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 人格 [라〕persona [영〕p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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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신학에서의 인격 (⇨ 위격)
② 철학에서의 인격
정신적이고 개별적인 실재. "인간" 자체를 가리키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인격' 이란 의미를 지닌 라틴어 '페르소나' (persona)는 말은, 본래 그리스에서 연극할 때 배우가 착용하는 가면, 또는 그 역할을 의미하는 '프로소폰'(700000mov)에서 유래했다. 또한, 고대 이탈리아 도시인 에트루리아(Emina)에서 어릿광대들이 쓰던 가면인 '페루스' (perus)에서 연원하였다. 이 말이 오늘날 통용되는 인격이란 의미로 확정된 것은 로마 시대였다.
〔철학사적 고찰] 서양 고 · 중세 철학에서의 의미 : 인격이란 말은 고대 그리스 형이상학에서는 등장하지 않으며, 초대 교회에서 삼위 일체와 육화란 그리스도교 교리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등장하였다. 최초로 인격 개념을 형식적 · 존재론적으로 정의한 것은 보에시우스(AM.T.S.Boetius, 4701475~524)였다(De duabus naturis et una persona Christi, Ⅲ ) 그는 "인격은 이성적 본성을 가지고 있는 개별적 실체" (Persona est naturae rationalis ndividua substantia)라고 하였다. 이 말은 인격이 가장 보편적인 정신적 존재 자체의 분할할 수 없는 유일한 자주체(自主體, supposi-tum)라는 것을 의미하였다. 토마스 아퀴나스(ThomasAquinas, 1224/1225~1274)는 이와 비슷하게 "이성적 본성의 모든 개별체를 인격이라 한다" (0mme individuum rationalis naturae dicitur persona)고 인격에 대한 정의를 하였다(s. Th.,1,q.29,23,ad2). 이러한 정의의 근본적인 특징은 개별적인 실체성 · 자립성(독립성) · 완전성(integritas) · 불양도성 (micommmumichilitas)이다. 이러한 인격의 정의는 중세 그리스도교 철학에 있어서뿐만 아니라 근세 사상에서 일부의 반론을 거친 후에도, 현대 사상에서도 여전히 인격의 존재론적 · 구조적 요소로써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인격은 일회적이고 분리될 수 없는 전체적인 것이며, 직접적이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것으로써 정신적 본성의 완성이자 실재이고 현존재이다. 근세 철학에서의 의미 : 고 · 중세 시대의 형식적 · 존재론적 인격론은 근세에 들어와서 합리론자들로부터 도전을 받았다. 데카르트(R. Descartes, 1596~1650)의 합리론에서 인격은 이성적 본성의 특성에 불과한 것이다. 예컨대 자기 의식 · 자기 기억 · 자유 · 자기 행위에 대한 지배 능력과 같은 것이다. 또한, 흡(D. Hume, 1711~1776) 등의 경험론자들은 인격의 실체성을 부인하고, 그것은 지각의 묶음에 불과하다며 인격의 독립성을 부인하였다. 그러나 실체성에 대한 엄연한 자각을 단지 지각의 묶음으로 환원시키는 것은 자유와 책임을 부정하는 무리한 주장이다. 철학에서 분리된 심리학도 존재의 보편성과 정신의 초월과 관련된 인격 개념을 부정하고 인격을 자아 의식에 의해 표현되는 존재자에 불과한 것이며, 시간에 의해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칸트(I. Kant,1724~1804)는 인격을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되며 인격 자체가 목적이라고 말하고, 인격의 존엄성을 강조하였다. 헤겔(G.W.F. Hegel, 1770~1831)은 인격의 의미를 특히 법의 분야에서 모순되는 소유 요구를 제한하는 질서로 이해하였다.
