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 생식이든 무성 증식이든 생물학적 유전 조건이 똑같은 인간을 만들어 내는 것.
사전적인 의미에서 생명의 복제(replication)는 하나의 단수 세포나 조직에서 무성(無性) 증식으로 나온 동종(同種)의 유전 조직이나 세포의 총체인 클론(clone)을 만들어 번식시키는 것(cloning)이다. 유성(有性) 생식으로 만들어지는 재생(reproduction)과는 구별되며, 동일 개체에서 세포의 무성 증식에 의해 자손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는 인간에게 무성 증식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 유성 생식으로 만들어진 수정란을 분할하여 자궁에 착상시키는 일란성 다태아 생산 방식을 복제 행위로 간주했지만, 최근 체세포 복제를 통한 '돌리' 양의 탄생 사례가 발표되면서 무성 생식으로 인간 복제도 이론적으로 가능해졌다.
〔복제 방법〕 생명 복제의 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수정란 분할 방식과 체세포의 핵치환 방식이다. 첫째 방식은 이미 1930년대에 알려진 것으로 인공적인 일란성 쌍둥이 또는 다둥이 복제 방식이다. 정자와 난자가 결합한 후 세포 분열할 때, 2배 포기, 4배 포기, 8배 포기 등에 이르렀을 때 분할하여 필요한 숫자만큼 자궁에 착상하여 출산하게 한다. 둘째 방식은 초기 배세포(胚細胞)가 아닌 성숙한 체세포(體細胞)의 핵을 빼내어 난세포(卵細胞)에서 핵을 제거한 후 그 자리에 핵을 이식 · 융합시키는 핵 치환 복제 방식이다. 이 방식에서 최대 과제는 체세포 핵 이식 중에 개체를 발생하게 하려면 세포 주기를 맞추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다면 핵이 핵 분열을 해서 염색체 수에 이상이 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포 주기를 맞추어 체세포 복제에 성공한 것이 1997년에 공개된 윌머트(Ian Wilmut) 박사팀의 복제양 돌리의 탄생이다. 먼저, 6년 된 암양 A의 유선(乳腺)에서 체세포를 채취한 후 저농도 영양 상태에서 배양하였다. 또 다른 암양 B에서 핵이 제거된 미수정 난모 세포를 배양하였다. 이 둘을 한 배지에 넣고 두 세포가 융합하도록 전기 자극을 가하였다. 그리고 6일 후 형성된 배아를 암양 C의 자궁에 착상시켰다. 일정 기간 후에 암양A와 유전적으로 똑같은 새끼 양이 탄생되었다.
〔생명 복제의 유용성〕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여 우수한 형질의 유전 인자를 원하는 숫자만큼 확보할 수 있다는 데 생명 복제의 유용성이있다. 첫째, 생산량의 증가에 기여한다. 3배 이상의 젖을 생산하는 슈퍼 젖소, 빨리 크고 고기 맛이 좋은 돼지, 더 부드러운 털을 가진 양 등 우량 가축을 무한대로 만든다. 둘째, 특정 질병의 치료를 위해, 예를 들어 혈액 응고 인자를 조작한 양의 젖을 혈우병자에게 공급할 수도 있다. 셋째, 인간 질병과 유사한 질병을 동물이 앓도록 한 뒤 치료제 개발을 위한 실험 동물로 쓸 수 있다. 예로 당뇨병 또는 간암 걸린 쥐도 생산 · 복제할 수 있다. 넷째, 거부 반응 없는 장기를 자유롭게 이식하기 위해 인간 유전자를 동물에 이식해 인간의 것과 유사한 장기를 생산해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간 심장을 지닌 돼지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개성을 중요시하는 인간 사회에서 복제 인간을 만들려 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경쟁 사회에서 요구되는 뛰어난 능력, 예를 들어 높은 지능과 강한 체력 그리고 미모, 유전병으로부터의 자유로움, 사망한 사람에 대한 대리, 유전적으로 자신들과 동일한 자녀를 얻고 싶은 불임 부부, 거부 반응이 없는 장기의 확보 등이 이유일 것이다.
