을 제거하는 힘으로 나타난다. 〔의지와 인식〕 인간이 무엇을 원할 경우 그것은 자신 의 실존 방식을 결정하게 되고, 아울러 자기 스스로를 규 정하는 행동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 인간은 의지를 통해 타자에 의한 규정 대신 자기 규정을 체험하 고, 타자에 의한 조정 대신 자기 스스로를 조정하는 것을 체험한다. 아울러 인간의 의지를 배제시키는 다른 요인 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책임 아래 자기 스스로를 결정하는 가능성에 대해 체험한다. 인간은 의 지를 통해 자신의 현존과 세계를 자신이 설정한 목표에 따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체험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인간의 의지가 올바르게 작용하고 기능 하기 위해서는 인식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러한 의미 에서 볼 때 인식 역시 인간의 자아 실현의 한 요소를 구 성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인식은 자아 실현을 위한 본 질적이고 근본적인 요소이지만, 전체 인간의 자아 완성 을 위한 부분 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인식은 본질적으로 인간 존재의 전체성 안에서 중재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다시 말해 인식은 의지와 행동을 향해 질서 지워져 있다. 인간은 살아 있는 한 성장과 진보에 직면해 있고 성장과 진보의 과정을 통해 자기 자신의 고유한 존재를 드러내 고 실현하고 완성시킨다. 이러한 실현과 완성은 최종적 으로 되어야 할 그것의 실현으로써 인간 자신에게 위임 되어 있다. 인간에게 자신이 지니고 있는 가능성을 자아 결단과 자기 규정을 통해 부단하게 그리고 새롭게 실현 하도록 하는 과제가 위임되어 있는 것이다. 한편, 인식은 개념, 판단 그리고 결론의 형성을 통해 그리고 인식한 내용의 추상화 과정을 거쳐 거짓과 참, 옳 고 그름, 진실과 허위 그리고 가치와 무가치에 대한 정보 를 의지에게 제공해 준다. 의지는 인식으로부터 제공되 는 이러한 정보를 수용하면서 또는 거부하면서 선택하고 결단한다. 바로 여기에 인식과 의지 사이에 내재하는 상 호 긴밀한 연관성이 드러난다. 의지는 자신에게 위임된 선택과 결단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 인식을 필요로 한다. 아울러 인식은 그것이 단지 이론으로만 그치지 아 니하고 실천을 통해 자신을 확대시키고 연장시키기 위해 서 의지를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인식이 우선하는가 아 니면 의지가 우선하는가라는 문제-수세기 동안 철학과 신학의 논쟁거리가 되어 온 문제-에 대한 논쟁은 별다 른 의미가 없다. 인식 그 자체만으로는 고유한 인간적 그 리고 윤리적 가치를 실현시키지 못한다. 아울러 고도의 형이상학적 · 윤리적 · 종교적 인식도 단지 이론적인 인 식으로 머무는 한 아무런 가치를 지니고 있지 못하며, 의 지의 자유로운 인정과 긍정을 수반하지 않는다면 별다른 의미가 없다. 인간의 정신적 그리고 인격적 자아 완성은 의지를 통해 비로소 성취된다. 따라서 인식과 의지는 존재론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인 간의 정신적이고 인격적인 현존에 속한다. 그러므로 인 식과 의지라는 두 요소는 존재론적으로는 정신적이고 인 격적인 존재의 동일한 위계에 속한다. 그리고 인식과 의 지라는 두 요소는 인간에 대해 상호 관련적이고 보완적 인 기능을 소유하고 있다. 두 요소는 서로 의존하면서 서 로를 향해 질서 지워져 있고, 일치를 이루면서 인간의 자 아 완성의 전체성을 결정한다. 〔의지와 자유〕 인간은 의지를 통해 자기 스스로를 규 정한다. 그런데 인간이 자기 스스로를 자유롭게 규정할 때 그 의미가 드러난다. 문제는 인간이 의지를 통해 자기 스스로를 규정할 때 과연 자유로운가 하는 것이다. 자유와 책임에 대한 인간의 보편적인 확신에도 불구하 고 항상 결정론(Determinismus)은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 면서 인간의 자유에 시비를 걸어왔다. 특히 실증주의와 유물론은 물론 관념주의와 범신론까지도 인간의 자유를 거부한다. 이와는 달리 사르트르(J.P. Sartre, 1905~1980)의 무신론적 실존주의는 인간을 절대화시킨다. 다시 말해 자유에 대한 어떠한 속박이나 제한도 인정하지 않는 절 대적인 비결정론(Indeterminismus)을 주장한다. 사르트르 는 서구의 전통적인 형이상학 체계에 반기를 들고 인간 은 실존적인 존재라는 사실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인 간은 실존을 위해 자유롭게 스스로를 완성시켜야 하기 때문에 인간의 자유를 속박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어떠 한 상위의 힘도 존재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을 도출하였 다. 심지어 인간의 자유 때문에 신의 존재마저도 부정하 는 이른바 '요청된 무신론' 에 귀착하였다. 하지만 자유는 원초적이고 부정될 수 없는 인간의 기 본 소여(所與)에 속한다. 