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仁)은 공맹(孔孟) 사상의 핵심이요 유교 윤리 도덕의 정수로써, 어짊이나 사랑뿐만 아니라 모든 덕의 총체 및 인간 완성의 이상 경지를 의미한다. 유교에서는 인을 무엇보다 중시하고 강조한다. 공자는 인을 떠나서는 이상적 인간인 군자(君子)가 될 수 없다고 단언하면서 식사 시간에도, 잠깐 사이에도, 위급할 때에도 반드시 인에 머물러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인이 없으면 예(禮)와 악(樂)이 다 소용없으니, 인은 생존에 필수적인 물과 불보다도 더 긴요하고 목숨보다도 더 소중하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목숨을 구하기 위하여 인을 해하는 일이 없고, 오히려 목숨을 바쳐서라도 인을 이루는 것" 〔殺身成仁〕이 사람의 도리라는 것이다. 《논어》(論語)에 인이란 단어가 가장 많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은, 공자와 그 제자들이 얼마나 인을 중시했는지 입증해 준다.
〔인의 의미〕 유교의 인(仁)은 흔히 생각하듯이 어짊이나 사랑만이 아니라, 더욱 깊은 의미와 넓은 내용을 함유하고 있으니, 근본적으로 인은 생명과 조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한방(漢方)에서 사지가 마비된 상태 또는 반신 불수의 상태를 "불인" (不仁)이라고 일컫는데, 이는 윤리적으로 어질지 못하거나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생명력이 제대로 통하지 않고 신체 부위 간에 원만한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태를 뜻한다. 이러한 한방의 표현은 인 사상의 핵심인 생명력과 조화를 잘 드러내 주고 있다. 원래 인(仁)이란 글자는 "사람" 〔人〕과 "둘" 〔二〕이 합성된 문자로써,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서로 생명력이 통하는 친애(親愛)의 관계를 의미한다. 따라서 유교의 인(仁) 역시 무엇보다 먼저 사람 간에 조화를 이루고 생명력이 통하는 "사람 사랑〔愛人)을 의미한다. 인에 대하여 묻는 제자 번지(樊遲)에게 공자는 "사람을 사랑함“〔愛人〕이라고 대답하였고, 맹자도 "인자(仁者)는 사람을 사랑한다" 고 하였다.
또한 인은 사람간의 사랑뿐만 아니라 모든 덕을 갖춘 상태, 인격 완성의 최고 경지를 의미한다. 즉 인은 모든 덕의 총체인 의리〔義〕 · 예의〔禮〕 · 지혜〔智〕 · 신의〔信〕등의 오상(五常)의 덕(德)과, 천하의 달덕(達德)인 지혜〔矢〕와 용기〔勇〕를 포함할 뿐만 아니라, 인내〔忍〕 · 공손〔恭〕 · 경건〔敬〕 · 충실〔忠〕 · 관용〔寬〕 · 민첩〔敏〕 · 베풂〔惠〕 등의 여러 덕을 다 함유하고 있다. 마치 사람이 머리 · 눈 · 손 · 발 등 모든 지체를 구비한 후에 온전한 사람이라 일컬을 수 있는 것과 같이, 인은 만선(萬善)과만덕(萬德)을 구비한 상태인 것이다. 또한 인은 지(知) ·정(情) · 의(意) 등 여러 차원이 조화를 이룬 자아 완성의 상태를 의미한다. 그래서 《중용》(中庸)에서는 "자신을 완성함〔成己〕이 인(仁)"이요, "인(仁)은 사람다운 사람〔(人)〕"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유교에서는 인(仁)의 근거를 궁극자인 하늘〔天〕의 생명 살림의 마음〔生生之心〕에 두고 있다. 하늘의 대덕(大德)은 생성 또는 생명 살림〔生〕인데, 인간은 누구나 태어날 때 하늘〔天〕의 이 생성의 덕(德), 생명 살림의 마음〔生生之心〕을 천부적으로 품부받았다는 것이다. 이 생생지심(生生之心), 곧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바로 인(仁)의 단서이다. 한방에서 기침과 담을 치료하는 약재(藥材)인 살구 씨의 속 알맹이를 "행인" (杏仁)이라고 일컫는데, 생명의 근본인 씨앗을 "인"(仁)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인의 생명 사상을 잘 드러내 주고 있다. 즉 인간의 본래 마음인 생생지심(生生之心),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바로 인의 씨앗인 것이다. 그런데 이 씨앗안에는 이미 발현될 모든 요소가 다 내포되어 있으므로, "측은지심이 인(仁)"이고 "인(仁)은 사람의 마음〔人心〕"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인(仁)은 사람의 본연의 마음으로, "하늘〔天〕이 내려 준 존귀한 작위요 사람의 편안한 거처〔安宅〕" 라는 것이다.
