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79년 3월 4일에 교황 즉위 후 처음으로 발표한 회칙.
〔배 경〕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상은 교황명이 표현해 주듯 교황 요한 23세(1958~1963)와 바오로 6세(1963~1978) 그리고 요한 바오로 1세(1978)의 사상을 계승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이 회칙에서 "교황 요한 23세와 바오로 6세께서 교회에 남기신 위대한 유산에 경의를 표하고 하느님의 보우를 입어 그 유산을 발전시키겠다" 는 자세를 표명하고 "요한 23세와 바오로 6세는 내가 직접 계승하여 일을 시작하려는 발판이 되신다"(2항)고 언급하는 것처럼, 이 회칙은 교황 요한 23세와 바오로 6세의 사상을 온전히 드러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을 확인하고 계승하는 문헌이라고 할 수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 회칙의 기초가 되는 문헌은 요한 23세의 두 회칙 〈어머니와 스승〉(Mater et Magistra, 1961. 5. 15)〈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 1963. 4. 11)와 바오로 6세의 여러 회칙과 문헌들, 특히 〈민족들의 발전〉(Populorumprogressio, 1967. 3. 26)과 〈팔십 주년〉(Octogesima adveniens,1971. 5. 14), 그리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목 헌장〉 (Gaudium et Spes)이다.
이처럼 이 회칙은 선임 교황들의 사상을 계승하고 발전시킨다는 차원에서 매우 넓은 영역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 회칙에 흐르고 있는 일관된 흐름은 다음의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곧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인간은 자신의 존엄성을 온전히 깨닫게 되었다"와 "교회가 걸어갈 모든 길은 인간에게로 통한다"이다. 이 문장들이 시사하는 것은 회칙이 무엇보다도 그리스도의 신비와 이를 통한 교회의 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 관심은 곧바로 인간, 인간 사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으로 파고 들어간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러한 세속적 실재들이 그리스도와 교회가 함께 살아왔고 따라서 희망을 거는 대상임을 보여 주려고 한 것이다. 그리스도가 구원하고자 한 인간은 사회적 존재에 관한 모든 진리를 충만히 갖추고 있는 인간, 가정의 영역, 사회의 영역 및 전 인류의 영역 안에 있는 인간이며, 이 인간이 교회가 자신의 사명을 수행함에 있어서 반드시 따라 걸어야 하는 첫째가는 길이며, 근본적인 길이라는 것이다(14항 참조)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이러한 기본 사상을 통해 정의와 인간 발전을 위한 모든 행동을 풍부하고 전인적 인본주의 안에 두기 때문에, 사실 그는 신학적 토대를 상당히 심화시키고 있다. 그것은 그리스도론적인 인본주의이며, 그리스도를 인간성에 어떤 것을 첨가하거나 인류를 죄로부터 단순히 구원하는 분으로 보는 피상적인 의미의 그리스도론도 아니다. 이는 우리로 하여금 인간됨이 진정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깨닫게 해 주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핵심 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내 용〕 위대한 유산(1~6항) : 이 회칙은 대희년인 2000년을 예상하고 희망과 기쁨의 표현으로 시작한다. 요한 바오로 2세는 회칙의 서문에서 선임 교황 요한 23세와 바오로 6세 그리고 요한 바오로 1세의 심오한 유산과 전통을 계승하려는 열망에 입각하여 교황 직무를 받아들였다는 의지를 밝힌다. 이 회칙은 교회의 미래를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완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회칙의 서문은 이천 년대를 마감하고 삼천 년기를 시작하는 이 세상의 중심은 예수 그리스도라고 소개하고, 각각의 지역 교회의 내부는 물론, 각 지역 교회 사이의 대화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교황은 이러한 대화를 구원의 대화라고 정의하면서(4항), 이러한 대화는 인간 실존의 여러 영역에 있어서 교회의 사명 실천과 봉사를 통해 구체화되어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교황은 그리스도교 일치에 대해서도 꾸준하고 솔직하게 그리고 또한 과감하게 일치하는 길(대화와 접촉, 공동 기도, 인간 영성 등)을 모색하기를 촉구한다(6항)
구속의 신비(7~12항) : 회칙 2장의 핵심적 질문은 '우리가 하느님과 더욱 가까워지기 위하여 어떠한 미래를 향해 나아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강조점은 우리의 활동은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야 하고, 우리의 행복은 다른 사람에게서가 아닌 그리스도 안에서 추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교회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들으려 하는 것이고, 그리스도께서 살고 또 보여 주신 그분의 삶을 아주 세세한 부분이라고 철저하게 닮으면서 살려고 노력한다. 그리스도의 삶, 그리스도의 인간성, 그리스도의 진리에 대한 충실, 그리스도의 포괄적인 사랑 등의 그리스도의 신비는 성체성사 안에서 끊임없이 재현된다. 또한 교회의 전례 주년 안에 살아 있으며, 이러한 신비는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의 삶과 거룩함의 원천이 되는 것이다(7항).