〔생명에 대한 교회의 기본 입장〕 생명을 바라보는 그리스도교적인 입장과 관점에서 첫째로 중요한 것은 인간 생명의 시작이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되는 그 순간부터(《가톨릭 교회 교리서》 2319항, 2322항 참조)라는 점이다. 발달주의적인 입장에서는 수정 후 일정 시간이 지나 어느 발달 단계에 도달해야 인간 생명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생물학적 사실은 수정되는 순간부터 죽음이 완결되는 순간까지 이미 발달 과정들 간의 필연적인 연속성과 통합성으로 유일회적인 존재를 유지한다고 알려 준다. 둘째는 단일하며 불가해소한 혼인 행위와 성(性)의 결합을 통한 자연스러운 자녀 출산이라는 점이다. "하느님의 모습대로 사람을 지어내시되 남자와 여자로 지어내신"(창세 1, 27) 하느님은 "남자는 어버이를 떠나 아내와 어울려 한 몸이 되게"(창세 2, 24) 창조의 질서를 마련하셨다. 예수 그리스도는 그 둘을 놓고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마태 19, 6)이며 "하느님께서 짝 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된다"(마태 19, 6)는 계명을 주시어, '남녀 일치' 가 혼인 안에서 '부부의 일치' 로 완성되어야 한다고 가르치신다. 그래서 "혼인의 제도와 부부 사랑은 그 본성적 성격으로 자녀 출산과 교육을 지향" (사목 48항)하기에, 남녀가 당사자도 철회할 수 없는 인격적 계약으로 이루는 혼인은 생명의 전달자로서 배타적인 권한을 갖게 된다. 즉 "가정의 기본 임무는 생명에 봉사하는 것, 창조주의 첫 축복을 역사 안에서 실현하는 것, 즉 출산을 통해서 하느님 모상을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전달하는 것이다"(〈가정 공동체〉 28항). 그렇기에 교회는 하느님 법을 거슬러 부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자녀의 수를 제한하려는 그릇된 의도가 상호 간에 인격적 품위를 깨게 되고 부부 행위를 인격이 아닌 기능으로 전락시킨다(〈산아 조절에 관한 회칙〉 21항 참조)고 그 해악성을 지적한다. 더구나 이미 수태된 자녀를 거부하는 것은 하느님 창조의 목적을 거스르는 '가증할 죄악' (사목 51항)인 것이다.
셋째로, 생물학적인 부모에게서 자연스럽게 탄생할 자녀의 권리는 천부 인권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기본적으로 자녀는 부모에게 위탁된 '하느님의 선물' (《가톨릭 교회 교리서》 2260항)이며, 하느님을 닮은 존엄한 존재이다. 그래서 혼인의 본성상 부부 일치와 부부 행위를 대체하는 어떤 수단도 정당화될 수 없을 뿐 아니라, '대리모' 나'부자연스러운 방법' 이 아닌 '친부모에게서 자연스럽게' 탄생할 천부적인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비자연적인 과정으로 또는 비윤리적으로 수태되었다고 하더라도 차별 대우를 해서는 안된다(〈인간 생명의 기원〉 II , 4항 참조).
넷째로, 과학 기술은 인간에게 봉사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에게 "세상 만물을 지배하는"(창세 1, 28) 권한을 주신 하느님은 인간 지성을 통해 기초 과학 연구나 응용 연구에 대한 권한을 부여하신다. 그렇기에 자연을 지배하는 수단으로써의 과학 기술은 그 목적상 인간의 유익에 기여해야 한다. 즉 "무엇보다도 인간에게 봉사해야 하며, 또한 하느님의 의지와 계획에 의한 인간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와 참되고 온전한 선에 봉사하지 않으면 안된다" (〈인간 생명의 기원〉 서론, 2항).
〔윤리적 판단〕 인간을 복제하는 행위의 목적과 행위자의 의도, 그리고 행위의 정황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윤리적인 분석과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첫째 관점은, 거부 반응이 없는 장기 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인간을 복제하는 경우이다. 이는 한 인간의 삶의 질을 위해 또 다른 인간을 수단이나 재료로 사용하려는 것이기에 정당화될 수 없다. 둘째 관점은, 인간 복제가 우생학적 계획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이다. 사회적으로 환영받는 능력을 가진 유전 인자를 얻으려는 것은 유전 인자의 개선이 아니라 임의적인 고착이다. 원하는 유전 인자의 사람을 복제하는 행위는 일시적이고 개인적이고 사회적 필요에 따라 임의로 값이 매겨지고 선택되며, 인공적으로 실험실에서 통제하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 가치와 기본선(基本善)에 결코 합치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소수 개인이 다른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며, 선택된 복제품의 원본이 생물학적 재료로써만 평가되는 사고 방식을 문화 속에 확산시킬 위험도 매우 크다. 인권 차원에서도 평등성과 차별 금지 원칙을 거스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가치 있는' 누구를 닮았기 때문에 주목의 대상이 됨으로써 심리적 신원 의식은 파괴될 것이다. 복제한 사람의 기쁨을 위한 노예 신세로서 종속된 인생은 처음부터 행복 추구권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셋째 관점은, 핵 이식 방법의 인간 복제는 혼인 제도를 통해 참사랑으로 자기를 증여하여 생명을 출산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핵 이식 복제 방법은 남녀 양성(兩性)이 필요 없고 단성(單性), 즉 여성만 있으면 되기에 남성의 소외가 발생한다. 남녀의 인격적인 만남과 상호 간 구조적인 보완성을 근본적으로 파괴한다. 사회적으로는 부성을 혼돈에 빠지게 하고 인간 인격의 기초적 친족 관계를 근본적으로 파괴한다. 