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주의 人格主義 〔라〕personalismus 〔영〕persona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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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재하는 것은 인격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는 철학 사조. 인격주의라는 용어는 1799년에 슐라이어마허(F.E.D.Schleiermacher, 1768~1834)가 범신론(pantheismus)에 반대하여 고안해 내었으며, 대화 철학에서 발전되었다.
〔개념의 형성과 역사〕 전(前) 역사 및 철학사적인 기초 :'인격' (persona)이란 용어는 인격주의란 말이 생기기 훨씬 이전부터 사용되었다. 본래 인격적인 유일신의 표상만을 가리켰던 인격 개념은, 신학과 철학 개념이다. '인격' 을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4/1225~ 1274)와 생 빅톨의 리카르도(Richardus a Sancto Victore, +1173)는 '자존성' (subsistentia)과 '지성적 본성의 교환할 수 없는 실존' 이라고 정의하였다. 토마스 아퀴나스에 의하면, 인격은 자기 원인을 가진다. 달리 말하면 그 자체 때문에 존재하는 진정한 자체 가치와 자체 목적의 의미를 갖는다. 그렇다고 해서 한 인간이 인격이라는 실재와 개체라는 실재로 분리되어 있다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전체 존재는 질료에서 유래하므로 개체임과 동시에 정신에서 유래하므로 인격인 것이다. 근세의 주체 중심의 철학에서는 피히테(J.G.Fichte, 1762~1814)가 처음으로 상호 인격성을 인간적 지식과 존재를 구성하는 원리로 삼았다. 그는 인간은 인간들 가운데서만 인간이 되며, 인간이 고립되어 산다면 스스로에게 모순된다고 주장하였다. 헤겔(G.W.F. Hegel, 1770~1831)도 '나' 와 '우리' 의 관계성을 강조하였다. 포이에르바흐(L.A. Feuerbach, 1804~1872)는 자연주의적으로 단순화하여 '나와 너' (Ich und Du)의 상호 관계에서 인간의 사회성을 강조하였다.
대화 철학의 영향 : 인격주의는 독일의 대화 철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대화 사상' 은 제1차 세계대전의 충격을 받은 1917년 이후 독일어권에서 로젠츠바이크(F. Rosenzweig, 1886~1929)와 에브너(F. Ebner, 1882~1931)에 의해 시작되었다. 또 부버(M. Buber, 1878~1965)의 대화 철학은 그의 저서 《나와 너》를 통하여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에게 인간임은 다른 유한자와 포괄적이고 무한한 '너' (Du)와의 연결에서 성립된다. 이러한 연결은 개인적인 결단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존재론적으로 미리 주어진 인간의 공동체성에 의해 이루어진다. 바로 이러한 공동체성이 인격을 구성한다.
인간의 '함께 있음' 과 '위하여 있음' 은 단순히 당연한 사실만은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근원적인 '함께 있음'(Mitsein)을 통하여 요구되고 근거 지워진다. 부버는 이것을 '사이' (das Zwischen)라고 불렀다. 사이는 관계의 근본 범주이다. 부버와 에브너는 인간 사이의 관계가 대화의 신적인 파트너에 정초해 있다고 보았다. 신은 '사이의 사이'로서 간주된다. 이러한 대화 철학은 대략 1920년 이후 프로테스탄트 학자 고가르텐(F. Gogarten, 1887~1967)과 가톨릭 학자 과르디니(R. Guardini, 1885~1968)와 브루너(A. Brunner, 1894~ )에게 영향을 미쳤다.
여러 인격주의 계열의 철학 : 과르디니는 인격의 세 가지 의미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였다. 첫째, 나는 나의 자의식 안에서 최종적으로 어떤 심급(審級, Instanz)에 의해 채워질 수 없고 내게 속한다는 것, 둘째, 나는 어떤 타자에 의해 사용될 수 없고 자체 목적이라는 점, 셋째, 내가 타자에 의해 계속 살 수 없고 나 자신과의 관계에서 오직 나와 함께만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타자에 의해 대용될 수 없고 나를 위해 있다는 것, 타자에 의해 대치될 수 없고 유일하게 있다는 점이다. 셸러(M. Scheler, 1874~1928)는 인격을 독특하게 정의한다. 그에 의하면, 인격은 대상이 아니라 개인이 활동하는 데서 존재한다. 인격은 행위 안에서, 행위를 통해서 존재한다. 또 인격은 지향적 활동안에서 존재하며 정신의 중심이다.