하지만 19세기에 들어와서 유물론의 팽배에 대한 반동으로 로체(R.H. Lotze, 1817~1881) 등의 인격주의가 등장하면서 인격 개념은 다시 본래의 의미를 회복하였다. 그리고 인격은 개별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 자체라는 주장도 나왔다. 무니에(E. Mounier, 1905~1950) · 라벨(L. Lavelle, 1883~1951) · 베르댜예(N.A. Berdyajev,1874~1948) 등이 대표적이다. 19세기 말에는 대화 철학이 등장하면서 인격으로서 인간의 본질을 실체의 개념적 지평에서보다는 인간 관계에서 이해하려고 하였다. 인격존재는 ''너' 와 '나' 의 활동적인 관계, 즉 공동체의 관계안에서 본질적으로 삶으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이 대화적 인격 이해는 20세기 초에 들어와서 성서에 바탕을 두는 종교 철학 사상을 새롭게 함으로써 인간의 사물화와 대상화로부터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는 데 결정적인 촉진제가 되었다. 에브너(F. Ebner, 1882~1931) · 부버(M. Buber, 1878~1965) · 헤커(Th. Haecker, 1879~1945)· 부스트(P. Wust, 1884~1940) · 과르디니(R. Guardini,1885~1968) · 마르셀(G. Marcel, 1889~1973), 무니에 등은 이 인격 이해를 실존 철학과 접목시킴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인격 이해는 바르트(K.Barth, 1886~1968) 등의 '변증 신학' 과 가톨릭에서 나타난 그리스도교 신앙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통해서 더욱 발전하고 깊어졌다. 이러한 새로운 인격 이해에서 인격 개념의 역사적인 경험의 근원이 명백해졌다. 예컨대 유대-그리스도교적인 하느님과 인간, 즉 무한과 유한의 만남과 교섭의 종교적 체험이 이 세상에서 실현될 수 있는 자유를 얻는다든지, 유한한 인간이 인간으로 있으면서도 절대적 의미까지도 가지고 있으며, 절대적인 하느님이 하느님이면서도 인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인격 이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아우구스티노(H. Augustinus, 354~430) · 에크하르트(M.Eckhart,1260~1327) · 쿠사의 니콜라오(Nicolaus Cusanus, 1401~1464) · 파스칼(B. Pascal, 1623~1662) · 키에르케고르(S.A.Kierkegard, 1813~1855)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어져 왔다. 단지 고 · 중세의 전통적 인격 개념을 고대의 자명성이 아니라 시대에 맞도록 새롭게 재해석하는 것이다.
현대 철학에서의 의미 :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기계화, 비인간화와 인간성 상실로 표현되는 인간 위기가 이성이 도구화되고 권력의 시녀가 된 데 기인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인격은 수학적 논리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논리로 이해될 수 있을 뿐이라는 인격주의가 대두되었다. 이것은 소위 실험 심리학이 인격과 성격을 구별하지 않고 유물론적 환원론을 주장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 이 인격주의는 형식적 주지주의적 이성론이나 실증주의적 경험론을 거부하고, 인간의 실질적 삶을 중시하는 생의 철학과 실존 철학 및 현상학의 비합리주의를 전통적인 존재론과 조화시킨 것으로 철학적 인간학에서 상론된다. 셀러(M. Scheler, 1874~1928)에 의하면, 인격은 엄밀한 개념 정의를 할 수 없고 단지 소극적인 표현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그 의미를 추측하고 이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인격은 어떤 능력을 가진 사물(물건)이나 대상이 아니며, 관찰, 기술(記述), 설명으로 파악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격은 오로지 인격 활동을 수행함으로써만 나에게 주어질 수 있다. 모든 인간은 독립해서 단독으로 자기의 정신적인 인격 중심체를 가지고 있다. 추억 · 기다림 · 믿음 · 소망 · 사랑 · 가치 판단 등과 같은 정신 활동들은 인격에서 나오는데, 이 인격 활동들은 심리적 · 물리적인 것과는 무관하다. 따라서 인격 활동은 대상화할 수도 없고 대상화하여서도 안된다. 인격은 지각되거나 관찰될 수 없고 오로지 체험될 뿐이다. 그러나 인격은 정신 활동의 공허한 출발점이 아니며, 또한 상이한 여러 정신 활동의 합계도 아니다. 인격은 서로 다른 방식의 정신 활동들의 구체적이고 본질적인 존재 통일(Seinseinheiti이다. 인격은 모든 상이한 정신 활동들을 설립한다. 모든 정신 활동 속에 인격이 깃들어 있다. 인격 자체는 모든 정신 활동 속에 살아 있으면서도 모든 정신 활동에 고유한 방식으로 꿰뚫고 들어간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의 구체적인 인격에 몰입되지 않고서는 인격 활동이 결코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다.