더욱이 성리학에서는 이 인을 형이상학적으로 해석하여 "사랑의 원리" 〔愛之理〕 · "본심의 온전한 덕" 〔本心之全德〕이라고 규정하고, 아울러 우주론적으로 확대 전개하여 만물 일체설(萬物一體說)을 주장하였다. 주자(朱子)는, 인(仁)과 사랑(愛)을 나무에 비유하면 뿌리와 싹의 관계와 같다고 하면서, 인은 본성〔性〕 · 본체〔体〕 · 미발(未發)의 상태요, 사랑〔愛〕은 정감〔情〕 · 효용〔用〕 · 이미 발한〔已發〕 상태라고 하였다. 또한 인은 천지(天地)의 대덕(大德)인 생생지심(生生之心)을 인간이 생래적으로 품부받은 본심(本心)의 덕(德)으로, 본심인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씨앗과 같다면 인은 그 생명의 본성〔生之性〕과 같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인(仁)과 사랑〔愛〕, 인(仁)과 마음〔心〕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관계이지만, 그렇다고 동일하다고 볼 수도 없다.
더 나아가 주자는, 인간과 만물이 모두 동일한 "생명의 원리" 〔生之理〕 · "사랑의 원리"〔愛之理〕인 인(仁)을 구비하고 있으므로 만물을 사랑하게 되고, 이로써 만물과 일체(一體)를 이루게 된다고 하였다. 정호(程顥)는 "인(仁)이 천지 만물을 혼연히 동체(同體)가 되게 한다" 고 하면서, 무엇보다 먼저 인을 인식하고 체득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인은 나와 타자(他者)를 일체로 연결시키고 상통시켜 주는 기(氣)와도 같아서, 인을 인식할 때 비로소 "천지(天地)가 나의 일신(一身)이 되며, 천지 간의 모든 사물이 나의 지체가 되며" 만물을 내 지체와 같이 사랑하게 된다고 하였다. 한마디로 "인(仁) 하면 나와 만물이 하나가 되고, 불인(不仁) 하면 둘이 된다"는 것이다.
〔인을 실현하는 방도〕 사람은 태어날 때 천부적으로 하늘의 생생지심(生生之心) 곧 측은지심을 받았으므로, 누구나 인을 행하려고만 하면 다 행할 수 있다는 것이 유교의 신념이다. 공자는 "인이 어찌 먼 곳에 있겠는가? 내가 행하려고만 하면 곧 인에 이르게 된다" 고 하였다. 비록 타고난 기질과 재능에는 차이가 있을지라도 누구나 노력하면 다 인을 행할 수 있고 인자(仁者)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을 실현하는 방도(方道)로 유교에서는 충(忠)과 서(恕)를 중요시한다. 충(忠)이란 글자의 뜻대로 자신의 본래 마음에 충실함이다. 인간의 본래 마음에는, 측은지심(惻隱之心) 외에도 불의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羞惡之心〕, 사양하는 마음〔辭讓之心〕,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是非之心〕 등 이른바 "네 가지 단서가 되는 마음" 〔四端之心〕이 있는데, 이 중 측은지심이 으뜸이요 대표로서 다른 세 마음을 함유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본연의 마음에 충실한다는 것은 곧 측은지심을 극진히 하고 그 마음을 확충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 측은지심이 상실되어〔放心〕 생명을 죽이려는 칼날 마음〔忍心〕으로 전락한 경우에는, 본래의 마음인 불인지심(不忍之心)으로 회복시킴이 충(忠)이다. 이런 의미에서 맹자는 "학문의 도(道)는 다른 것이 아니라 상실된 마음을 본연의 마음으로 회복시키는 것〔求放心〕뿐이다"고 단언하였고, 《논어》와 《중용》에서도 충(忠)과 성(誠)을 무엇보다 강조하고 있다.
