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생활을 하던 부부가 당사자들의 합의나 국법에 따라 혼인을 해소하는 것. 가톨릭 교회는 "성립되고 완결된 혼인은 사망 이외에는 어떠한 인간 권력으로나 어떠한 이유로도 해소될 수 없다" (교회법 1141조)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혼인 무효 장애가 있거나 혼인 합의의 결여, 교회법상 결혼 형식의 결여나 결함이 있는 경우 그 혼인 자체가 무효가 된다.
〔구약성서〕 구약성서에서 이혼과 관련된 본문은 두 곳에 언급되어 있다(창세 2, 22-24 ; 신명 24, 1-4). 창세기에 보면 하느님은 남자의 갈빗대를 꺼내 여자를 만들었고, 결혼은 둘 사이의 새로운 육체적인 관계를 성립시킨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한 몸을 이룬다" (24절). 이처럼 결혼은 하느님께서 맺어 준 계약이므로 절대로 파기될 수 없는데, 이를 두고 그리스도 교회에서는 결혼의 불가해소성(不可解消性)이라 정의 내린다. 그러나 '이혼 증서 규정' (신명 24, 1-4)을 보면, 비록 강력하게 '이혼' 을 금한다는 인상을 주지만, 실제로는 이혼을 허락하고 있다."어떤 남자가 여자를 맞아들여 혼인하였는데, 그 여자에게서 추한 것이 드러나 눈에 들지 않을 경우, 이혼 증서를 써서 손에 쥐어 주고 자기 집에서 내보낼 수 있다" (1절). 말하자면 원칙과 실제 상황은 다르다는 뜻인데, 이는 흔히 '신명기적인 교차 해석' (crux interpretum)이라는 범주로 설명된다.
이혼 증서 규정 : '이혼 증서 규정' 을 이해하기 위해 유대인의 이혼 증서 하나를 예로 들어 보겠다. "6년 8월 1일(서기 111년 10월경) 마사다에서 마사다에 거주하는, ○○○ 출신의 낙산의 아들 나 요셉은 내 맘대로 오늘, 하나 블라타 출신 요나탄의 딸이요 마사다에 거주하며 종전에 내 아내였던 미리암 당신을 소박하고 이혼한다. 그러므로 당신은 마음대로 가서 당신이 원하는 유대인들 중 어느 남자의 아내가 되어도 무방하다.이에 내 편에서 당신을 상대로 이혼 서류와 소박장을 작성하였다. 이에 지참금을 돌려준다. 파괴된 것들과 손상된 것들과 ○○○들은 이로써 약속하거니와, 모두 (변상하고) 네 곱으로 갚겠다. 그리고 내가 살아 있는 한 당신이 내게 말하면 이 서류를 다시 쓰겠다. 낙산의 아들 요셉 본인 (서명), 그 외의 증인 서명."
이 이혼 증서는 쿰란 지역의 무라바앗 동굴에서 나온 것으로 당시의 이혼 풍습을 아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이를테면 증인의 숫자라든가, 피해에 대한 보상 범위, 혹은 "내 맘대로"라는 안하무인격의 이유 역시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이혼 증서에서 가장 중요하며, 또한 절대로 빠져서 안될 부분은 "그러므로 당신은 마음대로 가서 당신이 원하는 유대인들 중 어느 남자의 아내가 되어도 무방하다"이다. 왜냐하면 유대 사회에서 남편이 수치스러운 일을 저지른 부인을 향해 구두로 이혼을 선언하면, 그녀는 아직 전 남편에 소속되어 있다고 간주되어 재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제 수단을 장악하고 있던 남성들 중심의 이스라엘 땅에서 이혼 당한 여인이 선택할 수 있는 생존 방법이란 극히 제한되어 있었다. 따라서 자선에 기대는 거지가 되거나, 돌에 맞아 죽기 쉬운 창녀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재혼을 해야 하고, 이는 전적으로 재혼을 허락하는 전 남편의 이혼 증서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니 소박당해 차가운 거리에 나앉은 여인에게 실오라기 같은 안도감이라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혼 증서' 이다. 이 점을 생각하면, 이혼 증서 규정(신명 24,1-4)은 눌린 자의 입장을 고려한 약자 보호법의 성격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율법 학자들의 해석 : 유대 율법 학자들은 '이혼 증서 규정' 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았다. 율법 학자들의 율법 해석 전통에는 결의론(決疑論)적인 사고 방식이 눈에 띈다. 즉, 율법 규정 하나하나를 따져가면서 애매 모호한 조항을 풀이하는 것인데, '이혼 증서 규정' 의 '추한 것'이 여기에 해당했다.