따라서 교회가 하느님과 깊은 일치를 이루는 도구이며 표징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바로 구원자이신 예수그리스도밖에 없다. 그러므로 교회는 절대로 구속의 신비인 그리스도를 떠날 수 없다.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구속의 신비는 깨어졌던 하느님과의 관계에서 화해를 가능하게 만들어 주었고, 이러한 세상의 구속은 인간 "마음" 안에서 이루어진 하느님 정의의 충만한 실현인 것이다. 또한 이러한 구속의 신비는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을 깊이 일깨워 준다. 그러므로 요한 바오로 2세는 각 사람은 그리스도를 통해서 완성되었고, 또 완성될 수 있는 존엄성을 위해 끊임없이 투쟁해야 한다고 격려한다. 또한 인간 존엄성을 위한 교회의 사명이 과거보다 오늘날 더 큰 반대에 부딪친다 하더라도, 그것을 더욱 절실한 요청이라고 여기고 투철한 정신으로 무장할 것을 요구한다(10항)구원된 인류와 현대 세계 안에서의 인간 상황(13~ 17항) : 교회는 인간성의 진정한 증진을 위협하는 것에 대해 무감각할 수 없으며, 더 나은 인간성의 진정한 발전에 봉사하는 일에 무감각할 수는 없다. 여기서 교회가 관심을 갖는 인간은 절대로 '추상적' 인 인간이 아니며, 현실적이고 '구체적' 이며 '역사적' 인 인간이다(13항). 또한 교회의 염려는 전인(全人)을 대상으로 하며 유일무이하고 반복될 수 없는 인간 실재, 하느님의 모상과 유사성을 그대로 보전하고 있는 인간이다. 이러한 인간은 교회가 자기의 사명을 수행함에 있어서 첫째가는 길임을 교회는 알고 있다. 그러므로 교회는 늘 새로운 방법으로 인간의 "상황"을 감지하지 않으면 안된다(14항). 또한 교회는 인간에 대한 위협들, 즉 인간의 진정한 존엄성에 걸맞게 만들려는 노력에 상반되어 보이는 모든 것을 감지해야 한다. 이러한 인간의 현재의 상황은 자신이 만들었던 사물에 의해서 자신이 지배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있다. 그래서 교황은 발전이 항상 인간의 존엄성을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한다. 또한 재화와 정보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대해서 교황은 성서의 예화를 들어, 특히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먼저 자선을 베풀고, 인간을 위한다고 일삼고 있는 파괴를 중단하고, 인간을 위한적극적인 투자로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교황은 인권과 종교의 자유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특별히 종교 때문에 차별을 당하고 있는 모든 이에 대한 권익 보호를 촉구한다(17항).
교회의 사명과 인간의 운명(18~22항) : 마지막 4부에서 교황은, 인간은 하느님으로부터 교회의 일치에 불림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왜냐하면 각 개인은 하느님 백성으로의 참여를 통하여 그리스도로부터 오는 삶의 숨결을 나누어 받기 때문이다(18항). 곧 그리스도와 교회의 일치는 교회와 모든 사람과의 일치의 모델이 된다는 것이다.