마레샬(J. Maréchal, 1878~1944)과 하이데거(M. Heideg-ger, 1889~1976)의 사상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로츠(J.B.Lotz, 1903~ )에게 있어 인격은 '정신적 질서의 개별자'이다. 프랑스의 인격주의는 현대 프랑스의 그리스도교 실존주의 철학자 무니에(E. Mounier, 1905~1950) 등을 중심으로 태동하였다. 그 밖에 토마스주의자인 마리탱(J.Maritain, 1882~1973)은 인격주의 사상의 형성에 큰 기여를 하였다. 그 외 라벨(L. Lavelle, 1883~1951), 르 센느(R.Le Senne) , 베르댜예프(N.A. Berdyajev, 1874~1948) , 마르셀(G. Marcel, 1889~1973) 등의 사상가가 이 사조에 속한다.
〔프랑스의 인격주의〕 프랑스 인격주의의 창시자는 무니에라고 볼 수 있다. 무니에가 주장하는 인격주의 사상은 인간의 존엄과 인권을 억압하는 현대의 이데올로기인 파시즘, 히틀러 치하의 나치즘, 스탈린주의와 같은 전체주의의 횡포에 맞서 인권을 인격의 관점에서 고양하고 인간다운 공동체를 건설하려고 한다. 이와 같은 무니에의 관점은 모든 형태의 국가 지상주의에 반대하여 인격을 강조하는 마리탱의 견해와 일치한다. 무니에는 인간과 사회 구조의 전체적인 위기 상황에 직면하여 인격과 공동체의 혁명을 희망한다. 개인은 사적인 삶의 영역에서 폐쇄적인 이기주의에 머물러 있는 반면, 그가 중시하는 인격으로서의 개인은 열린 존재로서 구체적인 인간됨과 인류와의 연대를 지향한다.
인격주의의 첫째 요건은 투신(commitment)이다. 이때 투신은 결코 중립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각자의 사유를 시작하게 만들고 방향 잡아 주는 투신이다. 그러므로 인격주의의 출발점은 "나는 사랑하므로 존재한다"이지 "나는 생각하므로 존재한다"가 아니다. 인격주의의 핵심 사상은 인간을 자유롭고 창조적인 인격체로서 긍정하는 것이다. 인격은 스스로 창조하는 생동하는 활동이고 통교(communication)이다. 또 마리탱에 의하면 인간 안에는 인격이 하나의 신비로서 존재하며, 인간은 인격적 존재로서 절대적 존엄성을 갖는다. 왜냐하면 인격적 존재인 인간은 절대자와 직접적인 관계에 있으며, 이런 관계에서만 자신의 완성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의미 맥락에서 마리탱은 토마스 아퀴나스를 따라 인격을 "모든 자연 중에서 가장 완전한 자"(S. Th. I . q. 2a. 3)라고 하였다.
또 무니에에 의하면 인격은 자립적이며 정신적 존재이다. 인격은 책임감 있는 자기 헌신과 끊임없는 개심(改心)에 의해 유지된다. 나아가 인격과 소명의 실천은 이웃 사랑과 신의 명령에 순명하는 독자적 행위에서만 가능하다. 결국 인격은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 즉 '이웃이기' 를 규정한다. 무니에는 육화의 개념으로써 인격체로서의 인간을 타인과 세계로부터 단절하지 않고 땅과 하늘, 정신과 신체의 역동적인 하나됨을 강조한다. 인격주의는 개방성과 통교성을 인간과 인간, 인간과 세계, 인간과 신앙의 관계에서 확보하고, 새로운 소명감으로써 혼돈된 현대 사회 질서를 고발하고 개편하려하였다. 무니에가 강조하는 인격 개념은 인간 상호 간의 친교와 공동체적 개방성을 본질로 삼는다. 인격주의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에 반대된다. 그에 의하면 개인주의는 도덕, 감정, 이념의 체계이며 개인들을 상호 고립과 방어 위에 조직하는 체제이다. 이것은 18세기와 19세기의 이데올로기였고, 서양 부르주아 사회의 지배적인 구조였다.