우선 율법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였던 샴마이 학파에서는 '추한 것' 을 글자 그대로의 의미로 받아들여 혼외 정사, 즉 간음을 한 경우에만 아내를 내쫓을 수 있다고 단정했다. 그러나 율법 규정을 융통성 있게 적용했던 힐렐 학파에서는 "아내가 남편의 음식을 태우기만 했어도 소박할 수 있다" 라고 하여 '추한 것' 의 범위를 대폭 넓혔다. 율법 학자인 아키바 벤 요셉(Akiva ben Joseph, 50?~135)은 "자기 부인보다 아름다운 부인을 발견하기만 해도 소박할 수 있다" 라는 해석을 하였다. 그 외에 남편이 아내에게 이혼 증서를 전달해 주는 방법으로 대리인을 시킬 수도 있고, "부인이 잠을 자는 동안에 남편이 부인 손에 이혼 증서를 쥐어 줄 수 있다. 그러나 부인이 잠을 깨어 이혼 증서임을 알아본 경우는 무효이다. 그러나 남편 쪽에서 먼저 '그거 이혼 증서야' 하면 유효하다." 그리고 "부인이 지붕 위에 있는데 남편이 이혼 증서를 던졌다면 이혼 증서가 지붕에 닿는 순간 부인은 소박데기가 된다" 라고 하였다. 모두 남성의 편의가 십분 고려된 규정이다.
유대교 회당의 공식적인 입장은 샴마이 학파의 해석을 따랐으나, 실생활에서는 남성들에게 유리한 힐렐 학파의 견해를 좇았다. 당시의 유대 사회에서 이혼이란 남녀 쌍방 간의 일이 아니라, 오직 남성만이 휘두를 수 있는 권리였다. 따라서 가능한 한 남성들에게 유리하도록 '추한 것' 의 범위를 넓혀 놓은 것이다.
〔신약성서〕 신약성서에서도 이혼에 관해 언급된 구절(마태 5, 31-32 ; 19, 3-9 ; 마르 10, 2-12 ; 루가 16, 18 ; 1고린 7, 10-15)이 있다. 모두 예수의 말씀을 옮겨 적은 본문들인데, 각각의 내용에는 차이가 있다. 마태오 복음서에서는 "음행한 경우"를 제외하고 이혼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이는 샴마이 학파의 견해와 일맥상통하는 입장이다. 루가 복음서에서는 아내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하거나 버림받은 여자와 결혼하는 것을 금지했는데, 이는 엄격히 말해 '재혼 금지 조항' 이다. 그에 비해 마르코 복음서에서는 '결혼' 이 하느님의 창조 질서라는 사실을 일깨워 불가해소성이라는 원칙을 밝혀 주고 있다. 바오로는 '이혼' 에 관해 두 가지 언급을 한다. 그 하나는 이혼 불가를 선언한 예수의 말씀이고(1고린 7, 10-11), 다른 하나는 예수 말씀에 대한 바오로의 첨언으로, 교우와 비교우의 결혼에서 지켜야 할 원칙들이다(7, 12-16). 그에 따르면, 비록 신자가 아닌 사람과 결혼을 했더라도 이혼해서는 안되지만, 만일 신자가 아닌 쪽에서 먼저 이혼을 요구하면 헤어져도 된다고 한다.