교황은 특별히 교회는 진리에 대해 늘 책임을 지닌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말은 진리를 사랑하고 진리를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힘쓰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진리에 대한 사랑과 이해를 위한 염원은, 신앙에 대한 이해로 드러난다는 점과 그에 따르는 봉사의 형태로 구체화된다는 것이다. 교황은 이 봉사의 구체적인 모습은 사제이며 예언자, 왕이신 그리스도의 세 가지 사명을 더 잘 이해할 때 가능하며, 이는 교회에 대한 구체적인 봉사의 형태로 드러나게 된다고 강조한다(19항). 따라서 교회는 예언자인 그리스도를 따라서 하느님 말씀의 진리를 선포할 책임이 있으며, 신학자와 사목자 그리고 교리 교사들은 모두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들로서의 사명을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진리의 전달과 연구에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교황은 또한 교회는 사제인 그리스도를 따르면서 모든 인간이 유일무이하고 반복될 수 없는 인간 본래의 상태를 회복하고, 세계가 그리스도에 의해 완성될 수 있도록 성체성사를 거행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20항)
〔주요 사상〕 첫째, 이 회칙의 중요한 주제는 구원이다. 아담과 하와의 범죄 이전에 이미 하느님으로부터 의도된 인간의 구원은 그리스도의 육화로 완성되었고, 인성을 취한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는 육화를 통해 이 세상과 하느님의 창조 업적 안에 드러난 하느님의 영원한 사랑을 온전히 드러냈다. 둘째,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계시와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구원 의지이며, 창조를 통해 의도된 인간성의 계시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육화와 십자가 사건, 부활과 승천 때문이다. 셋째, 예수 그리스도는 역사 안에서 인류의 보호자로 선언되었다. 예수는 구체적이며 역동적인 역사 안에서 진정한 인간 삶의 창립자이다. 그리스도는 정의의 주님이며 해방자이다. 넷째, 그리스도인은 모든 사람들 안에서 하느님의 모상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은 예외 없이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되도록 초대받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존경을 받고 예우를 받아야 하는 것은 추상적인 인간이 아니라 반복될 수 없는 실재인 구체적인 인간이기 때문이 다. 다섯째,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의 구원 행위 때문에 그리스도를 따르는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은 인간의 역사 안에서 인간 구원의 대리자가 되는 일을 지속하는 것이다. 교회는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그들의 권리를 방어해야 한다. 교회의 인간에 대한 보호는 본질적으로 교회에게 맡겨진 초자연적인 사명이다.
여섯째, 평화에의 길은 인간의 권리를 존중하는 것이다. 일곱째, 회칙에서 대림(advent)이라는 말의 사용은다가온 2천 년대에서 개별 인간을 위한 그리스도의 재림을 의미한다. 이 문맥에서 그 말은 최후 심판과 직결된어떤 종말론적이며 심판적인 의미와 연관된 것은 아니다. 인간성의 존중과 이 존중을 위해 필요한 구조적인 변화라는 앞으로의 우리의 임무는 불가능하지 않다. 우리의 종말론적 신앙은 인류의 미래에 대한 믿음을 요구한다. 여덟째, 그리스도는 소명에 응답하는 인간의 노력에서, 그리고 모든 노예 상태와 압제에 반대하는 인간 삶의 충만함을 위한 노력을 통해 고양된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은총은 구체적이고 역사적인 차원을 가진다. 아홉째, 성령은 인간으로 하여금 세계가 더욱더 정의롭고 인간적인 세계가 되는 데 공헌하도록 인간에게 능력을 준다. 성령의 행동은 항상 구체적인 인간 상황 안에서 새로워지고 항상 구원적이다. 열 번째, 성령께 대한 무시는 경제적인 힘을 기초로 하는 자본주의자와 사회주의자를 모두 포함한 인간 자신 안에서 이기주의로 나타난다. 가난하게 된 사람과 사회의 최하층 사람들에게 헌신하고 마음을 개방하는 결속은 부의 재분배를 위한 길이다. 열한 번째, 라자로와 부자라는 성서적인 비유는 우리 세계 안에서 가난하게 된 사람들의 증가에 대한 하느님과 교회의 관심을 예증한다. (→ 요한 바오로 2세)
※ 참고문헌 Judith A. Dwyer(Ed.), The New Dictionary of Catholic Social Thought, Minnesota, 1994, pp. 817~822/ Donal Dorr, Option.for the Poor: A Hundred years of Catholic Social Teaching, New York, 1992, 2nd, pp. 260~287/ Gino Concetti(Ed.), Cristo Redentore dell'uomo Centro del Cosmo e della Storia, Milano, 1980. 〔李東益〕
〈인간의 구원자〉 人間 ― 救援者 〔라〕Redemptor homi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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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