무니에는 마리탱과 마찬가지로 존재론적 원리에 의해 개체와 인격을 구별한다. 무니에에게 있어 개체는 인격의 해체이다. 달리 말하면 개체는 질료를 통한 인간의 재정복이다. 인간은 개체로서는 수많은 조건에 매여 있다. 그런데 인격은 현실에 대해 자유스럽고 도피하지 않으며 사랑을 통하여 위험을 무릅쓴다. 무니에와 마리탱은 모두 서양의 근 · 현대 사조인 계몽주의와 부르주아적인 개인주의를 비판한다. 인격은 타자를 향해서만 존재하고 타자를 통해서만 자신을 인식하며 타자 안에서만 자신을 발견한다. 무니에에 의하면 통교가 느슨해지거나 변질될 때 각각의 나는 자신을 상실하게 된다. 그래서 모든 종류의 정신 착란은 타자와의 관계에서 실패한 데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인격의 으뜸 행위는 타인과 함께 인격 사회를 유지하는 일이다. 이와 같은 사회는 다음과 같은 원초적 행위에 의거한다.
첫째, '자신으로부터 벗어남' 이다. 즉 인격은 남에게 유용하게 되기 위해 자신으로부터 초탈하고, 소유하지 않고, 자기 중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존이다. 인격주의적 전통, 특히 그리스도교적인 전통에서는 무소유의 금욕이 인격적 삶의 중심되는 금욕이다. 둘째, '이해' 이다. 나를 타인의 관점에 위치시키기 위해 나를 나의 고유한 관점에 위치시키는 것을 중지하는 것이다. 셋째, '자신에 대해 책임지기' 이다. 운명 · 고통 · 기쁨, 남의 일을 떠맡는다. 넷째, '베풀기' 이다. 인격적 약동의 생동하는 힘은 프티 부르주아처럼 정치 · 사회적 권리의 요구에 기초하지도 않고, 실존주의처럼 죽음과의 투쟁에 기초하지도 않고, 자기 이익을 희생하면서까지 남의 이익을 꾀하는 너그러움 혹은 계산과 보상의 희망을 두지 않는 베풂이다. 다섯째, '성실함' 이다. 인격의 모험은 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지속하는 모험이다. 인격에 헌신함, 사랑, 벗 사랑은 지속성에서만 완성될 수 있다. 이 지속성은 물질의 지속성이나 논리적 일반화의 지속성처럼 동일한 것의 단순한 연장이나 반복이 아니라 영속적인 용솟음이다. 인격적인 성실은 창조적인 성실이다. 인격적 교제의 이와 같은 변증법은 참여하는 모든 존재를 성장시키고 확고하게 한다. (→ 대화, 철학에서의 ; 범신론 ; 인간학, 철학에서의 ; 인격, 철학에서의)
※ 참고문헌  박종대, 〈인간의 존엄성과 공동체적 사회 윤리의 실천〉, 《사회 과학 연구》 4,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1995, pp. 197~244/ ―, 〈쟈끄 마리탱의 사회 철학에 있어서 인격주의〉, 한국 그리스도 사상 연구소 편, 《의로운 사회와 교회―김병상 신부 화갑기념 논문집》, 가톨릭출판사, 1992, pp. 155~184/ M. Müller . A.Halder, 강성위 역, 《철학 소사전》, 이문출판사, 1988/ W. Brugger, Philosophisches Wörterbuch, Freiburg i. Br., 1961/ R. Guardini, Welt und Person, Würzburg, 1955/ J. Maritain, The right of man and natural law, Gordian Press, New York, 1971/ E. Cantin, Mounier A Personalist View of History, Paulist Press, New York, Paramus, Toronto, 1973/ E. Mounier, Le Personalisme, Presses universitaires de France, Paris, 1950/ E. Mounier, Révolution personaliste et communataire, Fernand Aubier Paris, 1935/ J. Ritter ed., Historisches Wörterbuch der Philosophie, Bd. 7, Schwabe & Co., Basel, 1989, pp. 338~339/ Die Görres-Gesellschaft eds., Staatslexikon, Bd.4, Herder, Freiburg · Basel · Wien, 1988, pp. 339~341. 〔朴鍾大〕