또한 서(恕)는 대인 관계에 있어서 자신의 본래 마음을 미루어 다른 사람에게 해주는 것이다. 이 서(恕)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행하지 말라"는 소극적인 면과, "자신이 서기를 원하면 다른 사람을 먼저 세워지고 자기가 이루기를 원하면 먼저 다른 이를 이루게 해주어라"는 적극적인 면을 갖고 있다. 이 서를《대학》에서는 상대방과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하고 상대가 원하는 바를 행하는 혈구지도(絜矩之道)로 표현하고 있다. 유교의 서(恕)는 부모 · 형제에 대한 효제(孝弟)에서 출발하여 비혈연(非血緣)의 이웃과 백성에 대한 사랑〔仁民〕으로 확산되고, 마침내는 우주 만물에 대한 사랑〔愛物〕으로까지 미쳐 나가는 것이다.
충서(忠恕)와 함께 유교에서는 인을 실현하는 보다 구체적인 방도로 부모에 대한 효(孝)와 형제에 대한 우애〔弟〕를 강조하고 있다. 《논어》에서는 "군자는 근본에 힘써야 하는데, 효(孝)와 제(弟)는 인(仁)을 행하는 근본이다" 라고 하였고, 맹자는 "인의 실체는 부모 섬김"이라고 언명하였다. 유교에서는 인간의 수많은 관계 중 부자관계와 형제 관계를 인간의 자유 의지가 전혀 개입되지 않고 오직 하늘에 의해 맺어진 천륜(天倫)으로 보며, 아울러 부자지간의 효(孝)와 형제지간의 제(弟)는 천부적으로 품부받은 양지 (良知)와 양능(良能)이라고 본다. 이 양지와 양능인 효제(孝弟)를 행하는 것이 인을 실현하는 구체적이고 확실한 길〔道〕이며, "요순의 도(堯舜之道)는 효제(孝弟)뿐" 이라고 역설하였다. 그런데 이 효제는 혈육의 부모 · 형제뿐만 아니라 비혈육의 어른 · 연장자에게 미쳐 나가고, 마침내는 사해 동포에게까지 미쳐 나감으로써 천하 일가(天下一家)의 대동 사회(大同社會)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예수회 선교사들과 다산의 인에 대한 해석〕 유교의 인(仁) 사상에 대해 예수회 선교사인 마테오 리치(MatteoRicci, 利瑪竇)는 긍정적으로 이해하여 인이 윤리의 강령이요 선행의 으뜸이며, 군자의 학문〔君子之學〕은 이 인을 위주로 삼는다는 점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유교의 인을 단지 사람 간의 관계〔二人〕인 "사람 사랑" 〔愛人〕 또는 자신을 미루어 다른 이에게 미치는 서(恕)로만 이해하여 "공자가 설파한 인은 오직 사람을 사랑함(愛人)이다" 라고 규정하였다.
우선 마테오 리치는 윤리의 근간이 되는 선과 덕을 양선(良善)과 습선(習善), 성명의 덕(性命之德)과 습득의 덕〔習得之德〕으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양선(良善) 또는 성명지덕(性命之德)은 태어날 때 천주께서 부여해 준 선천적인 선한 본성으로, 개인의 의지와 노력이 가해지지 않았으므로 선 또는 덕이라 할 수 없고, 오직 후천적인 개인의 노력과 공로로 이루어진 습선(習善)과 습득지덕(習得之德)만이 선이요 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인(仁)에 있어서도 습선인 "사람 사랑" 〔愛人〕만 인이요, 천부적인 측은지심(惻隱之心)은 양선(良善)이기에 인이 아니라고 주장하였으며, 더 나아가 모든 덕의 총체, 자아 완성〔成己〕으로써의 인 그리고 성리학에서의 만물 일체의 인(仁) 역시 부인하였다.