인간은 자신이 자유롭다는 사 실을 인식하고 있으며, 항상 새로운 선택과 결단에 직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체험하고 있다. 인간은 선택과 결단 을 통해 자신이 만나는 여러 가지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그리고 가치에 대해 태도를 표명한다. 인간은 가끔 선택 의 고민에 직면하여 여러 가지 가능성 가운데 어느 하나 를 선택하고 결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은 심사숙고 하고, 가치를 비교하며, 올바른 행동을 인식하기 위해 노 력한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에 대해 결단한다는 것을 부 인할 수 없는 사실로 받아들인다. 이 결단은 나에게 위임 되어 있고, 아무도 이 결단을 대신해 줄 수 없다. 아무도 나의 자유로운 태도 표명이 함축하고 있는 부담감을 덜 어 줄 수 없다. 인간은 결단해야 하지만 자유롭게 결단한다. 인간은 이러한 자유를 특히 윤리적 결단을 통해 체험 한다. 윤리적 결단은 가치에 대한 긍정 또는 거부의 태도로서 당위의 요구를 제기한다. 인간은 윤리적 결단을 통해 자유롭게 결단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체험한다. 윤리적 결단은 인간의 자유가 그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 는 장소이다. 인간은 의지와 행동에 있어서 자유롭다. 그러나 인간 은 어떤 한계와 제한이 전적으로 배제된, 절대적으로 자 유로운 존재는 아니다. 자유의 한계 또는 제한은 선택과 결단의 자유 행사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러 한 한계 또는 제한은 자유를 소멸시키거나 아니면 축소 시킨다. 인간은 일정한 상황 안에서 살고 있다. 인간은 유전된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자질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인 간은 자신의 주위 환경, 교육의 영향, 정신적, 종교적 그 리고 세계관적 분위기에 의해 각인되어 있다. 아울러 인간은 역사적으로 조건 지워진 정신과 더불어 일정한 시 대 안에 살고 있다. 인간은 일정한 국가, 사회 그리고 문 화와 관계를 맺으면서 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의 지와 행위의 가능성들은 미리 주어져 있으며, 추구하고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능성 역시 자유에 한계를 부 과한다. 어떤 가능성들은 처음부터 배제되어 있는가 하 면, 많은 가능성들은 인간의 선택 영역 안에 나타나지도 않는다. 이러한 가능성들은 인간을 자유로운 선택에로 초대하지 않는다. 인간의 자유는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인간의 유한하고 개별적인 현존재의 한계와 유한하고 불완전한 인식의 한계를 통해 인간의 자유는 한계에 부딪 친다. 인간의 자유를 제한하는 현상 이외에 인간의 자유를 고양시키는 또 다른 현상도 있다. 이 현상을 윤리적 현상이라 한다. 윤리적 현상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가치를 선택하고 결단하는 것을 의미한다. 윤리적 가치의 실현이 지니고 있는 특수성은 인간의 자유 안에 있다. 자유는 윤리적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첫 번째 조건이자 동시 에 본질적인 조건이다. 자연에서 발견되는 생명체는 생 명체 안에 내재하는 법칙을 따른다. 하지만 오로지 인간 만이 자신의 의지와 행동에 있어서 자유롭다. 윤리적 선과 가치는 외부의 조건이나 영향을 통해서가 아니라 오 로지 자유로운 행위를 통해 실현된다. 인간은 자유롭기 때문에 어떠한 상황 안에서도 윤리적 책임을 기반으로 스스로 결단하고 선하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하고 또 해야 한다. 바로 여기에 인간의 자유는 그 본래의 완전한 의미를 드러낸다. 인간은 자유로운 의지와 행위를 통해 자신 에 대해 결단한다. 모든 결단은 자아 결단이자 동시에 자 기 규정이다. 존재의 성숙과 완성의 실현은 자유 결단에 위임되어 있다. 오로지 자유만이 윤리적 선택과 결단을 가능하게 하고, 윤리 안에 인간의 자유는 그 진면목을 드러낸다. 헤겔(G.W.F. Hegel, 1770~1831)의 표현에 의하면, "참된 자유가 곧 윤리"이다. (→ 자유 의지) ※ 참고문헌  H. Möhle · H. Günter, 《LTnK》 10, pp. 1204~1205/ K. Hörmann, 《LChM》 pp. 1354~1364/ 《HPhG》, pp. 1702~1722/ K. Rahner, Kleines theologisches Wörterbuch, Freiburg, 1961, p. 327/ 0. Höffe, Hrg., Lexikon der Ethik, München, 1985, pp. 280~281/ K. Rahner, Hrg., Herders theologisches Taschenlexikon, Freiburg, 1979, pp. 170~176. 〔安明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