생물학적 아버지 없이 자기 어머니의 쌍둥이 자매일 수도 있고, 그녀 할머니의 딸일 수도 있다. 그로 인해 사회 공동체의 고의적인 붕괴의 시초가 된다.넷째 관점은, 부모에게서 자연스럽게 탄생할 자녀의 권리가 유린된다는 점이다. 부모가 서로 사랑을 나누는 가운데 모친의 육체 안에서 자연스럽게 수정되고 출산이 보장되어야 할 천부인권은 계약에 의해 기계적인 조작으로 수정되고 임의로 선택된 자궁에서 자녀를 얻을 권리보다 명백히 우선한다. 부모로부터의 자연스러운 탄생권은 부모나 제3자가 임의로 부여하거나 박탈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상대가 자신의 기본 권리를 주장할 수단을 전혀 갖고 있지 못한 처지라면 공권력이 이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 사회 정의의 정신이다. 치료의 목적도 아니면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만들어지는 형태는 인간 존엄성을 근본적으로 파괴시킨다. 자녀 출산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도 아니며 부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자녀를 가져야 할 의무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다섯째 관점은, 인간 복제의 과정에서 남녀 모두가 기능을 지닌 부속품으로 격하된다는 점이다. 즉 여성을 난자 또는 자궁으로, 남성을 정자로 축소시키는 가운데 인격성은 배제된다. 기계적인 조작으로 생명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남성과 여성은 물질적인 재료이며, 계약의 대상으로 전락된다. 사실 산업 생산과 시장의 논리 안에서 인육(人肉)의 상품화가 시작되었고 정자와 난자의 판매 그리고 자궁의 임대는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여섯째 관점은, 인간 배아(胚芽)에 대한 존엄성이 근본적으로 유린된다는 점이다. 수정란 분할 복제의 경우 수정되는 순간부터 이미 독립된 인격체로 간주되어야 하는 인간 배아가 실험실의 재료로 사용되고 또한 소모품으로 처리된다. 핵 이식 복제의 경우에도 생명으로 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이론적으로 입증되었다 해도 '우연에 가까운 확률' 에 의지하여 난자의 핵을 제거하고 체세포의 핵을 떼어 이식하며 전기 충격을 가하고 자궁에 착상시키고 출산 그리고 성장 과정에서도 겪어야 하는 수많은 위험, 즉 기형 · 비만 · 조로(早老) 현상을 '무죄한 인간 생명'에게 지울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일곱 번째 관점은, 복제된 인간의 처우를 어떻게 하는가의 문제이다. 그리스도교 윤리의 입장에서는 복제된 인간도 분명 독립된 인간으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인간은 육체와 영혼의 이중 구조 속에 그 육체성에서만 인격적 특성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신성, 즉 다양한 경험과 그 속에서 자아 선택의 훈련을 통해 구체적으로 인격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은 '자기 되어 감' 의 길을 발견해 나가는 존재이다. 일란성 쌍둥이에게서 보듯이 유전 인자가 같다고 해서 그 복제된 인간이 원본 인간과 개성까지도 똑같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러므로 원본 인간과 똑같이 헌법이 보장하는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 당연히 "어떤 방법으로든지 세상에 일단 태어난 아이는 그를 전능하신 하느님의 선물로 받아들여 사랑으로 키워야만 한다"(〈인간 생명의 기원〉 Ⅱ, 5항). 사춘기 청소년의 장난으로 생겨난 사생아도, 미숙아도, 기형아도, 장애아도, 하느님의 전체적인 섭리 속에서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스스로가 그 삶의 고통과 기쁨 속에서 자기 생명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도록 초대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회는, 인간 생명이 어떠한 조건과 발전 단계에 놓여 있든지, 명백하고 굳은 신념을 가지고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인간 생명을 촉진하고, 모든 공격으로부터 인간 생명을 보호할 의지를 모든 이에게 새롭게 보여 주는 사명을 받았다"(〈가정 공동체〉 30항)고 의연히 선언한다. (⇦생명 공학 ; → 생명 ; 생명 윤리학 ;인공 수정)
※ 참고문헌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Congregation for the Doctrine of the Faith, Instruction Donum Vitae(22 feb. 1987), in 《AAS》 80, 1988, pp. 70~102(교황청 신앙 교리성, 맹광호 역, 〈인간 생명의 기원과 출산의 존엄성에 관한 훈령〉, 《사목》 112(1987. 7), pp. 119~144)/Pontifical Council for Pastoral Assistance to Health Care Workers, Charter for Health Care Workers, Bombay, Pauline, 1995(교황청 보건 사목 평의회, 가톨릭 중앙의료원 원목실 역, 《의료인의 헌장》, 가톨릭대학교 출판부, 1998/ Pontifical Academy for Life, Reflections on Human Cloning, L'Osservatore Romano(1997. 7. 9)/ A. Kahn · F. Papillon, Copies Conformes, Paris, NiL Ed., 1998(전주호 역, 《인간 복제》, 푸른미디어, 1999). 〔李東浩〕
인간 복제 人間複製 〔영〕human clo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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