이렇게 유교의 인을 해석한 마테오 리치는 그리스도교의 사랑으로 이 인을 보완하려고 하였다. 첫째, 인의 내용에 있어서 유교는 사람 사랑〔愛人〕에만 국한하는데, 이는 부족하여서 천주 사랑(愛主)을 포함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둘째, 애주(愛主)와 애인(愛人)의 관계에 있어서 애주가 애인의 기초이므로 우선적이고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천주를 위해서, 천주 때문에 사람을 사랑해야만 인이라 할 수 있으니, 만약 천주를 사랑하지 않고서 부모를 사랑하는 것은 본능적인 선성(善性)에 불과하므로 인의 덕행이 아니며, 이런 사랑은 짐승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사람 사랑에 있어서는 혈연의 가족에 매이지 말고 박애(博愛)를 해야 하며, 이 박애로 군자와 소인의 구별이 달려 있다는 것이다. 가까운 존재를 사랑하는 것은 금수도 하며 가족을 사랑하는 것은 소인도 능히 하지만, 오직 군자만이 널리 천하 만물을 사랑하는 보편애를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넷째, 애주와 애인의 근거는 인간에 대한 창조주 천주의 내리사랑과 은혜에 있다는 것이다. 천주는 인간과 천지 만물을 창조하고 주재(主宰) · 안양(安養)하는데, 이에 대해 인간은 보본(報本) · 보은(報恩)의 충(忠)과 효(孝)를 드려야 하며, 또한 천주가 인류를 극진히 사랑하기에, 만일 천주를 사랑한다면 천주가 사랑하는 다른 사람들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은 유교의 인(仁)에 대해, 성리학의 형이상학적 · 우주론적인 해석과 만물 일체설을 거부하면서, 인륜적 · 실천적 입장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극진함" · "사람 사랑" 이라고 주장하였다. 인이란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자기 본분과 도리를 다하는 것이니, 부자 사이의 효(孝)와 자(慈), 형제 사이의 제(弟), 군신 사이의 충(忠), 관리와 백성 간의 자(慈), 붕우 사이의 신(信) 등이 모두 인(仁)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인을 "사람 사랑" , "인륜의 사랑" , "인륜의 성덕(成德)” 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인과 불인(不仁)이 전적으로 인륜에 충실함 여하에 달려 있음을 명백히 하였다. 성리학에서처럼 인을 하늘이 선천적으로 본심에 박아 준 생득적(生得的)인 것으로 보지 않고, 인간이 후천적으로 자주권(自主權)을 활용하여 습득(習得)한 선행 내지 덕이라고 보았다. 만약 성리학의 주장대로 인(仁)이 천부적인 것이라면 사람들은 반드시 힘써 인을 행하려 하지 않고, 불교와 같이 면벽 좌선하여 인을 밝히고자 할 것인데, 이는 결코 성현들의 본래 뜻이 아니라고 비판하였다. 또한 인이 성리학의 주장대로 '본심의 온전한 덕' 〔本心之全德〕이라고 한다면, 사람이 아무리 인을 떠나 불인(不仁)하려고 해도 할 수 없을 텐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으니, 인을 행해도 자신의 공(功)이요, 불인(不仁)을 행해도 자신의 죄라고 하였다. 물론 다산도 인을 행할 수 있는 가능 근거가 본심에 있음을 인정하지만, 그 가능 근거 자체를 인이라 할 수는 없으며, 오직 자주권에 의해 사람과 사람 관계에서 그 본분을 행한 후에야 인이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仁)을 실현하는 방도(方道)인 충서(忠恕)에 대해서도 다산은 성리학자들과 견해를 달리하였다. 즉 주자는 자신을 극진히 함이 충이요 자신을 미루어 타인에게 미치는 것이 서라고 규정하고서, 충과 서를 천도(天道)와 인도(人道), 본체(本體)와 말용(末用)으로 나누어 보았는데, 다산은 이렇게 충서를 둘로 나누는 것은 공자가 말씀한 "하나로 관통하는 도" 〔一以貫之道〕에 어긋나는 오류라고 비판하면서 충서는 오직 서(恕) 하나뿐이라고 주장하였다. 서는 행위의 근본이요 충(忠)은 그것을 행하는 소이(所以)이므로, 충과 서는 결국 서(恕)를 충실하고 진실하게 행함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그는 주자가 충서를 둘로 나누어 충에 중점을 둔 것과는 대조적으로 충서를 하나로 보고 서에 중점을 두었다.