인격을 윤리적인 측면에서 고찰해 보면, 인격 가치들, 예컨대 '좋다' 든지 '나쁘다' 든지 하는 가치들은 결코 대상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모든 인격 가치는 그 자체로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유한한 인격은 인격들의 공동체 속에 있으며, 그 공동체에 책임을 지고 있다. 인격은 자립하며 개별적인 개성(Individualiat)이다. 인격의 자율성에 모든 도덕적 가치가 본질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그러므로 인격은 도덕 가치를 짊어진 자이기도 한다. 따라서 모든 인간은 자신의 정신적인 인격의 자율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인격은 실제적으로 양심에 의해 보편적으로 타당한 그 선에서 나오는 당위Sollen)의 내용을 파악한다. 선행(善行)을 했을 때 수반하는 적극적인 기쁨의 느낌, 즉 축복과 선행은 서로 연관이 있다. 인격은 일회성이다. 따라서 인격은 그 무엇과도 대치할 수 없다. 모든 인격은 서로 같지 않다. 그러므로 모든 인간은 모든 것과 구별되는 유일회적인 존재이다. 인격 가치는 일회적인 것이다. 그래서 인격은 존엄한 것이다.
〔인격과 사랑] 인격의 핵심은 사랑이다. 사랑의 활동을 통해서만 구체적인 개별 인격이 주어진다. 인격 자체에 대한 사랑으로 매개된 인격의 가장 중심적인 원천에 대해 우리가 이해할 수 있을 때, 이 이해는 비로소 우리에게 인격의 이상적인 개별적 가치 본질의 직관을 매개시켜 준다. 그러므로 인격을 이해할 수 있는 조건은 자발적인 사랑의 결과라고 할 수 있는 인간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다. 그래서 모든 개별적인 인격은 총체 인격(Gesamt-person)에 속해 있는 것이다. 인격 공동체는 한 인격의 자명한 본질에 속한다. 이것이 도덕적인 공동 유대(연대성,Solidariti)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다. 우리는 이러한 모범을 초대 교회의 사랑의 공동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거기서는 용서와 감사가 도덕적인 연대성의 원칙이다. 인격의 가장 깊은 활동은 종교적 활동이다. 종교적 활동은 믿음과 소망과 사랑인데, 이 중에서 사랑이 으뜸이다. 왜냐하면 사랑은 인격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인격은 유한하고 불완전하고 일시적이나 하느님만은 무한하고 완전한 인격이다. 인간 정신의 초월성은 그 자체로는 불완전하나 모든 본질의 총괄 개념으로써의 신적 존재에 참여할 수 있다. 그래서 동물과 인간 사이에서가 아니라 동물과 하느님을 찾는 사람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본질 한계가 있는 것이다. (- 대화, 철학에서의 ; 위격 ; 인간학, 철학에서의 ; 인격신 ; 인격주의)
※ 참고문헌  M. Buber, Das Problem des Menschen, Miinchen, 1948/F. Ebner, Das Wort und die geistigen Realititen, Wien, 1952/ R. Guardini,Welt und Person, Wiizburg, 1950/ W. Brugger, Philosophisches Worterbuch, Freiburg, 1963, 230ff/ L. Lavelle, De l'ame humaine, 1951/ E. Mounier, Le persomalisme, 1949/ K. Rahner, 전집 I . II , Pp. 377~414, 247~2771 M. Miiller, Person und Funktion, Philosophischess Jahrbuch 69, 1962, PP. 151~1771 J. Hessen, Wertphilosophie, 1937(진교훈 역, 《가치론》, 서광사, 1992)/ M. Scheler, Der Formalismus in der Ethik und die materiale Wertethik, Bern, Francke, 1980(이을상 . 금교영 역, 《윤리학에 있어서 형식주의와실질적 가치 윤리학》, 서광사, 1998). [秦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