예수 당시 율법 학자들의 해석을 보면, 비록 까다로운 조건( '추한 것' )을 달아 놓기는 했으나 이혼 자체는 허락하였다. 그러나 예수는 이에 반대해 절대적인 '이혼 금지율' 을 선포하였다. 예수는 창세기로 돌아가 '결혼' 을 하느님의 창조 질서로 이해했다. "그러므로 하느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되는"(마르 10,9) 것이다. 그러나 정작 예수를 따르는 추종자들의 견해는 달랐다. 마태오는 부정을 저지른 아내와는 결혼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고 생각해, '음행한 경우' 라는 예외 규정을 넣었다. 루가는 '다른 여자' 와의 결혼, 즉 재혼과 '버림받은 여자' 와의 결혼, 즉 이혼녀와의 결혼을 금지하고 있다. 루가의 특징은, 다른 결혼 관계 본문들이 간음이란 여성들만의 잘못으로 간주한 반면, 남성의 부도덕한 행위 역시 잘못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의 남성 중심적이고 여성을 낮추어 보던 사회에서 남성의 간음을 문제 삼았다는 점은 혁신적인 시각이다. 다만 간음의 성립 조건을 이혼이 아니라 재혼으로 본 것은 예수의 말씀을 곡해했다기보다는, 신자들이 이혼하지 않을 수 없었던 상황을 고려하여 이혼 금지율의 엄격성을 완화시킨 것이다. 바오로가 '신자가 아닌 쪽에서 이혼을 요구한 경우' 를 예외 규정으로 둔 이유는, 결혼 관계가 신앙을 유지시키는 데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경우를 염두에 둔 것이다. 또한 이로 인해 고린토 교회가 헬레니즘 영향권에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나는데, 곧 바오로의 말에는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이혼할 권리가 있다'는 입장이 고려되어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예외 규정들을 살펴볼 때, 예수의 가르침이 1세기 교회에서 상당히 완화된 것을 알 수 있다.
〔교회의 입장〕 교회는 성서의 말씀에 따라 결혼을 성스러운 행위로 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이혼을 엄격하게 금지한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결혼의 불가해소성이라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 〈사목 헌장〉(Gaudium et Spes)에 보면 "창조주께서 제정하시고 당신의 법칙으로 안배하신, 생명과 사랑의 내밀한 부부 공동체는 인격적인 합의로 맺은 결코 철회할 수 없는 계약으로 세워진다"(48항)라는 원칙을 밝혀 놓았다. 따라서 "부부 자신도 살아 계시는 하느님의 모습이 되고 인간의 참된 질서 안에 세워져, 같은 마음과 같은 생각과 거룩함으로 서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52항)라는 결론을 내린다. 반면, 동방 교회는 이혼과 재혼에 대해 비교적 자유로운 입장을 취한다. 이혼을 허락하는 경우는, 남편의 동의 없이 아내가 낙태한 경우, 4년 간 남편에 의해 버려진 경우, 배우자 중 어느 한쪽이 4년 간 불치의 정신병 상태가 지속되거나 문둥병에 걸린 경우이다. 프로테스탄트에서는 배우자 중 한쪽이 음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진 경우 이혼을 허락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원칙만 고수해서는 '이혼' 이라는 문제를 풀기 어렵다. 그리고 교회도 "이 제도의 존엄성이 어디에서나 똑같은 밝기로 드러나지는 못하고 있다. 중혼, 이혼의 만연, 이른바 자유 연애 또는 다른 기형으로 그늘이 졌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부부 사랑은 흔히 이기주의, 향락주의, 부당한 출산 거부로 더럽혀지 고 있다"(47항)라는 점을 자각하고 있다. 실상 오늘날의 세태를 보면 그리스도인이라 하더라도 이혼을 종교적인 문제보다는 법적인 차원에서 이해하는 형편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이 법적으로 이미 이혼했을 경우, 교회가 실제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사실상 없다는 어려움에 부딪히게 된다. (→ 바오로 특전 ; ↔ 혼인)
※ 참고문헌 정양모 역, 《마태오 복음서》, 분도출판사, 1990/―, 〈유대교와 기독교〉, 《종교 신학 연구》 7집, 분도출판사, 1994, pp. 155~169/ 박태식, 〈가장 큰 계명〉, 《예수와 교회》, 우리신학연구소, 1999, pp. 51~68/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2002/ 《가톨릭 사전》/ J. A Fitzmyer, The Gospel according to Luke, AncB 28, New York, 1981/ U. Luz, Das Evangelium nach Matthäus,《EKK》 I -1, Neukirchen, 1985/ C.K. Barrett, A Commentary on the first Epistle to the Corinthians, Black's NT, London, 1968/ R.W. Wall, 《ABD》 2, pp. 217~219. 〔朴泰植〕
이혼 離婚 〔히〕כְּרִיתוּת 〔그〕ἀποστάσιον 〔라〕divorium 〔영〕divorce
글자 크기
9권

1세기경에 작성된 이혼 증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