다산은 서(恕)를 무엇보다 중요시하여, 서는 공자의 유일한 도(道)일 뿐만 아니라 경전의 모든 말씀이 이 서(恕) 한 자로 집약된다고 강조하였다. 서는 인륜 관계뿐만 아니라 상하 · 전후 · 좌우를 관통하는 일관지도(一貫之道)이므로, 서에 밝지 못하면 유교 경전의 대의(大義)와 요지를 파악할 수 없고, 아무리 성인을 흠모하고 애쓰더라도 성인의 경지에 이를 수 없다고 단언하였다. 충(忠)으로써 수기(修己)하고 서로써 치인(治人)하는 것이 아니라, 수기와 치인 모두 서로써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 서(恕) 한 자로써 사람 섬김〔事人〕과 하느님 섬김〔事天〕을 하며" "이 한 자로써 대인 관계를 행하면 인(仁)을 행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라고 언명했다. 그런데 서(恕)를 행해야 할 인간 관계가 많지만, 모든 인륜 관계는 근본적으로 부모에 대한 효, 형제 간의 우애, 자녀에 대한 자애로 집약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덕(德)이란 구체적으로 효(孝) · 제(弟) · 자(慈)이며, 인(仁) 역시 효 · 제 · 자의 총명(總名)이며, 서(恕) 또한 효 · 제 · 자라 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대학》(大學)의 명덕(明德)과 신민(新民)뿐만 아니라 《대학》의 전체 가르침이 이 효 · 제 · 자 3자(三字)로 요약된다는 것이다.
이 효 · 제 · 자 3덕(三德) 중에 자(慈)는 금수에게도 있는 생래적인 본능으로 애쓰지 않아도 실천이 가능하므로, 효(孝)와 제(弟)가 역대 성현들의 가르침의 요체(要諦)가 된다고 하였다. 공자와 맹자의 도는 오로지 효제(孝弟)뿐이니 공자는 천하인으로 하여금 모두 이 효제를 실천함으로써 수신(修身) · 제가(齊家)뿐만 아니라 평천하(平天下)를 이루려고 했으며, 맹자는 효제(孝弟)를 인(仁) · 의(義) · 예(禮) · 지(智) · 악(樂)의 실체로 삼았다는 것이다. 또한 《대학》의 "명덕을 밝힘" 〔明明德〕이란 효제를 밝히는 것이요, 《중용》의 "성으로써 밝힘"〔自誠明〕이란 효제를 성실히 하는 것이요, "일이관지도"(一以貫之道)인 충서(忠恕)는 효제에 충실함이요, 더 나아가 격물치지(格物致知) · 궁리진성(窮理盡性) · 하늘섬김〔事天〕 등도 효제 실현에 있다고 역설하였다. 공맹(孔孟)의 가르침은 한마디로 이 효제로 집약되며, 이 효제를 떠나서는 인(仁)이나 덕(德)도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과 효제(孝弟)의 관계에 대해 성리학에서는 효제가 인을 실현하는 근본이지만 인의 근본은 아니라고 해석했으나, 다산은 구태여 이 둘을 구별할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효제(孝弟)가 인(仁)의 근본일 뿐아니라 인이 바로 효제라고 단언하였다. (→ 유교)
※ 참고문헌 유승국, 《東洋哲學研究》, 槿域書齋, 1985/ 이상은,《유교와 동양 문화》, 汎學圖書, 1976/ Hans Küng-Julia Ching, Ch-ristentum und Chinesische Religion, München, R. Piper GmbH & Co. KG, 1988(이낙선 역, 《중국 종교와 그리스도교》, 분도출판사, 1994)/ 羅光, 《生命哲學》, 臺灣學生書局, 1983/ 최기복,《儒敎와 西學의 사상적 갈등과 相和的 이해에 관한 연구》, 성균관대학교 박사 학위 논문,1989/ ─,〈茶山의 死生救援觀〉,《宗敎神學研究》 4집, 서강대학교종교신학연구소, 1991, pp. 155~211. 〔崔基福〕
인 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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